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 E 마운트용 APO-Lanthar 50mm f2 발표 by eggry


 요즘은 유럽 브랜드 렌즈에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일제 불매운동 때문은 아니고... 어차피 주로 보는 자이스나 보이그랜더나 실제론 다 일제기 때문에; 그냥 퍼스트파티 렌즈 아님+시그마나 탐론도 아님을 하다 보니 니치마켓을 파고드는 프리미엄 수동 브랜드들에 관심이 가더군요.

 특히나 E 마운트는 마운트 공개 덕분에 접점 있는 수동렌즈가 제대로 나오는 게 좋습니다. 캐논/니콘/파나소닉이 소니 퍼스트파티 렌즈를 따라잡는데는 2,3년이면 충분하겠지만, 이 부분은 정책적 변화가 없는 한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리겠죠. 여튼 소니의 몇가지 답답한 짓거리들 때문에 타사로 계속 기웃기웃하게 되는 마당에 실제로 한동안 붙들려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G Master가 아니라 자이스 바티스나 수동 서드파티 렌즈들입니다.

 그 수동렌즈 메이커 중에서 코시나는 자사명은 거의 내세우지 않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 독일계 브랜드, 자이스와 보이그랜더(원어 발음은 포익트랜더에 가깝다고 하지만 한국에선 수입처부터 그냥 보이그랜더로 적고 있기에 보이그랜더로 하겠습니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보이그랜더는 본가가 폭망한 이후에 자이스가 권리를 갖고 있는데요, 오랫동안 상품화 하지 않고 방치하다 자이스의 파트너인 코시나가 라이선스하여 렌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이스의 경우엔 오랜 풍파에도 당당히 살아남은 회사이고 스스로 만드는 진짜 비싼 렌즈들도 있기 때문에 코시나에게 OEM 준 렌즈라고 하더라도 코시나 맘대로 하도록 방치해놓진 않습니다. 클래식, 오투스, 밀부스 등은 모두 자이스 본사의 기획이고 설계에도 소니-자이스보다는 더 깊게 관여했을 것이라 볼 수 있죠. 코시나가 무작정 신제품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입장은 아니란 거죠.

 하지만 보이그랜더는 사장된 브랜드였고, 코시나는 이걸 명성만 가져다가 자신들의 기술로 입맛에 맞게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 근본없는 제품을 만들지는 않죠. Heliar, Nokton, APO-Lantar 등은 모두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고 그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화각에도 어느정도 역사가 있죠. 하지만 어느 마운트로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의 자유도는 갖고 있고 그래서 시장공략의 유연성이 있습니다.

 그 라인업의 자유도를 보여주는 게 코시나-자이스는 E 마운트 렌즈가 없지만 보이그랜더는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사실여부에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 자이스엔 분명 E 마운트용 수동렌즈 라인업인 록시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록시아는 제조국이 일본인 건 분명하지만 메이커는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AF 렌즈인 바티스와 뚜잇도 마찬가진데 이 둘은 애초에 코시나일 가능성이 낮긴 하죠.(바티스는 탐론, 뚜잇은 시그마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자이스가 이제는 제조원을 밝히지 않는 정책을 택했다...고 추정하기에는 오투스나 클래식을 단종하면서 대거 출시된 밀부스 라인업은 여전히 코시나 제조임을 밝히고 있고 코시나 홈페이지에도 등재되어 있어 과연 의중이 뭔가 의아한 구석이 있습니다. 어쨌든 밀부스 등을 공개하고 있는데 록시아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게 록시아가 코시나 제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근거긴 합니다만, ZM 렌즈 기반의 리뉴얼이기 때문에 뭐 그래도 코시나라는 추론이 제일 강하긴 합니다;

 여튼 공식적으로는 코시나의 E 마운트 수동렌즈는 보이그랜더입니다. 원래 라이카 M 마운트 위주로 제조해왔는데, 최근엔 E 마운트 렌즈를 공격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초기엔 M용 렌즈의 마운트 교체버전만 내는 거 같더니 언제부턴가 E 마운트 독점적인 렌즈도 내고 있습니다. 코시나에게 E 마운트 수동렌즈 시장 공략이 어느정도 성공적이었다고 보이고, M 마운트와는 다른 제품기획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E 마운트 독점 보이그랜더 렌즈의 최신작으로 발표된 게 이 APO-Lanthar(이하 아포란타) 50mm f2입니다. 이 렌즈가 현대적인 아포란타 라인업의 처음은 아니고, 이전에 매크로 버전으로 65mm와 110mm가 역시 E 마운트로 나왔습니다. 이번엔 매크로 성능 없이 일반적인 표준렌즈로써 50mm f2로 나오게 됐습니다.

 아포란타는 이름대로 APO 설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라이카 APO Summicron에 대한 얘기를 한번 했는데, M 용은 너무 비싸고 아득하지만 L 마운트 용은 큰 맘 먹고 사볼만 하다는 얘길 했습니다. AF 렌즈기도 하고요. 그런데 마침 보이그랜더에서 같은 화각, 조리개로 APO 렌즈가 나와버렸네요. 현재로썬 접근성 포함해 우선순위는 이게 제일 높은 상태가 됐습니다.

 스펙적으로는 M용 아포크론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습니다. L용 아포크론처럼 비대하지 않고 컴팩트하게 나왔습니다. 물론 f2 치고는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록시아 50mm f2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클래식 렌즈 기준으로야 f1.4는 나올 크기지만 요즘 기준으론 일반적인 f2 크기입니다. 최단거리도 그렇게 특출나지 않습니다.

 내세우는 점은 아포크론과 마찬가지로 극한의 광학적 무결성입니다. APO 설계인 만큼 당연히 색수차는 억제되었을테지만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APO는 단순히 색지움렌즈가 있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조리개를 희생해서라도 색수차 억제에 주력한다는 얘기를 한 바 있습니다. 극한의 해상력 추구도 함께 따라와서, 여러모로 이 렌즈는 아포크론을 노리고 있습니다.



 MTF를 보면 보이그랜더는 두번째, 세번째가 30선, 40선, 라이카 SL 및 M 아포크론은 세번째, 네번째가 20선, 40선입니다. 뭐 워낙 위에 붙는 렌즈들이라 40선 기준으로 보는 게 편할 거 같습니다; 두 회사 모두 대부분의 메이커와 달리 실측치입니다. M 아포크론과 비교하면 보이그랜더의 우위가 보입니다. 솔직히 저주파는 분간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40선은 더 높기도 하고 무엇보다 더 주변부까지 잘 유지됩니다.

 SL 아포크론은 신렌즈에 대물이라 그런지 더 괴물이긴 합니다. 40선이 85%쯤 되는 건 본 적이 없는 수치이고, 주변부까지 일관성도 좋습니다. 하지만... 보이그랜더가 15mm까지 더 최대값을 유지하고 있군요. 조였을 때는 라이카들이 조금 더 나은 모습입니다만, 이 렌즈들은 그냥 두스탑 조이면 진짜 완전무결이기 때문에 차이를 분간할 수 있을진 의문입니다.

 이 스펙이면 충분히 M 마운트에서도 아포크론과 대적할 만 하지만 보이그랜더가 근래 소니 독점을 한둘 내고 있는 건 그쪽이 세일즈와 지위 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설사 보이그랜더가 라이카보다 좋은 렌즈를 반값도 안 되게(사실 아포란타는 아포크론의 1/10 가격입니다;) 만든다고 하더라도 라이카가 아니라는 한계는 절대 넘을 수 없습니다. 그건 단순히 광학품질이나 디자인의 매칭 같은 것 이상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E 마운트에서는? 소니는 수동렌즈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수동렌즈 간의 경쟁만이 되고, E 마운트로 나오는 수동렌즈라면 자이스 록시아와 보이그랜더가 수위를 다툽니다. 그리고 록시아는 휴대성과 화질/밝기의 타협을 특징으로 하는 렌즈이기에, 보이그랜더의 다양한 컨셉의 제품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아포란타와 중복되는 라인업이 없습니다.(물론 어댑터 달고 대물 APO-Distagon, Planar, Sonnar를 쓰지 않는다면 말이죠)

 코시나가 보이그랜더 브랜드를 라이선스하고 상품 기획까지 한 이유가 단순히 더 팔아먹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개척할 능력과 평판을 얻기 위함이라면 분명히 M 마운트보다는 E 마운트에서 그걸 달성하기 쉬울 겁니다. 당장 M 마운트보다 판매량도 더 많을 것이고, 사용자들의 호응도 M 마운트보다 좋을테니까요. "라이카 대신"이 아니라, 보이그랜더라서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렌즈, 가장 고성능이라는 아포란타, 그리고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인 E 마운트라는 결정 등 이 렌즈에 코시나가 거는 기대는 그저 신제품 하나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도 그럴게, 올해는 코시나 창립 60주년이고, 코시나가 보이그랜더 렌즈를 제조한지 20주년입니다. 이 렌즈는 그 기념판이고, 스펙과 컨셉도 그걸 의식하고 있습니다. 특별 인터뷰 사이트까지 만들었습니다.(링크) 그만큼 품질도 대단하리라 기대합니다.

 아포란타 50mm f2는 12월에 발매되며, 세금별도 12만엔이라고 합니다. 세금 포함 13만 2천엔이 될텐데 수입처인 썬포토에서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진 모르겠네요. 환율 변동도 있고 해서... 뭐 140~150만 정도로 정가가 나올 거 같습니다. 예판이나 실제 최저가는 120 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요. 록시아 이후로 수동은 당분간 안 건드렸는데, 이거라면 한번 더 시도해 볼 만하지 싶습니다. 뭣보다 M 아포크론의 1/10 가격, SL 아포크론의 1/5 가격이라 넘어가기엔 너무나 싼(!) 것입니다.



  샘플들은 사이즈도 적고 수도 너무 적어서 그렇게 큰 감흥은 없네요. 선명하면서도 부드럽긴 하지만... 그런데 아포크론부터가 "재미없는 고화질"이 특징이었단 걸 생각하면 뭐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teese 2019/10/21 20:27 # 답글

    아포란타는 이종교배로 올드랜즈중에서 두어개 써봤습니다만글에 쓰신대로 재미를 위한 랜즈는 아니고, 재 취향은 좀 개성이 확실한 랜즈라...125/2.5 마크로가 콘트라스트가 강한게 가장 재미있긴했습니다. 지금은 110으로 복각 됬죠.그래도 65/2 마크로아포란타 는 꾸준히 관심을 두고 매물 보고 있는데 50/2가 나오는군요.컴팩트한것만 맘에 듭니다 ㅎ
  • eggry 2019/10/22 22:29 #

    개성적인 렌즈도 좋기는 한데 일단 이것부터 노려보고 다른 거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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