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기어 솔리드 영문 번역의 기묘하고도 진솔한 이야기 by eggry


The bizarre, true story of Metal Gear Solid’s English translation(Polygon)

 마지막으로 코지마 히데오를 봤을 때 우리 둘은 발가 벗은 상태였다.

 우리는 코나미의 후지 산 인근 휴양지인 전통 일본 료칸의 노천탕에 있었다. 당시 코지마는 운동하기 전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날씬했다. 그때 코지마는 사이코 만티스에 가깝게 생겼었다. 오늘날엔 스네이크 체형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에겐 잘 된 일이다.

 지금은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90년대 초에서 중반 서양에 코지마 히데오는 무명이었다. 나는 1993년9월에서 1995년 3월 사이 도쿄 토라노몬에 있는 코나미 본부에서 일하던 시절 그를 처음 만났다. 그 1년 반 가량의 기간은 거의 5년 처럼 느껴졌는데, 당시 사무실의 유일한 외국인이었던데다 도쿄의 악명높은 통근 전철 등 압박감 높은 환경 때문이었다. 나는 훗날 플레이스테이션 용 ‘메탈기어 솔리드’의 번역을 맡게 되는데, 한 사람이 하기엔 너무 큰 일이었다.

 그 모든 일은 이렇게 일어났다.


배경설명

 나는 코나미 재팬의 국제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15명 가량의 팀원들이 영업부와 법무부 사무실 사이에 사이에 불편하게 끼어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엔 16비트 시대였고, 이메일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서류를 하루 종일 돌렸고, 풀칠 제대로 한 셔츠를 입고 있는 상관들에게 도장 받으러 줄 서느라 나날을 보내었다. 결재를 대기하는 동안 우리는 라운지에서 담배를 피고 시계를 보며 시간을 죽였다.

 나는 1년 간의 영어강사 경험 후 코나미로 오게 되었다. 강사경력 후 나는 운 좋게 코나미와 면접을 볼 수 있었는데, 당시 코나미 시카고에서 일하고 있던 쌍둥이 형제의 덕이었다. 나는 나의 일본어와 영어 능력을 발휘해 ‘혼두라’ 를 플레이한 추억을 거창하게 늘어놓음으로써 면접을 훌륭히 치를 수 있었다. 나의 추억담은 당시 국제사업부의 부장이었던 아라카와 씨의 눈물을 자아냈다.

​ 하지만 코나미의 흡연실이야 말로 진짜 업무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고, 상관과 실제로 대화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업무문화의 꼬인 부분으로, 각 부서의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만 일한다. 타 부서원의 책상으로 가서 대화하는 것은 공식적인 업무지시나 맡길 일이 없는 이상은 금기라는 게 암묵적 룰이었다.

​ 결과적으로 사무실에 쳐박혀 있는 건 일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돌파구는 언제나 모두 가드를 내리고 편안하게 담배를 피고 있는 곳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가끔 신작을 플레이 해보고 소감을 알려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 우리의 주업무는 미국과 유럽에 2일 주기의 팩스 통신으로 출하량을 확인하고 현지시장에 맞는 게임 수정사항을 소통하는 것이었다. 지루한 일이었지만 R&D 부서 사람들이 나에게 점점 게임에 대한 의견, 그리고 번역이나 가끔은 오리지널 영문 대사에 대한 요청을 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부서의 유일한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 나는 세가 제네시스용 ‘애니매니악스’, ‘배트맨과 로빈’, ‘스파크스터’의 모든 대사를 작성했다. ‘바이커 마이스’나 ‘타이니툰 어드벤쳐’의 번역도 했고, ‘콘트라 더 하드코어’의 초벌 더빙도 감독했다. 하지만 진보초에 있는 R&D 6팀(세가 담당)에 불려가 코지마 히데오의 ‘스내쳐’에 대한 의견을 요청받았을 때 일은 진지해졌다.



 나는 두달에 걸쳐 세가 CD 버전 ‘스내쳐’를 마무리했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실적 중 하나이다. 스콧 하즈가 한 번역을 감수했고 몇가지 내 오리지널 요소를 추가했으며, 시카고로 가서 더빙도 감독했다.

​ 코지마는 이 이식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 작업이 짧은 코나미 경력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전업아빠가 되기 전에 코지마와 나에 연결고리를 남겨주었다.


메탈기어 솔리드 이해하기

​ 1997년 3월, 나는 아내 및 두 아이와 메사추세츠 서부의 눈 내리는 언덕에 위치한 임대주택에 살고 있었다. 나무 스토브는 있었지만 돈은 별로 없었다. 이미 ‘반달 하츠’와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 번역을 마쳤지만, 그 이후 일이 없었다.

​ ‘월하의 야상곡’ 번역에 대한 온갖 밈과 농담들을 보면서 나는 약간 불만스러웠지만,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번역은 곧 작문이다. 기계적임과 동시에 예술적 과정이며, 어떤 번역가도 같은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선 이후 더 얘기할 것이다. 그게 어떻게 나에게 역풍으로 다가왔는지도 말이다.

​ 어쨌든 그때 나는 코지마 히데오가 내가 번역하길 원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메탈기어 솔리드’라는 다소 이상한 제목의 게임이었다.

​ 나는 도쿄로 날아가 그와 작업에 대해 논하였다. 그의 사무실에서 그는 어떤 게임인지에 대해 약간 얘기해주었고, 테이블에 놓인 거대한 레고 버전의 게임 환경에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 게임의 3D 환경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가 하려던 카메라 무빙이 어떻게 최종 게임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이 영상에서 실제로 볼 수 있다.(3분 5초 부터)



​ 흥미진진했다. 3D 게임은 지금처럼 보편적인 게 아니었다. ‘메탈기어 솔리드’가 매우 매우 특별할 것이며, ‘스내처’나 ‘폴리스너츠’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란 게 분명했다. 나는 대본, 설정화, 그리고 다른 설명들이 들어있는 3개의 거대한 삼공 바인더를 갖고 도쿄를 떠났다.

​​ 우리는 가족 얘기도 했었다. 그의 아내는 나와 같은 이름이 들어가 있었고, 내가 아직 코나미에 있던 시절 같이 갔던 후지 산 여행 직후에 태어난 내 딸 조(Zoe)의 소식에 대해 물었다. 나는 Z.O.E.(Zone of the Enders) 타이틀이 이 대화에서 나왔다고 확신한다. 당시엔 귀한 이름이었기도 하고, 그가 어디서 그런 단어를 떠올렸겠는가?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난 회사의 모두에게 떠벌리고 다녔단 말이다.

​​ 메사추세츠로 돌아와, 나는 ‘메탈기어 솔리드’의 거대한 대본을 번역하는 막중한 업무를 마주하게 됐다. 제일 먼저 명확해진 것은 코지마가 이 세계를 만들어 내기 전 했음이 분명한 거대한 연구 조사였다. 게임엔 밀리터리 기술이 만연했다. 총의 이름부터 미국의 핵무기가 어떻게 잠금장치 되어있는가, 냉전의 역사적 배경,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특수부대, 심리전 등 끝이 없었다. 그리고 번역을 시작할 때 나는 이런 것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


막중한 작업

​​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이었고,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알지 못 했다. 또한 코지마가 ‘메탈기어 솔리드’를 고안하기 위해 수 년동안 해염쳐 다닌 세계를 깊이 들여다 보지 않고 번역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 당시엔 인터넷이 지금같지 않았다는 걸 이해하기 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도, 위키피디아도, 레딧도 없었고, 참고할 만한 비슷한 류의 번역 사례도 없었다. “현지화”라는 단어는 1997년 게임 업계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나 혼자서 다 감당해야 했고 아무도 어께의 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 나는 전직 네이비 씰 리처드 마친코가 쓴 책은 닥치는대로 주문했다. 자서전인 ‘로그 워리어’부터 소설까지 망라했다. 코지마가 했던 게 이런 것일 거란 직감이 있었다: 리얼리즘의 건조한 느낌과 제임스 본드의 가젯과 창의성의 조합 말이다.

​​ 그래서 나는 이 책들을 몇 주나 읽고, 또 읽어서 흡수했다. 군사 세계의 맛을 느끼고, 사르카즘적 마초이즘 같은 병사들의 대화법을 흡수했다.

​​ 고무적인 진전이었지만, 어려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임무 실행

​​ 도서관과 서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한편,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전쟁영화, 첩보영화를 계속 봤다. 게임의 아트를 보면서 내가 고안한 영문 대사를 캐릭터들이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일본어의 대화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나는 코지마가 플레이어에게 전하려고 했던 느낌을 절실하게 유지하고 싶었다.

​​ 나는 게임의 스토리 순서대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래서 제일 처음 작업한 것은 스네이크가 핵무기 폐기시설에 수중침투하는 오프닝 씬이었다. 일본판 컷씬의 VHS 사본이 있었고, 게임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정말로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나는 오프닝 씬이 좋았으며 이 첫번째 컷씬에서부터 게임이 뭘 하려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 같았고, 내가 무언가 특별한 걸 하고 있다는 걸 일찍부터 알 수 있었다.

​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주 많았다: 더빙의 템포는 특히 골치아팠다. 대화의 전체 길이가 컷씬의 길이와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어가 영어와 순서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당대 다른 게임보다 훨씬 영화같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컷에 대사를 맞춰야 했다. 번역이 쉽게 씬을 바꿀 수는 없었다.

​ 계통이 전혀 다른 언어로 대화를 새로 만들면서도 대사의 길이는 정해져 있고, 감각은 그대로 전해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 나는 내 번역본을 VHS를 보면서 바복해서 읽어 보았다. 드라마틱하면서 심리스하게 영상과 어우러지게 하려고 애썼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제법 잘-아니 어쩌면 대단한- 번역을 해냈다고 자신하게 됐다.

​ 나는 모든 컷씬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 작업을 계속했다: 비디오를 보고, 목소리, 감정, 동기, 캐릭터의 스타일을 상상했다. 그 모든 것과 함께 숨쉬면서 살아갔으며, 컷씬을 완성해 간다는 희열이 덜 흥미진진한 수백 페이지의 무전 통신을 번역하는 업무를 감당할 힘을 주었다. 과중한 업무였고, 오늘날이라면 일군의 팀이 담당할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나는 미국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깊은 배경

​ 나는 이정도 규모의 일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반달 하츠’나 ‘악마성 드라큘라’는 ‘메탈기어 솔리드’에 비하면 작은 게임이었다. 심지어 나는 매달 마감을 엄수할 때마다 지불 받도록 코나미와 지불 계약을 조정할 정도로 경험이 있지도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일곱에서 여덟달 동안 수입이 없었다. 그저 전체 작업이 끝나면 지불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 그래서 나는 ‘메탈기어 솔리드’를 전업으로 작업하면서도 우리 가족은 굶주리고 있었다. 겨울의 메사추세츠는 낮이 짧아졌고, 돈은 전혀 없었으며, 스트레스는 치솟았다. 나는 문 바로 바깥에서 두 아이가 놀거나 우는 작은 욕실 규모의 “사무실”에서 일했다. 업무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르렀을 때 나는 스트레스를 견디려고 디아제팜을 복욕하고 있었다.

​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에서 스네이크는 사격 시 손떨림을 막으려고 같은 약을 먹었다. 또한 스네이크처럼 흡연에 쩔어 있었다. 그래서 미국판에 “아침 담배 맛이 얼마나 좋은지 모를 걸” 같은 대사가 들어간 것이다. 일본어 버전에선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스네이크가 같은 식으로 스트레스를 감당할 것이라는 상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잠시 번역과 원본에 대한 얘기를 하기 좋은 타이밍 같다.. 많은 사람들이 번역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놀라운 일은 아니다. 번역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해 탄탄한 정보가 없고, 내가 ‘메탈기어 솔리드’를 작업하던 시절엔 더욱 그러했다.

​ 번역은 과학이 아니다. 차라리 예술이다. 번역가는 매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매우 다른 청중에게 원본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단어의 진수를 포착할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 진수는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보다도 좁은 영역에서 간신히 찾아내는 것이다. 톤, 존재감, 암묵적 분위기 같은 것들이며 ‘메탈기어 솔리드’에서는 이 톤이 매우 중요했다. 야구선수들의 사인처럼 통일성과 힘을 주는 것이고, ‘메탈기어 솔리드’에 내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코지마가 대본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을 그대로 흉내내고 싶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코지마의 머리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FBI 요원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문화는 미국만큼 전쟁에 대해 정확하거나, 직설적이거나, 찌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9/11과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가 우리 문화를 뒤흔들어 놓기 몇년 전에도 그러했다. ‘로그 워리어’와 다른 책들을 읽은 것이 군인들이 대화하는 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나는 스네이크와 캠벨 대령의 대화가 직업군인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이 서로, 혹은 다른 캐릭터와 대화하는 방법이 중요했다.

​ 그 말은 나도 직업군인처럼 얘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 이를 위해 대본에서 이미지를 팔기 위해 나는 약간의 허세를 부려야 했다. 나름 최선을 다 했다고 자신한다. 코지마는 고고도에서 낙하해 저고도에서 낙하산을 펼쳐 침투하는 방식을 표현할 때 “HALO” 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물론 '헤일로' 게임이 나오기도 몇 년 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다가 High-Altitude, Low-Opening Jump 라는 단어를 찾아냈고, 게임에 넣기로 했다.

​ 스네이크의 이어폰이 그저 ‘무전기’라고 불린다는 원본을 읽은 뒤, 나는 좀 더 미국 플레이어들에게 와닿을 것을 고심했다. 상당한 시간을 들인 끝에 나는 “코덱(Codec)” 이라는 멋지게 들리는 단어를 찾아냈다. 그 전엔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지만 제법 그럴싸하게 들렸다.

​ 캠벨이 스네이크에게 무기를 ‘현지조달’을 해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좀 더 군사적 허풍이 느껴지는 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일한 문제는 현실에선 그런 식의 상황이 없기 때문에 어떤 말을 쓰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On-Site Procurement” 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고 줄임말로 OSP도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 다른 곳에서도 쓰이고 있다.

​ 허세와 더불어 나는 캐릭터들에 생명을 불어넣을 기회는 남김없이 활용했다. 번역에선 나무 자주 의미는 남지만 감각은 상실되곤 한다. 이건 번역가가 추가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스네이크가 일본판에는 없는 신랄함을 가지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캠벨은 일본어에선 “나는 더이상 대령이 아냐”라고 말한 것을 나는 “나는 더이상 대령이 아니라 은퇴한 한마리 군마일 뿐이야”로 바꾸었다.

​ 왜 원본에 없는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을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적절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마지막 한마디가 풍미를 더해주었다. 우리는 영화, TV, 문학 그 외 다른 형태의 대중문화에서 공유된 기억을 통해서 우리 문화에 맞는 전형을 갖고 있다. 나는 코지마가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고 느꼈다. 미국 문화에 맞는 전형을 통해 미국 플레이어들이 캠벨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코지마가 청중에게 전달하려 한 것을 영문으로 잘 전하기 위해 몇가지 향취를 더하였다.

​ 여기 다른 예가 있다. 이건 스네이크의 대사이다. 어느 쪽이 더 괜찮아 보이는가?
A) “나는 전장에서 밖에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남자야.”
B) “나는 한가지 밖에 잘하는 게 없는 남자야. 살인 말이지.”

 B가 내 번역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A는 ‘메탈기어 솔리드: 트윈 스네이크’의 내 것보다 “개선되었다는” 버전이다.

​ 여기 다른 스네이크의 대사도 있다(벌칸 레이븐과 알레스카 올림픽에 대해 얘기할 때)
A) “당신의 강건함을 보니 네명은 짊어지고 훈련했겠군”
B) “고래고기 먹기 대회에서 상당한 수준이겠군”

 이 예시의 경우 나는 알레스카 올림픽의 다른 두 종목에 대한 얘기를 하는 대신, 스네이크의 익살스런 면모를 강조하려고 했다. 좋은 결정일까, 아니면 존중이 부족한 것일까, 혹은 비난받아야 하는 결정일까? 판단은 당신의 몫이지만 나는 내 결정을 지지한다.

 사이코 만티스의 대사를 보자.
A) “내 힘으로 누군가를 도운 건...이번이 처음이야. 이상한 기분이야…향수가 느껴져.”
B) “내 힘으로 누군가를 도운 건...이번이 처음이야. 이상하게도...기분이 좋아.”

 당연히 B가 내 것이다. 나는 일본어판의 직역인 “노스탤직”이란 단어를 삭제했는데,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향수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향수를 느낀다고 해석하지, 향수를 느낀다고 스스로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두 대사의 의미는 대동소이하다. 서양 청중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단어를 바꾼 것이 원본에 충실하지 못 한 것일까?


임무 실패?

​ 지금까지 한 얘기가 ‘메탈기어 솔리드’ 번역 업무를 맡았을 때 나의 열정, 노력이었으며, 궁극적으로 코지마를 화나게 하고 내가 더이상 이 시리즈를 맡지 못 하게 된 원인이 된다.

​ 한번 조각을 모아서 어떻게 그렇게 됐나 보자. 더빙 작업은 LA에서 이뤄졌고, 각본가로써 나는 음향감독, 음향 기술자와 더불어 성우에게 지시할 수 있는 마이크를 가진 세명 중 하나였다.

​ 녹음이 끝난 뒤 집으로 와서 일본으로 보냈으며, 코지마는 그걸 들어보았다. 나는 코지마가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알고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한 나머지, 그가 ‘메탈기어 솔리드: 인테그럴’을 만들어서 일어 더빙에 영어 자막을 보거나, 반대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영어 대사가 일본어와 “일치되어” 플레이 할 때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했다. 이 작업을 맡은 게 누구든 간에, 일본어 원본과 내 번역본 사이의 차이를 즉각 눈치챘을 것이다.

​ 당시엔 다른 시장을 위한 자막이 한 게임 한 게임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때까지 북미판은 북미판, 일본판은 일본판일 뿐이었다. 둘이 같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고 각자 시장에 좋은 체험을 주기만 하면 되었다.

​ 내가 듣기로 ‘인테그럴’을 작업하면서 코지마는 그의 작업물이 “만져졌다”는 얘길 사람들에게 듣기 시작한 것 같다. 그가 바이링구얼이 아니라 현지화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장래의 메탈기어 게임은 오리지널 일본어 대본과 밀접하게 매칭되도록 감독받게 되었다

[편집자 주: 코나미는 이 이야기에 대해 코멘트 하길 거부했다.]

 이런 접근법이 이런 대사를 만들게 되었다. “나는 너희들의 슬픔을 비정하게 바다에 뿌려지게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언제나 너희들과 함께야. 너희의 뿌리를 내 속에 심을 것이다. 너희를 재로 돌아가게 하진 않을 것이다. 너흰 모두 다이아몬드다.”

​ 일부 플레이어는 이 대사에서 애정을 느끼겠지만 나는 영어권 플레이어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메탈기어 솔리드’의 작업물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고 해도, 속편들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어쨌든 ‘메탈기어 솔리드’의 리뷰는 당시 매우 긍정적이었고, 많은 리뷰가 번역과 더빙의 품질을 칭찬했다.

​ 내가 내린 결정들이 장래의 일거리를 앗아 갔지만, 나는 내 작업물의 편이며 내 스스로 원본에 대한 가장 진실한 형태의 아첨이자 존중의 방법을 따랐다고 자신한다. 원본 일본어 대본에서 분명했던 색체를 잃고 망가진 언어로 놔두는 대신 원본의 느낌을 재구성해 묘사하려 한 것 말이다.

​ 어떤 사람들은 이게 내 결정에 대한 에고나 자만심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건 사실이다. 나는 같은 식으로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불쌍하고 하찮은 비밀 덩어리지!”란 대사를 만들어 냈다.



 이제 인터넷에선 “인간이란 무엇인가?” 밈을 사방에서 볼 수 있다. 티셔츠는 물론 심지어 다른 게임에까지 패러디되고 있다. 자연스럽게도 이는 내 에고를 충족시켜 주긴 한다. 이 말의 원조인 앙드레 말로보다 내가 더 고안자로 많이 인용되는 모습은 웃기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더 큰 문제를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번역가의 역할, 그리고 힘 말이다.

​ 트위터와 번역가보다 번역을 평가하는데 무한한 시간을 보낼 사치를 지닌 안락의자 군단들이 나타나기 전엔 번역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현지 청중들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게임을 선사하려는 진실된 욕구 뿐이었다. 오늘날까지 나는 최고의 번역가들은 여러 주인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불가능한 업무에 최선을 다 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청중, 원작자, 시장을 동시에 만족시키려고 말이다.

​ 이 모든 일을 되돌아보면, 물론 실수도 있었으며 성공적인 결정과 더불어 나쁜 선택도 있었다. 하지만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번역은 과학이 아니며, ‘메탈기어 솔리드’의 성공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제법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 어쨌거니와 게임 역사의 일부에 한 몫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제레미 블라스테인은 일본에 사는 일본어-영어 게임 번역가이자 카라테 고조 류 수련가, 그리고 피자 애호가이다. 그의 작업물에는 ‘메탈기어 솔리드’, ‘사일런트 힐’ 시리즈,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 ‘환상수호전 2’, ’사루겟츄 2’, ‘섀도우 하츠 2’, ‘드래곤 퀘스트 7’, ‘발키리 프로파일’, ‘다크 클라우드 2’, ‘로스트 스피어’ 등이 있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7/21 13:00 # 답글

    번역이 철학따라 다 다른지라, 어떤 것이 잘된 번역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글에서 코나미에 대한 아쉬움과 약간 변명같은 뉘앙스가 가끔 있네요; 이분이 다른 무슨 비판을 받은 적이 있나요?
  • eggry 2019/07/21 13:02 #

    본문에 번역에 창작요소를 넣은 거 때문에 다음부터 일 못 받았다고 되어있는데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MGS 2 번역가가 한 얘기도 있는데 아트웍이나 설정 같은 것도 못 보고 진짜 대본 워드 파일만 받았으며 일본어와 매칭을 꼬박꼬박 검사 당했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후 일어난 일을 보여주네요.
  • 글로 2019/07/21 13:25 # 답글

    창작물 번역할 때마다 고민하는건데, 독특한 표현이 나올 경우 저는 만약 이 작가가 한국인이었다면 어떤 식으로 썼을까, 하고 번역해보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영역 혹은 일역을 합니다. 그게 원래 표현이랑 너무 다르면 다시 다듬구요. 번역은 일종의 창작이란 말에는 동의하지만, 없는 부분을 첨가하거나 참신함을 살릴 때에는 어느 정도는 원작자의 의향을 물어보는게 최고인거 같아요. 물론 하루키씨나 돌아가신 에코씨처럼, 자기 작품의 문장에 대해 해설하길 꺼리고 번역자의 창의성을 엄청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요. 장르적인 특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노벨처럼 향유하는 계층이 어느 정도 특정되는 상황이라면 다소 어색해도 한국적인 표현보단 그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쓰는게 나을 수도 있겠죠.
  • 에르네스트 2019/07/21 17:26 # 답글

    월하의 야상곡 번역가분이라....그 유명한 Die, monster! You don't belong in this world!(사실 번역보다도 그 번역(영어판) 성우분이 발로 연기해서 악명높은거지만) 번역하신분인가?
  • 프놀 2019/07/22 05:51 # 삭제 답글

    예전 잡지 기사에서 메기솔1이 북미에서 성공한 이유가 초월번역(?)때문이었고 메기솔2 번역가가 유치한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야해서 괴로웟다고한게 있었는데 오늘 이글을보니 코지마씨와 코나미의 대응이 이해가 되네요. 제레미씨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지나쳤던듯...
  • 라마르 2019/07/23 17:43 # 삭제 답글

    월하의 야상곡은 성우 연기가 문제였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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