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스 바티스 40mm f2 CF 리뷰 by eggry


 사실 산지 거의 2달 됐는데 여행이다 뭐다 밀리다보니 이제서야... 펌웨어 업데이트가 나와서 이제야 마무리 할 수 있겠다 싶어서기도 합니다. 저는 티X에서 24개월[...] 할부에 카드 청구할인까지 있길래 24개월 뒤의 저를 믿고 샀습니다. 뭐 원래 관심있던 렌즈기도 하고요.

 이 리뷰는 일반적인 제 리뷰, 그러니까 벤치마크 중심의 측정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출시된지 시간이 좀 지난 지금, 그 자료는 충분한 수준이 있고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것보다는 이 평범하지 않은 렌즈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약점이 있으며 어떤 대안들과 함께 고려해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해상력이나 색수차 같은 일반적인 리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해외 리뷰들 모아서 링크를 걸어 놓으니, 그걸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Zeiss Batis 40mm f/2 Review - Photography Blog
Review: Zeiss Batis 2/40 CF - phillipreeve.net(펌업 전 조리개 특성에 대한 얘기가 있습니다)
Zeiss Batis 40mm f/2 CF review - Amateur Photographer
Zeiss Batis 40mm f2 CF review - | Cameralabs(소니 35.4ZA, 35/2.8ZA, 시그마 40.4아트(!)와의 비교가 있습니다)
30 Days of Batis 2/40 CF(한달간의 체험을 담은 마이크로블로그입니다)
Zeiss Batis 40mm f/2 CF Review | ePHOTOzine



유튜브 리뷰 모음입니다.



들어가는 말

 이 렌즈의 개요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이스의 FE 마운트용 AF 렌즈인 바티스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이름대로 40mm f2의 화각과 조리개를 갖고 있습니다. 이전 바티스에 없던 수식어, CF가 붙었는데 이는 Close Focus의 줄임말로 최단거리 촬영을 극대화 했다는 의미입니다.(자이스식 표기는 2/40으로 조리개값이 앞에 옵니다만, 이 글에선 일반적인 표기법인 40/2로 하겠습니다) 이 렌즈는 몇가지 면에서 전천후 표준 단렌즈의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보통 표준 단렌즈라고 하면 50mm, 혹은 35mm를 의미합니다만, 광학적으로 엄밀한 표준단렌즈는 해당 판형의 대각선 길이와 같은 초점거리입니다. 35mm 풀프레임의 대각선 길이는 43mm이기 때문에 사실 43mm가 진짜 표준화각인 셈이죠. 35mm와 50mm가 더 보편화 된 데에는 각 화각이 널리 쓰이는 RF와 SLR 카메라의 구조, 그리고 한계란 특성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43mm는 단순히 필름/센서면과 렌즈만 있을 때는 가장 설계하기 쉬운 렌즈이지만, 그 앞에 미러라거나 설계를 제약하는 요소가 생기면서 오히려 어려워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40~43mm에 해당하는 렌즈가 몇개 존재하긴 합니다. 딱 43mm로 맞아 떨어지는 걸로는 펜탁스의 43mm f1.9 Limited 렌즈가 유명하고, 캐논에도 EF 40mm f2 렌즈가 저가형 렌즈로 존재합니다. 풀프레임보다 크롭에 쓰는 사람이 더 많긴 하지만 풀프레임 스펙이며 풀프레임 바디에선 40mm를 발휘합니다. 또 EF-M용 28mm f3.5 렌즈도 매크로긴 하지만 화각은 44.8mm 정도입니다. 마이크로포서드엔 파나소닉 20mm f1.7이 있죠. 크롭 기종에서 인기인 시그마 30mm f1.4(일명 삼식이)도 환산 45mm로 50mm보다는 약간 넓죠. 수동렌즈로는 보이그랜더 40mm f1.4가 유명하고. 또 시그마는 근래 궁극의 표준 단렌즈로 시네렌즈 설계 기반의 40mm f1.4 아트를 내놓기도 했습니다.(일상 속 시그마 렌즈 체험 후기(시그마 40mm f1.4 Art))

 뭐 모든 마운트, 모든 메이커에 다 나오는 35mm, 50mm에 비해선 확실히 선택의 폭이 좁기는 합니다. AF 기준으로는 퍼스트파티는 캐논, 펜탁스 뿐이고 서드파티를 포함해도 소니 FE나 니콘에도 쓸 수 있는 시그마 정도 뿐이죠. 그 외에는 수동렌즈 등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확실한 고정층은 있습니다. 35mm에선 광각렌즈 특유의 왜곡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그게 불편하다는 사람이라거나, 50mm는 너무 좁아서 실내 같은데서 쓰기 어렵다거나 하는 점 말이죠. 표준렌즈의 정의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데, 저는 대략 35mm는 인간 시야의 넓은 범위, 43mm는 인간 시야의 원근감, 50mm는 인간 시야의 집중범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원근감과 왜곡이 적으면서도 너무 좁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바티스 라인업은 초기에 각광 받다가 근래엔 동네북[...]이 된 느낌인데, 비싼 가격에 비해서 조리개값이 떨어지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25/2는 소니 24mm f1.4와 가격, 무게가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고, 85.8은 소니 85.8이 너무 싸고 거의 비슷한 광학성능으로 나와서 관심이 사그라졌죠. 18/2.8은 인기가 적은 초광각 단렌즈인데다 아주 넓지도 않고 매우 비싸며, 135/2.8은 2.8을 그 가격 주고 사냐는 소리를 듣죠.

 전반적으로 바티스 라인업은 가성비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뭐 대신 더 밝은 렌즈와 비교해 휴대성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휴대성을 중시하는 일부 코어 사진가들은 그럼에도 바티스를 쓰고 있긴 합니다. 다만 25/2나 85.8 나올 때의 부족한 소니 렌즈 채워주는 역할은 이미 진작에 끝났다고 봐야죠. 이젠 바티스가 선사하는 디자인, 휴대성, 광학적 특성(자이스의 '3D 팝'이나 마이크로컨트라스트를 선호하는 사용자)을 선호하는 니치 마켓용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 와중에 나온 바티스 40/2 CF는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띕니다. 50mm 렌즈야 이제 소니 외에도 삼양, 시그마 등등 널려 있죠. 35mm는 공백이 있지만 뭐 솔직히 소니에서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한지 몇 년 됐습니다만;)라고 생각해서 내놓아 봐야 안 팔리겠죠. 35mm f2가 소니 35.4(자이스 브랜드긴 한데) 가격에 나올테니 말이죠. 그래서 선택한 게 40mm라는 니치화각과, 50mm대 표준렌즈들의 단점인 최단거리를 공략한 CF 컨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50mm 렌즈는 0.45~0.5m에 0.15x 정도의 배율을 갖는데, 바티스 40/2 CF는 0.24m에 0.33x의 배율을 갖고 있습니다. 진짜 매크로 렌즈의 영역인 0.5x에는 못 미치지만 이정도면 일반적인 수준의 근거리 촬영은 다 커버되는 배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양


 사양표는 자이스 홈페이지에서 인용. 가장 큰 특징은 최단거리 0.24m, 0.33배에 달하는 접사배율입니다. 크기는 그렇게 작지 않지만 무게는 361g으로 가벼운 편이며, 사양표에 기술되어 있지 않으나 디스타곤 설계, 비구면 및 저분산 렌즈, 플로팅 엘리먼트에 의한 넓은 범위에서의 고른 해상력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바티스 시리즈가 다 그렇듯 방진방적도 지원합니다.


언박싱


 박스 슬리브를 벗기면 언제나처럼 광학계 단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독일어로 적힌 "이 순간을 위해 우리는 일했습니다"



 바티스는 25/2와 85.8에 이어 두번째인데, 평소와 같은 보라색에 가까운 스펀지에 렌즈와 후드가 나뉘어 들어있습니다. 보증서 등등도 있지만 뭐 딱히 볼 필요 없으니 패스.



 렌즈 본체, 앞캡, 뒷캡, 후드. OLED 거리계창에 필름이 붙어있는데 가짜 숫자를 적어놨네요. 저거 없었으면 그냥 유리 보호용으로 필름 붙인 채로 쓰려고 했는데 벗길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옛날에 85.8 갖고 있다 금속부품에 긁혀서 팔 때 깎아서 팔았던 아픔이...



 기존 바티스 시리즈는 렌즈 외관에 어떤 스위치나 버튼도 없었는데, 40/2 CF에는 포커스 리미트가 추가됐습니다. 왕복거리가 긴 만큼 필요하기는 한데, 실제로 써보면 풀 레인지에서도 최단거리 인식이나 속도에 별 문제가 없어서 딱히 필요하진 않습니다. 이것보다는 AF/MF 스위치나 초점고정 버튼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소니 렌즈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 렌즈 갈아끼다 보면 조작 면에서 성가십니다.



 후드 장착한 모습. 후드로 완성되는 이 항아리 모양 디자인은 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전면. 디스타곤 설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엔 35mm 이하의 광각 영역에서 주로 쓰이던 설계이지만, 요즘은 표준 단렌즈에도 화질 향상을 위해 쓰입니다. 전통적인 더블가우스, 플라나 설계에 비해서 크기가 커진다는 문제가 있지만 화질 면에서는 압도적이라... 근래 나온 고급 표준단렌즈 중 예외적인 건 소니 FE 50mm f1.4 ZA 플라나 정도일 겁니다. 플라나 브랜드를 쓰려고 일부러 그런 거 같은데 그래서 비네팅 등에서는 동급 렌즈들에 비해 약점도 있습니다.



 후드 뒤집은 모습. 뒤집은 모습이 너무 추해서 후드 뒤집지 않게 된다는 특징이... 그렇다고 후드 없이 쓰자니 렌즈 보호라거나 디자인이라거나 좀 그렇고. 전 그냥 직선적인 게 좋은데 바티스 디자인은 쩝;



 배 다른 형제, 소니 FE 50mm f1.4 ZA와 함께. 일단은 이쪽도 자이스 브랜딩이지만 자이스가 직접 파는 것과 파트너십의 차이랄까요. 그렇다고 바티스도 자이스가 직접 제조하는 건 아닙니다. 일본에서 제조되는 게 거의 확실하고 과거 특허 정보로 볼 때는 탐론 제조로 보입니다. 다만 코시나에서 만드는 수동렌즈들과 달리 뚜잇, 록시아, 바티스 등 최근 나온 렌즈들은 제조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뭐 추정하기론 뚜잇-시그마, 록시아-코시나, 바티스-탐론입니다.



 장착샷 비교. 바티스 40/2도 조리개 값에 비하면 작은 렌즈는 아니지만 50.4ZA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리고 크기차이보다 더 큰 건 무게차이. 무게는 거의 절반입니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서 속이 비었나 싶을 정도. 바티스 시리즈들의 전반적인 특성이기도 합니다. 하우징이 스펙이나 광학계에 비해서 좀 큰 편입니다.



 후드 단 모습. 아 시르다...



 기동 시의 ZEISS 간지... 그거 외엔 솔직히 거의 쓸모 없습니다.



 최단거리는 0.24m.



 근거리와 원거리의 심도계 표시 방식이 좀 다릅니다. 근거리에선 초점거리가 왼쪽에 크게 나오고 위아래로 심도계가 나오지만 3m 이상의 원거리에선 좀 더 기계식과 비슷한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실용성은 모르겠습니다.



화질

 이미 벤치마크 관련으론 위에 링크한 다른 리뷰들을 참조하라고 해놔서 따로 해상력 테스트는 하지 않습니다. MTF 상으로나 실제 체감 상으로나 해상력에 별다른 아쉬움은 없습니다. 차트는 주변부까지 비교적 고르게 유지되며 수차도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초점 범위가 큰 만큼 최단, 원거리 차트가 별도로 있었으면 싶긴 하네요.

 체감 사용으로 피크 해상력은 50.4ZA 같은 고급 50mm 렌즈들에는 못 미칩니다. 하물며 시그마 40.4 아트에도 안 되죠. 조리개도, 해상력도, 보케도, 수차도 전부 패배입니다. 시그마와 비교한다면 강점은 해상력이 아니라 근거리 촬영과 휴대성이라고 봐야합니다. 시그마 40.4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고화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휴대성 빼고) 접사배율이 50mm 렌즈들과 거기서 거기라는 점입니다. 여튼 해상력은 완벽하진 않으나 어떤 경우든 아쉽진 않다고 느낍니다. 뭐 대충 55.8ZA 정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정도 수준입니다.


보케

 아웃포커싱은 확실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샷마다 꽤 차이를 보이는데, 빛망울이 드러나지 않고 전체적으로 흐려지는 조건이라면 이 렌즈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부드러운 배경흐림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점광원 등이 있어서 빛망울이 생겨난다면, 이 렌즈의 가장 큰 약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래에 추가적으로 설명할 각보케가 그것이며, 다른 하나는 보케에 생겨나는 텍스쳐입니다. 양파링 패턴이 꽤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개방에서는 가운데 점도 보이기 때문에 깨끗한 보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샘플들 중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겠지만, 배경흐림이 충분히 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 각보케가 강한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전체 배경흐림을 산만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사체에 들이밀었을 때는 당연히 심도도 얕고 보케도 큼지막해서 부드럽게 나오지만, 팬포커싱으로 전환되기 전의 이미지는 썩 부드럽지 않습니다. 이건 배경에 따라서 정도가 덜하기도 하고 눈에 띄기도 하는데, 역시나 조리개 형태에서 오는 약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래 보케 이미지는 CameraLabs 리뷰 발췌)



이슈들


 이 렌즈의 가장 말 많은 점이라고 하면 조리개. 조리개엔 두가지 비일반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일단 조리개가 조여졌을 때 모양이 9각형(영어로 Nonagon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 렌즈 알아보면서 처음 들음;)입니다. 이건 매우 드문 모양입니다. 원형조리개라고도 할 수 없어서 f2.2부터 이미 보케가 각진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또다른 문제는 근거리가 되면 f2로 세팅했더라도 조리개가 강제로 조여지게 됩니다. 초기 출하 당시에는 3~2m(상황에 따라 유동적임) 안에서 조여지기 시작해서 최단거리에선 f4까지 조여졌습니다. 2스탑 더 어두워지는 거죠. 9각형 조리개와 이 특성 때문에 근거리에선 반드시 각진 보케가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근거리에선 배경 보케가 더 크고 부각되는 성향이 있죠. 이때문에 원형 보케에 익숙한 이들이 꽤나 당혹스러운 듯 합니다. 자이스가 출시 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점도 문제의 화근이었고요. 이에 대해선 최근 펌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해서 완화되긴 했습니다.(다운로드 링크)



펌업 전과 펌업 후의 최단거리 촬영. 같은 f2 세팅이지만 ISO는 500 vs 400으로 차이가 나며 보케도 더 큽니다.



자이스의 펌업 후 조리개 값 변화 차트



그래도 최단거리 f2.8까진 조여지므로 각보케는 피할 순 없습니다.

 해당 문제 중 조리개 조여지는 문제는 최근 펌웨어 업데이트로 0.65m 이내에서만, 최대 f2.8까지만 조여지게 함으로써 어느정도 완화됐습니다. 이젠 적어도 인물 상체 정도 찍을 땐 조여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접사 시에 각진 보케를 감수해야 하는 건 변함 없지만 f4에서 f2.8이 됐으니 그래도 보케 자체도 더 커지고 나아지긴 했습니다. 보케 모양은 조리개 날과 생김새 상 하드웨어적 문제라 완전히 극복은 불가능합니다. 근거리가 아니라도 조였을 때의 보케 각짐도 피할 수는 없고요.

 이런 강제 조리개 조여짐은 근거리촬영 기능이 들어간 탓으로 보입니다. 광학적으로 매우 긴 초점범위를 커버하면서 고르게 화질 좋게 만들긴 어렵습니다. 매크로 렌즈들이 조리개값이 어두운데도 왜 그렇게 매우 길거나, 혹은 코가 심하게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가도 같은 이유입니다. 또 유효조리개가 조여지는 것 역시 매크로 렌즈에서 발생하는 증세와 비슷합니다. 차이점은 바티스 40/2의 경우엔 조리개 자체를 조임으로써 구현되지만, 매크로 렌즈들은 조리개 모듈 자체가 렌즈 내에서 이동함으로써 실제 유효 조리개가 바뀝니다. 대신 조리개 모양은 개방 설정이면 개방 그대로이기 때문에 보케 모양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 댓가는 그 거대한 크기이죠.

 바티스 40/2는 표준단렌즈로써 그렇게 커지거나 피노키오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우회책으로 조리개를 조이는 방식을 택한 듯 합니다. 그 과정에서 9각형 조리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리개의 모양 자체는 해상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원형만 유지해줬으면 근거리 조임 문제는 근거리 촬영능력과 광학적 한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감수할 수 있을텐데 이 부분은 여전히 결점입니다.

 다른 문제로는 Eye-AF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전 써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고[...] 뭐 이것도 이번 펌업에서 개선됐다고 합니다.


대안들

소니 FE 50mm f1.4 ZA 플라나 바티스보다 확연히 크고 무겁지만, 더 밝은 조리개와 먼 화각 덕에 아웃포커싱에선 훨씬 유리합니다. 최단거리는 50mm 렌즈로써는 평범한 편이지만, 보케가 선명하고 강한 편이며, 양파링이 거의 없는 깨끗한 빛망울이 만들어집니다. AF는 바티스가 약간 더 빠릅니다. 피사체에 더 집중한다는 50mm의 특성과 더 나은 아웃포커싱이 바티스보다 장점. 구매 가격대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근거리 촬영이 필요 없고, 무게를 감당할 수 있으며, 50mm 화각에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면 바티스보단 이쪽이겠죠.

소니 FE 55mm f1.8 ZA 조나 소니의 휴대성 좋고 화질 좋은 55.8ZA 렌즈입니다. 해상력 등 광학 성능은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되며, 색수차는 바티스가 더 적습니다. 가장 대비되는 성능은 근거리촬영으로, 55.8ZA의 배율은 평범하지만 50mm에 비해 조금 더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 불편점입니다. AF 성능은 55.8ZA가 더 좋으며, 화각, 조리개 모두 우위여서 아웃포커싱도 유리합니다. 가격은 절반 수준입니다.

소니 FE 50mm f2.8 매크로 접사가 된다는 점과 조리개가 약간 어둡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단순 접사 성능으로만 본다면 등배접사 렌즈인 이 녀석과 비교가 안 됩니다. 대신 단점은 AF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 코가 나와서 흉하다는 점[...] 등입니다. 가격은 바티스의 절반 이하입니다.

소니 35mm f1.4 ZA 디스타곤 비슷한 화각에 50.4 렌즈들보다 근접촬영능력도 더 좋습니다. 다만 디스타곤 설계인 현대 렌즈인 것 치고는 수차가 상당히 심해서 근거리 소프트함 때문에 근접촬영 결과물은 바티스 40에 들이밀기 좀 민망한 수준입니다. 대신 인물에서 소프트함과 배경 표현을 생각한다면 바티스보다 나은 선택. AF는 쾌적하지만 크기, 무게는 50.4 계열 만큼 부담스럽습니다. 출시된지 좀 지나서 가격은 바티스 40보다 싼 편.

소니 35mm f2.8 ZA 조나 비슷한 화각에 약간 어두운 단렌즈입니다. 조리개는 좀 그래도 해상력은 충분히 좋고 휴대성은 발군입니다. 하지만 배율이 꽤 떨어지기 때문에 근접촬영에선 열세입니다. 가격은 바티스의 절반 이하.

시그마 50mm f1.4 아트 소니 50.4ZA와 거의 동일한 비교우위를 가지는 렌즈입니다. 50.4ZA보다 약간 더 크고 약간 더 무겁습니다. 화질 면에서 50.4ZA와 동급 내지는 우위이며,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대물렌즈 구경에 따른 비네팅입니다. 단순 주변부 광량저하 만이 아니라 보케 찌그러짐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가격도 성능에 비해선 꽤 괜찮은 편.

시그마 40mm f1.4 아트 같은 40mm 화각에 우월한 조리개와 화질을 갖고 있습니다. 대신 무게는 3배 정도 되고 크기도 3배 정도 됩니다. FE 용은 막 나와서 아직 약간 비싸지만 캐논용을 어댑터로 쓴다고 치면 실구매가는 이미 바티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휴대성을 희생한 궁극의 광학성능이냐, 휴대성과 근거리 촬영이냐로 선택하면 됩니다.

시그마 35mm f1.4 아트 소니 35.4ZA보다 약간 크고 무겁지만 비슷한 수준의 휴대성입니다. AF 성능은 그렇게 좋지 않으나 화질은 소니보다 좋습니다. 해상력과 수차 면에서 개방 시 바티스 40/2보다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f2에서는 비등하거나 앞설 걸로 보입니다. 근거리 촬영은 괜찮은 편이나 바티스보단 떨어집니다. 가격은 50.4 아트보다 더 싸서 바티스와는 좀 벌어집니다.

삼양 AF 35mm f2.8 FE 소니 35/2.8과 거의 같은 렌즈입니다. 외관, 가격 정도가 차이. 훨씬 더 저렴한 점을 빼면 특성은 동일합니다.

보이그랜더 40mm f1.2 녹턴 수동렌즈로 FE와 M 마운트 두종류가 존재. M 마운트 버전은 LM-EA7으로 AF로 쓸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40mm 화각이나 조리개값엔 차이가 크며, 광학 성향도 차이가 큽니다. 개방에서는 보이그랜더는 다소 소프트하지만 조이면 충분한 해상력이 나옵니다. 크기 면에서도 확실히 좋습니다. 최단거리 촬영능력은 0.5m로 50.4 계열보다 배율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E 마운트 용의 경우 가격은 바티스와 거의 동일합니다.

 그 외 보이그랜더 40.4 녹턴 클래식, 이종교배로 사용할 수 있는 펜탁스, 캐논 등이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메인 비교대상은 40mm 사이에서라기보단 35mm와 50mm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장점

- 좋은 해상력
- 색수차 거의 없음
- 적은 왜곡
- 고스트, 플레어 억제력 양호
- 포커스리미트가 별 필요 없을 만큼 빠른 AF
- 0.33배의 근거리 촬영
- 361g으로 가벼움
- OLED 디스플레이 간지
- 유려한 디자인


단점

- 각진 보케
- 보케 내부가 다소 지저분함
- 50.8 급보다도 깊은 심도
- 근거리에서 조리개 강제 조여짐
- AF 성능은 55.8ZA 수준으로 빠르진 않다
- 버튼류가 부족하다
- 부담스러운 디자인

 리뷰 시작에 앞서서 이 리뷰는 바티스 40/2가 어떤 사람에게 맞을지, 어떤 사람이 피해야 할지를 중점을 두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화각, 휴대성, 화질, 가격만 고려해도 만만찮은 문제인데, 조리개 조임이라는 이슈까지 포함하면 더 복잡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렌즈에 적합한 사람은 소거법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렌즈는 맞는 사람보다 안 맞는 사람 혹은 다른 렌즈가 더 나을 사람이 더 많은 렌즈입니다.

 제일 먼저 소거법으로, 근거리 혹은 조금이라도 조인 상황에서의 각진 보케를 감수할 수 있나 없나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 빛망울이 다소 지저분하다는 점도 이걸 견딜 수 없다면 바티스 40/2는 일단 제외해야 할 렌즈입니다. 케바케라고 한다면 다른 요인들을 좀 더 따져서 마이너스 총합이 과하다고 생각되면 역시나 패스하면 되겠죠. 조리개와 보케 이슈로 걸러진다면 매우 간단하지만, 이걸 감수한다고 하면 꽤나 복잡한 저울질을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휴대성이 되겠습니다. 렌즈의 휴대성은 55.8ZA보다는 크고 50.4ZA보다는 작습니다. 무게는 55.8ZA에 가깝습니다. 휴대성은 바티스 시리즈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격 대비 조리개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좀 괄시당하고 있죠. 어쨌든 바티스 40/2는 소니나 시그마의 f1.4 렌즈들에 비하면 훨씬 가볍고 카메라가 쳐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경박단소한 크기는 아닙니다. 휴대성을 아주 중시한다면 55.8ZA나 35/2.8 렌즈를 쓰는 게 낫습니다.

 마지막 걸림돌은 가격입니다. 이런저런 프로모션을 감안해도 신품 실구매가는 130만 정도, 중고는 100~120 정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가격이면 50.4ZA와 별로 크지도 않은 가격차입니다. 조리개값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겠죠. 시그마는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궁극의 화질이라는 40.4아트도 최소 비슷한 값에 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해상력/조리개 값과 가격의 기준에선 바티스가 경쟁 렌즈들과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럼 이 관문을 다 거치고서, 바티스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요. 역시 제일은 근거리 촬영이 되겠습니다. 표준 단렌즈들은 35.4를 제외하면 근거리촬영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배율이 기껏해야 0.15배 정도죠. 0.33배는 매크로 급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캔디드샷에선 전혀 한계를 느끼지 못 할 배율입니다. 실제로 여행 중 음식촬영 등에선 50.4ZA를 가져갈 때나, 아니면 24-105G로 억지로 떨어져서 망원으로 찍을 때보다 훨씬 편하면서 괜찮은 이미지가 나왔습니다. 근거리 촬영에서 두드러지기 쉬운 왜곡 억제도 좋았습니다.

 다른 장점들은 50.4에 비해선 AF가 빠르고 무게도 가볍다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55.8ZA와 비교하면 이 부분은 좀 퇴색되기 때문에 거기서는 전적으로 근접촬영과 화각의 선호도 문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소니에서 육체적 부담[...] 없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40mm대 렌즈이기 때문에, 40mm에 대한 기호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듯 합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40mm란 화각 자체엔 특별한 애착이나 필요성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35mm는 약간 넓고 왜곡이 있고, 50mm는 약간 좁다는 생각에서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것은 아닙니다. 또 50.4ZA를 쓰던 입장에선 아웃포커싱이 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히 체감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 '한방 샷' 때문에라도 실제론 바티스 40/2가 훨씬 편하고 전천후인 렌즈이지만 아직 50.4ZA를 방출하진 못 하고 있습니다.

 40mm를 원래부터 좋아하던 사람들이라면 위에 언급한 장단점 위주로 판단하시면 되겠지만, 40mm를 써보지 않은 분들에겐 이걸 말로 설명하긴 쉬운 건 아닙니다. 그나마 쉬운 시작은 35mm와 50mm에 어떤 불만이 있나, 그 중간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냐이죠. 좁고 넓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공백을 채워줍니다만, 한편으로 바티스 40/2은 35.4나 50.4보다 싸지도 않으면서 어두운 렌즈라는 점도 염두해야 합니다. 메이저 화각이 아니기 때문에 선택지가 적고 가격이 비싸며, 어중간하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거죠.

 줌렌즈도 있다면 줌렌즈와의 조합, 역할 여부도 고려해야 합니다. 단렌즈 만의 표현력도 있지만 f2.8 줌렌즈가 있다면 근거리 조임까지 고려하면 조리개 값의 우위도 애매해집니다. 24-70GM의 최대배율은 0.24배로 50.4 급보다는 쓸만한 수준이고, 24-105G는 0.31배로 꽤 근접합니다. 40mm냐 105mm냐의 왜곡과 원근감 차이는 있지만, 그게 결정적인 요인이 될 정도는 아니죠. 물론 24-105G는 f4니까 조금 더 차이가 벌어지기는 합니다. 문제는 한스탑의 메리트를 위해서 50.4ZA 만큼 비싼 렌즈를 살 것이냐- 라는 것이죠. 50.4로 기우는 게 보통일 겁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저는 기술적 자료와 제 경험에 근거해서 이런이런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해줄 수 있을 뿐입니다. 전 바티스 40/2가 50.4ZA 값인데 조리개가 확연히 떨어진다고 더 나쁜 렌즈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바티스 40/2가 50.4ZA보다 쓰기 편합니다. 더 들고 다니기 좋고, 더 들이밀 수 있고, f2란 값도 야경 촬영에도 그렇게까지 아쉽진 않습니다. 고감도 성능이 워낙 좋은 시기니까 말이죠. 하지만 비슷한 값에 조리개 1스탑 차이, 거기에 화각까지 고려하면 심도를 찾는다면 바티스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근접촬영이 필요 없다면 역시나 권하기 어렵고요.

 외국에선 휴대성 때문에 아예 a7 1세대에 줌렌즈는 하나도 없고 바티스나 록시아만 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이스는 바티스가 비싼 값에 무게를 위해 조리개를 희생한 설계에 대해 어떤 유감도 없어 보입니다. 애초에 저런 수요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한, 니치 라인업이니까요. 하지만 35mm보단 넓고, 50mm보단 좁으면 좋겠고, 근접촬영이 되면 좋겠고, 무겁지 않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바티스 40/2 외의 대안은 딱히 없습니다. 이건 그런 사람을 위한 렌즈입니다.

 이하 샘플 사진 앨범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Zeiss Batis 2/40 CF Samples(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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