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 ~맹세의 피날레~ 보다 by eggry


 여행기보다 먼저 씁니다. 여행기 중간에 넣기도 해야해서... 숙소엔 밤에 도착한지라 다음날 요코하마 부르그13에서 조조로 봤고요, 그 다음에 3일 뒤 신주쿠 피카델리에서 조조 보고 심야 한번씩 봤네요. 유포니엄 극장판을 일본에서 보는 건 이번이 두번째인데, '전하고 싶은 멜로디'는 나고야 갔을 때 봤죠.(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전하고 싶은 멜로디~ 보고 오다) '리즈와 파랑새'는 어쩌다보니 여행을 개봉 직전과 개봉 마친 다음날에 가는 공백에 꼈던지라 국내 상영으로 봤습니다. 이번엔 그래도 개봉 후 한 달 안에 갈 수 있었네요. 그래도 상영관이 한 절반 줄긴 했더라고요. 신주쿠 피카딜리는 좀 오래 갈 같긴 했습니다. 원래 극장 분위기나 그런 것도 그렇고.

 총집편이었던 전작이나 국내 개봉한 '리즈와 파랑새' 같은 경우엔 스포에 대해 어느정도 관대하게 얘기할 수 있었는데 이번 작은 그렇진 않네요. 일단 아주 국소적인 이야기였던 '리즈와 파랑새'를 빼면, 콩쿨 도전과 부활동을 주제로 한 것으로는 최초의 오리지널 극장판 시나리오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국내 개봉도 안 했고... '리즈와 파랑새'는 워낙 독립적인지라 오히려 개봉의 여지가 있었지만 2편도 개봉 안 했는데 과연 이게 들어올까 의문스럽긴 합니다. 뭐 못 들어올 것도 없지만요. 스포일러 관련은 맨 밑에 따로 구분해다가 다룰 예정이므로 신경 쓰이는 분은 미리 조심해서 보시기를 바라며...

 2학년이 된 쿠미코 일행이 신입 부원을 받고, 재차 콩쿠르에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 만드는 것부터 이번 편은 전보다 더 어려웠겠죠. 사실 1학년 편은 아주 정석적인 언더독 스포츠물이었습니다.(네, 악기로 하는 스포츠물이에요) 변변찮던 키타우지 취주부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결국 전국대회까지 가게 됩니다. 사실 중간의 몇 가지 잡음을 제외한다면 도전은 정말 스트레이트합니다. 그저 열심히 해서 위로 나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언더독이었기 때문에 매 단계가 신기록이고 새로운 경험일 뿐이죠. 전국대회 참가상 마저도 그냥 아깝다 정도로 끝낼 수 있는 것입니다.

 2학년 편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국대회 맛(?)을 본 이상 기준은 높아져야 합니다. 작년의 전국대회 진출 목표는 전국대회 금상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높은 목표에는 이미 엉망이던 상태에서 제대로 하게 되서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얻는 것 이상의 헌신과 고통을 필요로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편은 유포니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악착 같습니다. 1학년 편으로 말하자면 악 쓰는 레이나나 울면서 다리를 달리는 쿠미코가 이번 편의 감정선에 가장 가까울 것입니다. 주제곡인 Blast!가 스탭롤 송으로 나오는데요, 이것도 이전의 신나게 나가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사실 마케팅 자료들은 거의 다 함정입니다. 가장 대표 포스터를 보세요. 뭔가 엄청 패기 넘치고, 한층 더 잘 하게 되서 파죽지세로 나갈 거 같지 않습니까? 무슨 전대물이라도 되는 거 같습니다. 실제론 그런 포지티브한 감정이 지배적이지 않습니다. 다른 포스터에선 쿠미코랑 슈이치가 주먹 툭 하고 있는데 그렇게 자신감 만만인 느낌도 아닙니다. 왜 생각 만큼 잘 안 될까, 더 잘 하려면 얼마나 해야할까 그런 식의 의문과 새로운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내용이 시커멓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단지 이제 강호가 되서 편하게 흘러가는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부제 '맹세의 피날레'는 어디가 피날레야? 싶을 정도입니다.

 2학년이 된 쿠미코는 단순 상급생이 아니라 하급생의 도우미 역을 맡게 됩니다. 이제 그냥 자기가 연주만 잘 하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콩쿨이 성공하기 위해선 모든 부원이 잘 해야 하는 것. 쿠미코는 특히 1학년들을 선도해줘야 하는 입장에 놓입니다. 연주에, 인간관계에 고민하는 후배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놓인 쿠미코가 그렇게 스스로 자신감이나 비전이 확고한가 하면,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두세달 전까지도 선배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던 1학년이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이건 갑자기 훌륭한 선배가 된 쿠미코가 후배들을 이끌어 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의문에 같이 답을 찾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후배들을 이끌 뿐 아니라 쿠미코 스스로도 자신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진지한 선후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처지에 놓여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정말 한 살 많을 뿐인데 후배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조금 더 알 뿐인 선배가 알려주길 바라는 그런 상황 말이죠. 물론 저는 답을 찾아주기 보다는, 답을 아는 척 해서 불안을 덜어줬을 뿐입니다. 솔직한 심정은 겨우 한 살 많은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건 그정도 뿐이라고 봅니다. 물론 쿠미코는 저보다는 좀 더 낫습니다.

 이야기 구성으로 보자면 원작이 전후편 구성으로, 분량은 1학년 편의 3권에 비해서 그렇게 적은 것도 아닙니다. 등장하는 소사건들의 수도 단순히 한 편 내에서 다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리즈와 파랑새'가 별도로 나온 건 그래서 아주 다행인 일이긴 합니다. 그러고서도 콩쿨 도전에만 집중해도 결코 넉넉한 러닝타임은 아닙니다. 전작을 이미 봤고 한 해의 흐름을 대충 꿰고 있다는 걸 거의 전제로 진행됩니다.

 물론 아주 최소한도로 '이제부터 합숙' 같은 정도 전환 코멘트는 나오지만 차근차근 설명 같은 건 없습니다. 아가타 축제 같은 건 홈페이지 화면 한번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소화하기에 충분한 여유가 주어지진 않습니다. 팬이라도 1회차에 중요 포인트를 다 캐치하기는 버거울 정도입니다. 그 점에선 아무리 기존 팬층에 초점을 둔 포지션이라고 하더라도 칭찬받을 구석은 아니죠. 복선 요소들을 진득히 보여줄 시간이 없어서 정말 샷 단위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걸 전체 이야기도 모르고 다 잡아내긴 무리입니다. 기껏해야 첫 감상에 "뭔가 좀 설명이 부족하지 않아?" 하던 게 "이게 그거였군" 정도일 뿐인 것입니다.

 그래도 꽤 문제가 많았던 극장판 2편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역시 한 해를 밟아 가는 내용은 TV 방영식이 더 풀어가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경우라도 '리즈와 파랑새'를 통합하기는 무리였을 겁니다. 사실 극장판 2편의 문제점 상당부분이 애초에 2기에서 노조미와 미조레 파트와 아스카 파트가 공존한다는 점이었으니 같은 짓을 또 해서 성공하긴 어렵겠죠. 그래도 극장판이 아니라 TV 판으로 나왔을 2학년 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은 갖곤 있습니다.

 다만 TV 판으로 나왔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대신 연속적인 100분(기껏해야 TV판 5화 정도의 시간) 동안 이뤄지는 만큼 빠르게 흐름을 타고 몰아 붙입니다. TV 판의 차근차근- 감각도 좋지만 몰아 붙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시리즈 중 가장 감정적으로 격해서 더 그렇습니다. 한 해를 극장판 한 편에 압축시키는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서 이야기는 원작 대비 각색과 생략도 좀 이뤄졌습니다. 일부 사건들은 역할은 비슷하지만 아예 설정이 틀려진 구석들도 있습니다.

 물론 '맹세의 피날레'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은 이게 2학년 편이란 겁니다. 여러모로 볼 때 원래 원작은 아스카의 졸업으로 끝날 내용이었겠죠. 책 제목과 같은 곡명이 나왔다는 점에서 말이죠. 원작, 그리고 애니의 성공 덕분에 속편을 낼 여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속편의 의지 자체는 원작자보다 쿄애니 쪽이 더 강했다고 하는군요. 원래 오리지널로 하려다가 원작도 속편을 내기로 하면서 동시진행 하는 식이 됐습니다. 내용 면에서는 확실히 더 속을 후벼파는, 깊이를 추구한 면이 보입니다. 그리고 2학년 편을 내기로 한 시점에서 3학년 편은 필연이고, 소설은 이미 나왔습니다. '맹세의 피날레'도 결국엔 전체로 보면 트릴로지 중간작품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원래 이걸로 끝내려고 했던 1학년 편처럼 스스로의 맺힌 이야기를 확실하게 가지는 것도 아니오, 그렇다고 속편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으니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확정 지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 두번째 작품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팬들에게 혼란과 의문을 던져줄 것, 그리고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도록 고양시킬 것입니다만, 그 점에서는 소기의 역할 이상은 했다고 봅니다. 물론 많은 게 3학년 편에 걸려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말이죠. 적어도 지금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믿고 보는- 같은 의미가 아니라 뭐가 나올지 궁금- 이라는 쪽입니다. 그리고 후자가 트릴로지 두번째론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모처럼 현지관람도 했으니 유료 팜플렜도 샀는데 서두의 감독 인사말에 이런 게 있습니다. "2학년이라고 하면 신입생도 수험생도 아닌 그냥 흘러가버리기 좋은 시기입니다... 한 살 더 많으면 선배인가? 앞서 가는 친구, 치고 올라오는 후배. 방관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쿠미코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폼나게 말했습니다만, 그저 사랑에, 부활동에, 공부에 바쁜 쿠미코를 꼭 그리고 싶었던 것 분입니다." 네 엄청나게 욕망에 충실하시네요, 이시하라 감독님. 그런데 저도 그 점에서 이 2학년 편이 1학년이나 3학년보다 완성도가 높지는 않더라도, 시리즈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TV 1기>극장 1기>맹세의 피날레>리즈와 파랑새>TV 2기>극장 2기 순이네요.

 그나저나 소설은 더 이상 정발 될 기미가 없네요. 슬픕니다. 원어판 보기 힘들어요.



 스포일러가 들어간 얘기는 아래에 분리해서 따로 씁니다.



- '맹세의 피날레'는 사실 1학년 편을 다른 입장에서 뒤틀어 놓은 면이 많습니다. 오합지졸의 대오각성<->실적 있는 학교, 오디션 하극상 걱정하는 후배<->챙겨줘야 하는 선배, 그리고 간사이 대회의 결과까지... 간사이 대회에서 키타우지 대신 올라간 곳은 그 전까지 그냥 평범하다고 하던 곳인데 새 고문 선생을 들이고 열심히 했다고 하죠. 키타우지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하고 키타우지는 떨어진 셈입니다.

사실 애니에선 1학년 간사이 대회는 그냥 통과의례 정도로 나오는데 소설에선 훨씬 어려웠습니다. 강호학교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었던 정도로 말이죠. 애니에선 그런 식의 설정은 없지만 그저 패기를 갖고 노력하는 것만으론 이제 기대할 수 없다는 경종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학년 편에서 궁금한 부분입니다.


- 쿠미코가 봄방학 중 헤어핀 선물의 답례로 트롬본 스트랩을 선물로 주려 할 때, 슈이치가 고백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구구절절 설명은 안 하는데 쿠미코도 수락하고 사귀기로 했습니다. 사실 둘은 하는 짓 보면 너무 귀엽고 잘 어울리는데... 뭐 요즘 초등학생도 너희들보단 불건전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소꿉친구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만; 딱히 연애 얘기는 작 중 비중이 거의 없습니다. 축제에서 같이 노는 정도 뿐입니다. PV에 나온 영상이 90% 수준인데 본편 보고 PV 보면 완전 이상하게 오해하도록 만들어 놔서 당황스럽습니다. 진짜 조금만 바꾸면 그냥 스포 편집판이 될 뻔 하던데;;

그리고 감독이 팜플렛에 '사랑에, 부활동에, 공부에' 라고 해놨지만 사실 사랑도 공부도 거의 생략입니다. TV 판이었으면 이런 얘기가 조금 더 많았겠죠. 그래도 슈이치가 미덥지 못 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많은데 '맹세의 피날레' 보고 나면 쿠미코랑 잘 어울리고 신사라는 정도는 보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결국 부활동과 장래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헤어지자고 하는 게 가슴 아프지만 결국엔 잘 될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잠시 떨어지기로 결의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 얼마나 좋아하고 믿는다는 얘기기도 하고요. 3학년 끝나고선 어떻게든 되겠죠.


- 작 중 일상 파트를 그릴 시간이 부족한 걸 만회하기 위해 폰영상 녹화 샷 같은 것들이 중간중간 나옵니다만, 이해는 하는데 이거 대부분은 좀 이상합니다. 누가 선배보다 먼저 하교하는 붙임성 없는 후배 영상 같은 걸 찍고 있습니까. 그걸 알고서 상대가 가만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몰카면 더 이상하고;; 고육지책이긴 한데 몇 개 빼고는 상황이 그냥 몰카라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 1학년 편부터 이미 여러모로 재료를 뿌려 놓았던 진로 문제는 본격적으로 쿠미코에게 다가옵니다. 아직은 3학년 되기 전에만 결정하면 된다는 분위기인데(일본 센터시험도 유명한데 확고한 진학코스가 아닌 바에야 여름방학까지 부활동 한다는 게 한국인으로썬 상상 밖의 일입니다만) 고민은 깊어 갑니다. 이미 1학년 때부터 쿠미코 주변에 일어나는 일 절반은 진로 문제였습니다. 아오이의 퇴부, 아스카의 문제, 그리고 언니 마미코도 말이죠.

사실 마미코가 한 말에서 쿠미코가 어떻게 할지는 이미 답이 나왔다고 봅니다. 남들 보이는 걸 의식해서, 남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말이죠. 그리고 쿠키영상에서 쿠미코는 적어도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듯 합니다. 그렇긴 해도 레이나처럼 프로 연주자 지망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고(작 중 그정도 실력으로 그려지는 건 미조레 정도 뿐이고 쿠미코는 그냥 부활동 치곤 잘한다 정도 수준) 원 없이 전국대회까지 몰입한 뒤 벼락치기 수험 한다는 결정일지?


- 레이나와도 장래에 대해 몇 번 얘기 합니다. 레이나는 프로 지망이 확실하고 그걸로 쿠미코와 떨어지게 될 걸 걱정하지만... 아마 그 두려움은 '리즈와 파랑새'를 불러주는 것으로 결의를 보여준 거라 생각됩니다. 그보다 나중 시점인 '리즈와 파랑새'에서 둘의 합주를 보면 뭐 그 시점에선 둘 다 각오하고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고 생각하네요. 있는 힘껏 하고픈 걸 해보는 것, 그 뿐입니다.


- 팀 모나카의 일원으로 얼굴도장 찍은 카베 토모에가 쿠미코와 같이 신입 지도자가 되는데, 턱 질환으로 연주는 그만둡니다. 카베는 초심자라서 결국 콩쿨 한번도 못 나가고 3년이 끝나게 됐죠. 오디션에 떨어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모두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시점이 쿠미코에게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바심의 신호탄이 됐지 싶습니다. 자기도 언제까지 더 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카베는 사이 좋은 걸로 됐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가, 그리고 나츠키는? 하는 의문 말이지요.


- 카나데가 오디션 문제로 나츠키를 신경쓰고 트라우마가 폭발하면서, 쿠미코도 스스로 고민하던 문제에 답을 내야 하게 되었습니다. 쿠미코의 답은 그래도 유포니엄이 좋고, 잘 불고 싶다는 것. 오디션 결과가 가혹할지도 모르지만, 나 때문에 누군가 떨어져 상처 입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프로 연주자가 되지는 못 할지도 모르지만, 잘 하고 싶다는 순수한 향상심을 표출합니다. 그리고 카나데는 자기처럼 거리를 두고 상처 입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던 쿠미코가 보인 모습에 감화됩니다. 둘의 고민이 서로 충돌하고 서로를 성장하게 한 부분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 카나데란 캐릭터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소 혼란스러운 캐릭터기도 합니다. 소설과 애니의 설정변화까지 겹쳐서 더 그렇습니다. 소설에선 중학생 때 실력이 떨어지지만 열심히 하고 붙임성 있던 아이가 대신 뽑힌 것에 상처받고, 사람들이 원하는 게 그거란 생각에 나츠키를 붙이려고 자기 오디션을 망치려 합니다. 애니에선 선배 대신 실력으로 오디션에 뽑혔고 다들 성적 내려면 그래야 한다고 했지만 막상 성적이 안 나오자 사람들이 말을 바꾸자, 이번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합니다. 소설은 좀 더 혼자만의 상처인 반면 애니는 더 직설적인 인간관계 문제로 됩니다.

카나데가 중학생 때 오디션으로 선배를 이긴 부분은 쿠미코의 경험과 동일한데, 어딘가 맹한 쿠미코와 달리 두뇌회전이 빠르고 눈치가 좋기 때문에 이를 잘 감추고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쿠미코와 함께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점은 이미 말한대로 맘에 드는 부분입니다. 다만 카나데 자체가 꽤 일찍부터 독설을 쏟아내고 시비터는[...] 모습을 보이는데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말과는 좀 모순되는 듯 싶습니다;;

그렇긴 해도 카나데는 처음부터 쿠미코를 상당히 잘 따르고 좋아합니다. 가시 돋힌 존댓말 말고 노골적인 독설은 쿠미코 한테만 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쿠미코가 마음을 줄 만한 선배인지 치밀하게 탐색합니다. 그렇게 쿠미코에게나마 먼저 마음을 연 이유는 쿠미코도 자기처럼 오디션 문제 등으로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고 눈치를 본다고 생각해서인 듯 한데 다 보고 생각해보면 사실 카나데가 좀 경계가 부족했죠;; 어쨌든 쿠미코에게 공략 당하고[...] 능글 맞은 후배로 노선변경하는 거 같습니다. 3학년 편 표지를 보면 신 캐릭터가 마뜩찮은 듯 한데...



"선배는 내 꺼야 이 암코양이야!"


- 유포니엄 시리즈에 착즙기에 넣을 떡밥만 던지지 제대로된 백합 건더기는 없다고 여기저기 얘기했는데(특히 미조레 쪽 호감이나 집착은 그렇다 쳐도 노조미는 죄의식을 생각하면 절대 순수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을 거란 생각만 듭니다. 팬픽은 좋지만...), 유일하게 아스카랑 카오리는 찐입니다. 이건 소설부터 애니보다 이양~ 스러운 묘사들을 확실히 했던지라... 이번엔 아예 흑백 커플룩에 커플링 끼고 나옵니다. 근데 아스카가 약간 싸이코패스 학대 느낌이 나서 카오리가 걱정. 뭐 졸업하고 숙원 풀면서 좀 성격 나아졌겠지요;; 그런데 포스터에 등짝까지 그려놓고는 정말 얼마 안 나옵니다.


- '리즈와 파랑새'와 같은 학년이고 이미 연습장면에서 곡이 다 나왔기 때문에 콩쿨곡은 딱히 새롭진 않습니다. 콩쿨 버전으로 연주하긴 하지만... 사운드 면에서도 예쁜 백색소음에 가까웠던 '리즈와 파랑새'와 달리 좀 더 전통적인 리듬있는 BGM들이 돌아왔습니다. 사부작거리는 소리까지 빼곡히 채워넣은 효과음도 이번엔 없습니다. '리즈와 파랑새'의 음향 컨셉이 과연 '맹세의 피날레'에도 영향을 줄까 궁금했는데, 뭐 이시하라 감독이 손윗사람이기도 하고 각자 스타일이 있으니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콩쿨 연주는 모두 열심히 잘 하긴 하는데 이걸로 잘 풀릴거라거나 자신감 넘친다기 보다는 이미 그 시점에서 끝이 보인다는 쓸쓸함이 앞서게 됩니다. 사실 교토부 대회가 생략되고 바로 간사이 대회에서 풀스펙 연주를 보여주는 시점에서 다들 짐작했을 겁니다. 이번엔 여기까지라고 말이죠. 결과야 그렇다 쳐도 연주 면에서 아쉬운 건 극장판 1편의 트럼펫 솔로(TV판은 그냥 그랬습니다. 새 녹음이 잘 됐습니다.)나 '리즈와 파랑새'의 오보에 솔로 같은 찌릿한 감각을 주는 파트는 없었네요. 강렬한 인상을 주면 탈락을 납득시키기 어려워서 일런지.


- 쿠로사와 토모요의 쿠미코 연기는 이 시리즈가 아니메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 중 하나입니다. 여전히 일반적인 성우 연기와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특히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의 연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다른 연기는 불안한 듯한, 초조해 하는 연기입니다. 쿠미코가 선배로써 연습을 위해 처음 지휘대에 서서 지도를 할 때의 뭔가 버벅버벅 대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슈이치와 데이트 할 때 부끄러워 하는 연기도 좋았습니다.


- 엔딩송은 이번에도 TRUE가 불렀는데 사실 유포니엄 시리즈의 오프닝, 엔딩은 진짜 좋다고 생각한 건 1기 오프닝 DREAM SOLISTER 뿐입니다. 아니면 극장판 버전이든지. Soundscape는 그냥저냥이었고 엔딩은 그보다 떨어지는 정도. 이번엔 스탭롤에 Blast!가 나오는데 이전 곡들하곤 조금 스타일이 다릅니다. 작품 만큼이나 격정적인데 사실 가사는 지금까지 중 제일 본편이랑 매칭이 잘 됩니다. 하지만 전 가사보다는 리듬을 듣는 쪽이라...


- 왜 이번엔 전국대회에 못 갔나라고 하면 마치 책임론 같이 됩니다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3학년이 약한 게 문제겠죠. 현행 3학년은 노조미의 문제로 대거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각 악기별로 3학년은 1,2명 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프로 지망인 실력파 극소수를 뺀다면(레이나와 미조레 정도 뿐이죠) 결국 다수가 참가하는 부활동 콩쿨의 특성 상 가장 오래 한 사람이 많은 게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곡이 플루트와 오보에 듀엣인 리즈와 파랑새인 것도 도움은 되지 않았겠죠. 오보에의 미조레에 비해 플루트의 노조미는 간신히 받쳐줄 정도 실력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전국진출 덕분에 1학년은 충실하게 채워졌고, 쿠미코 네가 3학년이 될 때는 1,2학년 다 양과 질이 모두 확보될테니 그때는 쿠미코가 온 힘을 다해 뽑아내야겠죠.


- 서럽기 울기론 유코를 따라갈 사람이 없는데, 이번에도 서럽습니다. 우는 얼굴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래도 견디고 일어서 북돋습니다. 전국대회 금상 따려면 그럴 수 밖에 없기에.


- 3학년엔 쿠미코가 부장, 슈이치가 부부장이 됩니다.(3학년 소설 시놉시스이므로 스포는 아닐 듯!ㅋ) 슈이치가 부부장 지목된 건 몰랐어서 이번에도 "네가 왜 부부장이야?"가 됩니다. 쿠미코는 부장 수락한 시점에서 적어도 금상까지는 이 악 물겠다고 결의를 했다고 해야겠죠. 그런데 슈이치가 부부장 된 건 사귀는 거 숨겼는데 아무래도 별거부부 된 것까지 다 들통나서 트롤링 당한 거 같군요.


- 사실 3학년 편의 결말은 어차피 전국 금상일 거라서... 이 부분에선 별로 궁금해 할 구석은 없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민이 많을 것인가겠죠.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에 대해선 사실 전 타율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야마다 나오코가 승률은 더 높죠), 야마다 쪽 작품들이 아무래도 순수하게 호감을 갖기엔 걸리는 구석들이 있는 반면 이시하라 쪽은 좀 더 제 취향입니다.

'맹세의 피날레'에서 감정을 폭발시킨 건 트릴로지 두번째 편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마지막 편이겠죠. 그냥 파죽지세로 물리쳐 나가는 식일 순 없으니까요. 오래도록 보아온 시리즈도 이제 극장판 1편만 더 나오면 끝나게 되겠죠. 아직 발표는 안 났지만 아마 1년 뒤일텐데 오랜 여정에 만족스런 끝을 보길 기대합니다.


- 그런데 원작자 타케다 아야노는 취주부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만... 이제는 경험보다는 순수 창작의 면이 더 많다고는 생각해도 1학년 편에서도 송곳으로 후벼파는 구석들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애니보다 소설이 더 심합니다. 애니는 꽤 순화된 버전;;) 대체 중고교 취주부란 어떤 마경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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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aa 2019/05/21 23:49 # 삭제 답글

    3학년 편 표지에 나오는 인물은 시놉시스를 보면 신입생이 아니라 3학년 전학생이라고 합니다.
  • eggry 2019/05/21 23:52 #

    아닛...?
  • ㅁㄴㅇㄹ 2019/05/23 10:17 # 삭제 답글

    정성스러운 후기 잘 봤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관람했는데요, 그냥 유포니엄 애니메이션에만 흥미가 있어 보고 난 후에 이런저런 글을 찾아보는데 리즈와 파랑새라는게 꽤 자주 언급되더라구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가보죠..?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그래도 극장판치고는 잘 담아냈다고 생각되고, 현실적인 벽에 부딛치는 모습또한 마음에 들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로 자주 비추는 모습도 현장감? 현실감?을 더 주는 느낌이라 맘에 들었네요
  • eggry 2019/05/23 13:07 #

    원작에서 '맹세의 피날레'와 같은 해에 리즈와 파랑새란 곡을 두고 벌어지는 미조레와 노조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설에선 '맹세의 피날레'와 '리즈와 파랑새'가 한 편에서 이뤄지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떼어서 별도 극장판으로 만들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는 일부는 애들이 놀면서 찍을 법한 내용인데 명백히 찍으면 안 될 모습을 찍는 장면들도 있어서 이상하더군요 ㅎㅎㅎ
  • ㅇㅇ 2019/06/02 20:19 # 삭제 답글

    어떤 사람은 아스카가 있을 때도 전국대회 금상을 못 탔는데 유우코 때 금상을 탈리가 없다고...ㅠㅜ

    이번작 3학년(구 2학년)들은 쿠미코가 중심이어서 분량이 적었지만 강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스트 씬은 발표 후 유우코와 나츠키 둘이서만 있던 씬이였네요.
  • eggry 2019/06/02 22:03 #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유코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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