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이전, 에트루리아(국립중앙박물관) by eggry


 국립중앙박물관의 새 특별전, 시작한지 하루만에 갔다가 왔습니다. 글은 이제서야 올리지만... 이번 전시의 좋은 점은 폰카 외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점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은 플래시 사용만 없으면 사진 허락하지만 다른데서 빌려오는 특별전은 대부분 엄격하게 제한되죠. 그나마 SNS 시대다보니 홍보성을 위해선지 스마트폰 카메라 정도는 허용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일반 카메라도 쓸 수 있더군요. 대신 무음모드로 다른 관객에게 피해 주지 말라고만... 뭐 그런데 한국은 기본 폰카가 셔터음 있다보니 그냥 사람들이 막 찍었습니다; 여튼 이런 조건이라면 요즘 카메라도 거의 다 전자셔터 무음촬영이 되므로 큰 부담 없이 찍을 수 있습니다. 조명이 다 LED인지 플리커링도 안 생기는 거 같더군요.




 입구의 프로젝션 터널.



 통로 끝에서 만나는 흉상. 로마보다 오래되봐야 겨우(?) 몇 백년 전이라 로마 후기면 몰라도 전기와는 그렇게 차이가 나는 인상은 아닙니다. 다만 에트루리아 유물은 대리석보다는 더 무른 석조나 흙재료를 써서 보존성이 약하다는데, 여기서도 그 재료의 한계를 볼 수 있습니다.



 전시품들 중 가장 많은 숫자와 수려함을 자랑하는 건 유골함들입니다. 묘지에 묻히다보니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듯 한데 역시 소재의 내구성 한계는 엿보입니다. 이 유골함은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돗대에 스스로를 묶은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에트루리아는 시대적으로 보면 그리스 제국과 로마 사이에 있었으며 그에 따라 당대 제국인 그리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음과 동시에 로마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스와 유사한 토기입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은 이름만 다르지 대체로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중간기였던 에트루리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우스-유피테르 같은 대표신 이름은 유명하지만 에트루리아에도 같은 신의 다른 이름들이 있습니다.



 신들의 모습이 묘사된 공예품들.



 신전 건물은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는데, 신전의 모양을 본뜬 유골함과 로마인의 기록을 통해 형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직선적인 모양새로 만들어졌으며 신전에 방이 세개가 있어 세 주력 신을 동시에 모셨다고 합니다.



 아테나에 해당되는 신 멘네르바. 로마에선 미네르바가 됩니다.



 신전 양식 중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장식들. 손실률이 너무 높군요 ㅠ



 신전에 바친 재물들. 조형으로 바쳤다고 하는데 신체의 일부를 바친 건 그 부위의 병이 낫게 해달라는 기원으로 보인다고. 그리스나 로마에서 보이는 방식이긴 하지만 명확한 기록은 없어서 가능성 높아 보이는 추리일 뿐이라고 합니다.



 동물은 사냥이나 가축에 대한 거겠고...



 자갈치 과자와 붕어빵...이 아니라 남근과 자궁이랍니다. 자식 낳게 해달라는 내용일 듯.



 이런 청동 미니어쳐들은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다는군요.



 말 모양의 괴물과 싸우는 신화적 모습을 묘사한 유골함.



 에트루리아 신관. 동물의 내장으로 점을 쳤다고 합니다. 누은 자세에 손에 들린 건 동물의 간이라는 듯.



 터치스크린과 NFC(로 보이는)을 활용한 영상 컨텐츠가 있습니다.



 다른 문명, 같은 신. 에트루리아 티니아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입혀놓고 무장한 듯한 느낌으로 그려지는 듯 합니다. 어쌔신 크리드에 로마 신들의 이름을 가진 선행인류 이수 중에 유피테르가 나오는데, 패션이나 이미지 적으로는 여기 나온 티니아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전차.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진 전차는 당연히 왠만해선 썩어 없어져 버렸습니다. 남은 건 금속 장식이나 부속들인데 그걸 바탕으로 목재 부분은 추리하여 만들어 냈습니다.



 청동 투구. 그리스에 영향을 받은 양식 외에 알프스 북쪽에서 넘어온 켈트족에게 영향을 받은 스타일(귀가리개가 있는)도 있습니다.



 청동 방패. 솥뚜껑 같습니다만...



 창 촉.



 종아리 갑옷.



 부장품들이라고 합니다.



 이건 실용적 용도로 쓰였던 도구들입니다. 대부분 청동.



 아까 그리스식 토기를 보았는데, 에트루리아에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토기 양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유의 굽는 방법으로 새까만 색으로 나오는 이 토기들이 그것이라고.



 모자상.



 가장 수가 많고 수려한 것은 앞서 한번 대표로 나왔던 유골함 종류입니다. 에트루리아는 화장을 했기 때문에 큰 관 대신 이런 작은 유골함이 쓰였다고.



 에트루리아가 가장 즐겨쓰던 소재는 설화석고라고 합니다.



 석재 유골함 외에 다양한 유골함들. 이건 집 모양이라고.



 여러 겹의 항아리로 된 유골함. 한국이나 일본의 고대 매장 풍습과도 비슷하군요. 한일 쪽은 화장 대신 시신을 구겨넣듯 넣었습니다만.



 유골함에 장식성을 더하고자 화려한 투구를 얹었습니다. 장식으로 보건데 전사 계급이겠죠.



 비록 인체의 모습을 잃은 유골함이지만 유골함 자체를 생전 인물과 동일시하여 부장품에 연출 요소를 넣기도 했는데, 이 유골함은 의자 및 테이블, 주사위와 함께 묻혔다고 합니다. 저승에서도 도박 하라는 걸까요?



 항아리형 유골함의 뚜껑을 초상조각화 하는 유행도 있었다고. 하나는 외계인 같습니다만...



 에트루리아는 가족묘를 꾸리는 경향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곳은 묘실에 안치된 가족 유골함과 부장품을 발굴된 배치대로 재현한 곳입니다.



 에트루리아 인들의 죽음관이 엿보이는 요란한 관들. 뚜껑에 이렇게 전신조각을 새기는 양식은 중세에 크게 유행하게 됩니다.



 연회의 부조가 새겨진 유골함. 이런 형태의 유골함은 로마 시대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입니다.



 축제 모습을 묘사한 항아리들.



 묘지 입구에 놓이는 장식과 비석들.



 금세공품. 금월계과관은 상당히 화려하군요.



 전시의 마지막은 신상 위주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 마주치게 되는 건 야누스 상. 반대편에 각자 얼굴이 달려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로마 신들은 대부분 그리스의 것을 이름만 바꿔다가 가져왔지만, 그리스에 없는 신 중 하나가 야누스로 로마 고유의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에트루리아에서도 야누스 상이 나오면서 야누스의 시초가 에트루리아였을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에트루리아에서 야누스는 한해의 시작과 끝, 젊음과 늙음 등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로마에 영향을 줬거나 로마가 차용했다고 여겨지는 양식들. 돌상자에 그려진 귀족의 의자나, 파스케스, 개선 행진 같은 것들이 로마가 차용했다고 여겨집니다.



 로마의 에트루리아 표절(?)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다는 건국신화일 겁니다. 에트루리아는 로마보다 앞서 늑대를 중요한 동물로 여겼고 늑대가 젖을 먹이는 형제라는 상징도 이미 먼저 있었다고. 이게 뭐가 좋다고 배껴다가 자기 꺼라고 한 건지...;;



 손바닥 만한 크기의 신상들. 근데 이건 에트루리아 제가 아니고 대부분 로마 시대의 것입니다. 같은 신을 다루는 거라곤 하지만 음, 유물이 부족해서 다소 억지로 데려왔다는 느낌이;



 바쿠스. 그리스 신화의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에트루리아 버전입니다. 포도주와 자유분방함 때문에 여러 문화권에 사랑받은 신.



 '진실의 입'이 생각나는 거대한 티니아의 마스크.



 신화의 장면을 묘사했다고 여겨지는 조각상으로 꾸며진 문을 통과하며 전시가 끝납니다.



 한편 박물관 한켠에 에트루리아 버거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저녁도 먹어야겠고 저거나 먹기로 했습니다. 사실 에트루리아랑은 별 연관 없고 그냥 이탈리안 버거이긴 한데요;



 박물관 뒤쪽에서 앞에 있는 식당 쪽으로 가는 길. 비가 내렸습니다.



 수제버거집 '마당'에서 팝니다.



 에트루리아 버거 대령. 세트인 감자는 슬림합니다. 에트루리아 버거라곤 해도 사실 에트루리아의 흔적 같은 건 있을 리가 없고(늑대 고기도 아니고;) 그냥 이탈리아의 대표적 식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버거입니다. 모짜렐라 치즈, 패퍼로니, 토마토 소스 같은 것들 말이죠. 사실 다 에트루리아 시절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식재료입니다만...

 맛은 괜찮았습니다. 재료가 재료인지라 익숙한 일반적인 햄버거보다는 화덕피자에서 보던 맛이 나는데, 재료 신선도도 괜찮고 서브웨이보다 더 헬시한 느낌입니다. 특히 로메인 상추의 존재감이 마치 샐러드 같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그게 좀 마이너스라면 마이너스였는데요, 길티플레져가 아니라 평소 식생활에 대한 길티가 느껴졌기 때문에...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가면서. 해가 기울어 가고 비가 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풍경. 오늘 사진은 대부분 16-35GM과 바티스 40이 활약해줬습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설립에 대한 작은 전시가 있었는데 사실 작은 방 하나 쓰는 정도라 내용은 그리 없었습니다. 또다른 전시로 베트남 유물들이 특별 임대된 게 있었는데 그것도 특별전이라기보단 그냥 원래 있던 동남아 코너에 베트남 유물이 잠시 조금 늘어난 정도더군요. 사실 아직 중앙박물관의 2, 3층은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습니다. 특별전 보고 짬짬이 보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특별전만 해도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언제 하루 완전히 날 잡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어야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수요일과 토요일은 저녁 9시까지 개장합니다만, 수요일은 평일이다보니 늦게까지 열어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한 6시 쯤부터 통로에 몇 사람 밖에 없는 수준. 박물관을 사람에 치이지 않고 구경하고자 한다면 수요일을 추천합니다.

 더 고화질 사진은 플리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 국립중앙박물관 The Etruscans - Rising of Rome(flickr)



덧글

  • 2019/07/14 22: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ggry 2019/07/14 23:42 #

    그것도 갔는데 별로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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