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E-M1X 발표 by eggry




 올림푸스의 새 플래그십, E-M1X가 발표됐습니다. 가격은 3000달러, 출시는 2월입니다.

 가성비라는 측면에서는 이 제품은 확실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마이크로포서드인데 비싸다거나 크다거나 하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망원렌즈를 쓰기 위한 세로그립 일체형, 스포츠 촬영 기종은 판형과 무관하게 결국 이런 크기와 무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바디나 렌즈나 캐논, 니콘의 일체형보다는 더 작고 가볍긴 합니다. 그정도 차이가 유의미한지 아닌지는 개인의 판단 영역이죠.

 개인적으로 E-M1X에서 가장 실망한 건 부품의 단가 절감입니다. 이건 마포 역사상 가장 비싸고, 크고, 무겁고, 그리고 강력하기 위해 태어난 카메라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부분에서 단순히 능력 부족이면 몰라도 타협은 없었어야 하죠. 신센서가 아닌 건 신센서를 도입할 여건도 안 되고 E-M1 II의 센서가 잠재력에 비해 제대로 발휘되지 못 한 걸 이번에 발휘한 거라서 괜찮습니다만, 뷰파인더나 후면 LCD의 사양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뷰파인더는 오랫동안 써오고 있는 240만 화소 급 LCD인데, 배율 등 광학계 평가는 아주 좋습니다만 패널 자체는 경쟁사의 360만 급에 크게 뒤집니다. OLED와 LCD의 차이 자체도 쳐지지만요. 360만 OLED EVF가 뭐 특정 회사의 독점적 지위라서 입수하기 어렵다거나 한 거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초기에야 제조사인 소니가 약간 독점했지만 지금은 캐논, 니콘, 심지어 파나소닉까지 쓰고 있는 부품입니다. 돈만 주면 살 수 있다는 거죠. LC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값을 받는 카메라라면 돈으로 가져올 수 있는 부품에는 돈을 썼어야 했습니다.

 디스플레이 부품의 절감이 더 실망스러운 건 이 카메라가 비쌀 뿐 만 아니라, 앞으로 오래 갈 것을 염두하고 만들어 졌다는 것입니다. 후속기는 그렇게 빠르게 나오지 않을 것이며, 퓨처프루핑한 하드웨어는 당연히 갖춰야 했습니다. 사실 경쟁사가 모두 쓰고 있다는 점에서 퓨처프루핑도 아니고 그냥 업계 평균에 맞추는 거지만 말이죠. 더 야심차게 한다면 라이카처럼 아예 한등급 높은 화소수를 탑재한다든가 했어야 했습니다. 파나소닉 S1/S1R이 라이카 외엔 처음으로 한 클래스 위의 EVF를 선보일 듯 한데, 올림푸스는 오히려 한세대 뒤진(곧 두세대 뒤진) EVF인 셈입니다. E-M1 II에서 USB-C를 도입하는 등의 면모를 보여줬는데 E-M1X는 그렇지 못 하군요.

 그보다는 덜 실망스러운 부분은 동영상입니다. DCI 4K와 일반 UHD에서 각각 24프레임, 30프레임 동영상을 지원하고 비트레이트나 화질도 기존의 올림푸스 카메라보다는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파나소닉이 60프레임을 구현하고 있고, 이 카메라는 그 카메라보다도 더 비싸고 나중에 나왔단 걸 생각하면 60프레임이 됐어야 했습니다. 올림푸스가 아무리 영상 기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격과 출시 시점을 생각하면 조만간 파나소닉 외에도 60프레임 기종이 줄줄이 나올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단가절감과 동영상의 실망을 뒤로하고, 조작계와 섀시는 포지션과 가격에 기대할 수 있는 걸 거의 다 갖고 있습니다. 커스텀 할당으로 커버해야 했던 기능 상당수가 전용버튼을 가지게 됐고, 올림푸스 카메라 중 최초로 조이스틱도 들어갔습니다. 올림푸스의 터치스크린은 괜찮은 편이지만 역시 이 등급의 카메라에선 조이스틱이 필요하겠죠. 세로그립의 버튼도 최초의 세로그립 일체형 미러리스 답게 버튼의 수와 배치도 적절합니다. 장착형 세로그립은 아무래도 이 부분이 잘 안 되더군요. 강성 같은 거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바디 크기에 비해선 버튼 수가 적다고 느낍니다. 상부가 약간 휑한데, 상면 LCD라도 달았더라면 싶군요.

 E-M1X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AF의 향상입니다. S-AF의 경우 속도도 정확도도 이미 만족스러웠지만,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메이커 중 C-AF가 가장 떨어지는 메이커였습니다. 뭐 시그마처럼 AF 같은 거 내려놓은 메이커 빼고 퍼포먼스 신경 쓰는 메이커 중에선 말이죠. E-M1 II의 센서는 동체추적 성능의 잠재력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121개의 센서면 위상차는 경쟁사들보다 숫자는 적지만, 모두 크로스타입이고 센서 사이즈를 생각하면 그렇게 적은 숫자도 아닙니다. 문제는 E-M1 II는 그걸 만족스럽게 활용하지 못 했다는 거죠. E-M1 II의 동체추적 성능은 여전히 업계 바닥 수준이었으며, 컨트라스트 AF 온리인 파나소닉보다도 떨어졌습니다.



 E-M1X에선 그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 센서 포텐셜의 발휘와 더불어, '인텔리전트 서브젝트 디텍션'이라는 인공지능 기반의 동체추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니 얼마 전 발표된 소니의 '리얼타임 트래킹'이 생각나는데, 그것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니의 경우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정보의 다양성과 처리속도를 높여서 동체추적 성능을 향상시키는 건데, 올림푸스의 것은 피사체에 대한 축적된 머신러닝 정보를 바탕으로 피사체 자체를 인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니는 머신러닝을 통해서 초점 맞추는 지점을 따라가는 성능을 향상시켰다면, 올림푸스는 피사체의 분석 자체를 향상시켰습니다.

 이 '인텔리전트 서브젝트 디텍션'은 세가지 모드가 있는데, 모터스포츠, 비행기, 기차로 각각 세팅이 있습니다. 각 피사체에 맞는 세팅을 고르면 학습된대로 피사체의 형상을 탐지하고 AF를 하는 방식입니다. 항목이 제한적인 게 아쉬운데, 물론 고속 피사체들이긴 하지만 축구라든가 사람이 직접 뛰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제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펌업으로 추가될 여지는 있지만요. 여튼 발표회에서는 컨셉대로 자동차, 오토바이 등을 주 피사체로 삼은 듯 한데 적중률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 외의 피사체는 전통적인 C-AF+TR을 써야 하는데 이것 역시 구형들보단 일취월장했다고 봅니다. 연사속도도 기계 15fps, 전자 18fps로 나쁘지 않습니다. AF/AE 락으론 전자셔터로 최대 60fps까지 되는데, 뭐 대단한 기능은 아닙니다.

 '인텔리전트 서브젝트 디텍션'은 일반 C-AF와는 별개 모드로 존재하는데, 기본적으로 전체 프레임 AF로 작동되며 거기서 피사체를 스스로 파악한 뒤 적정 AF 포인트를 알아서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수동으로 포인트를 잡을 순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반자동화 된 대신에 원치 않는 곳에 초점이 맞을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좀 더 직접 조절하고 싶다면 전통적인 C-AF+TR을 써야 합니다. 피사체 종류를 일일이 선택해야 하는 건 불편한 부분입니다. 최소한 자동차인지 비행기인지 정도는 카메라 스스로 자동판단해서 작동해줄 수 있게 개선되길 바랍니다.

 올림푸스로서는 기념비적인 수준이지만, 소니나 파나소닉보다는 속도나 정확도에선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3000달러란 가격이지만 역시 첫술에 배 부르긴 어려운 법이죠. E-M1X는 올림푸스 카메라 중에선 거의 최초로 동체추적이 평균 이상으로 올라간 카메라입니다. 구형이나 하위 기종부터 몇년 동안 미리 준비해오고 쌓아 왔으면 이번에 거의 완성된 모습을 보였을텐데 그동안 동체추적을 등한시하다 한번에 탑클래스에 도전하는 만큼, 가격과 포지션으로썬 합격점이라고 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펌업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출시 시점에서 경쟁사의 더 비싼 제품(소니 a9)은 물론 더 저렴한 제품보다도 떨어지는 건 플래그십으로썬 창피한 일이죠.



 올림푸스가 자랑하는 바디 IS는 IS 탑재 렌즈와 Sync IS 이용 시 최대 7.5스탑을 구현했습니다. 미보정 렌즈는 7스탑. E-M1 II가 나올 때 지구 자전에 의한 자이로 정밀도의 한계로 6.5스탑이 한계라고 했는데, 노이즈에 의한 방해를 더 억제해서 강화했다고 합니다. 이 강화된 손떨림 보정도 하이레즈 모드나 라이브 ND를 핸드헬드로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방진방적 역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고 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모든 카메라 회사가 여태까지 방진방적에 어떤 산업 등급도 받지 않고 자체 기준으로 해왔는데(탱크 같은 캐논, 니콘 프레스 기종 조차도), E-M1X는 IPX1 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IPX 중에 최저등급이긴 하지만 IPX 자체가 분당 1mm의 강수량을 10분 동안 견디는 것으로 카메라로썬 상당한 수준입니다. 방진방적 용어 자체가 일반적으로 Splash Proof라는 용어로 쓰이는데 이는 분무기 물방울 굵은 정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비보다는 확연히 낮습니다. 다만 바디는 최상등급이지만 렌즈는 그정도까진 아니므로 주의는 해야할 겁니다.



 새로운 기능 중 '라이브 ND'라는, ND 필터 효과를 내는 기능도 있습니다. ND 필터가 필요한 이유는 과노출에 의해 센서의 '광자우물'(이라고 보통 비유합니다만, 정확히는 캐퍼시티입니다.)이 다 차서 노출과다가 되는 걸 빛이 덜 들어오게 해서 막는 겁니다. 라이브 ND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고 하니, 우물이 다 차기 전에 중간중간 데이터를 빼내는 겁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최종 합성물을 만듭니다. 이것 역시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의 초보적인 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올림푸스가 머신러닝 뿐만 아니라 전통적 카메라 메이커 중 최초로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건 흥미롭습니다. 가령 '하이레즈 모드'(혹은 타사에선 픽셀쉬프트 등으로 부르는)은 이제 손떨림 보정 기구와 합성 알고리듬의 발전에 따라 핸드헬드로 5000만 화소까지 가능하게 됐습니다. 삼각대 이용 시에는 8000만 화소고요. 물론 단순히 고화소가 목적이라면 여전히 모션블러 등의 한계로 고화소 카메라를 쓰는 게 낫습니다만, 분명 한걸음 나간 거긴 합니다. 전자셔터의 발전에 따라 구글 픽셀 스마트폰처럼 모션블러 걱정 없는 합성도 기대할 수 있겠고요.

 아직은 잠재력과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지만, 스마트폰에 보급되고 있는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는 결국 전통적 카메라에도 들어올 걸로 봅니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유리하면서 효과를 보기 좋은 입장에 있는 건 센서 사이즈가 작은 대신 속도를 올리는데 유리한 마이크로포서드입니다. 그걸 처음 시도한 게 전자,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우수한 파나소닉이 아니라 올림푸스인 건 흥미로운데, 파나소닉은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내면서 판형 경쟁으로 기운 반면 마포만을 고집스럽게 유지할 생각인 올림푸스는 더 절박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구현된 수준은 그렇게 고등적이지도 않고, 아웃포커싱이나 노이즈 면에서 이득을 가져다 주지는 못 합니다. 이건 E-M1 II의 센서 자체가 스마트폰 카메라보다는 리드아웃이 현저히 느린 한계 때문입니다. 렌즈교환식 카메라 중에서는 빠른 편이지만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에 필요한 레그프리한 전자셔터 연사를 구현할 만큼은 아직 안 되는 거죠. 이걸 위해선 완전 신센서가 필요할 것이고, 당연히 새 카메라가 필요할 겁니다. E-M1X는 구형 센서에 머물렀으니 다음 진보가 언제 이뤄질진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그래도 스마트폰처럼 아웃포커싱이나 노이즈 저감을 위한 다중합성 등을 구현해낸다면 판형이 작은 마포에선 큰 무기가 되겟죠.




 스포츠 포지션에 맞도록 장망원 렌즈도 발표됐습니다. M.ZUIKO DIGITAL ED 150-400mm F4.5 TC1.25× IS PRO 라는 복잡한 이름인데, 1.25배 텔레컨버터가 내장되어서 그렇습니다. 환산 800mm인 탓에 마포 렌즈임에도 크기는 더 큰 판형의 망원 렌즈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물론 풀프레임용 800mm보다야 현저히 작기는 하죠. 2배 텔레컨버터도 발표됐는데 이번에 나온 M.ZUIKO DIGITAL ED 150-400mm F4.5 TC1.25× IS PRO외에도 기출시된 M.ZUIKO DIGITAL ED 300mm F4.0 IS PRO, M.ZUIKO DIGITAL ED 40-150mm F2.8 PRO에 대응한다고. 150-400은 현재까지 목업 전시이며 2020년 출시 예정입니다. 텔레컨버터는 19년 여름 예정.



 RF 방식 무선동조 플래시 시스템인 FL-700WR도 발표됐습니다.

 E-M1X에 대한 느낌은 올림푸스의 나쁜 버릇이 여전하다는 생각입니다. E-M1X의 제품 포지션 자체는 이걸 누가 사냐고 하더라도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마포 유저들 중에서나, 혹은 굳이 풀프레임이 아니라 이게 필요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렇지만 최상위 제품으로써 경쟁사보다 한단계 떨어지는 디스플레이 부품을 쓴 것이라거나, 아직 충분하지 않은 AF 시스템 같은 건 실망스럽습니다. 비싼 가격임을 생각하면 이것들은 당연히 충족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E-M1X 자체의 한계나 문제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올림푸스의 가장 큰 문제는 보급~중급기종이 부족하다는 점이죠. E-M1 시리즈에만 센서면 위상차를 넣어준 탓에 다른 기종은 동체추적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고, E-M1 II의 센서가 E-M5나 E-M10으로 탑다운되기 전에는 팀킬 방지 한 수준으로라도 동체추적 개선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올림푸스에 가장 필요한 건 E-M1X가 아니라 E-M1X의 심장이 들어간 E-M5 III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E-M1X은 그 자체로 계속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완성도를 높여줘야 할테고 말이죠.



 렌즈 로드맵입니다. 아직 여러 렌즈가 나올 거란 걸 알 수 있네요. 특히 표준줌, 광각줌 등에 새로운 PRO 렌즈가 예정되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파나소닉이 f1.7 렌즈를 선보인 것과 판형을 극복하기 위해 더 밝은 렌즈가 필요한 걸 생각하면 파나소닉처럼 더 밝은, 최소 f2 급의 줌렌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가형 슈퍼줌 렌즈도 등장 예정이고, 망원렌즈도 세종류 예정되어 있는데 PRO 렌즈 한 종은 역시나 밝은 조리개일 걸로 예상됩니다.



덧글

  • 뇌빠는사람 2019/01/25 11:15 # 답글

    흠... 마이크로포서드가 아직까지 팔리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렌즈군 때문인가?
  • lunic 2019/01/25 19:30 # 답글

    각종 부품의 '재활용' 은 어디서 나오는 배짱인지 모를 일입니다.
    (말이 재활용이지 동일 사양으로 재발주하는 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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