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3세대용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 사용기 by eggry


 실제론 대충 한 달 정도 썼습니다. 반품할 일은 없겠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네요.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를 사면서 단순히 동영상 보고 웹서핑 하는 수준보다 조금 더 쓸모를 찾아보겠다는 이유로 애플펜슬에 스마트 키보드 커버까지 사게 됐습니다. 이정도면 정말 왠만한 노트북 값이죠. 구형에선 이름이 스마트 커버였는데, 이번엔 후면을 다 덮는다는 이유로 폴리오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장착 모습은 별 거 없습니다. 본체 후면의 접점과 키보드 폴리오의 핀이 만나서 연결되게 되고, 스탠드 부분도 자석으로 착 붙게 되어 있습니다. 받침턱이 자석으로 붙지 않는 이상 키보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는 키보드를 뒤로 접어서 들고 쓸 때와 같은 경우 오입력을 방지해 줍니다.

 받침턱은 두단계긴 한데, 이것보다 더 세우면 거의 화면이 수직이 되기 때문에 왠만큼 높은 곳에 놓고 쓰지 않는 이상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각도 조절은 한단계나 마찬가지고, 오히려 저는 얕은 각도를 원하는데 그걸 지원하지 않습니다. 정말 각 잡은 자세로 쓰는 노트북 각도로만 쓸 수 있습니다.

 서피스와 아이패드를 비교하는 건 용도 상 부적절하다고 보지만, 적어도 화면 앵글의 유연성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됩니다. 서피스야 뭐 완전 눕히는 수준까지 자유자재 각도니까요. 커버 같은 거 없이 스스로 설 수 있다는 부분도 영상 소비 위주의 접근법에선 유용합니다. 물론 보호를 위해 커버를 원하는 입장에서는 서피스 쪽은 스탠드 커버류가 거의 없기는 합니다. 휴대 시에는 슬리브를 쓰는 수 밖에 없죠.

 각도가 부족한 점 외에도 아쉬운 건 세로 장착도 됐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스마트 폴리오는 아이패드의 커버로써 존재하는 것이므로 세로 장착은 커버로써 틀어지게 됩니다만, 일단 거치한 뒤에 패드를 세로로 돌릴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워드 머신이 될 거 같은데... 지원하지 않습니다. 과거 루머에 접점이 가로세로 양쪽에 있다는 것들도 있어서 키보드도 가로세로 둘 다 될까 기대했지만 실제 제품은 루머와 다르게 나왔고 지금 구조로는 어차피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키보드 질감은 매장에 있는 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서 맨들맨들하던데... 보들보들한 실리콘 케이스 같은 질감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텍스쳐링이 있는 나이롱[...] 질감입니다. 구조 자체가 플렉서블 회로에 매우 얇은 키 접점과 키캡을 얹어놓은 건데, 사실 내구성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당장 매장만 해도 출시된지 한달 남짓 된 시점에서 저 질감이 다 닳아서 맨들맨들해졌습니다.

 키감은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나일롱으로 덮힌 듯한 재질감과 두께에 비해서는 보기보다는 스트로크 감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소음감소에 치중한 타입인데, 키감도 러버돔에 가까워서 호오가 갈릴 겁니다. 생각보다 타격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허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저는 그냥 참을만 한 정도입니다. 제대로된 플라스틱 키캡 키보드들보다는 분명히 떨어집니다. 서피스 쪽이랑은 뭐 비교할 수준이 아니죠.

 물론 스마트 폴리오에는 그것보다 더 큰 내구성 이슈가 있습니다. 본체와 접점이 반대쪽 면에 있는 탓에 케이블이 힌지 부분을 통과하게 되어 있는데, 1,2 세대 용의 경우엔 이 부분이 결국 끊어져서 죽게 되는 문제가 있었죠. 한마디로 시한부 삶이었다는 얘기입니다; 3세대 용 역시 구조적으로는 동일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좀 더 낫게 만들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같은 현상이 발생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키보드 쓴다고 하면 역시 워드류겠지만, 저는 이제 워드를 쓸 일이 거의 없는지라 킬러앱은 일단은 엑셀입니다. 사용빈도가 많지는 않은데 가끔 쓸 때 입력 속도와 쾌적함에서 비교를 불허합니다. 애초에 iOS용 액셀 자체가 소프트 키보드 시에는 연속적인 입력 등에서 약간 렉이 발생하는데(아마 순정 소프트 키보드가 아니라 자체 소프트 키보드라서인 듯), 하드웨어 키보드에선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화면 안 가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뭐 실제로 제일 많이 쓰는 건 트위터, 사파리, 카카오톡, 텔레그램 같은 시덥잖은(?) 것들이긴 합니다만... 보안 문제로 네트워크 접속 제약이 있는 회사에서 셀룰러로 메신저를 쓰는 게 생각보다 유용했습니다. 폰 들고 치는 것보다야 당연히 편하죠. 트위터도 140자 밖에 안 된다 해도 당연히 치는 편의성은 비교 불가입니다.



 최소한도의 단축키 기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윈도우의 Alt+Tab을 연상시키는 앱 스위칭이라거나... iOS에선 '현재 실행 중' 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기 때문에 그냥 가장 최근 사용한 앱들이 순서대로 보이는 식입니다만, 방금 썼던 것들은 아직 살아있으므로 거의 비슷한 감각으로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iOS의 키보드 지원은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글로벌 단축키 종류부터 별로 많지 않습니다. 단축키 지원하는 앱은 더 적은데, 그 단축키의 일관성이란 부분에서도 윈도우나 맥 같은 수준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Command 키를 누르고 있으면 앱에서 사용 가능한 단축키가 오버레이로 뜬다는 정도인데, 앱이야 그렇다 쳐도 OS 차원에서의 단축키 지원이 정말 허접합니다.

 예를 들면 멀티태스킹 기능이 화면분할(스플릿뷰)를 하는 단축키도 없습니다. 앱 스위칭은 가능하지만, 화면분할 되어 있는 앱만을 전환하는 법은 없습니다. 키보드로 앱을 선택해 실행할 방법도 없습니다. 더 짜증나는 건 그나마 있는 단축키도 안내가 거의 안 되어 있다는 겁니다. 키보드 폴리오 패키지엔 메뉴얼이 아예 없습니다.(장착법만 있음;) 홈페이지의 키보드 안내에도 정말 최소한의 단축키만 있습니다. 홈으로 가기, 복사, 붙여넣기 뭐 그정도 말이죠. 심지어 멀티태스킹에 중요한 독을 불러오는 단축키도 레딧에서 찾았습니다. 어디 숨겨져있나 몰라도 서포트 페이지도 안 나와요.

 그리고 키보드를 쓸 수록 iOS에서 마우스의 부재를 더 심각하게 느낍니다. 생산성 앱들은 그림이나 필기 종류가 아닌 바에야 키보드와 마우스의 조합을 고려해 발전해왔습니다. 마우스보다 펜에서 더 효과를 발휘하는 앱은 분명히 소수입니다. 더 큰 문제는 키보드를 한창 쓰다가도 단축키가 없는 기능을 이용하려면 화면을 터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손의 동선 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마우스나 트랙패드는 키보드 옆에 있지만 아이패드는 그렇지 않죠.

 또 이 점은 아이패드 프로가 일정 이상 대형화 되기 어렵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12.9인치도 이미 손으로 쓰기엔 상당한 크기인데, 15인치 같은 게 아이패드로 나온다면 손을 얼마나 멀리까지 옮겨가야 할지... 손의 동선을 최소화해줄 포인팅 디바이스가 필요합니다. 이런 폼팩터와 입력장치의 문제에서도 적어도 지금까지 모습으로는 아이패드가 맥북 프로를 대체할 가망은 없어 보입니다. 펜이 유용한 케이스 외에는 말이죠.

 아이패드 프로의 강력한 프로세서 같은 건 OS와 입력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는 걸 다시 실감했습니다. 뭐 저는 어차피 제대로 쓸 생각은 없었고, 기왕 키보드 대응되는 모델을 샀으니 타자 좀 편하게 쳐보자는 정도 생각으로 사긴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단축키가 현저히 부족해서 굳이 터치로만 해야하는 조작이 아님에도 계속 화면에 손이 가는 걸 보면서 UX가 참으로 엉망진창이라고 느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에서 키보드의 존재를 어느정도로 생각하는진 몰라도, 지금 구현된 수준은 정말 애들 장난입니다.

 아이패드와 iOS에서 키보드의 한계는 그렇다 치고, 그래도 키보드를 쓴다고 치면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가 가장 깔끔한 UX를 제공합니다. 키보드를 별도로 들고다닐 필요가 없고, 비록 각도 제한이 심하기는 하지만 스탠드 역할로써도 쓸 수 있습니다. 키보드를 쓰지 않을 때도 스탠드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여차하면 바로 타자를 칠 수 있는 건 강점입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라면 일단 키보드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키보드를 따로 꺼내서 켜는 과정까지도 필요하겠죠. 페어링이야 그냥 되겠습니다만...

 블루투스 키보드 대비 강점은 명확합니다. 커버 일체형이라서 언제나 부담없이 들고다닐 수 있다는 점, 배터리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 키보드 레이아웃이 소프트웨어 키보드와 동일하며 각인도 단축키 안내 등과 일치된다는 점(상당수 키보드는 윈도우 레이아웃으로 되어있죠. 사실 제 입장에선 그쪽이 더 편합니다만.) 등...

 물론 순수히 키보드로써 단점은 키감이 구리다, 내구성이 염려된다 등등 뭐 많습니다. 내구성이야 접이식이면 블루투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편의성이 다 극복하죠. 블루투스 키보드는 거추장스럽고 신경써야 합니다. 이 녀석은 신경 쓸 필요 자체가 없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접이식일지라도 키보드 폴리오보다 휴대하기 훨씬 거추장스럽고, 키보드에 스탠드가 안 달려있다면 아이패드에 결국 또 커버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제 기준에선 일단 따로 들고 다녀야 한다면 안 쓸 게 뻔한지라 스마트 폴리오로 기울었습니다.

 키보드 폴리오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입니다. 11인치 용이 21만 9천원 정가입니다. MS나 로지텍 같은 이름있는 메이커의 괜찮은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도 10만을 거의 넘지 않습니다. 키감이나 키 레이아웃의 이점도 있을 수 있고요. 타이핑을 헤비하게 한다면 MS나 로지텍 제품을 쓰는 게 더 현명합니다. 장시간 타자에서는 그쪽이 더 유리합니다. 배터리 얘기도 했지만 요즘은 워낙 길어서 가끔 충전하는 거 까먹지만 않으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휴대성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는 스마트 폴리오가 더 유리합니다. 10만 정도가 그걸 감수할 만한 가치일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덧글

  • 나태 2019/02/11 10:08 # 답글

    2세대는 20만원 주고 사도 아이패드 뒷판 보호도 안해주는데.. 진화했네
  • eggry 2019/02/11 15:08 #

    이득 본 기분
  • 123123 2019/02/13 01:20 # 삭제 답글

    흠... 혹시 USB 키보드는 연결해보셨나요? USB C 형식이기만 하면 다 인식되는지 궁금해서...
  • eggry 2019/02/13 01:25 #

    키보드 작동 된다고 하지만 모든 키보드가 다 되는진 모르겠습니다.
  • 123123 2019/02/13 02:10 # 삭제

    답변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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