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1 프로 한달 사용기 1부 - 전반적인 체험 by eggry


 9월 말 홍콩판으로 구한 뒤 한달 가량 썼습니다. 한국에도 정식발매 됐고 뭐 리뷰야 수두룩하게 있죠. 벤치 같은 거야 그런거 보시면 되고 이건 전적으로 제 감상에 대한 것입니다. 두 파트로 나눌 생각인데 사실 두번째 파트는 그냥 카메라입니다. 카메라와 카메라 외의 모든것- 이라고 해야할 거 같네요. 작년엔 맥스를 샀는데 그것도 무거웠는데 더 무거워졌다길래 작은 걸로 샀습니다.




빌드퀄리티 구매한 색상은 미드나이트 그린. 앞이야 그냥 X~XS랑 똑같습니다. 뒤가 핵심일텐데, 사실 전 국방색이란 표현은 약간 과장된 놀림거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보면 그렇게 녹색끼가 강하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폰으로 찍다보니 화밸이 좀 틀어지긴 했는데, 어두운 녹색처럼 보일 때와 회색처럼 보일 때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입니다. 가장 맑은날 빛을 잘 받을 때만 녹색톤이라는 걸 어느정도 볼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처음 보면 그냥 스페이스그레이라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측면 프레임도 녹색톤이지만 역시 어두워서 눈치채기 쉽지 않습니다.

 후면 유리의 마감에 대해선 저는 마음에 드는 쪽은 아닙니다. 프로스티드 글래스(일명 간유리) 처리 했는데 지문은 안 남지만 그립감은 극악입니다. 손에서 아주 잘 미끄러집니다. 후면을 전반적으로 간유리로 한 대신 카메라 인덕션 모듈은 유광으로 처리했습니다. 아이폰 11은 이게 반대라서 후면이 유광이고 카메라 쪽이 무광입니다. 하지만 그쪽도 카메라 테두리는 유광인데, 사실 프로랑 조립구조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프로는 후면부터 렌즈 테두리까지 전체가 통짜 유리입니다. 일반 아이폰 11은 카메라 사각형 까지만 통짜이고 렌즈 테두리는 별도 금속 부품으로 보입니다.



인덕션 말 많았던 트리플 카메라 인덕선 배치. 확실히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가공 품질은 감탄이 나오긴 하는데 지오메트리적 아름다움은 그다지 느끼지 못 합니다. 타사 트리플 카메라와 다르게 이렇게 배치한 이유는 가상의 공통된 한 촬영지점으로 합성시킬 수 있도록 하여 코사인 오차를 최소화 하기 위함입니다. 카메라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부분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지만 아직 완전하진 않습니다. 주된 이유는 아직 카메라 셋을 풀파워로 동시에 활용하기엔 프로세서 성능이 떨어져서입니다.

 어쨌든 크기가 작은 논맥스 기준으로는 카메라 모듈은 좀 커 보입니다. 아름답다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하지만 제가 보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진 않습니다. 사실 이제 아이폰 쓰면서 미관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별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냥 성능 좋은 거, 최신 쓰고 싶어서 쓰는 거지. 실제로 카메라 생김새 때문에 안 살 사람은 어차피 극소수라고 봅니다. 대부분은 원래 살 사람, 원래 안 살 사람이죠.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상관 없는 부분입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 크기는 X부터 계속 동일합니다. XS 맥스 쓰다가 오니 작은 게 느껴지긴 하는데, 휴대의 편의성이 더 크게 와닿아서 그리 불만은 없습니다. 애초에 큰 화면 필요한 건 그냥 아이패드로 하자는 쪽이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스펙은 기존과 거의 같지만 밝기 스펙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화면평균 최대 800니트,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1200니트까지 올려서 컨트라스트를 향상시킬 수 있게 했습니다. 확실히 주간 시인성이 향상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색재현 같은 부분은 사양이 그대로인 만큼 별 차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120Hz는 안 됩니다. 프로답지 못 하군요.

퍼포먼스 전작의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지금도 A13 다음으로 강력한 폰 프로세서입니다. A13이 새 이름이 아니라 바이오닉이란 이름을 그대로 가진 건 혁명적인 변화보다는 최적화적인 개선이고 연장선상이란 의미라 볼 수 있습니다. A12가 이미 가장 빠른데 그보다 조금 더 빠른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체감이 되기는 합니다. 되기는 하는데... 그정도는 눈치채지 못 하는 사람도 많을 거고 이 차이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걸로 봅니다.

 CPU 향상은 비교적 정체되어 있지만 GPU는 그보단 조금 더 낫습니다.(하지만 저는 게임을 안 해서 체감은 잘 모릅니다) 공정이 그대로 7nm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선은 최적화 위주로 이뤄졌습니다. 가장 트랜지스터 수가 많이 늘어난 건 뉴럴엔진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사용처도 성능을 체감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개선은 전력효율, 발열관리 측면의 개선으로 모든 프로세서가 전보다 더 높은 성능으로 더 오래 작동되며, 저전력 모드도 더 효과적입니다.

 현재 모바일 프로세서 기술에서 애플에 대적할 상대는 어느 코어를 들더라도 없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GPU 조차도 지난해부터 퀄컴을 크게 따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강력한 성능-몇년 전 프로급 노트북에 맞먹을-만으로 프로 이름을 붙이기엔 스마트폰의 폼팩터에서 가능한 건 명백히 한계가 있습니다. 4K 동영상 인코딩을 왠만한 노트북보다 잘 한다고 해도 이 화면과 주변기기 확장성으론 원만한 편집은 무리입니다.

 경쟁사의 성능개선이 지지부진한 지금 아이폰 프로세서의 성능은 전적으로 아이패드, 그리고 장기적으로 ARM 맥북을 위한 푸시의 부산물이지 아이폰 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물론 "견줄 데 없는 성능"이란 건 절대 사양할 것이 아니고 실제로 일상적으로도 도움이 되긴 합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성능향상은 거절할 필요가 없죠. 지금으로썬 어디까지나 언젠가 활용될지도 모를 가능성을 재워둔 정도로 느끼긴 합니다.

페이스 ID 페이스 ID 하드웨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프로처럼 가로 인식이 안 됩니다. 30% 더 빨라진 속도를 얘기하는데, 이것 중에서 25% 정도는 iOS 13의 덕이라고 보여집니다. 나머지 5%는 더 빨라진 프로세서 때문이고요. 사실 작년 XS 때도 인식 빨라진 거 나왔는데 그것도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선이었습니다.

 하드웨어 센서 자체의 개선은 없지만 인식범위 개선은 확실히 있습니다. 전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됩니다. 차세대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책상에 놓고 쓸 때나, 침대에 누워서 쓸 때 필요한 최소거리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제 한단계만 더 나아지면 인식각도와 거리 문제는 거의 해소될 거 같습니다. 가로인식도 추가하고요.

네트워크 5G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LTE 스펙은 문제가 없지만 근래 한국의 5G 이행에 따른 LTE 품질 저하와 인텔 모뎀의 떨어지는 성능이 겹치면서 실성능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특히 저는 KT라서 더 심각하게 느끼는데 심할 때는 속도 테스트에서 10Mbps도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잘 나올 땐 100Mbps까지 나옵니다만. WiFi 6를 지원합니다만 공유기를 갖고 있지 않아서 비교할 순 없습니다. 801.11ac 상으로는 벤치로 500Mbps까지 나옵니다. 안테나 등 스펙을 고려하면 한계치까지 뽑아주고 있다고 봅니다.

 내년 아이폰은 5G가 될 게 거의 확실합니다. 인텔로부터 모뎀사업부를 사들였지만 인텔 5G 모뎀 프로젝트 자체가 지연되고 있어서 내년 아이폰은 퀄컴 모뎀이 될 예정입니다. 내년 모델의 네트워크 성능이 좋을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관건은 애플제 모뎀이 언제 등장할 것이냐(21년? 22년?), 그리고 기본적으로 원천기술, 특허, 인력이 인텔에서 온 마당에 애플이 주인이 됐다고 다른 성능을 내줄 것이냐- 가 되겠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트 여전히 라이트닝 포트입니다. USB-PD 고속충전이 되지만 역시 전용 케이블을 써야합니다. 그나마 MFI 라이센스를 풀어줘서 이젠 애플 순정만 쓰지는 않아도 되긴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처럼 USB-C를 탑재하고 외장 스토리지나 주변기기 이용이 원활했다면 프로란 이름이 조금은 그럴싸했을텐데요. 그래도 최소한 프로에는 18W 충전기를 넣어주긴 했습니다.

햅틱 터치 3D 터치가 사라지고 햅틱 터치가 들어갔습니다. 작년 아이폰 XR이 3D 터치 없이 나오고, 그에 맞춘 인터페이스를 OS 상에서 도입할 때부터 짐작했던 거긴 합니다. 이용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저는 몇몇군데 빈번하게 이용하던 게 있었고(주로 키보드 커서 이동) 바뀐 조작은 전보다 덜 직관적이고 더 느립니다. 익숙해져 가곤 있지만 마음에는 안 듭니다. 하지만 그 트레이드 오프로 얻은 것이 더 크군요.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카메라와 더불어 가장 큰 개선점이라 생각하는 게 배터리입니다. 아이폰 11 프로와 프로 맥스의 배터리는 전작 대비 5시간 늘어났다고 합니다만, 전작이 몇시간인가 찾아보니 X보다 또 몇시간 늘어났다고 하고... 퍼센테이지론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략 아이폰 11 프로가 아이폰 XS 맥스 만큼 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프로 맥스는 맥스맥스(?) 정도 되겠고요. 프로는 약간 간당간당하다 생각하지만, 프로 맥스는 실질적으로 하루폰이 될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그러고도 배터리 케이스도 나온다고 합니다.

 배터리가 크게 늘어난 요인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프로세서의 전력관리 개선. 다른 하나는 배터리 용량의 큰 증가입니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비율로는 역대 세대교체 중 가장 큰 수준입니다. 거의 같은 크기(살짝 두껍긴 합니다만)에 큰 배터리가 가능해진 건 3D 터치의 삭제 때문입니다. 3D 터치가 스크린 레이어에서 차지하는 두께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군요.(그리고 XR 대비 11의 개선치가 적은 이유는 원래 없었기 때문입니다. XR이 애초에 괜찮았던 것도 그 이유고요.) 또 L자 배터리도 분리되어 있던 게 일체형으로 바뀌어서 공간을 더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11 프로는 하루폰은 안 됩니다. 하지만 맥스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XS 맥스 만큼 배터리는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제 헤비한 이용패턴에선 어차피 프로 맥스도 하루폰은 못 됩니다. 결국 둘 다 한번은 충전해야 하는데 휴대성 면에서(그리고 가격 면에서도) 11 프로로 기울었습니다.

 절전모드 이용 시에는 충분히 하루폰도 됩니다. 그리고 절전모드에서의 퍼포먼스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버터스무스에서 스무스 정도가 될 뿐입니다. 백그라운드 리프레시가 심해집니다만, 현재는 절전모드가 아니라도 원래 좀 그래서 오히려 별 차이가 없습니다.[...]

 6와 6플러스가 나올 때부터 저는 작은 폰 취향이었지만 플러스 모델에만 듀얼 카메라를 준다거나, 배터리가 더 고프다거나 하는 게 7플러스와 XS 맥스를 쓴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카메라와 배터리 모두 11 프로에서 충분하니, 주머니가 터질 것 같은 폰이 아니어도 됩니다. 정 하루폰이 필요하다 싶을 때는 조만간 나올 배터리 케이스를 쓰려 합니다. 맥스 사이즈가 아니라 부담도 적을 거 같습니다.

메모리 문제 처음부터 iOS 13이 탑재되어 나온 폰이라 구형처럼 iOS 12의 체험과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처음 구매했을 때는 iOS 13이 전보다 다소 메모리 관리가 공격적이란 점과, 메모리가 그대로 4GB라는 점이 우려됐습니다. 의외로 첫인상은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했습니다. 약간 더 잘 킬한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정도입니다. 처음엔 그랬는데... iOS 13.2가 나오면서 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기종을 불문하고 전보다 앱 리프레시가 심하다는 체험담이 나오는데,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가 더 심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iOS 13.2의 기능 중 하나가 카메라의 '딥퓨전' 합성기능입니다. 카메라 기능이 비대해지면서 메모리 문제가 생기는 건 아이폰 X도 겪었던 문제입니다. 아이폰 7 플러스 시절에는 큰 쪽에 램용량을 더 주기도 했죠.

 그만큼 카메라 스펙에 따른 카메라앱의 무게 차이는 있습니다. 지금은 프로나 프로 맥스나 트리플 카메라지만 듀얼인 11과 같은 용량이고, 역시 듀얼인 XS 대비 메모리가 그대로인 이상 더 불리한 조건임은 변함 없습니다. 게다가 11 시리즈에는 이전기종엔 없는 나이트모드와 딥퓨전 때문에 카메라앱 자체가 더 무겁습니다. 더 많은 카메라+더 많은 기능인데도 램 용량 같으니 뭐...

 하지만 카메라 앱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그것보다 상황이 심합니다. 카메라 갯수가 적은(하지만 메모리 용량은 동일한) 구형 모델들도 더 심한 리프레시를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버벅임-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바일 프로세서에서!-이 수분에서 수십분 동안 지속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때는 스크롤링마저 버벅이며 터치가 씹힐 때도 있습니다.

 앱 리프레시는 거의 매번 앱을 새로 켜던 iOS 4 이전의 아이폰을 연상시킬 수준입니다. 리프레시 면에서 가장 심한 예는 앱에서 웹페이지를 보고 있는데 그게 읽는 중간에 리프레시 되는 증상입니다. 네, 앱에서 기사 하나 끝까지 못 읽고 메모리가 정리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이미지 붙여넣기 했더니 앱이 죽고 클립보드도 날아갔습니다. 다 이전 13 버전, 심지어 13.2 마지막 베타까지도 잘 되던 일입니다.

 내부 상황을 읽을 수 없는 입장에서 이런 증상은 단순히 메모리 관리라기보단 공격적인 배터리 관리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듯 합니다. 앱이 잘 죽는 이유->메모리 상주와 백그라운드를 줄여서 전력소모 줄이기, 버벅임 발생->저전력 코어로 작동하는 비중을 늘림- 이라고 추정합니다.

 정말 배터리 관리가 과하게 작동되서 그런 거라면, 이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배터리 소모가 두드러지게 줄어든다면 좀 실망할 듯 합니다만, 13~13.1에서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걸 생각하면 그렇게 나빠지진 않을 거 같습니다. 지금으로썬 13.2에 뭔가 큰 실수가 들어갔다고 보는 쪽입니다.(사실 홈팟은 벽돌이 되기도 했으며, 13.2.1이 긴급 패치로 나왔습니다;)

 어쨌든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총평 전체 리뷰는 솔직히 카메라 리뷰가 되기 전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만, 카메라 리뷰를 따로 떼어 버렸습니다. 샘플 등을 포함해서 할 얘기라 분량 등으로 다 넣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대해서는 몇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 거의 최고의 아이폰 카메라이자 거의 최고의 스마트폰 카메라라고 얘기할 수 있기에, 그걸 바탕으로 조금 앞질러서 총평을 해도 되겠습니다.

 아이폰 11 프로는 거의 카메라를 내세운 폰이며, 카메라는 확실히 성취를 해냈습니다.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며 결함도 있지만 적어도 이제 안드로이드 플래그십들보다 화질이 구리다는 놀림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마감과 퍼포먼스는 이미 최고였는데 따라 잡히기도 전에 더 간격을 벌렸습니다. 아이폰 골수유저들로썬 카메라까지 좋아졌으니 더할나위 없는 진전입니다.

 하지만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카메라는 훌륭하고, 그 중에서 동영상 성능은 확고한 원탑이긴 합니다. 그런데 카메라 화질 좋다고 프로 폰이 될까요? 애초에 프로 폰이란 게 뭔지 합의도 안 된 상황이긴 하지만, 프로라고 하기 뭔가 모자란다는 덴 다들 공감할 듯 합니다. 여전히 전용 포트를 쓰고, 외장 스토리지도 주변기기 연결도 못 합니다.

 스마트폰 최고의 4K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최고의 인코딩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화면크기와 입력장치, 저장장치의 제약은 '프로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주진 못 합니다. 동영상 관련 외에는 더 차이가 없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모든 부분은 그냥...더 나은 아이폰일 뿐입니다. 프로 디스플레이? 확실히 결과물 확인에 좋은 스펙이긴 하지만 이 크기로 뭘 심각하게 점검하겠습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애플도 프로란 이름에 별로 진지한 이유 따윈 생각한 게 없다고 봅니다. 그냥 필요했던 건 "전작과 다른 이름"이지요.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봤습니다. 길 가다 모든 사람이 트리플 카메라를 보고 새 아이폰임을 알아보며 말을 걸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아이폰 프로"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11은 온데간데 없이 말이죠.

 이 대중의 인식을 보면 애플이 한가지는 분명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카메라로 인한 외관 차별화와, 프로라는 브랜딩의 인지도 말이지요. 오늘날 새 스마트폰들은 정말 좋지만, 이전 폰도 워낙 좋기 때문에 진짜 다른 점을 내세우기 쉽지 않습니다. 30% 더 빠른 프로세서? A12는 A13이 나오기 직전까지도 가장 빠른 프로세서였습니다. 더 밝은 디스플레이? 인간 눈은 밝기 측정기가 아닙니다.

 결국 아이폰 11 프로의 가장 큰 차이는, 적어도 사람들이 인지하기로는 카메라의 성능, 외관, 이름이란 것입니다. 프로세서 성능의 개선 등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지만, 실제로 가장 와닿는 건 저 세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카메라 화질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심미적인 면이 크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질적으로 그냥 '달라 보이니까 새 폰'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하지만 별로 필요하거나 중요하지도 않은 내부적 개선에 비해 겉으로 보이는 개선이 확실히 효과적이긴 했던 거 같습니다. 발표 당시 미적지근했음에도 판매는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폰이 상대적으로 흥행에 실패해서, 내년에 더 큰 업그레이드가 찾아오길 바랬습니다. 5G, 120Hz, USB-C 미탑재가 주된 실망점이었거든요. 지금 상황으로는(잘 팔려서) 내년에도 저 중에서 5G 외에는 확실한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올해의 카메라 업그레이드가 최근 몇년 간 가장 만족스러운 개선이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아이폰의 가장 큰 불만점이 카메라 화질이었거든요. 다른 말로는 아이폰으로썬 듀얼카메라의 등장 이래 가장 큰 카메라 개선이 이번이었습니다. 작년 모델 대비 점프로도 아마 역대 최대일 겁니다. 아이폰이 카메라 평가에서 톱에 복귀한 건 거의 아이폰 4 이래 처음인 수준이니 말 다했죠.

 그걸 생각하면 프로 브랜딩 같은 마케팅 기믹은 그냥 넘어갈 수 있긴 합니다. 거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폰에, 배터리도 훨씬 길어졌으니 불만을 표하긴 쉽지 않긴 합니다. 가장 갈구하던 개선에, 몇가지 보너스까지 끼워줬으니 더 많은 걸 바라긴 하지만 이정도면 음, 뭐 봐줘야지요. 그래도 내년 아이폰에 대한 기대는 높게 가질 것입니다. 5G! 120Hz! USB-C!

 카메라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아이폰 11 프로 한달 사용기 2부 - 카메라



덧글

  • 타마 2019/11/04 10:01 # 답글

    으으... 그래도 아니꼬운건 역시 ㅠㅜ
    x -> xs -> 11 pro 면서... 그냥 11이 기본 사양인척... ㅂㄷㅂㄷ
  • zerba Hood 2019/12/12 12:41 # 삭제 답글

    글 잘 봤습니다. 이번 딥퓨전과 사진의 향상에 크게 기여한데 ap의 대폭 성능업이라 광고에서 들었는데 그게 아닌건가요.
    전 다음버젼 구입하려다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구입했는데 기대를 전혀 안했고 관심을 안가져서 그런건지 사진과 배터리에 놀라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사진 찍을일은 업무 문서 가끔 이었는데 11로 와서는 주말에 애들하고 마트가고 할 땐 이제 카메라 안들고 다니네요. 아웃포커스 어색하지만 그래도 놀라긴 했습니다. 벌써 이 정도로 구현이 된다니.
    향후 폰 카메라가 조금 더 개선되고 화이트밸런스가 나아진다면 카메라 설 시장은 없어지겠더군요.
    애프은 참 하나하나 풀어주고 하나하나 개선하면서 템포 조절 잘하는거 같습니다. 안사야되는데 그 하나가 포인트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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