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티저 트레일러 - 기대 만큼 우려 by eggry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 솔로영화 '조커'가 올해 10월 개봉을 앞두고 티저 트레일러가 나왔습니다. 트레일러의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좀 더 지금의 우리 사회에 가까운 모습에서 만들어지는 조커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나 연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트레일러 만큼만 해준다면 아쉬운 구석은 없을 듯 합니다. 사실 이 티저 트레일러 만으로도 조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진 대충 다 짐작이 되지만, 뭐 본편에서 중요한 건 그걸 더 세세하게 그려내는 부분이겠죠.

 하지만 이 트레일러가 마음에 든 것 만큼이나 영화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히어로가 부재한 빌런 영화라는 거지요. 트레일러에 나온 조커가 입 벌려서 웃는 얼굴 만드는 아이가 브루스 웨인이라고 합니다. 배트맨의 탄생까지 20년 정도는 남았다는 거지요. 그러니 '킬링조크'의 마지막에 조커를 두들겨 패는 배트맨은 여기선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신 영화에서 조커의 주된 대척점은 브루스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방송에 나오는)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히어로 없는 슈퍼빌런이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트레일러 대로라면 조커의 탄생 하나는 멋지게 그려낼 듯 합니다. 허나 그걸로 충분할까요?

 히어로 서사와 빌런 서사의 가장 큰 대비라면 히어로는 실패 끝에 궁극적 성공을 거두고, 빌런은 성공 끝에 궁극적으로 실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런을 미화하는 이야기가 금지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는 대중에 큰 영향력과 접근성, 그리고 흥행성을 가지는 블록버스터 무비이고 거기에는 명백히 존중해야 할 선이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지만, 어쨌든 그런 게 있습니다.

 빌런 서사는 아무리 매력적이고 그럴싸해도, 마지막에 "그래도 틀렸다" 라고 말해 줄 히어로가 없다면 그저 악당 미화에 그치고 말 우려가 있습니다. '킬링조크'가 조커의 이야기임에도 배트맨이 결코 빠질 수 없는 건 그런 이유죠. 그저 조커가 "운수 좋은 날" 때문에 나쁜 놈이 됐다는 얘기로 끝이었다면, 초라한 졸작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도 궁극적으론 실패합니다. 사람들이 다 자기 같을 거라는 착각 말이죠.

 물론 이 영화에서 조커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엔 실패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게 충분한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조커의 탄생을 매력적으로 그리려는 것과, 조커가 주인공인데도 참혹하게 실패하는 것은 양립하기 쉽지 않습니다. 가장 그럴싸한 결말은 조커 스스로는 실패 혹은 죽음을 맞지만 미래의 수많은 악의 씨앗-성장한 브루스 웨인이 대적하게 될-을 낳는 것이겠죠. 그건 결코 충분한 해답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조커의 원흉을 시대정신과 사회로 몰아간다고 하면, 자칫하면 이는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들에게 자기정당화를 부여할 여지가 있습니다. 현실을 풍자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서 결국 남기는 게 조커 유튜버, 조커 테러리스트나 만드는 것이라면 그건 아주 끔찍하게 실패한 것이죠. 아니, 오히려 한 몫 거든 거나 다름 없습니다. ‘다크나이트’ 수준만 해도 조커를 자처하는 총기난사범을 만들어 냈는데, ‘조커’는 그보다 더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게 '조커'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우리는 이미 10년 전에 조커 이글루저를 보았습니다;;) 사실 실제로 그런 세상이죠. 하지만 거기에 영합해서 새로운 메시지나 제안을 하는 대신, 그저 영합할 뿐이라면 그건 풍자도 뭣도 아니라 오히려 아주 악질적이고 무책임한 상업주의일 것입니다. 그때 가서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말해도 소용 없습니다. 몰랐을 리가 없지요. '조커'는 그렇게 될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역시 히어로 없는 빌런 영화라는 태생적 문제를 갖고 있던 '베놈'은 그냥 베놈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 갔습니다. '조커'는 그러기는 어렵겠죠. 사실 전 잘 만들어졌지만 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보다는 그냥 영화적으로 끔찍하거나 '베놈'처럼 멋쩍은 웃음 짓고 넘어가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커'가 제 우려를 불식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마무리를 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여전히 기대하지만, 우려가 앞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월을 기다려 보죠.



덧글

  • 나이브스 2019/04/06 09:49 # 답글

    슈퍼 악당 서사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우리 시대가 점점 틀애 박힌 영웅보단

    사회적, 상식적 타부를 박살낼 악당을 그리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젠 사회가 악당을 양산 한다라는 배경 설정이 가득 한 거 같습니다.

    본문에 나온 대로 진짜 영웅 없이 나온 악당의 이야기는

    뭔가 동인지 같은 기분...
  • blackace 2019/04/06 11:16 # 답글

    블로그 잘못 들어온줄 알았네요
  • 로그온티어 2019/04/06 12:10 # 답글

    뭔가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본문 읽고나니 그 불안점이 조금은 명확해지는 것 같네요.
  • rgc83 2019/04/18 04:04 # 답글

    이게 PC를 신경 쓰지 않는 일본 작품이었다면 그냥 눈 딱 감고 악역 미화 노선으로 나갈 수 있었겠지만, PC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장르의 팬들의 시선 역시 생각해야 하는 미국 작품이라서 그럴 수는 없다는 게 확실히 걸리는 부분입니다.

    근데 또 일본 작품이었다 하더라도 일본의 악역 미화란 것이 기본적으로 도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아도 무언가 업적이 있다면 미화될 수 있다는 일본 특유의 문화에 근거한 것이라... 무언가 사회적인 업적을 남길 수 없는 악역에게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또 있으니 이 쪽으로도 확실히 작품의 노선을 명확히 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투페이스라면 모를까 조커는 레알 순수한 악역이라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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