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데이 구경 - E-M1X와 올림푸스의 장래 by eggry


 요즘은 유튜버들이 워낙 경쟁도 치열하고 기종들이 미리 지급되는지라 왠만한 건 유튜브 만으로 충분히 파악할 정도지만 그래도 나갈 일이 있었던 김에 올림푸스 데이 다녀왔습니다. 강남역 인근의 빌딩 지하에 있는 모나코스페이스라는 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어제는 실질적으로 프레스데이로써, 올림푸스 기종 보유자들을 상대로 사전신청 및 추첨으로 제한참가 하는 형식이었고, 오늘은 그냥 일반공개라서 아무나 와도 됐습니다. 화제성이 별로 없어서인지 아마 사람은 어제가 훨씬 많았지 싶습니다.

 E-M1X의 포지셔닝이 올림푸스, 그리고 마이크로포서드 유저들이 시급하게 원하는 것과 좀 동떨어진 탓에, 개발자 간담회까지 있었던 어제 분위기는 영 아니었다고 여러 분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뭐 E-M5랑 E-M1 처음 나올 때의 열광적이고 기대에 찬 분위기와 지금은 좀 많이 다르긴 하죠. 파트너인 파나소닉은 풀프레임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고, 올림푸스는 유저들이 원하는 걸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 나온 신제품이 원하지도 않는 3000달러 짜리 플래그십이니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E-M1 II 나올 때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제품 기획이 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모전으로 한 건지 벽에는 사진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뭐 상 받을 정도 사진은 어느 카메라든 다 좋긴 하죠.



 조명 촬영 조건이 갖춰져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무선 신형 스트로보로 보이진 않더군요. 서드파티 스트로보였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잠시 휴식시간이라 딱히 모델이나 체험자는 없었습니다.



 E-M1 II에 장착된 40-150mm f2.8 PRO 렌즈와 300mm f2.8 IS PRO 렌즈. 풀프레임 망원렌즈 보다가 이거 보면 정말 작고 가볍기는 합니다. 물론 실제 같은 광량이 아니라든가, 심도라든가 얘기가 있긴 하지만 단순히 망원 화각을 적은 비용과 무게로 얻는다는 것 자체에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올림푸스 100주년 한정이라는 실버 E-M1 II도 벌써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이쁜 색조합은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검은색이 너무 많습니다.



 무대 옆에 전시되어 있던 E-M1X 바디.



 개발 중인 150-400mm f4.5 TC1.25x IS PRO 렌즈. 올림푸스 최초의 백통인가요? 한번도 나온 적 없는 흰색이라 꼭 다른 회사 렌즈 같은 느낌.



 E-M1X의 마그네슘 합금 골조. 뭐 탱크처럼 튼튼할 거 같긴 합니다.



 E-M1X. 처음엔 체험대에 놓여져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렌즈 숙여진 상태로 놓여져 있는 모습이 E-M1 II랑 비슷했으니까요. 더 커지긴 했는데 세로그립 일체형으론 여전히 제일 작고 가벼운 카메라기는 합니다. 다만 올림푸스는 망원렌즈라고 해도 40-150/2.8 정도는 충분히 작고 가볍고, 최소 300mm 2.8, 아니면 개발 중인 150-400/4.5 정도는 되야 이렇게 큼지막한 바디의 필요성이 느껴질 거라 생각하네요. 12-100/4 렌즈가 물려 있던데, 이정도 렌즈에는 확실히 과한 바디입니다.

 그리고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어 보이긴 하지만, 조작계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립감은 좋은데, 버튼 수나 다이얼은 좀 부족합니다. E-M1 II에 비해 조이스틱 외에는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았어요. AF-ON 버튼도 따로 없고(Fn 버튼으로 쓰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드라이브나 AF 모드도 다이얼이 아니라 버튼식이고... 딱히 전 버튼식/다이얼식을 가리진 않지만 그래도 있어 보이기 위해서라도 다이얼인 게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세로그립 일체형 제품은 메이커 불문하고 구매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E-M1X가 10만원이라도 저는 관심 없고... 굳이 여기 온 건 E-M1X의 AF 성능이 어느정도 향상됐나 궁금해서였죠. 올림푸스 동체추적은 포서드 시절부터 사실 끔찍했습니다. 포서드 시절에야 엄청 헌팅해서 못 쓰는 수준이었고, 마이크로포서드에서도 컨트라스트 AF 온리에 아주 제한적인 수준으로만 추적이 됐죠. 실제로 움직이는 피사체 추적은 거의 무리였고 그냥 피사체 락 하고 구도 바꿀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컨트라스트 AF의 한계라고 이해했지만 E-M1부터 센서면 위상차가 들어갔죠. 뭐 E-M1의 센서면 위상차는 거의 포서드 렌즈 어댑터 이용을 위한 것일 뿐이었지만요. E-M1 II에서는 위상차 수도, 커버리지도 늘어나고 전부 크로스가 되면서 확실히 뭔가 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E-M1 II도 느리고 비교적 단순한 상황에서만 어느정도 되었을 뿐이죠.

 E-M1X에서는 프로세서를 2배로 늘리고 머신러닝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물인식을 향상시켰습니다. 다만 현장에 자동차, 비행기, 기차를 가져오긴 어렵다보니 해당 피사체가 나오는 영상을 띄워두고 피사체 인식을 보여주는 정도였습니다. 거리가 움직이는 건 아니니(TV니까) AF가 실제로 잘 따라가는진 알기 어렵지만 일단 피사체 인식 자체는 인상적이긴 합니다. 저렇게 보면 그냥 흰색 박스에 고르게 AF가 맞거나 그럴 거 같은 인상이지만, 실제론 피사체 인식 내에서도 헬멧을 우선순위로 잡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작동된다고 합니다.

 다만 모터스포츠 영상에서 오토바이가 여러대 줄줄이 나오고 전부 흰색 박스가 쳐지는데, 뭐가 우선순위로 잡히게 되고(AF를 움직이기 시작해보면 알 수 있지만) 다른 걸 고르고 싶을 땐 어떻게 하는지는 감이 잘 안 오더군요. 안그래도 조작계가 넉넉하진 않은 편이니까... 뭐 아예 대책이 없을 거라곤 생각 안 하지만요. 피사체 종류는 확실히 늘어나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인간의 경우에는 얼굴/눈동자 인식이 있기 때문에 별도 인공지능 모드로 되어있지 않아도 적당히 되긴 할 거 같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가 없는 불특정 피사체의 동체추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C-AF+TR을 써야하는데, 체험대에 모형 철도가 있어서 그걸로 좀 해봤습니다. E-M1 II도 옆에 있어서 같이 해봤는데 비교적 단순한 피사체지만 따라가는 성능은 확연히 좋습니다. 이정도 되어야 최소한 동체추적이 되긴 하는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겠죠.

 문제는 올림푸스의 AF의 현주소가 아니라, 그게 E-M1X라는 카메라에서 이정도로 발휘됐다는 겁니다. 사실 E-M1X의 동체추적 성능은 기껏해야 소니 a6000 정도 수준입니다. 불특정 피사체의 트래킹에 한해서는 a6000이 아직 더 나을지도 모르겠고요. 뭐 대충 그정도 수준이란 건데, 제가 a6000을 갖고 있을 때 역시 갖고 있던 카메라가 E-M1이었습니다. 마크2도 아니고 첫 모델이었죠.

 올림푸스는 이제 그 수준을 따라 왔다는 건데, 그건 괜찮지만 그게 3000달러 짜리 카메라인 건 좀 잘못된 거 같이 보입니다. 만약 이게 E-M5 III였다면 와, 올림도 이제 동체추적 쓸 수 있게 됐네! 정도로 적당한 호의적인 반응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건 스포츠급 프레스를 연상시키는 세로그립 일체형에 3000달러 짜리 카메라이고, 비록 경쟁사의 같은 포지션 기종보다는 싸다곤 해도 판형 차이라든가를 고려하면 화질은 몰라도 퍼포먼스는 동급이 나오길 바라는 게 보통이죠. 하지만 현실은 타사 구형 중급기 수준 이제서 나오는 거니...

 가장 말 많았던 액정과 뷰파인더. 액정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습니다. 물론 좋지도 않지만 아직 저질 LCD 쓰는 기종들이 간간히 있어서(작년의 최고 스포트라이트인 a7 III만 봐도;) 뭐 이정도면 참을만 합니다. 물론 3000달러라서 별로 용서가 되진 않죠. 뷰파인더는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고속연사에 적합하기 위해 주사율을 높이고 인터레이스가 아니라 프로그레시브화 했다고 하는데, 일단 화소수와 LCD 패널의 블랙표현 한계가 너무 치명적입니다. 그냥 처음 보는 순간 허옇게 뜨고 픽셀이 튀니깐 다른 장점을 내세워도 안 와닿습니다. 그리고 렉이 그렇게까지 뛰어난지도 잘 모르겠고요. 타사 OLED EVF라고 120Hz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니 이건 그냥 실드를 쳐줄 수가 없습니다.

 예판가는 당연히 300만이 넘는데, 지금 비슷한 값으로 a9을 살 수 있고 풀프레임에 퍼포먼스도 더 좋죠. 물론 올림푸스가 더 튼튼하다든가, 세로그립 일체형인 거 치면 가볍다든가, 망원렌즈 쓰기에 더 작고 가볍다든가 있지만... 단순히 아마추어 유저들이 24-70이나 70-200 급 정도 쓰면서 쓰기에는 세로그립 일체형일 필요도 없고 그냥 싸고 성능 좋으면 장땡인데 그 싸고 성능 좋으면 부분이 안 되니깐... 어차피 올림푸스 쪽도 별 기대 없는 기종이라 생각하지만 설 자리는 정말 작습니다.

 사실 E-M1X야 워낙 포지션이 니치니까 별 상관 없고요, 그냥 이 성능으로 E-M5 III 만들어 주면 모든 삽질과 과오가 다 용서되긴 합니다. 아니면 하다 못해 E-M1 III라도 말이죠. 올림푸스와 마포 유저들에게 필요한 건 그거에요. 실제로 a6000 이래 소니가 다수 포진시킨 a6xxx 시리즈나, 후지도 이제 X-T20 클래스에서도 올림푸스보다 나은 모습이 나와요. 뭐 E-M1X는 대충 후지랑 비슷하긴 합니다만, 후지가 더 먼저 나왔고 싸죠. 그러니 그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한때 하극상을 밥먹듯이 한다던 올림푸스가 이제는 제품 서열을 너무 확고하게 지키느라 중하급 기종 발전이 몇년 째 없다시피 하다는 거지요; 올림푸스 렌즈들은 충분히 좋습니다. 센서도 현재 라인에서 최상위 기준으로는 쓸만하고요. 그게 모든 기종으로 퍼져나가서 상향평준화 해야 합니다. 그래도 상위기종 차별화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세대교체 하면 전 라인업을 거의 같은 센서, 같은 프로세서로 물갈이 하는 후지나 파나소닉을 보면 말이죠... 상위기종은 그냥 더 많은 버튼, 더 나은 연사, 더 나은 내구성 뭐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의미를 가집니다. 같은 센서에서도 성능 차이는 분명히 둘 수 있고요.

 이번에 나온 로드맵 보면 올림푸스의 당분간 개발계획은 밝은(최소 f2 이하의) 줌렌즈들인 듯 한데, 이런 렌즈들이라도 마포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되게 크진 않을 거라서 E-M5 급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습니다. 렌즈 더 커졌다고 무조건 E-M1X 급 써야 한다는 듯 성능 개선을 안 하면 앞날은 좋을 수가 없죠. E-M1X의 반응은 사실 해외보다는 국내가 더 가차없는 편이긴 했습니다. 원래부터 국내 발표회가 더 촌철살인 질문 날리고 그러긴 했지요. 그동안 한국 목소리는 그다지 본사에 안 닿았던 거 같은데, E-M1X가 아무리 니치래도 해외 반응도 호의적이진 않으니 최소한 E-M5 시리즈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팔아먹을 각오를 다졌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지금 시점에서는 마이크로포서드 유저라고 해도 동영상이나 AF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G9이 더 싼데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뷰파인더는 현존 최고 수준이고, 내구성도 E-M1X보다야 떨어지겠지만, 캐논/니콘 프레스급 수준 빼면 파나 G9이 가장 튼튼한 수준 카메라이고 이정도만 해도 보통 사람들에겐 탱크 수준입니다. 4K60 동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파나소닉의 장기 전략이 어떻든 간에 적어도 당장은 잠시 손 놓은 상황인데 한 철 지난 한등급 아래 물건과 비교해도 파나소닉이 우위인 상황이니 올림푸스는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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