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G Master 마스터 클래스 수원화성편 후기, 그리고 a7R IV에 대한 고찰 by eggry


 요즘 소니에선 시국이 시국이라(;) 제품 발표회에는 소극적이고 대신 세미나류 이벤트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신제품 홍보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기존 유저나 매니아층 유저 상대로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는 거 같은데... 세미나 자체는 교육적인 의미도 있고 특정 상황에서의 촬영이다보니 단순 팁만이 아니라 특정 장비에 대한 물욕을 자극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튼 이번에 제 나와바리인 수원 화성에서 행사를 한다길래 신청했더니 되서 다녀왔습니다. 오늘 하는 인천 송도 야경촬영도 신청했는데 그건 떨어졌네요. 근데 날씨 보면 다행인지도...?




 전체 행사를 따지면 사실 4시간 정도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파트가 나뉘어서 각 파트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소니의 얼굴마담(?)인 신재국 작가가 전반적인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젠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는 G Master 렌즈 자랑으로 시작. 세미나 이름이 G Master 마스터 클래스(마스터가 두번이라 뭔가 좀 이상하지만)이니까... 고해상, 고성능, 보케의 마케팅 포인트는 출시 시점부터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렌즈 라인업 자랑. 이제 A 마운트 숫자는 끌어들이지 않아도 될 때가 됐군요.



 해상력 자랑에 600mm f4와 400mm f2.8을 가져왔는데 사지도 못 하는데 약간 놀리는 건가 싶기도...



 G Master 출범 이후 세가지 컨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진일보를 보인 부분은 고성능, 그러니까 AF 부분일 겁니다. 사실 G Master 런칭 렌즈들의 AF 성능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나온 3대 렌즈(24-70GM, 70-200GM, 85.4GM) 중에서 24-70GM만이 고성능 AF의 기준에 충족된다고 할 수 있었죠.

 당시 소니 모터는 대구경 렌즈를 감당하기에 힘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G Master 출시 당시 선보였던 모터가 Direct Drive SSM이지만 85.4GM과 70-200GM은 링드라이브 SSM을 택했습니다. 사실 링드라이브 SSM은 G Master의 오리지널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A 마운트 시절부터 쓰이던 다소 구시대의 유산이었죠.

 여튼 이후 나온 소니 렌즈들은 대체로 이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16-35GM이나 24.4GM 같은 렌즈들은 24-70GM과 더불어 DD SSM으로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후 400GM 렌즈에서 eXtream Dynamic Linear, 줄여서 XDL 모터가 등장합니다. 이 모터야말로 기존 대구경 렌즈의 문제점이었던 약한 힘을 해결하면서도 초점 정확도까지 동시에 확보한, 이를테면 G Master의 가장 기념비적인 모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35mm f1.8 GM은 물론 최근 발표된 크롭용 16-55G나 70-350G에도 채택되어 성능을 뽐내고 있습니다. 크롭용 G 렌즈들은 DD SSM으로도 퍼포먼스가 충분할텐데 XDL을 채택한 건 앞으로 고급렌즈에서 모터는 XDL로 일원화 할 거라는 의미로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G Master 신제품들이 더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오늘날 기준으론 85.4GM이나 70-200GM이 XDL로 나온다면 그간의 불만이 다 사라질 듯 합니다만, 렌즈 리뉴얼이 그렇게 빨리 이뤄지진 않을거란 게 유감스런 부분입니다. 16-35GM이나 24-70GM의 퍼포먼스는 DD SSM으로도 충분하지만, AF 모듈을 대구경화 하게 된다면 화질 향상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썬 XDL이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은 걸 아쉬벡 생각할 뿐입니다. 24-70GM에 11매 조리개, 85.4GM과 70-200GM에 XDL로 리뉴얼해주면 딱일 듯 한데...



 사실 고해상력, 고성능은 고급 렌즈 브랜드라면 어디나 다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고, 진정 소니가 타사와 차별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보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케 관련에도 좀 시간을 들였네요. "아름다운 보케"는 대단히 주관적인 개념입니다만, (미놀타에서 이어져온) 소니 엔지니어들은 세가지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주변부까지 원형을 유지하는 보케, 색수차와 연삭흔이 적은 깨끗한 보케, 그리고 조리개를 조여도 원형을 유지하는 것.



 주변부까지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구경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을 쓰게 되지만, 색수차와 연삭흔 쪽은 다소 복잡합니다. 가공정밀도를 높인 비구면렌즈 XA 렌즈를 통해 이를 실현했습니다. 다만 모든 G Master의 비구면렌즈가 다 XA 렌즈는 아니라 일부 렌즈는 완전히 깨끗하진 않습니다. 조여도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AF 렌즈로썬 처음으로 11매 원형조리개를 도입했습니다. 맨 처음의 보케 시뮬레이션은 다소 기호적인 부분인데, 소니는 여러 형상 중 맨 마지막의 테두리가 선명하지 않고 부드럽게 흐려지는 형태를 선호합니다.



 11매 원형 조리개를 자랑하고 있긴 한데, 사실 G Master에도 9매 조리개가 몇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24-70GM이 9매 조리개라는 점을 출시 때부터 아쉬워했네요. 이제 경쟁사들이 11매 조리개 표준줌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소니가 보케의 독보적 왕좌에 있던 시기도 슬슬 끝나가는데 어떤 수를 내놓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다만 대구경이나 11매 조리개 같은 비교적 쉬운(?) 방법 외에 아직도 차등되고 있는 부분은 양파링이 안 생기는 XA 렌즈라고 생각되네요. 이것 만큼은 아직 경쟁사 어디에도 비슷한 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타사의 핵심 렌즈는 대개 나온 상황에서 아직 XA 렌즈의 대안은 없다는 점이 소니에겐 한동안 이어질 이점을 제공할 듯 합니다.

 중간에 재미있었던 언급은 자이스와 G Master, G 라인업의 특징과 포지션이었습니다.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가 3개나 되서(타사는 보통 하나죠;) 소니가 혼란을 자초하긴 했습니다. 당초엔 자이스와 G가 약간 영역구분을 하고 동급인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가격대나 라인업이나 G Master가 명백한 원탑으로 보입니다.

 G와 G Master의 서열은 명백하지만 자이스는 조금 더 미묘하긴 합니다. 자이스가 밀려난 건 순전히 많은 렌즈가 나오지 않아서지요. 그래도 아직 렌즈가 몇개 있고, 컨셉 차이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자이스는 차가운 톤, G Master는 따뜻한 톤이고, 자이스는 해상력과 마이크로컨트라스트 중시, G Master는 해상력과 보케의 균형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자이스 렌즈들의 보케는 G Master의 기준으론 별로 좋은 보케는 아닙니다. 특히 비 소니 자이스들은 더 그렇죠.(바티스 보케들은 둥글거나 부드러운 모양과는 거리가 멉니다) G Master의 보케도 좋기는 합니다만, 전 자이스의 마이크로컨트라스트와 푸른 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인물보다는 풍경이나 정물을 많이 찍어서 그럴지도 모르지요. 미놀타 시절부터 알파는 인물촬영 중시 성향이 강했고 G Master도 그렇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이 "인물사진에 적합한 부드러움, 따뜻한 톤, 보케"라는 개념은 다분히 문화권적 차이가 있는 개념입니다. 미놀타~소니의 노선은 동양적 관념에 가깝고, 자이스의 강렬한 컨트라스트는 보통 인물사진에서 피부 디테일이 너무 살아난다든가 하는 이유로 꺼리는 경향이 강합니다만 다른 종류의 인물사진-르포 사진 같은-에서는 이런 특성이 오히려 강렬하다는 이유로 더 선호됩니다. 결국 특정 장르보다는 표현의 취향 문제라고 해야겠죠.



 오늘 풍경 촬영에 적합한 렌즈 추천이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 장소가 화성 서장대인데, 여긴 피사체와 거리가 좀 되는 편이고 충분히 시야가 넓어서 16-35GM은 활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표준렌즈는 언제나 무난하니까 적절한 선정이고, 높은데서 찍는 풍경을 생각하면 100-400GM의 추천도 납득이 됩니다. 저라면 여기서 16-35GM을 빼고 135.8GM을 넣었을 거 같습니다. 망원이면서 밝아서 야경에 좋으니까요.



 마지막으로 a7R IV에 대한 홍보가 있었습니다. 풍경 촬영이라 더 최신인 a9 II보단 이쪽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네요. 저도 a7R IV를 렌탈 기종으로 선정했습니다. 카메라 자체에 대한 탐색도 곁들이려고... 더 고화소가 된 거라든가, 그립 향상, 조작감 향상 등은 이미 다 알려진 부분입니다.



 소니 카메라 역사를 소개하는데 설마 마비카가 또 나올 줄은 몰랐네요. 디지털센서를 처음 개발한 건 코닥이었지만 실제 카메라로 시판한 건 소니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저해상도라는 인스타그램 이미지의 1/4 수준 밖에 안 되는 27만 화소에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 저장하였습니다.



 막간의 렌탈 장비 구경. 의외로 인기가 없어서 남아있던 렌즈가 24.4GM과 135.8GM이네요. 대부분 16-35GM, 24-70GM으로 무장한 듯 했습니다. 저는 70-200GM을 빌렸으며 개인렌즈로 16-35GM, 24-70GM, 바티스 135를 가져왔습니다. 개인 바디로 a7R III도 가져왔는데 최신기종 체험이 목적이면 개인 바디는 가져오지 않는 게 좋겠더군요. 쓰지도 않고 짐만 됐습니다.



 풍경, 광고사진 전문이라는 김주원 작가의 야경 촬영에 대한 세미나가 이어졌습니다. 사실 이게 세미나 본편이라 할 수 있죠.



 야경은 언제나 계획이 중요하다는 강조. 일단 일몰시간 확인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일몰 후 언제가 가장 보기 좋은가? 일몰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1시간 이후라고 하는군요. 참고로 이건 어디까지나 '야경' 사진을 얘기하기 때문에, 노을 사진(골든아워) 같은 건 당연히 그보다 더 이른 시간이어야 합니다. 일몰 후 1시간이 야경에 가장 좋은 건 그때 하늘이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서 하늘과 지상의 노출 차가 적고 푸른색이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블루아워라고 하죠.



 그다지 못 듣던 용어인데 시민박명(가렸네요), 항해박명, 천체박명으로 일몰 시의 밝기와 색에 대해서 언급해줬습니다. 세 명칭은 각각 그 활동을 하는 한계치를 의미합니다. 시민박명은 상용박명이라고도 하며 육안으로 확인이 용이하고 활동이 용이한 시간대입니다. 항해박명은 항해에 중요한 수평선 확인이 아직 가능한 시간입니다. 천체박명(천문박명)은 별이 대체적으로 관측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성운 같이 어두운 천체는 이보다 더 나중, 즉 심야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특정 촬영 장소에서의 일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TPE라는 걸 소개해 주었습니다. 웹용은 무료이고 모바일은 유료라는군요.(링크) 기본적으로 최소 수시간 전 사전계획되는 촬영이기 때문에 웹용 무료를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말씀. 오늘 목표인 서장대를 기준으로 일기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가이드를 마치고, 나머지는 실전에서. 출동!



 오늘의 표준 장비. a7R IV와 24-70GM입니다. 세미나 시간 동안 조작과 관련된 세팅은 다 마무리해서 제 것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전 인제 스피디움 행사에서는 바디 세팅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개인 바디를 더 열심히 썼었네요.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았지만 달은 먼저 떠올랐습니다.



 핵핵거리며 올라가는 중. 저는 보통 장안문 쪽에서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쪽은 팔달문에 가까운 쪽의 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루트입니다.



 저질체력에 힘겨워하며 서남암문까지 도착. 여기부턴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타고 이동합니다.



 서장대가 보입니다. 하늘은 지금이 최고인데... 도착 하고 준비하면 살짝 늦을 거 같네요.



 서장대 뒤로 해가 지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면 노을이 어울렸을 듯 합니다. 지금은 노을이 거의 지평선으로 붙어서 미미하게 보이네요.



 서장대에서 보이는 수원 시내. 왼쪽 아래에는 화성행궁도 있습니다. 몇분만 더 일렀으면 딱 좋았으려나. 2% 아쉽네요.



 수원 시내와 달.



 요즘 맛들인 바티스 135로도 촬영해 봅니다. 밝기 생각하면 135.8GM이 땡기고 심지어 시세까지 더 싸지만 저는 인연이 닿아서 저렴한 가격에 바티스 135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리개값이 아쉽긴 하지만 광학적으로는 거의 무결한 렌즈라 쓸 수록 놀랍고, 렌즈 손떨림 보정이 가끔 큰 도움이 됩니다. 어차피 장노출 촬영이라 135.8GM 대비 불리한 점은 크게 없을 듯 싶습니다.



 기껏 빌렸으니 70-200GM도 써봅니다. 체험단도 하고 사고 내팔기도 반복했는데 언젠가는 제 손에 완전히 들어올지... 하지만 역시 200mm 정도론 이 위치에선 좀 부족합니다. 100-400GM이 고픈데 또 높은 곳이라 바람이 좀 있어서 경통이 나오는 렌즈는 불편함도 있을 듯 합니다. 안그래도 조리개도 더 어두우니 말이죠.



 완전히 어두워진 뒤의 서장대. 어두워진 뒤에는 하늘이 컴컴해져서 약간 재미없는 사진이 됩니다. 하지만 블루아워는 짧기 때문에 지나가고 나면 컴컴한 하늘이라도 감수하고 찍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꼼꼼한 계획과 준비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말씀.



 서장대 뒤의 서노대에 올라가서 프레임 속 프레임 구도를 시도해봤습니다. 좁은데다 원하는 사람이 많아 많이 찍긴 어렵네요.



 팔달문과 수원제일교회. 성당을 연상시키지만 예수교장로회 계열입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며... 이 구도는 김주원 작가와 함께 하산하는 중 촬영각을 잡으시길래 따라 찍은 사진입니다. 성벽의 조명선이 성벽으로 안내하는 구도가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사실 삼각대 사용이라거나 시간대 외에 제가 딱히 활용할 수 있는 건 현장에선 없는 상황이었지만, 촬영 자체보다는 작가와의 자잘한 질답에서 더 많은 걸 얻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더불어 다른 분과 작가가 대화를 나누면서 들은 사소한 얘기들 모음입니다.


Q: 오로라 촬영을 가려는데 어떤 대비를 해야할까?
A: 일단 저온 대비가 중요하다. 카메라 배터리는 쓰지 않을 땐 빼놓고 촬영 시에도 감싸놓거나 히팅을 하라. 센서에 결로가 생기면 끝이다. 밖에서 절대 열지 마라. 렌즈는 16mm나 그 이상의 초광각인 게 좋다. 오로라는 높은데 지형이 안 나오면 너무 썰렁한 사진이 된다. 줌렌즈는 어려우니 삼양이나 수동 단렌즈를 마련하는 게 좋다. 카본 삼각대는 저온에서 깨져 버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오히려 금속이 더 안전하다. 지금 사용하는 시루이 카본 삼각대는 괜찮았고 대륙의 실수라 불릴 만큼 만족하고 있다.


Q: 야외 촬영이 많은데 먼지는 어떻게 하나?
A: 숙소에 가더라도 블로워로는 한계가 있다. 매틴 비스고 센서 클리너를 이용한다. 센터에서도 같은 식으로 청소한다.


Q: 가장 좋아하는 렌즈는 무엇인가?
A: 16-35ZA와 70-200G이다. 둘 다 f4인데 삼각대, 장노출 촬영엔 조리개값이 별로 필요 없고 해상력에 아쉬움도 없다.


Q: 좋은 사진을 안 놓치는 법은?
A: 한 곳에서 계속 찍지 말고 움직일 것. 좋은 삼각대를 늘 갖고 다닐 것. 그리고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 찍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

 혹여 세미나에 가시게 된다면 촬영도 좋지만 여유가 있다면 작가에게 들러 붙어서 질문공세로 영업비밀을 발라 먹으십시오. 그게 제일 남는 장사입니다. 필드 팁 같은 거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세미나는 여기까지입니다. 경품 추첨이 있었지만 역시 복이 없는 저 답게 그냥 꽝이었고요, 그대로 집으로 가려다 잠시 광교호수공원에 들렀다 돌아왔습니다.



 광교호수공원의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몇장 찍지도 않고 돌아왔는데 그건 장비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세미나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보정하고 정리하면서 하드웨어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했습니다. 오늘 새 하드웨어는 두가지였습니다. 세미나에 렌탈한 a7R IV가 있고, 얼마 전 구입한 RMT-P1BT 블루투스 리모콘입니다. 삼각대 촬영이라 릴리즈가 필요해서 마침 들고 나갔습니다.



 먼저 RMT-P1BT 블루투스 리모콘부터. 거의 7만원 짜리인데 사실 마감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싸굴틱한 수준은 아닌데 그렇다고 고급스럽지도 않고, 얼마나 썼다고 기스도 쉽게 났습니다. 버튼 조작감도 아주 좋다고는... 솔직히 5만원 정도여야 적당할 거 같은 품질입니다. 기능 면에서는 바디에 추가로 리시버 같은 걸 달 필요 없이 적외선이 아니라 무선통신으로 된다는 게 강점입니다. 슬슬 추워지는데 주머니에서 안 꺼내고 조작 가능한 게 장점이죠.

 또 소니 순정이다보니 단순 셔터 조작 외에 추가 버튼들도 있습니다. 스틸/무비 모드가 있고, AF-On이나 C1 커스텀버튼이 이용 가능합니다.(커스텀 버튼을 좀 많이 넣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때문에 설정을 바꿔야하니) 무비 모드에서는 +- 버튼으로 줌 조작이 가능합니다. 파워줌렌즈가 아니면 JPG 모드에서 디지털줌만 되는데, 삼각대에 파워줌 렌즈 이용 시엔 도움이 될 듯.

 가장 신박한, 듣도보도 못 했던 조작은 바로 포커스 조정입니다. 레버를 줌에서 포커스로 바꾸면 +- 버튼이 초점 조작으로 바뀝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리모콘으로 수동초점을 조작하는 겁니다. 삼각대 촬영 시에는 MF로 정밀 조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차피 전자식인지라 초점링 돌리면서 손으로 강약조절 하느니 이렇게 아예 디지털로 조작하는 게 더 낫겠더군요. 유일하게 이해 안 되는 점은 MF 모드일 때 되게 해놨는데(이건 당연) 렌즈의 AF/MF 스위치로 MF로 바꾸면 안 먹힙니다. 바디에서 MF로 해야 먹힙니다.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렌즈의 AF/MF 스위치는 뭔가 신호를 부분적으로 끊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나보죠. 하지만 렌즈 레버만 믿고 바디에 AF/MF 전환 버튼을 세팅해놓지 않았다면 복잡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한편으로 AF/MF 스위치 없는 서드파티 렌즈의 불리함이 상대적으로 상관없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만... 여튼 체험의 일관성이란 면에서 좀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메뉴얼이나 카메라 메시지 상으로도 이러면 안 된다는 내용도 어디에도 없더란 말이죠. 혼자 삽질하다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불만. 블루투스 위치정보 연동과 동시에 이용할 수 없습니다. 설정에 리모콘 켬/끔이 있는데 리모콘 켜면 무조건 리모콘 우선입니다. 리모콘을 포기해야 스마트폰 연결이 됩니다. 삼각대 촬영을 하는데 GPS 정보를 기록할 수 없다니 이런 뼈저린 결점이. 카메라 블루투스가 동시연결이 안 되게 만들어져 있는 거겠죠. 리모콘과 스마트폰 연결은 프로파일이 다를 겁니다만, 다른 프로파일 동시 이용도 안 되는 하드웨어라는 얘깁니다. 역시 GPS 기록은 그냥 서드파티 앱으로 따로 해서 나중에 합쳐야겠습니다.



 다음은 a7R IV. 좋은 점부터 얘기하는 게 먼저겠네요.

 버튼 스트로크가 좋아서 누르는 느낌이 좋습니다. 뷰파인더 해상도 올라간 게 확실히 체감 됩니다.(하지만 반셔터 하면 해상도 떨어지는 건 여전합니다.) 포트 커버 등이 더 고급스럽고 신뢰가 갑니다. 노출보정 다이얼의 락은 딱히 크게 불편하다거나 절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있어서 나쁠 건 없습니다.(제발 모드 다이얼도 토글로 해주세요.) 그리고 약간 의외지만 전반적인 메뉴 이동 자체가 더 빠르고 쾌적합니다. 메뉴 자체야 여전히 개판 5분 전이지만요.

 연사속도는 동일하고 버퍼는 눈꼽만큼 줄었지만 50%나 화소수가 늘어났음에도 메모리 속도도 크게 뒤지지 않게 향상되어서 버퍼 속도는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었습니다. 리얼타임 트래킹은 이번엔 쓸 기회가 없었는데 뭐 당연히 잘 되겠죠. 의외로 그냥 그랬던 건 그립입니다. 딱히 더 편해졌다는 느낌은 안 들고 여전히 새끼손가락이 놀아서 L 플레이트가 필요하겠습니다.

 다음은 단점...이라기보단 제가 기대했던 것과 어긋난 부분입니다. 일단 a7R IV의 센서입니다. 6100만 신센서는 화소를 늘리면서도 노이즈와 DR 성능을 동급으로 유지했다고 합니다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픽셀 단위 SNR과 DR은 마크 2/3의 4200만 센서보다 떨어집니다.

 DR 15스탑 얘기는 마크 2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이건 사실 800만 화소로 리사이즈 했을 때의 측정치입니다. 동일 사이즈 리사이즈에선 고화소가 언제나 유리한데, 사실 거기서 동급이란 건 고화소를 발휘하는 여건에선 떨어진다는 거나 같은 얘기죠. DR은 뭐 이번 촬영에선 딱히 측정할 만한 여건은 아니었지만 벤치마크 상으로는 명백합니다.

 DR이야 그래도 최상급이라고 한다면, 고감도 성능은 그보다 조금 더 실질적으로 손해를 느낍니다. 단순히 SNR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리사이즈 시에도 고화소의 이점을 무효화 시킬 만큼 노이즈가 더 많습니다. ISO 800까지는 마크 3와 얼추 비스무리한데, 그 뒤에는 차이가 꽤 벌어집니다.

 단순 SNR보다 더 신경쓰이는 점은 프레임 전체의 균일도가 떨어지는 점과(블루밍이 다소 생깁니다), 암부 그린캐스트가 생기는 점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ISO 6400을 상한선으로 설정해두고 썼습니다만, 마크 4에서는 3200~4000 정도가 한계일 거 같습니다. 6400에서는 픽셀 단위 SNR 만이 아니라 프레임 전체의 깔끔함을 깨트릴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이건 상당한 저조도의 경우의 얘기이고, 물리법칙 상 ISO가 높아도 밝은 이미지라면 별 문제는 안 될 겁니다.(노이즈에 대해선 과거 번역한 글을 참고하세요. 노이즈란 무엇인가?: 노이즈의 원인 1부, 노이즈의 원인 2부: 전자노이즈) 다만 저에겐 마크 3의 노이즈 성능이 감당할 수 있는 하한선이었다고 해야겠습니다. 고화소를 원하면서도 노이즈 성능까지 어느정도 바라는 입장에서 마크 3 센서는 아주 절묘한 밸런스였습니다. 심지어 마크 2 센서 그대로 쓴 거니까 마크 2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나 느끼게 되죠.

 아무래도 마크 4는 소니의 고화소 욕심이 다소 앞섰던 것 같습니다. 노이즈와 DR 측면에서 같은 사이즈로 리사이즈 한다고 해도 마크 4가 가지는 리드는 거의 ISO 640 정도까지 밖에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 이후에는 노이즈가 디테일을 잡아먹어서 고화소의 이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뭐 크게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더 큰 용량을 잡아먹는 메리트는 없어집니다. 사실 마크 2 센서 이후 소니에서 스스로 자랑한 신기술은 화질과 무관한 적층메모리 기술 뿐입니다. 그러니 마크 4는 눈에 띄는 기술적 진전 없이 화소수를 늘린 센서라고 할 수도 있겠죠.

 단순히 마크 4가 마크 3보다 센서가 구리다거나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마크 4가 마크 3의 발전형이라기보다는 약간 다른 카메라라고 얘기하는 게 더 맞겠죠. 마크 3는 고화소 기종으로썬 신기할 정도로 퍼포먼스/고감도 성능의 밸런스가 좋았던 반면, 마크 4는 더 고화소가 됐는데도 퍼포먼스는 잃지 않았지만(연사, 쓰기 성능은 거의 동일합니다. 사실 50%의 화소수 증가를 생각하면 충분히 대단한 일이죠) 고감도 성능은 다소 희생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핸드블러나 셔터쇼크의 취약함도 더 드러나게 됐습니다. 포럼에서 사용자들은 핸드블러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삼각대 촬영 경험으로는 셔터쇼크의 영향도 오히려 커진 것처럼 느겨집니다. 사실 마크 4에서는 충격을 저감시키는 새 셔터가 채택됐습니다만, 그래도 화소수 증가를 완전히 만회하기엔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특히 삼각대 촬영이라도 브라케팅 연사 같은 걸 하면 엄청 흔들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브라케팅은 끊어 촬영도 된다는 점이죠. 사용 시 참고하는 게 좋겠습니다. 6000만 급에서 이미 기계셔터로는 슬슬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위로는 전자셔터가 필수일 듯 합니다. a9급 연사성능이 아니더라도 젤로 억제를 위해서만이라도 적층메모리는 몇년 안에 반필수가 될 거 같습니다.

 마크 3는 고화소 카메라임에도 충분히 핸드헬드, 전천후 카메라의 범주에 넣을 수 있었던 반면, 마크 4는 조금 더 특화된 쪽으로 보입니다. 이건 단순히 더 고화소라서는 아닙니다. 고화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크 3보다 더 제한된 조건에서, 신경써서 써야한다는 얘기입니다.

 마크 3의 대단했던 점은 고화소인데도 그런 문제점을 겪을 여지가 적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a7R III를 a7 III 쓰듯이 사용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써도 별 상관 없을 만큼 전천후성에선 거의 차이가 없는 카메라였습니다. 포럼의 화두도 고화소에 어울리는 고성능 렌즈나 파일 용량 정도였으니 실제 촬영 체험에는 별 차이가 없었단 얘기죠.

 하지만 마크 4는 그보다 더 특화된 카메라로 보입니다. 주광이나 조명 하에서는 50%나 되는 화소증가는 막강한 위력을 발하겠죠. 하지만 조명 조건을 컨트롤 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더 저화소인 카메라들보다 취약해집니다. 이게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마크 3는 2400만 카메라들 만큼 저조도 성능이 좋았다는 게 차이점이죠. 마크 4는 좀 더 고전적인 고화소 카메라의 포지션을 갖게 됩니다.

 이 카메라가 신라인업이 아니라 마크 4로 나온 건 a7R 시리즈의 오랜 사용자로썬 꽤 뼈저린 부분입니다. 후속작이 전작보다 모든 면에서 낫지 않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점점 커져왔으니 휴대성은 빼고) 이렇게 제품 포지셔닝이 변경될 경우 기존 제품 사용자는 대단히 곤란한 상황에 놓입니다. 트레이드오프를 감수하고 후속기를 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선호하는 포지셔닝의 다른 라인업을 찾아야 할까?

 더 곤란한 점은 현재 마크 3의 완전한 대안은 없다는 점입니다. 마크 2/3 센서의 대단한 점은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경쟁사 센서에 꿀리는 구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타사의 4500만급 센서와 거의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소니의 AF는 업계 최고니까요. 렌즈군까지 얘기할 것도 없겠죠. 결국 마크 4의 일장일단으로 트레이드오프를 하든지, 아니면 마크 3를 고수하든지로 귀결됩니다. 타사로 넘어가기에는 마크 4로 가는 것보다 손실이 더 큰 상황입니다.

 사실 이런 차이를 생각해서 소니는 계속 마크 3의 출하를 유지할 듯 합니다만... 업데이트가 중단된 구형 기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빨간 측거점 플리즈!) 포지셔닝이 약간 다르지만 같은 라인업의 다른 세대라서 오는 한계죠. 아예 다른 라인업이라면 계속 업데이트를 기대하겠지만... 소니에선 구형기종을 가격인하 하고 유지하는 식으로 가격대를 커버하고 있지만, 편의성 면에서는 낡아가는 걸 피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실 전 다음주 쯤 마크 4를 구매하려고 살짝 들떠있던 상태였습니다. 11월 말에 여행을 가는데 거기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죠. 하지만 마크 4를 실전에서 체험해보고 나니, 제 용도에서는 아직 마크 3가 더 적합한 게 분명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유혹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닙니다. 리얼타임 트래킹이나 빨간색 측거점[...] 같은 부분들, 뷰파인더와 버튼의 향상은 여전히 매력점입니다.

 과연 그것을 위해 고감도 성능을 포기하고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그리고 조금만 감도가 올라도 쉽게 무효화되는- 고화소를 감수할 것인가? 물론 소니 6100만 센서는 타사 4500만급 센서에 그다지 뒤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마크 2/3로부터 세월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남습니다. 만약 마크 3에 리얼타임 트래킹이나 측거점 색상 업데이트를 해줬다면 고민 따윈 하지 않겠죠. 고화소 뷰파인더가 아른거리긴 하겠지만요.

 고민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여행은 10일 정도 남았으니 많은 시간은 아니죠. 이런 경우엔 Maximum Preparation의 욕구 때문에 구매로 기울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덧글

  • teese 2019/11/11 03:25 # 답글

    스튜디오용 초고화소 바디는 따로 좀 운영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니면 m라인업에서 로우패스 필터를 좀 빼주던지요.
  • eggry 2019/11/11 09:36 #

    R3 마르고 닳도록 쓰기 vs 감수하고 R4로 가기 vs a7이 고화소 되길 기다리기 vs 타사 가기

    어느 쪽도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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