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에버가든 외전 - 영원과 자동수기인형+스페셜 보다 by eggry


 여행 중 후쿠오카 일정은 간소했습니다. 들른 곳 중 제일 대도시란 점에서 아무래도 쇼핑과 문화활동이 목적이었는데 쇼핑은 사고 싶던 책들을 통신판매나 현지 구매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행기에서 아이폰 11 언급도 했지만 이건 제 건 아니고 친구 사다줬네요. 요즘은 당일 줄도 많이 약해져서 대기가 그렇게 고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생산적이진 않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는 체험이었습니다.

 도착 첫날은 라멘 먹고 후쿠오카 타워를 간 뒤 딱히 할 게 없었습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했는데 뭐 볼까 고민했죠.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도 있었고, 트리거의 '프로메어'도 있었는데 둘 다 별로 안 땡기더군요. 결국 선택한 건 3주 제한상영이라는 '바이올렛 에버가든 외전'이었습니다. 극장에 걸리긴 했지만 바이올렛 에버가든 극장판은 내년에 따로 나옵니다. 쿄애니 방화사건 후 처음 극장에 걸린 작품이지만, 사고 시점에서 출하 완료되어서 영향은 없었습니다. 스탭롤에 들어간 분 중 상당수는 고인이 되었지만요. 실제 인명손실의 무게가 크게 다가올 건 극장판이 될 듯 싶습니다.

 제목이 외전인데서 알 수 있 듯 그렇게 비중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설도 원작 2권에 추가로 외전이란 타이틀로 나온 걸로 아는데 한권 전체가 같은 내용인지 아니면 수록된 단편들 중 하난진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야기의 전체 흐름은 TV판의 에피소드 하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걸 극장판 분량으로 늘리고 디테일을 좀 더 꼼꼼히 넣은 정도입니다.

 내용은 시기 적으로 TV판이 끝난 후를 다루며, 극장판의 전이 되겠습니다. 극장판에선 편지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명확히 하고 있기에 그때는 좀 더 황혼적인 이야기가 될 듯 하지만 외전은 아직 TV판의 연장선상, 일상의 영역입니다. TV판 어디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일화이긴 하지만 굳이 뒤인 이유는 바이올렛의 심경과 좀 더 인간다운 모습이겠죠. 바이올렛 에버가든 TV판에서 비판했던 점 중에서 세계관이나 인물 묘사의 부족함에 대해선 이번엔 따로 얘기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 점에서는 사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이야기 면에서 길이가 늘어난 것을 활용해서 이중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둘이고, 그 두 고객의 이야기와 감정은 서로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상황 묘사 자체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둘이 헤어진 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는 아닌데(시대상을 어느정도 인지한다면...), 유대랄까 그런 걸 납득할 수 있는 과거 이야기가 더 충실했어야 한단 생각이 듭니다. 그게 이별의 아픔이랄까 공감 같은 부분을 좀 약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별을 거의 전제로 깔고 가고 이후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이별은 좀 더 중요하게 다뤘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사실 약간 평범함 자체입니다. 그냥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럽다' 라고 하는 게 딱 맞을 거 같네요. 극장 상영작으로써 임팩트가 좀 부족하다 생각하는데 제대로된 극장판은 따로 나오고 이건 외전이라든가, 실질적으로 지나가는 이야기라거나 하는 변명은 있겠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은 어엿한 극장판의 하나로 여길테니 좀 아쉽습니다. 진짜(?) 극장판에서는 이야기의 마무리인 만큼 좀 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고객의 이야기랄까 개성은 그냥 TV판의 에피소드들 중 하나 정도 느낌입니다. 분량과 디테일이 늘어난 정도. 그래도 TV판의 결말 이후 좀 더 인간적으로 된, 유연성 있는 바이올렛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바이올렛의 활동이 고객에게 영향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바이올렛 자신의 우정이나 감정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주는데서 성장의 '결과'를 어느정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편지대필가가 부잣집 따님 과외교사가 된 건 좀 어리둥절합니다. 바이올렛의 능력 자체야 귀족가에 입양되서 교육 받았으니 교양적으로야 문제가 없다 치지만서도; 진 극장판의 주제가 될 돌이란 직업의 쇠퇴의 전조도 이미 전등과 전화의 등장으로 밑바닥은 깔고 있지만, 그 얘기는 극장판에서 좀 더 나오겠죠.

 전체적으로 그다지 강한 인상이 없는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래도 기억에 남았던 건 고객 중 하나인 테이라의 연기였습니다. 어릴 때 버림받은 전쟁고아에다 제대로된 교육을 못 받은 탓에 언어표현이 단조롭고 발음도 이상한데, 훗날 교육을 받은 뒤에도 그 영향이 남아있어서 발음이 이상합니다. ゃ,ゅ 같은 게 붙어 있는 듯한 발음을 내는데 높은 목소리와 더불어 확실히 기억에 남기는 했습니다. 귀척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원래 요상한 캐릭터성으로써 비교적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네요.

 국내 개봉할진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에 올라올 여지는 없지 않아 보입...니다만, 후술할 스페셜도 국내엔 안 올라와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외전 보고 난 뒤 일본 넷플릭스에 스페셜 에피소드가 있다고 해서 봤습니다. 에피소드 명은 '분명 사랑을 알 수 있는 날이 올 거야'이고, 원래는 블루레이의 보너스 OVA 에피소드입니다. 일본 넷플릭스엔 올라왔지만 한국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4,5화의 사이인데 사실 이 배치는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인과적으로는 수기인형 교육을 졸업한 뒤가 적절하긴 한데, 바이올렛의 성장이란 관점에서는... 사실 좀 문제가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문제가 있다는 건 이 에피소드가 전체 테마에서 가지는 비중이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TV판의 주제가 사랑한다는 길베르트 소령의 유언을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바로 그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거죠. 사실 이 에피소드는 TV판 후반에 진행되는 메인스토리의 전희 내지는 그동안 숙달된 업무능력의 최종시험 정도로 들어갔어야 맞는 것입니다.

 다만 들어간다 하더라도 다른 에피소드들이 대체로 옴니버스적 일상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 혼자 많은 진도를 맡는 겪이 될 우려도 있긴 합니다. 어째서 TV판 시리즈 구성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해가 되는 한편으로, 조절을 해서라도 필수적인 에피소드였다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모로 TV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개별 옴니버스는 좋으나 전체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부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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