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사진장비 평가와 고민 - 소니와 자이스, 백팩과 숄더백 by eggry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사실 아주 잘은 아니고요, 날씨라든가 이래저래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점이 있어서... 그런데 애초에 목표를 다 달성해야겠다 같은 다짐으로 간 건 아니고 그냥 물리적으로 여건이 안 되는 거라서 아쉬움이 딱히 크진 않습니다. 교토 단풍여행이 처음도 아니고 해서 조금 빠듯하다 싶으면 중복될 거 같은 곳은 과감히 스킵했습니다. 그래서 당초 목표 기준으론 한 2/3 정도 밖에 못 갔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여행기는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습니다. 사진이 많기도 한데 이런저런 이유로 평소보다 작업시간도 좀 더 걸릴 거 같고, 무엇보다 캡쳐원 프로 신버전의 정식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타버전으로 작업할 수도 있지만 출력까지 하기는 힘들테니 어쨌든 지연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약간 시간끌기 역할입니다. 그리고 다음 여행이 실질적으로 내정된 상황에(1월 중순이나 2월 말이나...) 그에 대비한 차원의 얘기기도 합니다.

 여행기 시작글(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 0부 - 여행 개요)에서 장비 구성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여행에 맞춰서 a7R III에서 a7R IV로 기변했고, 렌즈는 바티스 5종을 전부 가져갔습니다. 렌즈를 수납할 가방이 문제였는데 장시간 피로를 고려해 백팩을 택했는데 별로 현명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렌즈 구성과 가방 선택이 좋은 궁합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보통 관광지면 몰라도 단풍철 교토는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무시무시한 성수기 중의 성수기입니다. 그 과정에 무슨 뒷산 단풍사진 찍듯이 느긋할 수는 없죠. 장소에 따라서는 그냥 사람에 떠밀려서 컨베이어벨트처럼 입구에서 출구까지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여건을 생각하면 줌렌즈가 현명한 선택이긴 했습니다. 다만 이미 언급한대로 24-70GM의 해상력 상태에 의구심이 있었고 점검을 받기엔 시간이 없었기에 더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실험적 차원에서도 올 단렌즈 구성을 시도해본 거죠.

 그래도 확실히 5개는 과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갯수 자체보단 접근성의 문제였습니다. 백팩인 이상 렌즈를 꺼내려면 최소 한쪽을 풀 수 밖에 없고 그럼 자세고 뭐고 엉거주춤해지죠. 속도도 별로 좋지 않고요. 단렌즈를 대량으로 쓰려면 확실히 숄더나 슬링백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출사에서도 체험해봤지만 숄더백 써도 5개는 아무래도 무리죠. 가방 형상에 따라 다르지만 렌즈 장착된 걸 제외하더라도 가방 열고 바로 손으로 꺼낼 수 있는 건 보통 3개로 국한됩니다. 그럼 총 4개죠. 나머지는 파티션으로 안쪽에 쌓이는 구조던가 수납은 되는데 바로 못 꺼내고 다른 렌즈 들어내고 꺼내든가 하는 식인데 안전성이든 속도는 문제가 있죠.

 큐슈 여행 때 단렌즈가 총 4개였는데 이때는 전혀 겪지 못했던 버벅임과 교체 시 불안함을 5개에서 겪었습니다. 물론 백팩도 도움이 안 되었긴 마찬가지죠. 아주 길쭉한 숄더백이나 슬링백이라 4개를 병렬로 배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 바티스 5개를 원활하게 쓰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뭐 백팩의 경우엔 접근성이 더 안 좋고요. 위 사진은 이번 여행과 100% 일치하는 구성은 아닌데 거의 비슷합니다. 바디 수납 시에는 1개는 상부에 넣었다가 바디 꺼내고 다니는 동안에는 아래쪽으로 옮긴 식인데 2개는 바로 꺼낼 수 있지만 2개는 안쪽에 있죠. 물론 반대쪽 사이드 오픈을 해서 할 수도 있는데 사이드가 양쪽 다 열려도 양쪽 접근성이 같지는 않습니다. 카메라를 맨 방향,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한쪽이 월등히 편하기 마련이고 그게 저에겐 왼쪽 사이드인데 그럼 안쪽 렌즈는 접근성이 떨어지죠.

 고육지책으로 그나마 렌즈가 별로 안 크고 겨울철이라 외투 주머니도 좀 되니까 한두개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하나는 사이드 포켓에 넣어서 가방 열지 않고 바로 꺼내는 식까지 해봤는데 그래도 최소 1개는 무조건 가방 안쪽에 남게 되어서 접근성이 완전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백팩이든 슬링이든 5개 전체는 여러모로 어렵다는 결론이 되네요. 수납량과 착용 편의성 때문에 백팩을 택했지만 사용이 불편해서 별로 의미는 없었습니다. 사실 4개 가져갔다면 메신저백이라도 그리 힘들진 않았을 걸로 봅니다. 한쪽으로 쏠리긴 하지만 반대쪽은 카메라+렌즈가 있고, 가방 자체가 더 가볍고 렌즈도 1개 적으니까요. 결국 백팩이 실제 유리한 건 갯수가 아니라 렌즈 하나하나가 크고 무거운 쪽이란 걸 몸으로 깨닫게 되네요. 백팩은 아무래도 2.8 줌렌즈 세트를 휴대할 때 써야할 듯 합니다.

 단렌즈 구성은 숄더나 슬링류로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기는 한데, 이조차도 똑부러진 답은 안 되는 게 "4개까지만 편하다"라는 문제지요; 물론 겹쳐 넣는다고 해도 백팩과는 접근성이 비교 불가이긴 합니다. 가방을 풀어 여는 과정의 유무 자체가 상대가 안 되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큰 백이어야 가능하고 픽디자인 슬링 5L/6L 정도로는 3개가 어차피 한계입니다. 메신저백 13에서는 가능하지만 이걸 여행에 가져가는 건 아직 장시간 피로도가 검증이 안 되서 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줌이든 단렌즈든 둘을 조합하든 4개가 실질적 한계라고 하니, 줌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단렌즈 쪽이면 문제가 됩니다. 5개 중 누가 빠질 것인가? 제일 덜 사용했던 건 85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애매하기로 치자면 18이 제일 애매하더군요. 가져간 게 바티스 뿐이니까 쓰긴 했는데, 초광각 18mm는 조금 모자란 감도 있고, 18~25 사이의 공백은 발줌으로 커버하기 정말 어렵고 줌렌즈여야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16-35GM은 화질이 너무 좋아서 바티스에 꿀리는 구석이 없기도 합니다.

 초광각을 16-35GM으로 커버한다면 18-25는 확실하게 빠지고, 나머지 렌즈 중 135가 정말 마음에 들었기에 40과 85의 싸움이 되는데 화각과 용도 유사성을 생각하면 85여야겠지만 40의 다용도성도 참 아깝긴 합니다. 35mm는 왜곡이 아직 남아있는 영역이라 표준이 있으면 싶기도 하고요. 바티스만 모였을 땐 40이 참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렌즈랑 조합하려니 50으로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워지는 상황이네요. 16-35GM, 40, 85, 135 4개도 무리는 아니긴 하지만 이러면 18-25가 좀 안습이긴 하네요; 이성적으론 16-35, 85, 135여야겠지요.

 GM과 바티스 조합의 유일한 고민은 GM과 바티스의 성향 차이입니다. 컨트라스트가 부드러운 GM과 강렬한 자이스는 확실히 다르죠. 이번 여행에 장비운용이 전혀 원활하게 되지 않았음에도 올 바티스로 가져온 걸 잘 했다고 생각한 것도 이거였습니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많았는데, 자이스의 컨트라스트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단풍색의 강렬한 표현이란 부분에서도 제 취향에 맞는 쪽이었고요.(채도 강한 게 싫은 사람은 GM이 또 좋겠죠)

 여튼 렌즈 성향의 조합은 아직 좀 더 테스트 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답은 바티스 4/5만 가져가거나,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큰 숄더백에 5개 다 가져가는 거겠죠. GM 단렌즈로 구성하는 방향은 거의 확실히 포기했습니다. 바티스 135가 이번 여행에서 너무너무너무 맘에 들었는데(뷰파인더만 봐도 웃음이 나옴) 밤에 조리개가 아쉬워서 135.8GM을 매장에서 만져봤는데, 아 이건 못 들고다녀요. 아니 1개는 들고다니지만 이런 거 3,4개는 못 들고다녀요. 3,4개 살 돈도 없거니와.

 GM 단렌즈는 돈이 썩어나게 되면 줌렌즈 사이사이에 그날 필요에 따라 끼워서 가져가는 형식으로는 사용할지 몰라도, GM 단렌즈 올세트로 갖고 다니는 건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 애초에 35mm와 50mm가 GM이 없어서 세트 맞출 수도 없고요. 50mm GM이 나오면 고민 좀 할 거 같긴 하네요. 16-35GM과 가장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50.4ZA로 그렇게 해보려고도 생각했는데 소니자이스도 자이스라고 GM과 성향차이를 극복하지는 못 했네요. 16-35GM, 50GM, 135GM이 제 이상의 트리오가 되겠네요.

 가방 쪽도 고민은 있습니다. 일단 지금 백팩은 씽크탱크포토 어반액세스 13이고, 숄더/슬링 쪽은 다 픽디자인입니다. 메신저 13리터 구형과 슬링 5L,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6L도 얼마 전 도착하긴 했는데 아직 테스트는 안 됐고 솔직히 그냥 커진 5L라서 5L 대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숄더/슬링 쪽은 이걸로 만족하고 있고 다만 백팩이 문제인데 착용감 등은 마음에 들었지만 몇가지 컨셉이 제 취향과는 부합되지 않았습니다. 주된 부분은 상부 수납부가 제약이 심하다는 것, 타블렛/랩탑 수납부가 후면 개폐로 접근 가능하다는 것, 사이드포켓에 고무줄이 없다는 거였네요.

 이 문제는 결국 애증의 픽디자인 백팩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가방을 사면서 픽디자인 20L, 30L 모두 판매했었고 착용감 등에서 만족하긴 했는데 제 요구치가 순수한 카메라 가방보다는 약간 다용도성을 중시하다보니 어반액세스보단 에브리데이 백팩이 더 맞는 거 같습니다. 마침 신형이 나왔는데 이게 또 기존 디자인과 새로 더 컴팩트한 Zip 라인이 따로 나와서 곤란하게 하더군요. 일단 둘 다 건드려 보기로 했습니다만, 백팩 크다고 바리바리 넣겠다는 욕심을 버려서 제 생각엔 Zip으로도 충분할 듯 싶습니다.

 마지막 고민은 삼각대입니다. 기존에 트래블 삼각대 쓰던 게 여행용으론 그것도 크고 무거워서 안 쓴다는 생각에 아예 미니형과 아예 센터켈럼 없이 크고 단수 적은 걸로 이분화 했습니다. 그런데 미니 삼각대도 여행에서 쓰기가... 휴대는 별 문제가 아닌데 역시 그렇게 여유가 없는 상황 or 금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펼친다는 거 자체가 문제라 그리 많이 쓰지 못 했네요. 차라리 모노포드가 어떨까 탐색 중입니다. 휴대성 하면 픽디자인 삼각대가 생각나는데 가격이 미쳐서 고려조차 할 수 없습니다.

 2019년도 끝나가는데 2020년에는 장기적으로 가져갈 만한 구성을 확립시키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거 하려면 이것저것 써보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많이 들고 나가서 찍어보는 게 제일이지만 춥다는 핑계로 얼마나 다닐지 모르겠네요; 다음 장비 얘기는 아마 바티스 패밀리의 종합 미니 사용기와 픽디자인 가방 신제품 얘기가 될 듯 합니다. 여행기보다 그쪽이 더 빠를 거 같네요.



덧글

  • 휴메 2019/12/03 15:26 # 답글

    체력이 대단하시네요 ㄷㄷ
    전 가능한 가볍게 다녀서
    표준줌 마운트 바디 + 숄더백에 광각줌 하나에 단렌즈 두개 + 삼각대가 가 보통 최대치입니다...
  • eggry 2019/12/03 15:25 #

    사실 숙소 들어오면 행군 한 뒤 그 느낌이긴 합니다. 그냥 근성으로... 아직은 최대한 갖고 가서 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네요. 운동 해야겠어요.
  • teese 2019/12/03 21:27 # 답글

    아아 저도 꽤 고통 받는 문제네요.
    초기에는 저도 단랜즈 4 줌1을 돌려썼는데...
    이제 줌랜즈 2 단랜즈1로 압축해서 타협보고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으로도 랜즈가 3개를 넘어가면 백팩으론 교환이 커버가 안됩니다.
    밸트팩에 랜즈 케이스 두세개 달아서 운영하면 편하긴 한데 여행때 이동에 꽤 걸리적 거리고;;
    결국 백팩이나 슬링백에 줌 두개, 밸트케이스1개(단랜즈85.8) 로 정착했습니다.
    그래도 삼각대는 답이 없어서 숙소가 있는 도시 안쪽이면 그냥 저녘때 숙소 들려서 셋틴 맞춰서 들고 나오고,
    좀 멀리 가는거면 백팩 거의 빈거에 밸트케이스 두개로 낮부터 밤까지 쓰고 있습니다.
    요즘 중고 r2가 저렴해서 투바디 갈까 생각도 하다가 투바디 돌릴 슬링이나 백팩 찾자니 그것도 답이 없어서 기브업.
    결코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죠 ㅎㅎ
  • eggry 2019/12/03 21:45 #

    백팩에 슬링이나 벨트케이스로 넣고 이동하다 꺼내서 장착하고 쓰는 식으로 해야하나 고민 중이네요. 역시 부자가 되서 짐꾼을 고용해야 하나 ㅎㅎㅎ
  • teese 2019/12/03 21:56 #

    호주에서는 특히나 한번 숙소 나가면 들어오기 까다로우니 랜즈 싹 들고 다녔는데요.
    벨트 파우치로 랜즈케이스를 달고 쓴다면 두개 넘어가면 하네스까지 필요했습니다.
    하네스 쓰면 4개까지는 확실하게 지탱이되고 손도 쉽게 닿으니 운용은 편합니다.
    다만 외견적으로 과하게 프로같아보여서 시선 받는일이 있는데... (전 사각필터까지 써서;)
    뭐 이건 주변에서 적당히 거리 벌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장점이라면 장점인지라 ㅎㅎ
  • eggry 2019/12/03 22:03 #

    으왓 하네스까지 ㅎㅎㅎ 하네스 쓰면 정말 편하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역시 시선 때문에 차마 엄두는 못 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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