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APO-Summicron-SL 50mm F2, 유일하게 관심 있는 라이카 렌즈 by eggry


 일반적으로 라이카 렌즈는 저와 다른 세상 얘기이기 때문에 딱히 소식도 안 전하고 그냥 지나가다 보는 걸로 그칩니다만, 이 렌즈는 조금 관심이 갔습니다. 명성 높은 아포 주미크론의 SL 버전. 일명 아포크론이라고 불리는 f2 밝기의 APO 렌즈입니다. 사실 SL용으로 아포크론은 35mm f2, 75mm f2, 90mm f2가 있어서 처음은 아닙니다만, 표준단으로는 처음입니다. 여튼 35/50/75/90이면 라이카의 APO 라인업 삼총사로써, 라이카가 SL은 아포크론 위주로 전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APO는 Apochromat 혹은 Apochromatic Lens의 줄임말로, 색수차를 없애기 위한 보정렌즈를 의미합니다. 사실 오늘날 모든 렌즈는 색수차 보정을 위한 APO 내지는 그보다 단순한 Achromat 렌즈군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선 요즘 기준으론 도저히 쓸 수 없는 렌즈니까요.

 하지만 독일 메이커, 주로 라이카나 자이스가 렌즈 명에 APO를 붙일 경우에는 단순히 그런 수차억제 구조가 있다는 정도의 의미 이상을 가집니다. 다들 있는 수준 그 이상으로, 이름에 APO를 붙일 만큼 색수차를 최대한 억제했다는 의미로써 쓰이죠. 라이카나 자이스의 APO 렌즈들은 광학적 무결함, 균일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붙여집니다.

 물론 아무리 비싼 렌즈에 독일 메이커들이 기술을 뽐낸다고 해도 당연히! 진정한 의미의 색수차 제로 렌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색수차 제로는 현재의 렌즈 기술로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비구면 렌즈 공식이 해석되긴 했습니다만... 컨슈머용으로 제조가 될지는 의문입니다. 여튼 그렇긴 해도 독일 메이커의 APO는 확실히 일본 메이커들보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 일본 메이커도 렌즈 이름에 APO를 넣기도 했는데...요즘은 안 하더군요.

 라이카나 자이스의 APO 렌즈들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색수차 보정 렌즈야 뭐 당연한 거지만 렌즈 스펙 면에서 말이죠. 일단 APO 렌즈들은 별로 밝지 않습니다. 라이카는 대부분 f2 밝기에, 그래서 아포-주미크론으로 나옵니다. 자이스의 경우엔 렌즈 설계방식에 따라 이름이 붙기 때문에 보통 APO Distagon, APO Planar, APO Sonnar 등이 됩니다. 오투스의 경우엔 모든 렌즈가 APO 스펙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보다 접근성 좋은 렌즈들로는 밀부스에 135mm f2 APO Sonnar가 있고 바티스에 135mm f2.8 APO Sonnar가 있습니다. 사실 자이스의 경우엔 과거 렌즈들을 살펴봐도 오투스 이전에는 135mm APO Sonnar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어쨌든 이 렌즈들의 스펙을 보면 알 수 있듯, 초유의 크기와 무게를 지니는 오투스를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단렌즈 치고 밝지 않습니다. 라이카는 f2, 자이스의 경우도 135mm f2나 f2.8로 되어있죠. 이것도 APO 렌즈로써의 특성을 구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광학적 무결성, 특히 개방레벨에서부터 추구하기 위해선 비현실적인 크기와 무게를 피한다면 결국 조리개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f1.4 렌즈에서는 현실적으로 그정도 수차 억제가 불가능합니다. 라이카나 자이스가 APO 렌즈를 f2 정도로 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 렌즈는 밝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광학적 무결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기에 밝기는 상대적으로 희생됩니다.



 그렇게 APO 렌즈들이 가지는 특성을 꼽자면 일단 개방부터 전구간에 걸쳐 좋은 해상력, 그리고 이름에 걸맞게 거의 제로의 색수차 등이 있습니다. APO란 명칭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아니지만 당연히 왜곡 쪽으로도 신경을 쓰긴 합니다. 자이스의 경우엔 따로 얘기는 없지만 라이카의 경우엔 아포크론 렌즈들은 초점이 맞는 영역과 앞뒤의 아웃포커스(디포커스) 영역의 컨트라스트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초점 맞은 영역은 강하게 두드러지고, 안 맞은 영역은 부드럽게 흐려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APO 렌즈의 브랜드적인 의미는 이정도로 하고, 이전의 대표격 아포크론이었던 M용 50mm 아포크론의 경우, 라이카가 제품소개 페이지에 대놓고 "가장 샤프한 표준렌즈" 라고 적을 정도의 자신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라이카 카메라의 최대 화소수가 2400만에 그친다든가(2019년 시점에서도) 하는 점들이 있지만 그만큼 라이카의 자신감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말은 라이카 정도 자존심이 있는 회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니까요.

 실제로 사용자들의 평가도 어마무시한 가격(약 1천 만원)에 걸맞는 다른데선 볼 수 없는 특징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것이 모두가 좋아할 꿈 같은 렌즈인가는 전혀 다른 얘기인 것이, 광학적 무결성이 곧 기호에 맞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거죠. 실제 소위 렌즈의 개성이라고 하는 것은 색수차의 특성에서 나옵니다. 색수차는 이성적으로는 나쁜 것으로 치부되지만 그게 어떤 특성을 가지냐에 따라 단순히 흐리고 지저분하게 만들 수도 있고, 개성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f1.4, f1.2 렌즈를 좋아하는데는 단순한 배경흐림 뿐만 아니라 대개 매력적인 수차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f1.4, f1.2 설계가 수차를 피할 수 없는 명확한 한계 가운데 고급렌즈로써 메이커들이 신경을 써서이지 듣보잡 f1.4, f1.2 렌즈들까지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서 아포크론 같은 렌즈들의 '감성적 면'에 대한 평가가 어떤가 하면, 일반적으로 "재미없다"는 평입니다. 개방부터 매우 선명하고, 주변부까지 해상력 저하도 거의 없으며 색수차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f2라는 상대적으로 깊은 심도 외에도 색수차가 전무하다는 부분이 오히려 심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고들 합니다. 조리개를 조였을 때는 다른 렌즈들도 충분히 수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차이점은 더욱 줄어듭니다. 혹자는 아포크론은 최대개방에서 의미가 있는 렌즈라고도 하더군요.

 문제는 그 최대개방이 f2에 불과(?)하다는 것을 높은 가격과 맞물려 납득할 수 있느냐가 되겠습니다. M용 아포크론은 유달리 비싸서, 주미룩스보다 비싸고 녹티룩스가 어른어른 보일 정도 가격입니다. 개성이란 측면에서도 밝은 렌즈들은 f2보다 밝을 땐 수차로써의 개성이, 조였을 때는 높은 해상력을 만들기 때문에 더욱 아포크론 같은 렌즈의 운신은 좁아집니다. 말 그대로 아직 더 밝은 렌즈들이 충분히 수차가 억제되기 전인 f2 에서만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제한된 운신과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가격을 생각하면 왜 일본 메이커에선 이런 컨셉의 렌즈가 나오지 않는지도 이해가 되는 영역입니다. f1.4만큼 비싼, 아니 더 비쌀 수도 있는 렌즈가 단지 최대개방에서만 f1.4 렌즈 대비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당연히 소비층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밝기를 희생해서라도 광학적 무결성이 필요한 사람이나, 아니면 순전히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거나 말이죠.

 그렇기에 이런 렌즈를 여러 화각으로 내는 건 라이카 정도 뿐인 것이고, 라이카보단 더 대중적인 자이스도 겨우 135mm 정도에서나 쓰이는 거죠.(물론 오투스 빼고 하는 얘기입니다만) 라이카 유저들은 렌즈를 밝기 기준으로 잣대를 정하지 않고 각 밝기 별 특성을 기호의 관점에서 보는 측면 더 많기에 이런 렌즈도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f1.4 급보다는 f2 렌즈가 훨씬 많이 팔리기도 하기에 그 f2의 최종형으로써의 의미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렌즈의 SL, 그러니까 L 마운트 버전이 이번에 발표된 것입니다. 라이카 렌즈는 왠만해선 엄두도 못 내지만 SL 렌즈들은 레이더에는 넣어두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는 파나소닉과 같은 L 마운트를 쓰며, AF 렌즈이기 때문에 적어도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다는 점, 그리고 SL 렌즈들이 M 렌즈보다 훨씬 싸다는 점이 있습니다.

 물론 SL 렌즈들은 절대 싸지 않지만, 그래도 일본 렌즈들의 2,3배 정도 밖에(?) 안 되는 프리미엄입니다. M에 비하면 훨씬 싸죠. 실제 SL용 50mm 주미룩스나 아포크론 모두 M 버전의 거의 반값에 불과합니다. M용 50mm 아포크론이 거의 천만원인 반면 SL용 50mm 아포크론의 가격은 4200달러, 국내가는 500~600만 정도가 될 걸로 보입니다.

 SL 렌즈들이 더 싼 이유는 훨씬 크고 무겁기 때문에 가공정밀 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점이 이유로 생각됩니다. 재밌는 점은 M에선 아포크론이 주미룩스보다 두드러지게 비쌌던 반면(거의 2배) SL에선 아포크론이 더 싸다는 점이군요. 이것조차도 M용 아포크론이 엄청나게 작은 크기이기에 그랬다고 생각됩니다. M에선 아포크론과 일반 주미크론의 크기 차이가 거의 없거든요. 반면 SL용은 f2라는 밝기에도 타사 f1.4 수준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길이 102mm, 무게 740g인데, 이건 소니 FE 50.4ZA와 거의 비슷한 무게와 치수입니다.

 여튼 이 500만 전후라는 가격은 그 비싸다는 파나소닉 50mm f1.4 S Pro의 2배에 달합니다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냐고 하면 그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지속가능한 수준의 가격은 아니지만, 큰 맘 먹고 들였다가 여차하면 수업로 내고 팔 정도는 되는 것이죠. 적어도 천만원짜리 M용 아포크론 같은 것과는 전혀 접근성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렌즈의 소비자층 중 '호기심'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L 마운트 시스템으로 넘어가기엔 AF 퍼포먼스와 렌즈군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레이더엔 넣어두고 있습니다.



 라이카의 약점이기도 한 AF 같은 부분에서도 초기 SL 렌즈들에 비해선 좀 기대해 볼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듀얼 모터의 플로팅 포커스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플로팅 포커스가 곧 빠른 AF 속도를 보증하는 건 아닙니다. 플로팅 포커스의 최우선 목적은 화질을 높이는 것이니까요. 플로팅 포커스가 채택된 것도 아포크론이란 렌즈의 컨셉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기술 발전도 있고 했으니 라이카라도 포커스 속도는 파나소닉 발치는 갈 정도로 빨라졌길 기대해 봅니다. f2라는 밝기도 AF 속도에는 도움이 될 성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MTF나 보고 마치겠습니다. 맨 위는 SL용 50.4, 두번째가 이번 SL용 50/2 아포크론, 마지막은 M용 50/2 아포크론입니다. SL 렌즈들은 MTF 차트가 대단히 자세하게 나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5/10/20/40선으로 측정 기준이 많을 뿐더러, 보통 최대개방만 제공하는 MTF를 세단계의 조리개로 제공하며, 심지어 최단거리와 무한대까지 별도로 제공합니다. 보통은 10/30선 두 가지에 거리도 무한대(가장 화질 좋음)에 최대개방, 거기에 더해봐야 가장 화질 좋은 f5.6이나 f8 정도 해주는 수준인 걸 생각하면 매우 자세하게 제공하고 있죠.

 M에선 거리 구분이 없는데 이는 M 렌즈가 대개 렌즈군 전체가 움직이는 방식이라 거리에 따른 화질저하가 거의 없지만 SL은 AF 렌즈인 탓에 전체 렌즈를 움직일 수 없어서(모터 힘이 감당이 안 됨) 일부분만 포커스 모듈로 움직여서 생기는 화질편차를 감안한 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그 포커스 모듈조차 모터의 힘과 정밀도 등을 이유로 유리알 크기가 제한되기 때문에 더 화질에 악영향을 줍니다. AF 렌즈가 MF 렌즈에 화질적으로 불리한 부분 중 하나죠. 물론 오늘날 일본 카메라 메이커들은 MF 렌즈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동일 기술력에서 초점방식의 차이로 화질 차이를 체감할 기회는 사실상 없지만요.

 여튼 차트를 보면 SL 주미크론와 비교해 아포크론의 해상력이 얼마나 높은지 그냥 탁 보는 순간 체감이 됩니다. SL 주미크론이 현행 AF 50.4 중에서 최상급이란 걸 생각하면 이게 조리개를 희생하고 화질에 몰빵한 결과물이구나 싶습니다. 심지어 f2.8로 조인 뒤에도 상대가 안 됩니다.

 f5.6에서도 여전히 차트론 상당히 차이가 나 보이지만, 이쯤 가면 사실 단순 해상력으론 차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아집니다. 그럼에도 완벽에 가까운 방사/수직 일치를 보여주는 아포크론과 여전히 차이가 벌어지는 주미크론의 특성은 잘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APO인 거지요. 실제 이미지에서의 차이는... 그리 느끼기 쉽지 않겠지만요. 이정도 수치면 최대 개방값을 제외하면 오투스를 상대로도 한 수 위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대단하지요.

 2배 비싼 M용과 비교해도 두드러지게 더 높은 수치를 보여주는데 가격 생각하면 의아한 한편으로 훨씬 큰 크기, 특히 마운트 직경의 제약이 적다는 점이 설계와 제조를 편하게 해준 탓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M의 경박단소와는 거리가 먼 괴물이 되었긴 하지만, 라이카가 비싼 이유 중 하나인 컴팩트함의 굴래에서 해소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SL 카메라는 M보다 더 고화소를 추구할 것이므로(이미 S1R과 같은 4800만 급이 나올 게 확실합니다) 퓨처프루핑 측면에서도 더 기준이 높아야 하긴 합니다.

 과연 제가 이 렌즈를 살 만큼 돈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년 안에는 만져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물론 잭팟이라도 터진다면 모든 SL 아포크론을 다 사다가 써보고 싶은 맘입니다만, 일단은 이 녀석부터...


덧글

  • 235235 2019/08/18 02:53 # 삭제 답글

    apochromat은 achromatic lens의 줄임말이 아니라...다른 클래스의 렌즈인데요. 둘다 chromatic aberrtion (색수차)을 보정하기 위한 렌즈이긴 한데 apochromat은 achromat보다 더 많은 optical surface를 쓰거나 freeform surface를 쓰거나 해서 achromat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렌즈입니다... 수정해주시길
  • eggry 2019/08/18 02:55 #

    복붙 하다가 이상하게 들어갔네요;; 수정했습니다
  • 로리 2019/08/18 19:53 # 답글

    그저 정말 로또가 걸러야 하는 T_T
  • 피쉬 2019/08/22 13:54 # 답글

    차트를 보고 할 말이 없습니다 현대 광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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