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 레메디 웨이는 계속되지만 걱정 by eggry


 더위가 가시고 있지만 아직 밖에 돌아다니기는 싫어서 게임 폐인짓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가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을 잡아 먹었는데 아직 DLC가 다 안 나온데다 DLC가 스토리적으로 의미가 있다보니 아직 뭐라 얘기하긴 어렵네요. 뭐 괜찮게 하긴 했습니다. 엄청나게 길어서 지쳐 쓰러질 정도지만...

 '컨트롤'은 그와는 꽤 상반된 게임입니다. 퀘스트 요소가 적고(레메디 게임 중 처음으로 있긴 합니다) 플레이타임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1/10 아니 그 이하라고 해야 될 정도죠. 레메디가 '퀀텀브레이크' 이후로 나름 부침을 겪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신작을 내놔서 놀래긴 했습니다. '컨트롤'은 설정과 배경은 좀 바뀌었어도 레메디가 그동안 추구해오던 액션이나 스토리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선 낫고 어떤 부분에선 떨어지고 그렇습니다.

 '퀀텀브레이크'는 엑스박스원 초기 미디어 전략의 일환으로 실사 드라마와 게임의 조화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다 드라마 쪽 프로젝트가 접히면서 그냥 게임 내 실사 컷씬으로만 들어가는데 그쳤죠. 드라마 만들려 한 거다보니 컷신 분량은 지칠 정도로 많았고... 10분 넘게 영상 보느라 패드 놓고 있는 건 집중력이 떨어지는 체험이었습니다. 스토리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액션도 아쉽기도 했습니다.

 블릿타임이나 랜턴 하나만 믿고 심심한 총질을 했던 '맥스페인'이나 '앨런웨이크' 이후 '퀀텀브레이크'의 가장 큰 변화는 다양한 능력의 부여였습니다. 4가지 시간 능력으로 슈팅 액션을 보조한 것이엇죠. 그리고 '컨트롤'은 그 부분을 확실히 더 진보시켰습니다. 능력의 근원 설정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능력들, 방어나 회피, 물건 던지기 등을 보면 '퀀텀브레이크'의 진화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발전된 부분은 부유 능력인데, 회피나 방어, 사격과 조합해 쓸 수 있어서 전투를 3차원적으로 만듭니다. 또 능력 에너지가 각각 있던 게 하나로 합쳐져서 너무 과용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능력의 유기, 동시적 활용이 매끈해진데 더불어서 총질 매커니즘 자체도 좋아졌습니다. 실제 총이 아니라서 레메디 게임에서 처음으로 재장전이 사라지고, 에너지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다 충전되기 전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 비워버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무기가 2가지 모드로 작동되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탄약이 다 떨어졌을 때 다른 무기로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탄약 관리 면보다 실제로 더 슈팅이 진보했다고 생각하는 건 무빙과 타격감입니다. '맥스페인'은 상당히 날것의 TPS 사격감이었지만, 오늘날엔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앨런웨이크'는 사진작가와 호러 배경이라는 특징 때문에 무빙이나 사격의 활발함보다는 느리고 신중한 조작을 중시했습니다. '퀀텀브레이크'는 엄폐를 줄이고 능력을 이용해 빠르게 돌아다니며 탄약을 입수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움직임이 뭔가 물컹거리고 타격감이 영 별로였습니다.

 '컨트롤'은 그 부분에서 확실히 나아져서, 일단 이동부터 바닥에 착 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사격의 타격감도 맞는지 안 맞는지 감이 잘 안 오던 '퀀텀브레이크' 대신에 한발 한발 확실하게 박히는 '앨런웨이크'의 느낌을 다시 살렸습니다. 짱박혀서 사격하기 보다는 무빙을 강요하는 방식은 여전해서, '퀀텀브레이크'가 충분치 못한 탄약으로 이동을 요구했다면 '컨트롤'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움직이게 만듭니다. 체력은 자동회복이 아니며, 적을 죽여서 떨어트리는 에너지를 먹어야 합니다.

 이 자동회복이 아니란 점이(그리고 '퀀텀'과 달리 체력회복 스킬도 없습니다. 방어는 있지만...) 근래 슈팅게임과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데, 특히 보스전에선 체력회복의 여지가 적기 때문에(죽여서 체력 얻으라고 잔챙이들이 나오긴 하지만 주의분산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리스크도 있습니다) 적절한 대응법을 숙지하지 못 하면 끔살 당하기 십상입니다. 이게 체력이 적은 초반이나 언락한 후반이나 그렇게 큰 차이도 안 나는 느낌. 결국 그냥 안 맞고 깨는 플레이가 기본이 됩니다.

 결국 죽었다 살았다 하든지, 아니면 유튜브 영상을 보는 식으로 공략시도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요즘 기준으론 좀 고전적이고 불친절하다 싶네요. 체크포인트 시스템도 별로라서 보스전 실패 후 이동 하려니 짜증이 배가 됩니다. 게다가 난이도 설정도 없어서 못 깰 사람은 영영 못 깨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뭐 적에게 죽은 것보다 추락해서 죽은 게 더 많지만... 부유 조작이 일반적인 더블점프나 비행하곤 달라서 삽질 좀 했습니다.

 스토리는 설정과 배경 자체는 꽤 명확한 상황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행동과 대응이 중점이었던 '퀀텀브레이크'보다는 '앨런웨이크'처럼 이해할 수 없는, 설명되지 않는 감각을 중시했습니다. 호러는 아니라서 놀라거나 무섭진 않지만 진행해서 설명을 듣든지 아니면 추리를 하기 전엔(사실 꽤 쉬운 추리입니다만) 전모를 파악하긴 어렵고 그런 미지의 상황이 불편한가 흥미로운가가 캠페인의 동기부여를 가를 거 같습니다.

 저는 어느정도 짐작 됐고 오히려 엔딩에 너무 대놓고 설명충이 된 게 마이너스였습니다. '앨런웨이크' 정도가 딱 좋았다고 생각하네요. 뭐 서사적으로 보면 그냥 허탈한 안티클라이막스 스토리긴 합니다. 미스터리에 감춰져 있었지 실상은 비교적 단순하다는 거 말이죠. 컷씬과 대화가 내러티브와 게임플레이에 녹아드는 자연스러움은 역대 최고지만 스토리 자체는 거의 제자리 느낌입니다. 솔직히 스토리 면에서 그냥 작가의 성장 없이 다른 소재로만 계속 쓰는 느낌이라 슬슬 질리네요. 늘 하던 후속작 낼 장담도 못 하면서 미결의 떡밥 남겨놓는 것도 여전하고요.

 그래픽은 명암이 가장 크게 갈리는 부분인 듯 합니다. 인공적인 환경과 공간이 변이되는 모습, 특수능력과 적의 화려한 효과는 이 게임을 시각적으로 꽤나 유니크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그걸 구현하는 기술력에 많은 문제가 보인다는 거죠. '퀀텀브레이크'보단 나아졌지만 해상도 업스케일링 기술은 여전히 요즘 업계에 쓰이는 것 중에 가장 잔상이나 아티펙트가 심한 부류입니다. 엑박원X로 해도 선명도나 깨끗함은 좀 떨어집니다. PC는 최소한 이건 옵션으로 피할 수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최적화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전투가 격해지다 보면 파편과 폭발이 엄청나게 일어나는데 그런 상황에 프레임 저하는 정말 끔찍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거슬렸던 건 부하와 무관하게 로딩 관련 문제인지 메뉴나 빠른이동으로 전환될 때의 버벅임이었습니다. 무기 바꾸려고 메뉴 들어갔다 나오면 그 후 2,3초 정도는 프레임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제대로된 대응이나 쾌적한 진행을 가로막습니다. 또 지도가 오버레이 형식으로 나오는데, 지도 열면 퍼포먼스가 또 끔찍합니다. 순간이동 한 직후에도 그렇고... 아무래도 화면이 전환되거나 할 때 뭔가 새로 처리하는 모양인데 별로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플레이타임이나 게임플레이는 만족스럽고, 스토리는 그냥저냥 정도로 이정도면 돈 들인 값어치는 했습니다. 멀티플레이도 없고, 오래 뽑아먹을 요소도 없고(서브퀘스트 수는 적습니다), 도전과제조차 상당히 쉽습니다. 1000점 찍고 나니 정말 할 게 없더군요. 그게 제가 원하던 거라서 저는 만족했지만 요즘 게임들의 무지막지한 볼륨이나 꾸준한 업데이트를 상대하긴 역부족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캠페인이 절정 명작이거나 한 것도 아니니... DLC 나올 거라는 분석이 있었던 듯 한데 나오면 하긴 할 거 같네요.

 세일즈가 별로라는데 어차피 짐작했던 일이고 레메디 앞날이 걱정되긴 하네요. 사실 MS가 앨런~퀀텀 동안 커버해준 것도 스튜디오 킬러로 유명한 MS 기준으론 놀라운 일이었지만요. 멀티플랫폼 된 김에 딜럭스 에디션도 PS4로만 내고 좀 추파(?)를 던지는 듯 한데 소니가 관심은 없을 듯 싶습니다. 최근 MS로부터 '앨런웨이크' 판권을 회수했다고 하는데 판권 팔아버린 '맥스페인'은 빼고, 나머지 셋 중 속편이 누가 제일 먼저 나올까요? 다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덧글

  • 로오나 2019/09/08 00:34 # 답글

    저는 전작들을 안해봤는데, 플4프로의 최신 게임들 중에서는 그래픽이 영 떨어지는 느낌이더군요.
  • eggry 2019/09/08 23:07 #

    그래픽 처리 방식 때문에 좀 지글지글 거리는 경향이 있는데 폭발이나 파편효과 같은 거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긴 합니다. 그래도 프레임 저하는 좀 심한 듯.
  • 로오나 2019/09/12 21:45 #

    아트웍이 별로 근사하지 않은 것도 그래픽이 구려보이는 원인일지도...
  • 라마르 2019/09/08 08:55 # 삭제 답글

    일단 나오면 꾸역꾸역 하게되는 희안한 회사
  • eggry 2019/09/08 23:07 #

    저도 의무감으로 했네요. 액션은 뭐 역대 중 제일 좋았습니다.
  • 에스j 2019/09/08 22:44 # 답글

    앨런 웨이크 이후로 특수효과 빼곤 발전이 없는데 망하지는 않는 희안한 회사;; 앨런 웨이크 이후 스토리 텔링이 왜 나아지질 않고 퇴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돈 안 들어가는 것일 텐데...허허허.
  • eggry 2019/09/08 23:05 #

    작가가 그대로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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