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X-Pro3 발표 by eggry


 지난달의 티저 발표(라지만 사실 외관 등 거의 다 나왔습니다만) 이후 빠르게 정식발표 됐습니다. 최초의 X 마운트 카메라였던 X-Pro 시리즈는 시장이 원하는 폼팩터가 다시 DSLR 타입으로 돌아감에 따라 점차 고립되고 덜 중요한 카메라가 되어가고 있으며, 후지필름은 단순히 스펙 향상이 아니라 컨셉을 조금 더 강조함으로써 라인업을 유지시키려는 듯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후면액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X-Pro2 때 고정액정이라 꽤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엔 액정이 움직이기는 하나... 액정이 향하는 방향이 보통 기대하는 것과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하단으로 180도 플립되는 액정은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평소에는 볼 수 없습니다. 대신 후면엔 작은 두번째 디스플레이가 붙어있는데, 필름 카메라 시절처럼 현재 사용 중인 필름시뮬레이션 라벨을 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보통 상단액정처럼 노출이나 셔터속도, 조리개 등을 표시하는데 쓸 수도 있습니다.

 이 후면, 아니 안쪽 액정은 많은 논란을 낳을 듯 합니다. 이 결정으로 X-Pro3는 액정촬영이 로우앵글 외에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후지는 뷰파인더를 더 많이 이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하는데, 불편함을 통한 선택의 강요라는 점이 좋은 방법인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X-Pro3를 살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가 뭘 선택하는지는 더욱 잘 알고 있을테고, 그래야만 할 겁니다.

 조작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으나 하급 기종들에서 선보였던 대로 조이스틱이 십자키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저가, 소형 기종에서는 이게 공간 활용이나 비용절감 등의 합리화가 됐지만 X-T 시리즈와 함께하는 플래그십이라는 X-Pro 시리즈에서는 조금 너무 나간 느낌도 듭니다. 어쩌면 이것조차도 후면이 대체로 휑하던 필름 카메라의 룩에 가까워 지려는 컨셉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양적으로는 아쉬움이 좀 들어옵니다. X-T3와 동급의 퍼포먼스를 가질 줄 알았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셔터속도나 센서 등 기본 사양은 동일하나, 4K60이 안 된다거나 4K30도 15분 제한이라거나 여러모로 내부적으론 X-T3보다는 X-T30의 것을 이용한 듯 합니다. 그렇다면 AF 성능에서도 X-T3보다는 떨어질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OVF 사용 시에는 얼굴인식 등 몇가지 기능이 애초에 제약되기는 합니다.

 이런 결정들이 X-Pro3의 판매량을 전작보다 더 떨어트릴 건 분명해 보이는데, 그 대신 열렬한 애호가를 얻을지, X-T3와의 차별화를 확실히 할지는 좀 두고 봐야겠습니다. 사람들이 그정도로 지갑에 여유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들고 X-Pro 시리즈의 뷰파인더는 상당히 작다고 느껴왔어서 오늘날처럼 EVF가 향상된 시기에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수요는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EVF 측 모듈도 이젠 업계 표준인 369만 OLED로 바뀌긴 했습니다. 배율은 코딱지만하겠지만요.

 단순히 제품 자체 만이 아니라 후지필름의 노선 상에서 흥미로운 기능들이 조금 있긴 합니다. 가령 새로운 HDR 촬영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DR400 같은 기능이 아니라 HDR400, HDR800 등으로 표시되며 다중노출로 합성됩니다. 다중노출 합성 HDR은 다른 카메라에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X-Pro3엔 잔상을 억제할 수 있는 알고리듬이 들어있다고 하며, 이는 요즘 스마트폰의 HDR 기술을 가져온 것처럼 들립니다.

 고속 다중노출 HDR이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드디어 렌즈교환식에도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가 슬슬 찾아오고 있다는 징조로 생각합니다. 아직 해상도 향상, 나이트모드 등까지 기대하기는 무리인 듯 하지만... 그 외에 다중노출 시 필름 시뮬레이션이 이용 가능하다거나, 포커스 브라케팅 기능이 촬영 매수를 렌즈와 노출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측정해 돌아간다거나 어느정도 자동화 및 기능의 유연성이 추가됐습니다. 이것들은 X-T3나 X-T30에도 펌웨어로 추가될 것 같습니다.

 가격은 기본형 블랙이 1800달러, Duratect 코팅이 적용된 DR 블랙과 실버는 2000달러로 책정됐습니다. 모든 기종은 외장에 티타늄 패널을 덧대어 내구성을 향상시켰으며, DR 코팅은 스크래치에 매우 강한 추가적인 코팅입니다. DR 블랙은 건메탈 내지 그라파이트에 가까운 색이고, DR 실버는 약간 그린틴트가 있는 듯 합니다. 긁힘엔 매우 강하다고 하나 손기름이 엄청 눈에 띄고 잘 안 지워지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출시는 2019년 늦 가을.



덧글

  • 휴메 2019/10/23 17:43 # 답글

    저 후면이 진짜가 되어버릴줄은...
  • eggry 2019/10/23 23:00 #

    만우절이 아니었습니다.
  • 로리 2019/10/23 19:18 # 답글

    그런데 후면은 감성!!!! 이긴 하더군요 어차피 이 바닥 사는게 이제 다 감성이니 생각도 들고요 T_T
  • eggry 2019/10/23 23:00 #

    하지만 액정 촬영이 매우 번거롭다는 건 너무나 큰 장벽인...
  • lunic 2019/10/23 23:00 # 답글

    좀 아깝네요.
    정말로 실제 필름카메라처럼 처리하고 끼워넣는 종이(?)를 DLC로 팔았어야 하는데....
  • eggry 2019/10/23 23:00 #

    ㅋㅋㅋ 스티커 붙이는 사람은 있지 않을까요
  • 핑크 코끼리 2019/10/24 09:45 # 답글

    후면이.....? 처음보는데 굉장히... 신기하네요. 좋다 아니다는 아직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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