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AMD로부터 GPU를 라이선스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컴퓨텍스에서 공식 발표된 라데온 5700 시리즈에 채택되는 새로운 아키텍쳐, RDNA를 이용한 커스텀 설계를 AMD가 삼성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니나 MS가 AMD와 맺고 있는 계약과 비슷합니다. AMD는 고객의 요구조건에 따라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칩을 설계해주고, 그걸 받은 고객은 적정 공정이나 팹에서 그걸 제조하는 자유도를 갖게 됩니다. CPU 쪽은 ARM 설계를 가져다가 직접적으로 어느정도 최적화를 하고 있지만, GPU의 경우엔 거의 AMD가 주는대로만 받아쓸 듯 합니다.
즉 이는 일부 보도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AMD 기술을 이용한 독자 GPU" 같은 식으로 되진 않을 겁니다. 설계와 기술에 대해선 거의 전적으로 AMD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A 시리즈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 수준의 인하우스는 되지 않을 거란 거죠. 또한 이번 계약은 삼성의 독자 GPU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AMD 설계는 성능과 확장성에 유연성을 제공해줄 것이고 특히 그래픽 렌더링보다 컴퓨팅 측면에서 이점을 보일 듯 합니다. 삼성의 목표도 모바일 게이밍보다는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 쪽이라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이번 계약으로 삼성이 아직 설계능력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임을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CPU 쪽에선 big.LITTLE 구성에서 big 쪽을 독자 아키텍쳐로 제공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한때 CPU와 전력소모 만큼은 스냅드래곤보다 낫다던 것도 옛날얘기로 지금은 CPU, GPU, 전성비 모두 스냅드래곤에 뒤쳐지는 안습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LITTLE 쪽은 아직 독자 아키텍쳐 이행도 못 해서 퀄컴이나 애플 만큼의 설계력은 못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픽 쪽은 설계능력보다는 특허 관련으로 돌파구를 못 찾은 게 더 크다고 보긴 합니다만, 이쪽 역시 설계능력을 보여주는 회사가 매우 적다는 점과 그 회사들이 다른 부문에서도 삼성 이상의 설계능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생각하면 설계능력도 발목을 잡았을 듯 합니다. AMD와의 계약은 특허와 설계능력 양쪽으로 손쉬운 돌파구가 되겠죠.
한편 재밌게도 현재 모바일 GPU의 강자인 퀄컴 아드레노는 원래 ATi Imageon 부문을 구입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게 ATi 독립 시절 판매한 것도 아니고 AMD 인수 후에 판매된 건데, 당시엔 AMD는 모바일 그래픽에선 활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물론 그걸 성공시킨 건 퀄컴의 모바일 영향력 덕분이지 AMD에 그대로 있었다고 됐을 거 같진 않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엔비디아도 테그라로 모바일(제품은 없지만;)에 자사 그래픽 코어를 넣고 있는데 AMD도 모바일로 컴백했습니다. 사실 모바일에선 제로베이스 출발이기 때문에 호환성이라든가 갈 길은 꽤 멀지 싶습니다. 특히나 플래그십 갤럭시의 엑시노스 탑재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 엑시노스의 게임 호환성이 곧잘 문제가 되는데(특히 일본산), 말리도 아니고 아예 삼성만 사용할 라데온이라면 한동안은 홍역을 치를 거 같군요.
덧글
2. 삼전은 M3로 아키텍쳐를 크게 키웠으니 앞으로도 계속 커스텀 할겁니다. 아직은 설계능력이 무르익지 않은듯 하지만요.
3. 이번건으로 엑시노스는 AP 전반을 AMD출신들이 설계하게 됐네요. CPU도 밥캣 설계한 엔지니어들 작품이고요
2.삼성도 현 커스텀 아키텍쳐 보면 잠재역량은 층분하다고 보는데... 나오는 게 시원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