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19 독일 GP 결승 by eggry


 올해 최고로 미친 레이스였습니다. 그리고 큰 기념일인 경기에는 망한다는 징크스도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해줬네요. 메르세데스가 이렇게까지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오늘 순위를 보면 결국 실수를 제일 적게 한 드라이버들이 다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해밀턴의 우승은 거칠 게 없어 보였지만 앞서 실수한 드라이버들처럼 해밀턴도 이른 슬릭 타이어로 미끄러져 프론트윙을 부숴먹은 뒤 모든 게 꼬였습니다. 피트 엔트리 직전에 크래시 한 덕분에 잔디를 가로지르며 피트인 했는데 패널티가 나왔지요.

 그리고 그래블 위를 달리면서 플로어 데미지도 있었던 듯 합니다. 결국 후미로 뒤쳐진 해밀턴의 페이스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한번 더 스핀을 저지르면서 경기는 완전히 쫑나 버렸습니다.

 보타스의 오늘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비 올 때나 말랐을 때나 별로 메르세데스 다운 페이스를 보여주지 못 한 상황에 크래시까지 했으니...

 대부분의 드라이버가 이른 타이밍에 슬릭으로 갈아끼는 실수를 저질렀고, 해밀턴도 모두 그 희생자였습니다. 맥스도 스핀하는 등 모두 이른 교체에 힘들어 했지만 실제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본 건 해밀턴이었네요.

 실질적인 경기는 중반 르클레르의 사고로 인한 세이프티카, 그리고 머지 않아 일어난 해밀턴의 사고로 결정지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결정적인 순위변동 상황이었고 여기서 해밀턴의 레이스가 완전히 꼬이게 됐습니다.

 이후 경기는 사고와 세이프티카로 점철된 경기에 타이어 선택을 잘 해서 트랙포지션을 잡은 드라이버들의 승리였습니다. 메르세데스의 패착에 맥스가 선두를 잡았고 이후 페이스까지 리드하며 우승으로 이어갔습니다.

 그 외에 중위권 드라이버들이 상당한 대박을 냈는데, 다들 슬릭으로 일찍 갈아끼운 친구였습니다. 톱팀에선 의외로 첫 슬릭 시도에서 말아먹은 두려움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고 말이죠. 슬릭으로 교체 타이밍만 잘 잡았어도 해밀턴이나 보타스에게 가능성이 있을 법 했지만 뭐 다 지나간 얘기입니다.

 트랙이 마르고 슬릭으로 완전히 넘어간 뒤 토로로소가 기묘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던 게 기억에 남는군요. 물론 다닐이 2위까지 올라갔던 건 타이어 교체 타이밍의 운이었지만 페이스도 여타 중위권의 추격을 뿌리칠 만큼은 좋았습니다. 결국 베텔에게 잡히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페라리는 이 기회에 컨스트럭터 포인트를 제대로 쌓아야 했는데 르클레르의 사고가 뼈저렸습니다. 르클레르와 베텔 모두 추월을 매우 잘 해내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아쉽습니다. 작년 베텔의 사고를 고스란히 연상시키는 충격이었습니다. 어제 예선 망했지만 중반까진 둘 다 좋았는데요... 그나마 베텔이라도 실수 없이 2위까지 올라왔습니다. 20위에서 2위인데 2012 아부다비에서 24위->3위가 있어서 순위 상승 절대치론 기록은 아니지만... 지금 팀 숫자에서는 기록이 되겠네요. 꼴지에서 우승은 안 나올테니;

 메르세데스 모터스포츠 125주년은 이렇게 메르세데스의 노포인트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그랑프리 타이틀 스폰서라서 그랑프리 이름이 "포뮬러 원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그랑프리" 인데 말이죠. 제대로 얼굴에 먹칠했습니다. 더블 리타이어가 아닌 것만 해도 어딘가 싶지만 해밀턴 밑의 드라이버가 윌리엄스랑 사실상 리타이어인 가슬리 뿐이니 실질 꼴지인 셈이죠. 게다가 다른 드라이버들도 자꾸 메르세데스 광고판에다 쳐박아던;;

 일단 이번 경기는 페라리의 예선 삽질에 결승에서도 변화무쌍한 노면 상황, 전략과 드라이빙 에러 등으로 팀의 성능을 확실하게 얘기하긴 힘든 모양새였습니다. 연습, 예선에선 페라리가 강세를 보였는데 작년에도 그랬어서 원래 이 트랙에선 페라리가 적성이 좋다고 보입니다. 그래도 실버스톤 이후 완전 내려놓으려 하던 상황에선 이거라도 반갑긴 합니다.

 아직 정상적인 상황, 좀 더 보통 트랙에서의 경쟁력은 메르세데스가 그대로 가져갈 거라고 봅니다. 다만 트랙에 따라서 페라리나 레드불이 충분히 메르세데스에게 근접할 수 있어 보입니다. 다음 경기인 헝가로링은 머신 특성을 생각하면 메르세데스와 레드불의 승부가 되겠네요. 페라리는 트랙션이 부족한 특성 상 이 트랙에서는 좀 어려워 보입니다.

 메르세데스의 재앙에도 불구하고 워낙 그동안 이겨놓은 게 많아서 해밀턴의 리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맥스가 보타스와 22점 차이까지 좁혀왔습니다. 만약 WDC에서 맥스에게 역전당한다면 보타스의 시트는 좀 불안불안하다 싶네요. 아직은 레드불도 원맨아미긴 합니다마는... 컨스트럭터 면에선 메르세데스의 노포인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벌어놓은 게 너무 많아서 아직 페라리보다 한참 많은 포인트입니다. WCC는 전혀 걱정 없다고 보이네요.

 올해 남은 경기의 볼거리는 보타스, 맥스, 베텔의 WDC 2위 경쟁(챔프는 뭐 머신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면 거의 해밀턴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WCC에서 페라리와 레드불의 경쟁이 되겠네요.

 그나저나 여름휴가가 다가오는데 드라이버 이적 관련으로 꽤나 소란스러울 듯 합니다. 특히 독일~헝가리 쯤에서 대충 잠정 지어놔야 하는 상황인데 보타스나 가슬리의 실적이 모두 시원찮습니다. 보타스야 끔찍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즌 초 반짝 한 뒤론 정말 그냥 넘버 투 수준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밀턴은 이변이 없다면 언터쳐블이지만 보타스가 탄 메르세데스는 맥스의 레드불이나 페라리 듀오와 뒤엉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드불의 경우도 가슬리가 영국에서 괜찮긴 했지만 여전한 실수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지라... 마침 다닐 비얏이 오늘 3위를 한 것도 있고 해서 여차하면 다닐로 시즌 중 교체될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닐도 일류 드라이버는 못 되기 때문에 레드불로썬 그냥 나은 넘버 투를 구하는 것 뿐입니다만...

 패독에는 베텔이 레드불로 돌아간다는 떡밥도 돕니다만 어떨런지. 내년에 제대로 챔피언십 경쟁을 노린다면 드라이버 강화가 필요하다곤 생각되네요. 메르세데스, 페라리도 완벽하진 않지만 레드불은 넘버 투로도 너무 뒤떨어지는 상황이니까요.

ps.알파로메오 두 차량이 스타트 시 텔레메트리 기록 상 부적격이 발견되어 30초 패널티로 노포인트가 되고 해밀턴과 쿠비짜가 올라갔군요. 알파 둘 다 잘 달리던데 이런 불운이...




덧글

  • 가지안텝 케밥집 2019/07/29 08:03 # 답글

    오늘 레이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포디움에 누가 서던 상관없이 기뻤던 것은 오랜만인 느낌이네요. 마의 섹터 3는 정말... 거의 개미지옥 수준이더군요. 그 와중에 잘 빠져나가는 키미는 역시 플라잉 핀이라는 말 밖에. 지금 가슬리는 시트가 위태롭다 수준이 아니라 토로 로쏘로 돌아가는게 반 확정이라는 느낌입니다. 크비얏은 차치하더라도 알본을 제대로 꺽지 못했으니... 물론 알본이랑 크비얏 둘 다 가슬리보다 나은 드라이버라 그럴 수도 있겠죠.
  • IOTA옹 2019/07/29 12:27 # 답글

    올시즌 희망을 잃어 결과만 겨우 챙겨보고 있는데 결국 이런 멋진 레이스를 놓쳤네요.
    막스는 될성부른 떡잎인거는 분명한듯하네요.
    결국 성과를 내는 드라이버가 살아남는 시장이니 가슬리는 할 말이 없을듯 합니다.
    키미는 잘 해나가고 있으니 그걸로 좋고, 베텔은 최근 언론이나 이탈리아에서 극딜 당하던거 같던데 이번결과로 그런 압박이 좀 줄었으면 하네요.
  • dhunter 2019/08/03 21:37 # 삭제 답글

    2연속으로 무슨일인지 당황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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