판도라의 상자: 렌즈 QC와 교정 by eggry


 요 근래 트위터에 자주 했던 얘기들을 좀 더 생각해보니 정리된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해보는 글입니다. 저에게 몇 년 전과 비교해서 사진 장비를 다루는데 있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그건 미러리스가 된 것도, 풀프레임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라 바로 유지보수란 개념의 확립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전에는 한 시스템을 그렇게 오래 쓰지도 않았고, 한 카메라는 더욱 그랬습니다. 대부분의 장비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제 손에 들어왔다가 떠나갔죠. 신품이면 보증이 남아 있으니 과실로 인한 손상이 아닌 바에야 신경쓸 필요가 없었고, 중고인 경우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래엔 파손 외에도 신품, 중고를 막론하고 구매 후 해상력, 광축 점검을 사적으로도 빈번하게 하게 됐고, 여행 등 집중적인 사용 후에도 자체 점검과 센터 맡김을 훨씬 많이 하게 됐습니다. 딱히 두드러지는 동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한번 발을 들여놓으니 매번 신경쓰게 됐고, 실제로 이상이 확인되어서 수리를 받고 정상화 되는 걸 보니 그게 다시 반복된 거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단언코 말하건데, 렌즈의 오류와 교정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사진술을 향상시켜주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장비병 환자이고, 무엇보다 기계공학 전공자로써 기술적 이해와 관심이 있습니다. 아는 걸 못 본 척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에게는 시간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찾아올 일이었죠.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사진술을 향상시켜주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알아서 사진에 손해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는 손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분명히 있을 겁니다.(정말로)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실 생각이 있다면 이어지는 내용을 보셔도 될 듯 합니다.



불완전 할 수 밖에 없는 렌즈

 이상적인 렌즈는 수차가 전혀 없이 완벽한 상을 만들어 낼 겁니다. 적어도 그게 논리적으로는 존재 가능하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명백하지요.



 최근 구면수차가 없는 렌즈의 지오메트리를 계산해냈다고 하는 수학 연구가 있었습니다. 아주 이상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후술할 제조 상의 문제와 맞물려서 결국 이상적인 렌즈엔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 따름이긴 합니다. 게다가 저게 가능해진다 해도 결국 수많은 수차 중 하나의 해결책일 뿐입니다. 그래서 공학이라기 보단 수학적 성과에 가깝지요.

 공산품으로써, 렌즈는 이론적 설계와 그걸 최대한 가깝게 구현할 제조기술이 양립되어야 합니다. 결코 이론과 100% 같은 품질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겁니다.(적어도 지금 인류의 지식으로는 그래 보입니다)

 사실 이런 제조 노하우나 크기, 무게, 비용 같은 걸 고려한 설계노선이 아니라 단순히 가장 완벽한 렌즈를 만들고자 한다면 적어도 설계 만큼은 별로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힘 덕분에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만들 수 없다면 의미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이론 상 완벽한, 터무니 없이 커다란, 도면에만 존재하는 렌즈가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도 좋은 렌즈입니다. 좋은 렌즈라는 말은 상대적입니다. “오류를 눈치채기 어렵거나 무시할 만큼” 좋은 렌즈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서 렌즈를 설계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설계에서부터 해상력의 한계와 수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를 억제시키고 가능한한 좋게 만드는 것이 렌즈 설계자와 기업의 능력이고 노하우죠. 하지만 그런 제약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해도, 그걸 실제로 만들어 내는데는 또다른 문제가 남습니다.

 렌즈 표면 가공이 완전히 매끈할 수 없다든가 하는 현실적 한계는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모든 렌즈가 똑같이 가공될 것인가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아니 똑같이 가공되지 않을 거라는 게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공이 무한대로 정밀하지 않은 이상 편차는 필연적입니다.

 개개별 렌즈 알의 가공 오차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문제입니다. 사실 이 렌즈 연마의 오차는 태생적으로 매우 작을 뿐더러, 그것보다 훨씬 큰 오류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만한 문제입니다. 만약 이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제대로된 렌즈를 만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설사 이 나노미터 단위의 오류가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후 교정의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더 나은 새 렌즈알을 깎는 수 밖에 없죠.

 저희가 얘기하는 개인 카메라용 렌즈에서는 이런 일은 대개 일어나지 않으며, 비용적으로 일어나서도 안 됩니다. 비용적으로 아주 여유가 많은 브랜드라면 기계가공된 렌즈들 속에서 품질검사로 솎아낼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카라면 그럴까요? 라이카의 제조와 품질관리에 대해선 충분히 알지 못 합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조립 단계에서 일어납니다. 이는 플라스티 혹은 금속 경통에 렌즈군을 최대한 설계대로 배열하는 작업입니다. 렌즈군에 대한 그림들은 렌즈 소개에서 많이 봤을 겁니다. 이제 실제 렌즈군들이 도면처럼 배치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히 중심축이 정렬이 되야겠죠. 광축은 이 단계에서 맞춰집니다.

 이 렌즈 조립이 렌즈의 품질 관련으로 교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계입니다. 조립라인 및 품질관리자는 렌즈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경통에 접착하고, 정해진 측정법과 기준에 따라서 0.1mm 혹은 그 이하의 정밀도로 조절합니다. 광축이 맞춰진다면 그 다음은 앞뒤로 맞춰서 조정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각도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이건 엄격히는 광축에 들어가겠지만 말이죠)

 렌즈의 모든 유리를 높은 수준으로 교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종 품질은 결국 모두 완성된 상태에서 봐야 하는 것이며 그때 모든 렌즈를 건드려서 손보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근래의 고화질 렌즈는 10장 이하의 렌즈가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특별히 영향이 큰 렌즈(설계 단계에서 알 수 있습니다) 몇 개 만을 건드리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상적인 렌즈에서 또 한단계 멀어지는 순간이죠)



 렌즈 유리알의 고정은 다양한 접착 방법을 통해 이뤄집니다. 금속기구적일 수도 있고, 이 렌즈렌탈스의 소니 135mm f1.8 GM 렌즈 분해에서 볼 수 있듯 원형 테이프와 같은 것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참고로 이 사진에서 마감에 문제가 있는 개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빈티지 수동렌즈에 대한 글을 보면 발삼 분리 얘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수차를 줄이기 위해 렌즈 사이를 접합하던 식물 진액을 이용한 접착제입니다. 어쨌든 정밀가공된 유리알과 금속 혹은 플라스틱 경통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접합, 고정 됩니다만, 발삼 분리 문제와 같이 모든 접합방법은 완전하지 않으며 충격, 시간에 따라 틀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출고된 뒤 서비스 센터에서도 분해 하여 다시 실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통 말하는 ‘해상력 교정’이라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공정이라면 이 절차를 모두 지키는 것만으로, (당연히 이상적인 완벽과는 거리가 있지만) 제품이 목표하는 조건은 충족시키는 좋은 렌즈를 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과정도 대단히 이상화 되고 단순화 된 것이며, 많은 경우엔 이것만으론 불충분한 일이 생겨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렌즈가 부착될 부품의 정밀도에 문제가 있어서일 수도 있고, 접합방법의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설계나 교정 프로세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실수를 유발하기 쉽거나, 오류를 줄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공정 자체로 본다면 이게 가장 고약한 경우라 할 수 있죠.

 공정 외적으로는 측정법과 통과기준에 문제가 있어서 불량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이런 경우는 의도적이지 않은 경우는 매우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의도적인 경우는 상당히 많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게 단순히 보장 성능에 충분하여 괜찮은 것인지, 혹은 수익성을 위해 다소 눈을 감은 ‘느슨함’인지는 밖에선 알기 어렵습니다.

 사후 틀어짐으로는 역시 충격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어떤 렌즈들은 조립방식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 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틀어지는 경우도 드물지만 생깁니다. 21세기지만 아직도 발삼 분리처럼 당시엔 생각하지 못 했던 중장기적 문제는 일어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구조적인 부분에도 분명히 진보는 있습니다. 새로운 렌즈들은 전보다 더 탱크 같지는 않지만 더 관리하기 좋게 나옵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건 캐논 RF 50mm f1.2 L 렌즈입니다. 밝고 큰 고화질 렌즈로야 익히 알려져 있지만, 제품 홍보문구를 보면 Vibration Shock Resistance라는 게 들어갔다고 합니다. 손떨림 방지 같은 건 아니고 외부의 충격과 진동에도 초점과 설정(조리개값이라 보면 되겠죠)이 잘 견디도록 경통이 만들어 졌다는군요.

 내구성적인 부분과는 타겟이 조금 다르지만 이런 완충효과가 광축 틀어짐을 막는데도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이에 대한 기술은 미국 홈페이지엔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에는 없습니다. 흐음...?



사례: 소니 FE 70-200mm f2.8 OSS G Master

 아쉬운 일이지만 이런 QC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윤곽을 일반 고객이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집단의 경험으로 대략적인 경향을 유추하거나, 서비스센터 엔지니어와의 대화로 윤곽을 잡을 따름입니다. 그 와중에 특정 제품의 편차에 대해 좋은 자료를 제공해주는 곳이 렌즈렌탈스입니다.

 렌탈업체이니 만큼 동종 렌즈를 대량으로 갖추고 있는데, MTF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블로그도 운영 중이라 신제품이 나오면 그 렌즈 10~20여 개체로 측정을 하여 평균치를 공개합니다. 대개의 경우엔 평균치만 공개하고 말지만 분포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히 어떤 개체는 무슨 이유든 간에 다른 개체보다 좋거나 나쁘기 마련이죠.

 비교적 많은 퍼즐조각을 모을 수 있는 렌즈로 소니 FE 70-200mm f2.8 OSS G Master(이하 70-200GM)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좋지 않은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좋은 사례라면 왠만해선 여러번 검증되거나 글이 쓰여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 10개 써봤는데 좋더라” 라고 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습니다. 품질 경험은 보통 나쁜 경험이 노출되기 마련이죠. 개인적 감정은 없으나 설명하기에 이보다 자료가 쌓인 렌즈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 렌즈는 팬보이 일각에서는 최고의 70-200/2.8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듯 하지만, 제 체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냥 충분히 좋은 광학품질을 갖고 있고, AF는 조금 떨어지는 렌즈입니다. 이 렌즈의 어떤 면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합당하진 않습니다. 그것만으로 이 렌즈가 나쁜 렌즈가 되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은 충분히 좋았습니다.

 렌즈렌탈스는 여러 글에서 이 렌즈에 대해 몇가지 인사이트를 줍니다. Just the MTF Charts: 70-200mm f2.8 Zoom Lenses를 봅시다.

 일단 해상력 측면에서, 70-200GM은 팬보이들의 과장과 달리 최고가 아닙니다. 최고의 해상력의 영광은 니콘 70-200mm f2.8E FL ED VR에게 돌아갔습니다. 또한 캐논의 70-200mm f2.8 IS II는 제법 된 연식에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크 3는 마크 2와 사실상 같은 렌즈이므로 신형으로 테스트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왜 니콘이 높인 기준에 캐논이 광학계 리뉴얼을 단행하지 않았고 그저 코팅 개선에만 그쳤는가에 대한 답은 DSLR에서의 게임은 어차피 돌이키기 늦을 만큼 기울었기 때문에, 그리고 RF 70-200/2.8이 훨씬 더 중요한 렌즈였기에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대로도 여전히 괜찮은 품질이기에 시간끌기에도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 다음이 소니입니다만, 테스터 Roger Cicala는 이 렌즈에 대해 신랄한 문구로 시작합니다.

Welcome to the MTF of the most tested lens in our history. Why did we test so many copies? Because Sony fanboys (and employees) were absolutely, positively, certain this lens was the best 70-200mm EVER. It’s not. It’s a decent lens with a LOT of sample variation. A good copy of it is as good as a Canon 70-200mm f/2.8 IS II, which is an excellent lens. A lot of copies aren’t that good, though. Because I see so many stupid things posted about how this lens has been ‘fixed’ and new copies are better, here are a batch of recently tested ones. They are no different than all the other batches we’ve tested.

Full disclosure: I work with Sony. I like Sony. But I despise this lens in case you can’t tell; if you gave me one, I’d sell it the next day. I try to be impartial, but with this lens, I’m not, and I know it. The optical bench, however, is unbiased.

우리 역사상 MTF 테스트를 가장 많이 한 렌즈에 온 걸 환영합니다. 왜 그렇게 많은 카피를 테스트 했을까요? 왜냐하면 소니 팬보이(그리고 직원들)은 매우 단호하고도 낙관적으로 이 렌즈가 사상 최고의 70-200mm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렌즈는 최고의 70-200mm가 아닙니다. 70-200GM은 매우 큰 샘플 편차가 있는 괜찮은 렌즈입니다. 좋은 카피는 캐논 70-200mm f2.8 IS II 만큼 좋습니다. 그리고 그 렌즈는 훌륭한 렌즈죠. 하지만 그렇게 상등급에 속하지 못 하는 다른 카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렌즈가 ‘고쳐졌다’거나, 새 카피는 나아졌다는 바보 같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여기 최신 출고품들로 이뤄진 테스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테스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솔직한 썰: 저는 소니와 협력 관계입니다. 전 소니가 좋습니다. 하지만 차마 당신 입으로 말하지 못 하겠다면 제 입으로 말하건데, 저는 이 렌즈를 경멸합니다. 누가 한개 준다면, 다음날 팔아버릴 겁니다. 최대한 공정한 입장이고 싶지만, 이 렌즈에 대해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나도 내가 이 렌즈에 감정적이란 걸 압니다. 그래도 벤치마크는 편견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70-200GM은 이와 같이 QC 면에서 편차가 가장 끔찍한 렌즈 중 하나로 꼽힙니다. 괜찮은 카피가 캐논과 비슷하다는 건 좋은 소식입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여전히 좋고,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해 마지 않는 품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은 개체가 많다는 건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고주파 MTF에서(물론 다수 개체의 평균치입니다), 소니는 캐논이나 니콘보다 5~10% 정도 낮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이는 렌즈 간 비교 시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차이입니다. 적어도 비교하기로 마음 먹는다면요. 그걸 감안하더라도 평균치는 여전히 객관적으로 나쁜 수준은 아닙니다. 그저 기대와 과장이 너무 컸을 뿐이죠.

 Roger의 결론도 니콘 유저라면 돈만 있으면 최신 E를 사고, 나머지는 자기 시스템에 맞는 걸 쓰라고 합니다. 이정도 광학성능 차이는 그 렌즈나 시스템을 쓰레기로 만들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70-200/2.8 렌즈는 거의 맨 마지막에 살 법한 렌즈이기 때문에, 그리고 개인적인 체험 상으로도 그냥 AF가 좀 아깝고, 척 봐도 요즘 기준으로 두드러지는 화질을 낼 거 같은 렌즈는 아니라고 느꼈지만, 그렇다고 소프트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렌즈였기에, 70-200GM이 동급 최고가 아니라는 점이 소니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별다른 마이너스 요소는 되지 않았습니다.

 자 그럼 70-200GM의 품질관리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봅시다. 이 렌즈가 왜 두드러지게 품질편차가 발생하는 렌즈인가. 소니는 원래부터 QC 얘기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70-200GM은 당시 소니의 기준으로서도 나쁜 편이었습니다.

 제조과정을 투명하게 알 수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흥미롭게도 렌즈렌탈스는 카메라나 렌즈 분해기도 올리는데 70-200GM 분해기는 몇가지 참고할 사항이 있습니다.(Lens Teardown of the Complicated Sony FE 70-200mm f/2.8 GM OSS: Part I, Completing the Teardown of the Sony FE 70-200 f/2.8 GM OSS: Part II )

 70-200GM은 렌즈렌탈스가 분해한 렌즈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렌즈였습니다. 6시간이 걸렸는데, 주된 이유는 통념에서 벗어난 조립방법이나 구조 때문입니다. 접착제가 상당히 많이 쓰였고, 기구적으로도 기존 렌즈와 상이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는 70-200GM이 최초로 플로팅포커스를 도입한 70-200/2.8이라서일 수도 있지만, 접착제 같은 부분은 보통 클린한 조립구조를 미처 생각해내지 못 했을 때(주로 설계의 미숙으로 인한) 일어납니다. 그리고 말끔하고 직관적이지 못한 조립구조는 분해 뿐만 아니라 제작 조립 과정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렌즈 같은 정밀기기라면 더욱 말이죠.

 70-200GM은 소니의 렌즈개발사에서도 이정표적인 렌즈였는데, 기존 미놀타 렌즈의 재탕이었던 A 마운트 렌즈 이후 처음 새로 설계된 70-200/2.8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70-200GM은 소니가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겪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미놀타의 경험이 일천하지는 않다고 해도 인수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고 최근 제품들에서는 소니적 색체가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새 설계에선 소니의 지식과 역량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추측합니다. 또 미놀타는 한번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없었다는 점도 미놀타의 경험은 여전히 불충분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재밌게도 소니는 덜 보편적인 장망원 줌렌즈(미놀타가 만들어 놓은 게 적었습니다)에선 더 오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A 마운트 시절 몇 안되는 신규설계였던 70-400G나 70-200GM 바로 뒤이어 나온 100-400GM, 400GM 같은 렌즈들은 괜찮았던 이유일지도 모르지요.

 다행스러운 소식은 최신 렌즈에선 이런 문제가 거의 해결됐습니다. 그 기점은 대충 100-400GM이나 400GM이 나온 시점(2017년 경)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이후 나온 렌즈들의 QC는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Roger는 자신이 꼽는 올해의 장비에서 135.8GM을 꼽으며, 최고수준의 해상력 뿐만 아니라 편차가 매우 적어 소니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Staff Picks of the Best New Photo and Video Products of 2019)

 하지만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품질을 높이는 새로운 노하우가 구형 렌즈에 접목되기까질 기대하진 않더라도, 기존에 문제가 있던 렌즈의 공정에서 오류를 줄일 방법을 모색해 억제했으면 하는 것인데, 렌즈렌탈스의 벤치가 올해 이뤄진 최신 데이터임을 생각하면 70-200/2.8에서 최고수준의 품질을 기대한다면 다음 버전을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소니 처럼 공정을 개선하지 않고 고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더 꼼꼼한 회사들

 각 회사들은 품질관리법에 당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패스 기준에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프로세스, 그리고 개선 피드백이나 그걸 가능하게 하는 절차나 준비가 있는가 없는가 등의 차이도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 서비스센터 엔지니어와의 대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메이커는 합격 기준치와 측정법에 따라 품질을 점검합니다. 대개의 경우 대량생산 메이커에서 이 기준은 다소 느슨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공정이 온전한 경우엔 아주 명백한 오작동이나 오조립에 의한 불량 외에는 크게 문제가 되는 물건이 나오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애초에 공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게 품질관리의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래서 QC는 명백한 불량품이나, 조립의 마감과 같은 문제, 혹은 기능의 정상작동 여부에 집중되지, 광학성능의 편차를 줄이는데는 다소 느슨하다는 인상이 듭니다. 소니가 기존 렌즈의 공정을 개선시키려 하지 않은 거라거나, 편차가 큰 70-200GM들이 고스란히 합격 출고되었다는 점도 그런 이유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조금 더 꼼꼼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치는 메이커들도 있습니다. 그 가장 모범은 역시 자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이스는 과학적 측정과 표준품질이란 개념을 광학계에 가장 먼저 도입한, 그리고 그걸 마케팅으로써 명성을 높인 브랜드입니다.(19세기의 얘기입니다)

 이제 자이스 렌즈 대부분(특히 개인 사진용은)은 독일이 아니라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철학적인 부분은 여전히 고수되고 있습니다. 자이스는 검수자의 서명을 품질 보증표에 넣음으로써, 품질관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직접 불량품이라고 따지고 들 수도 없는 검수자의 서명은 거의 마케팅적 의미 밖에 없지만, 자이스는 좀 더 실질적인 과정도 거쳐서 출고합니다.

 자이스 출고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각 렌즈의 광학품질을 테스트해 통과 됐다고 서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렌즈의 실제 측정된 MTF 자료를 시리얼 단위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언젠가 렌즈가 이상으로 여겨져 입고되었을 때, 출고 시의 데이터와 비교해 어떻게 잘못되었나 더 정교한 추적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일본 양산 메이커는 각 제품 별로 지정된 공차에 따라서만 진행된다고 여겨집니다. 서비스가 입고되면, 공장과 같은 장비, 같은 기준으로 측정해 벗어났다면 교정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런 방식이 자이스보다 더 열등하다거나, 장인정신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사실 이 방법은 대량생산 메이커로써 최선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출고 시와 비교해 뭐가 다른가는 사실 서비스 결과에 있어선 필수적인 건 아니죠. 결국 기준치만 충족시키면 되니까요. 또 이런 방식은 세계 어느 지역이든 간에 공인된 장비와 기술을 습득한 기사만 있다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이스는 기밀엄수와 같은 문제로 출고된 공장으로 보내야 합니다.(제 자이스 바티스 렌즈는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MTF 데이터를 전세계 수리 센터(그 대부분은 직영이 아니라 계약된 현지 업체일 것입니다)에 보내기에는 그게 제품의 지적재산권을 해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도, 결코 거리낌 없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자이스의 접근법에도 이점은 있습니다. 바로 이력 추적이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공정 개선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자이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는 일본 업체로는 시그마가 있습니다.

 렌즈렌탈스의 시그마 14-24mm f2.8 MTF 분석 글(MTF Tests for the Sigma 14-24mm f2.8 Art Series Lens)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8개의 개체를 테스트 했는데, 5개는 비슷했지만 3개는 크게 벗어났다고 합니다. 불량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시그마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의 회사의 답변은 다시 테스트 해보라거나 결과가 잘못 되었다는 기계적 반응입니다.

 하지만 시그마는 렌즈의 시리얼을 알려달라고 했고, 며칠 뒤 공장 출고 시 세 렌즈는 상태가 좋았다며 문제의 렌즈를 일본으로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시그마는 렌즈를 받은 뒤 해당 렌즈들이 출고 시점의 측정치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걸 발견했으며, 뭔가 잘못된 게 확실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그마는 렌즈를 분해해 내부 손상을 발견했습니다. 곧이어 시그마는 선적 기록을 추적해 세 개체가 같은 묶음으로 실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시그마는 렌즈에 충격을 줘보면서 어떤 경우 이런 손상이 생기는지 알아내고, 배송 과정 중 어디서 그런 충격을 받았는지 추적해 재발을 방지할 거라고 했습니다.

 이런 섬세한 대응이 모든 메이커에서 나오는 건 아니지만, 라이카나 자이스, 시그마 같이 개체별 기록을 보존하는 메이커들은 이런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라이카나 자이스의 경우엔 시그마처럼 친근한 대응은 아니겠지만, 제품 출고와 서비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같은 피드백이 적용되고 있을 것입니다.(그리고 이 회사들은 시그마보다 훨씬 긴 역사와 노하우를 갖고 있어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덧붙이자면 시그마는 원래부터 이렇게 꼼꼼한 메이커는 아니었습니다. 시그마 렌즈가 순전히 싸기 때문에, 그리고 어쩌다 괜찮은 물건이 나왔기 때문에 쓰던 게 기껏해야 1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시그마 글로벌 비전' 운동(운동이란 말이 적절해 보입니다)는 분명히 시그마의 기준과 체질을 바꾸었고, 그 결과를 아트 시리즈 렌즈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그마는 이전부터 APO 같은 명칭에서 자이스 바라기 면모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허세가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을 따라하고 있고,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잠깐 일탈해서, 그럼 소니-자이스 렌즈들은 어떨까요? 소니-자이스 렌즈들은 소니에서 생산하지만, 자이스 자체 렌즈와 마찬가지로 검수자 서명이 들어간 품질보증서를 첨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실제 과정과 무관한 대량인쇄가 아니라면, 소니-자이스는 적어도 출고 검수에서는 자이스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품질관리에 소니 직원만이 아니라 자이스 직원이 참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순수 소니, 혹은 순수 자이스 업무를 하는 직원보다 얼마나 엄격할지(혹은 관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세간의 경험은 소니-자이스가 순수 소니 렌즈보다 품질관리가 좋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나쁜 경우면 몰라도 좋은 경우는 원래 티나기 어렵기 마련입니다만, 55.8ZA 품질관리가 이슈가 되었던 걸 생각하면 특별히 낫지는 않은 듯 합니다. 소니-자이스는 교정 시 일본 공장으로 보내지지 않으며, 그러므로 개체 별 MTF 차트가 보존될 것 같지 않고 필요성도 없어 보입니다.)

 출고 시 측정 데이터가 없는 경우엔 분명 있는 경우보다는 피드백을 하기에 데이터의 신뢰성이 부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량생산 메이커의 장점은 데이터의 정확도보다 물량입니다. 서비스 입고 이력과 통계를 보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추적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소니에서 이게 이뤄지지 않은 건 유감스러운 일이죠.

 어쩌면 이건 태생적 전자회사로써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니는 적잖은 역사를 가진 제조업 기업이지만 전자회사에게 품질관리라는 부분은 훨씬 더 On/Off적 개념입니다. 또 전자회사에게 공차라는 건 기능성보다는 미학적인 의미이죠.광학처럼 오차범위와 허용치를 갖고 다루는 개념이 아니죠. 이 부분에서의 경험과 기준은 전통적 기계공업, 광학기업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많은 렌즈를 만들면서 소니 스스로도 습득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수십년의 경험차와 철학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객관적 증거는 없지만 단순히 숙련도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요소가 70-200GM의 이슈에 기여했다는 추론은 그렇게 틀린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캐논이나 니콘에서 공정 피드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그정도로 오래고 깊은 사용경험이 없기 때문에 말할 수 없습니다. 캐논, 니콘이라고 근본적으로 취약한 렌즈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아닙니다. 70-200/2.8에서 왕좌를 차지한 니콘은 반대로 24-70/2.8에서는 가장 해상력이 떨어지는 렌즈를 만들어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또 어느 메이커나 내구성이 약하다고 여겨지는 렌즈들이 있습니다. 올림푸스 12-40mm f2.8 Pro 렌즈는 취약한 마운트 부 내구성으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사랑 받습니다.

 만약 당신이 최고의 70-200/2.8을 가지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한다면, 소니 E 마운트는 당신에게 적절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니콘이나 캐논이 더 나은 선택지겠죠. 반면 70-200GM의 평균치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고, AF 속도가 가장 빠르지는 않더라도 눈동자에 가장 잘 맞추기를 바란다면, 소니는 문제 없는 선택입니다.

 또 품질 일관성이 떨어지는 렌즈라고 해도 얼마든지 교정을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서비스센터 엔지니어의 숙련도와 기준치(이는 당연히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무줄 같을 수 있습니다)에 의존하는 바가 있지만, 대량생산 메이커를 이용하는 이상은 감수해야 할 문제입니다.

 다른 모든 것보다 절대적인 품질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면, 라이카나 자이스 수동렌즈를 사야할 것입니다. 물론 그 대신 AF를 포함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겠죠. 카메라와 렌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부터 소비자의 선택까지도 타협의 연속입니다. 대개는 저렴한 가격과 AF의 편의성을 택하는 대신 품질관리를 희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치채고 있지 못 하더라도 말이죠.

 개인적인 기준을 말하자면, 어떤 시스템의 특별히 좋은 렌즈는 자랑거리나 선택의 기준이 되지만, 어떤 렌즈가 평범하다는 게 시스템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스템은 동급에서 뛰어난 소수의 렌즈와 다수의 평범한 렌즈, 그리고 소수의 나쁜 렌즈가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팬보이 전쟁에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렌즈 테스트

 자 이제 조금 더 실제적인 이야기입니다. 품질 평판이 좋은 렌즈든 아니든, 렌즈가 불만족스럽거나 그냥 이유없이(보증기간이라면 무상이므로...) 교정하고 싶어 졌다고 칩시다. 일단 불만족스럽다고 느낀다면, 센터에 헛걸음을 하기 전에-공장과 센터의 기준은 철저한 개인보다 느슨합니다-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최선입니다.

 가장 좋은 두가지 테스트는 광축 테스트와 무한대 해상력 테스트입니다. 근거리 테스트는 초점의 편차(센서와 완전히 평행인 완벽한 평면에 초점을 맞춘다는 건 비전문가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렌즈의 수차 등으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무한대에서는 거리에 따른 수차 문제는 대부분 해소되며, MTF도 보통 무한대를 기준으로 측정되므로 메이커의 기준과 맞아 떨어지기 좋습니다.

 광축 테스트는 필립 리브의 홈페이지에서 절차를 잘 소개해 놨습니다.(HOW TO CHECK HOW DECENTERED YOUR LENS IS)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필요한 것
- 삼각대
- 멀리 있는 가느다란 물체(굴뚝, 안테나, 타워 등. 흐려짐이나 번짐을 알아보기 좋습니다.)

세팅법
- 최대개방을 사용할 것(개방 화질이 아주 나쁜 렌즈는 주변부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조일 것)
- 수동초점을 이용할 것(대부분의 카메라의 AF는 안테나 같은 물체를 가능한 최고의 선명도로 잡아내지 못 합니다. 물론 MF도 잘 해야합니다. DSLR이든 미러리스든 라이브뷰 확대를 추천하며 여러번 시도하면 더 좋습니다.)
- 수동노출이나 노출고정을 할 것(자동 노출에선 구도를 바꾸면서 밝기가 바뀔 것입니다. 인간의 눈은 밝기와 컨트라스트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해상력을 가늠하는데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대비가 큰 사진은 그렇지 않은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컨트라스트는 샤프니스의 일부이지만, 우리가 보려는 것은 엄격한 분해능입니다.)
- 손떨림 보정을 끌 것(근래의 손떨림 보정은 장노출이 아니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최소한의 문제의 여지라도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튼튼한 삼각대를 이용하면서 손떨림 보정을 끄는 게 더 신뢰도가 높습니다. 또한 릴리즈나 타이머를 쓰는 게 좋습니다.)
- 전자선막셔터를 끌 것(이론적으론 셔터쇼크를 최소화 하는 게 좋지만 전자선막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끄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낮이고 주광 조건이라면 완전전자셔터를 이용하는 게 제일 이상적입니다.)

하는 법
-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 중앙에 목표(가느다란 물체)를 두고 초점을 맞춘다.
- 초점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 볼헤드를 움직여 목표가 네 모서리 제일 끝부분에 치우치도록 하여 각각 찍는다.

평가법
- 완벽히 광축이 맞춰진 렌즈는 없다. 약간의 편차는 대부분의 사진에선 거의 눈치챌 수 없다.
-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이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 모든 메이커는 광축이 완전하지 않은 렌즈를 출고하지만 어떤 메이커는 좀 더 심하다. 자이스는 소니보다 확실히 낫다. 하지만 어느 메이커도 완벽하지 않다.(여기서 자이스는 수동렌즈입니다)
- 밝고 광각인 렌즈가 광축 문제에 더 취약하다.
- 줌은 광축이 틀어지기 더 쉬우므로 단렌즈보다 기준이 관대해야 한다.
- 줌렌즈는 양 끝단과 중간에서 테스트 하라.
- 상면만곡수차가 심한 렌즈는 중앙보다 주변부가 많이 떨어져 보일 것이다. 중요한 건 네 주변부의 편차이지 중앙과의 차이 자체가 아니다.

아래는 필립 리브가 보여주는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의 예시입니다.


“완벽한” 렌즈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좋아지긴 어렵다. 편차가 거의 없으며, 당신의 뽑기는 성공했다.


“거의 완벽한” 렌즈


 한 주변부가 약간 떨어지지만 이정도는 실사용에선 거의 눈치챌 수 없다. 전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이다.


광축이 틀어진 렌즈


 한쪽은 상당히 좋지만 둘은 별로 좋지 않고, 하나는 매우 나쁘다. 이런 렌즈는 결과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품하거나 수리 받으라.

 무한대 해상력 측정은 이보다 좀 더 간단합니다. 볼헤드를 움직일 필요 없이 중앙과 네 구석을 살펴보면 됩니다. 광축이 온전하다는 게 확인 되었다면, 무한대 테스트는 네 모서리를 다 보지 않아도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해상력 테스트에서 광축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걸 먼저 하는가는 딱히 순서가 없습니다.

 무한대 해상력 측정은 중앙부와 줌렌즈에서 더 중요합니다. 광축이 멀쩡하다는 게 확인됐다면 무한대에서 중앙부와 주변부의 절대해상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렌즈에서 그게 정상적인 수준인지, 저하된 수준인지는 제3자의 리뷰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줌렌즈는 화각에 따라 화질이 변하기 마련이긴 하지만, 문제가 있는 렌즈라면 특정 화각에서 유달리 큰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은 24-70GM에서 24-~50mm 영역은 아주 좋았으나 70mm에서만 심한 난시가 발생하였습니다. 줌렌즈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렌즈가 커버하는 주요 화각대를 다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예: 24-70이라면 24-35-50-70 같은 식으로)

 주의할 사항은 정말 무한대로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135mm f2.8 수준의 렌즈만 되도 50m와 100m 사이에 심도 차이가 생기며 더 망원은 말할 것도 업습니다. 표준렌즈도 생각보다 더 멀리 봐야 합니다. 200m 정도면 대개 충분합니다. DSLR 렌즈는 거리계창을 보고 몇십미터 이후에 진짜 무한대가 오는지 참고할 수 있으며, 미러리스는 MF 모드에서 무한대로 바뀌는 지점을 볼 수 있습니다.


교정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모든 테스트를 거치고 만족한다면, 축하드립니다.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유감입니다. 이제부터는 돈과 시간과 수고의 영역입니다. 렌즈가 무상보증 기간 내라면, 충격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외관 흔적이 없는 이상 비용에 대해 거리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센터로 보내십시오.

 보증기간 밖이라면 비용이 나오게 될 겁니다. 당연히 메이커마다 렌즈마다 다른데, 소니의 경우엔 GM 줌렌즈에서 15~30 정도 선에서 나왔습니다. 내부 부품 교체가 필요한가(유리알 교체가 필요한 경우는 사실상 없습니다만 일부 기계부속은 교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없나 등에 따라 약간 금액 차이가 생깁니다.

 어떤 렌즈는 유달리 교정 금액이 큽니다. 그건 렌즈 구조가 교정이 불가능해서, 렌즈군을 모듈로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에 생깁니다.(유리알이 깨지거나 흠집이 날 경우 교체도 이렇게 진행됩니다. 개별알 교체를 하는 메이커는 거의 없습니다.) 저렴한 렌즈나 소형화에 중점을 둔 렌즈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번들줌이 대표적이고, 소니에서는 55.8ZA가 모듈 교체를 해야하는 렌즈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런 렌즈들의 모듈 교체비는 거의 중고 렌즈를 살 정도 가격이라 수리보다는 중고 뽑기를 다시 도전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렌즈들은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더 용이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절반은 크기가 커서 여유가 있기 때문이고, 절반은 고급 렌즈인 만큼 수요자들이 더 꼼꼼하고 손볼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겠지요. 크고 비싼 렌즈라고 너무 비쌀 거라고 겁먹지는 마십시오. 20만원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비용이겠지만 말이죠.

 큰 카메라 메이커들은 보통 자체적으로 점검 및 교정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캐논, 니콘, 소니 등 말이죠. 올림푸스는 교정 능력이 있지만 작은 렌즈 비중이 큰데 이런 렌즈들은 역시 모듈 교체입니다. Pro 렌즈들은 괜찮으리라 생각됩니다.(이런 메이커, 제품별 특성에 대해선 제 경험이 적은 쪽은 부정확할 수 있으므로 센터 기사와 대화로 파악하는 쪽이 좋으며, 타기종 유저의 정정 환영합니다)

 파나소닉은 한국지사의 서비스 능력의 부재로 검사는 가능하지만 서비스는 거의 전적으로 교체로만 진행됩니다. 이런 한국지사의 역량적인 부분도 유지보수를 생각하면 고려할 부분입니다. 파나소닉 같은 수준은 캐논, 니콘, 소니가 아닌 메이커 대부분이 동일할 것입니다. 일본에 산다면 어느 메이커든 크게 상관 없겠지만...

 또 빅3 라고 해도 해상력 점검 및 교정능력은 매우 극소수 지점만 가능합니다. 이는 메이커의 센터 목록에서 명칭이 다른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니는 서울 두군데, 캐논은 서울 두군데와 부산 한곳, 니콘은 서울 한곳입니다. 다른 메이커도 다 서울 한 곳이겠죠. 그럼 군소센터에서 행랑으로 보내든지, 직접 우편접수를 해야 합니다. 수도권이라도 시간이 적잖이 드는데 지방은 여기에 가중된다는 게 해상력 교정의 부담스러운 점입니다.

 서드파티 역시 교정능력이 부재하여 모듈 교체 중심으로 진행되거나, 브랜드에 따라 아예 일본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삼양은 아니지만요) 일본으로 보내면 일단 오가는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경우에 따라선 모듈 교체가 아니라 교정이 가능해서 비용이 터무니 없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고 보면 됩니다.(제 자이스 바티스는 한달 째 안 오고 있으며 비용은 최소를 30으로 잡아야 할 수준입니다)

 비용 면에서 메이커 선택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위에 말한대로 서비스 수준이 메이커 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것도 고려할 사항입니다. 저는 파나소닉의 하드웨어 마인드와 컨셉을 아주 좋아하지만, 소니와 같은 빈도로 교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마이너 시스템은 더 주의하든지, 더 많은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일본이나 미국에 살지 않는다면 말이죠)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유지보수에 드는 돈이 결국 쌓이고 쌓여서 샀던 가격과 비슷해지는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정도면 그냥 얼마 안 된 중고 하나 사겠다고 싶은 때가 올 수도 있죠. 물론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신품이야 보증이라도 따라오지만 중고는 결국 같은 뽑기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말이죠;;

 장기적인 지출을 고려해서 해상력 교정을 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빈도로, 모든 렌즈를 할지 같은 걸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렌즈 수가 많고, 빈번하게 한다면 당연히 엄청나게 깨지겠죠. 저는 주로 여행 2번 정도 겪은 뒤 무상이면 그냥 맡기고 보증 끝났으면 느낌 봐서 테스트 하거나 말거나 합니다.

 물론 이 판도라의 상자를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테스트해보지 않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수십년 동안 교정 한번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몇 년 동안 한번도 안 하는 정도는 카메라 커뮤니티에선 매우 흔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사실 심하게 문제가 있지 않다면 결과물에선 체감하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합리적인 수준은, 사용하다가 테스트가 아닌 결과물에서도 문제가 보일 정도이거나, 충분히 의심스럽다고 여겨질 때 테스트 해보는 것입니다. 그정도라면 테스트에서도 확실하게 나올테죠. 테스트 결과를 째려보며 렌즈가 이상한 건가 내가 테스트를 잘못 한 건가 의심할 일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정도면 센터 엔지니어와 정상범위니 아니니 실랑이 벌이지도 않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글을 보신 이상은, 전보다는 더 신경쓰일 거란 거겠죠. 그로 인해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아무래도 내 렌즈 이상한 것 같아!”)를 겪는다고 해도, 경고했기에 무책임하지만 저는 책임을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시네바 2020/01/01 03:00 # 답글

    이런건 항상 모르고 넘어가는게 제일 최선이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잘 정리된글은 링크 남겨두고 나중에 찝찝할때 보고 참고를....

    나중에 싱글 픽셀 카메라가 실제로 소비자의 선택지로 들어갈 정도로 발전한다면 렌즈 걱정은 덜하게 되려나 싶긴 하지만 이쪽도 발전 속도를 보면 너무 머나먼 미래이니...



  • 로리 2020/01/01 10:31 # 답글

    정말로 이런 정보는 모르고 메이커니깐 좋은거겠지 하고 가슴에 믿음을 가지고 찍는게 나은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 Heb614 2020/01/01 17:48 # 답글

    와!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존다리안 2020/01/01 18:04 # 답글

    카메라도 이모양인데 스마트폰은....ㅜㅜ
    스마트폰은 렌즈조차도 플라스틱인가 그렇던데....
  • teese 2020/01/02 16:49 # 답글

    저도 저렇게 주변부랑 극주변부 테스트는 구매 초기에 꼭 해보는데 다행히 여태 꽝은 없었습니다만.
    아무튼 교정으로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한거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통받는중생 2020/01/06 17:41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여러 글을 모아놓으셨네요.

    렌즈 품질 관련하여 cameralabs.com에 원거리 풍경 풀사이즈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살펴보면 재미있습니다.
    보통 다른 리뷰 사이트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귀한 샘플이죠.
    조리개별 원거리 풍경 사진을 제공하는데 흔히 decentering이라고 말하는 광축 틀어짐보다는 tilted element로 인한 상면 틀어짐이 많이 보입니다.

    이건 렌즈 혹은 경통 또는 AF 렌즈나 유닛이 뒤틀려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원인은 가운데보다 왼쪽이나 오른쪽 초점이 맺히는 거리가 가깝거나 멀어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렌즈 알이 하나 기운 것 같은데 자세한 원인은 저도 모르고, 서비스센터도 모릅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얘기를 해도 못알아듣고 해결도 안해줬거든요. 돈주고 교정도 해봤으나 돈과 시간만... ㅠㅠ

    이게 왜 문제냐? 건축물이나 원거리 풍경을 찍으면 보이거든요. 한쪽은 선명한데, 다른쪽은 흐릿하고, 늘어지고... 조여도 문제가 있는 부분은 개선이 잘 안됩니다.
    서비스센터는 풍경을 왜 개방해서 찍냐? 조여서 쓰라고 하는데... 렌즈가 문제면 조이는게 의미가 없는 이유가...

    제 애증의 렌즈 중 하나였던 1635GM... 이 렌즈는 35mm 구간 편차가 특히 심해서 lens rentals에서 random crap shoot이라는 표현까지 합니다. 말 다한거죠.
    시그마 35.2와 비교해보면.. 오른쪽은 f8.0으로 조여도 초점이 제대로 안 잡혀서 f1.2로 찍은 샘플보다 더 흐려 보입니다. f1.2 vs f8.0 (!!!)
    원거리만 그런거냐 하면 중간 정도 거리의 성곽을 찍은 샘플이 있는데 같은 현상이 보입니다. 오른쪽 망루 부분을 비교해보면 역시 시그마가...
    렌즈 자체가 문제니 조인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지요. 꽉꽉 조여 찍자고 f2.8렌즈를 사는것도 아니고?

    저 시그마 35.2는 설계가 잘 된 것인지 저 개체만 잘 만든 것인지 좌우 편차가 적어 보이는데 사실 이 문제는 단렌즈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비싸고 무거운 소니 50.4z 원거리 샘플을 보면 좌측이 번지는데 조리개 F/4.0까지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거든요.
    소니만 그런 건 아닙니다. 니콘 z마운트도 F/1.8 단렌즈들을 보면 35.8은 괜찮아보이는데 24.8/50.8은 왼쪽에 문제가 보이지요.

    사실 렌즈는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서 출고해야 하는데, 공장에서 대강대강 만드니, 서비스센터 역시 이정도는 정상입니다 고갱님 하고... 답이 없습니다.
    뽑기 운이 좋아야... ㅠㅠ
  • eggry 2020/01/06 19:37 #

    고통받고 계시군요. 역시 모르는 게 속 편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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