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3: 파라벨룸 - 과유불급 by eggry


 1편의 복수극 후 뒷세계로 돌아온 게 들통난 존 윅은 과거의 맹세를 지키려다 일이 꼬이면서 결국 수배범이 됩니다. 수배범이 된 존 윅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궁여지책을 동원하며 돌파구를 찾는데... '존윅 3'는 그런 존 윅의 고군분투기입니다만, 사실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얼핏 보기엔 뒷세계 전체가 현상금을 위해 목을 노리니 도저히 돌파구가 없어보이지만, 존 윅은 어찌어찌 억지를 부려가며 방법을 찾아 냅니다. 사실 2편에서 그 뒷세계의 법칙에 대해 꽤나 엄격하고 무시무시한 걸로 내세워 왔는데 3에선 그냥 존 윅 정도 재주가 있으면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좀 허탈합니다.

 매우 간결했던 1편과 비교해 꽤 텅 빈 내용이었던 2편에 이어 3편은 더욱 내러티브는 희박해졌습니다. 내용의 대부분은 그저 존 윅이 힘들게 싸우고 죽이는 것일 뿐입니다. 중간중간 도움을 청한다거나, 점점 옥죄어 온다거나 하긴 하지만 별로 의미 없는 부분이고요, 그냥 98% 정도가 액션입니다.

 내적 빈곤함에 비해 액션은 정말 풍성하긴 합니다. 2편에서 액션이 약간 엉성하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3편은 액션의 그 타격감이랄까 통각이랄까 그런 게 확실히 더 잘 느껴집니다. 한편으로 더 잔인해진 면도 있습니다. 전편에서 존 윅의 공격이나 살상은 고어하다거나 보기에 아프다거나 하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번 작에선 한국 액션영화에서 볼 법한 보면서 얼굴이 찡그려지는, 그런 장면이 몇 됩니다. 내적 빈곤함을 액션의 자극성으로 커버하려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액션이 볼만하긴 했는데 이거 때문에 전편 본 사람들에게도 아무나 추천하진 못 하겠더군요. 잔인한 게 싫은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영화 내용이 거의 없는지라 그냥 액션 볼만하다는 수준 이상은 할 얘기가 없긴 한데, 감상과는 별개로 흥미로운 면모가 보입니다. 2편에서 총을 든 무협영화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그건 합을 날리고 상대가 타격을 받는 사이에 뭔가 모를 무협스런 간격이 있다는, 액션 연출 면에서는 마이너스적인 얘기였습니다. 뭔가 타격이 한박자 느리게 온다 그런 얘기였죠.

 그런데 이번 편에서는 아예 액션씬의 장치적 면에서 무협물의 면모를 좀 느끼게 됐습니다. 액션 대부분은 죽이려 달려드는 놈들을 끔살하는 거지만, 하이라이트에 존 윅을 상대하는 사시미 닌자[...]들 말인데, 존 윅에 대해 현상금이나 살의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닙니다. 뒷세계의 전설인 존 윅에 대해 경쟁심이나 승부욕에 가까운 개념으로 달려들죠.

 그리고 액션도 철저하게 죽이려 드는 그런 게 아닙니다. 합을 주고 받으며 기량을 잰다거나, 이 일격으로 끝장을 보려는 게 아니라 중간 검무에 가까운 감각의 액션들이 이어집니다. 무협물의 승부엔 그런 게 있죠, 일격필살로 승부가 나는 식이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검무에 가까운 감각으로 승부가 진행되는 거 말이죠. 승부는 기량이 아니라 뭐 내적인 대결이라거나 기라거나 그런 식으로 나고요.

 거의 총을 써오던 존 윅이지만 이번 편에는 칼이나 둔기도 많이 쓰고, 마지막에는 일본도를 쓰는데 거기에 이런 연출까지 겹치면서 반쯤 서양인 나오는 무협물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양은 물론 심지어 일본조차도 기공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 한다고들 하는데, 존 윅이 기공술 쓰거나 기를 쓰는 내용은 아니지만 무술의 측면에서는 꽤 흥미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제작진이 이런 걸 이해하고 한 건지 그냥 얻어 걸린 건진 모르겠지만요.

 뭐 영화 자체는 말한대로 내용 거의 없는 액션 폭격물인데, 3편에선 내용 전개가 거의 없었지만 4편에선 조금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막나가면 과연 4편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존 윅이 추구하던 안식과 평화는 이 길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인지? 이미 죽인 목숨 수가 까마득해져 가는데, 이게 과연 죽은 아내와 개를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지. 앞 날이 다소 캄캄한 존 윅 3였습니다.



덧글

  • RuBisCO 2019/07/09 17:47 # 답글

    다들 평하는게 총쓰는 무협이라고 하던데 이 작품에 가장 적절한 평인거 같습니다.
  • 김뿌우 2019/07/09 18:43 # 삭제 답글

    사라졌다고 생각된 홍콩 느와르를 철저한 고증으로 살린다.. 뭐 이런느낌?
    잔탄수에 지독하게 집착한다던가 다친 다리와 찔린 어깨가 영화 내내 영향을 미친다던가 심장-머리 수칙을 꼭 지킨다던가 하는 그런 점들이 좋았습니다.
  • ChristopherK 2019/07/09 19:28 # 답글

    영화제목이라고는 했지만, 9mm말고 5.56mm같은 걸로 무장했으면 집행부대도 다 쓸어버렸을텐데..

    그나저나 방탄 셰퍼드는(........)
  • Eraser 2019/07/10 00:24 # 답글

    집행부대 상대할려면 최소 7.62mm 이상 혹은 동등한 위력의 변종탄약들이 아니고서야..
  • 라마르 2019/07/10 19:03 # 삭제 답글

    그저 환타나 마시면서 4 편을 기다리는 수밖에...
  • ㅇㅇ 2019/07/11 08:01 # 삭제 답글

    애초에 1, 2편이 과거 대작 필수요건같이 되었던 세계관이나 서사를 무리하게 넣는 액션의 소재고갈이나 진부함으로인해 질려가던 액션팬들에게 액션 본연으로 돌아와서 인기 끈 영화 아니던가요. 액션에 집중해서 보는게 맞는듯 합니다.
  • eggry 2019/07/11 10:04 #

    단순명쾌한 거랑 그냥 액션만 있는 거랑은 다르다고 봅니다. 게다가 2편부터 미묘하게 세계관 확장이니 하고 있으니 더 이상해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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