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AMD가 라이젠 3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라이젠 1, 2에서 가성비 좋은 멀티스레드 공세를 했던 AMD가 이번엔 아키텍쳐 개선과 더불어 사상 최초로 인텔보다 공정우위를 가지고 더욱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일단 AMD가 발표한 벤치는 SDK 넘버링도, 클럭 등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같은 8코어라는 점만 강조했습니다. 시네벤치에서 9900K는 2032점, 라이젠 3에선 2042점이 나왔습니다. 점수 자체는 오차범위라고 할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건 TDP가 125W vs 75W로 2/3 수준이란 점입니다. 9900K의 125W는 냉각에 어느정도 신경을 써야 하는 발열이지만, 라이젠 3의 75W는 작거나 조용한 쿨러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입니다. 물론 가격 면에서도 9900K보다 저렴할 가능성이 큽니다.
분명 괄목할 만한 부분이지만 라이젠 3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에는 많은 정보가 부족합니다. 심지어 이 제품이 라이젠 3 데스크탑 제품 중(에픽 같은 괴물 빼고) 가장 코어가 많은 제품일지, 가장 클럭이 높은 제품일지도 미정입니다. 물론 이게 겨우 중간급 제품일 거라고 생각되진 않지만요.
젠 아키텍쳐의 경우 인텔보다 IPC가 떨어지는 상태였는데, 루머에 따르면 젠 2의 IPC는 인텔 커피레이크와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뭐 AMD가 아무리 그동안 뒤쳐졌다고 해도 단순히 IPC에서 인텔을 따돌릴 거라는 생각은 안 드므로 동급이 현실적인 추론이 되겠습니다. 그럼 남은 건 클럭인데, 인텔 9900K는 벤치에서 4.7Ghz 부스트 클럭이 됐을텐데 그렇게 크게 쳐지지 않는 클럭 수준을 가졌을 걸로 보입니다. 시네벤치에선 HT보다 SMT가 약간 더 효율적인 편이라서 이론 상으론 대충 4.5Ghz 정도는 되겠다고 보면 될 듯 싶네요.
물론 이렇게 퍼즐을 맞춰도 여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건 전력소모입니다. TSMC의 7nm 공정이 인텔과 같은 성능이 30%의 전력소모 절감을 가져다 줄 정도로 이득인 것인지? 클럭과 IPC가 어떻든 간에, 실제로 무서운 건 이 부분입니다. AMD가 인텔처럼 130W급 CPU를 만든다면? 분명히 벤치에 등장한 제품은 TDP로 볼 때 전혀 플래그십 제품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미드레인지 중 최상위 모델 정도죠. 그럼 가격 면에서 적절한 비교대상은 i9이 아니라 i5, 아무리 심해도 i7이 되야할 것입니다.
출시는 올해 중순으로 아직 많이 남았기에 인텔이 공정이 지연된 상황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긴 합니다. 3D 적층식이나 아톰과의 하이브리드 등 여러가지 발표해서 아직 기술은 가진 게 많다는 걸 보여주긴 했는데, 단순 전통적인 가성비, 전성비 싸움에서는 AMD에게 기념비적인 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역시 7nm 공정의 세례를 받은 라데온 VII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칩 코드명부터 베가 20인데서 알 수 있듯 프로 용에서 쓰인 7nm 공정 베가의 컷칩 버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CU가 줄어든 대신 공정빨로 클럭을 올려서 성능을 올리긴 했는데, 베가 64 대비 10% 정도 됩니다. 메모리는 여전히 HBM2이고, 이것 역시 딱 그만큼 올라갔을 뿐입니다. 그나마 기대할 부분은 약점이던 ROP 수가 늘었다는 건데...
내세운 벤치로는 2080 급 성능이라고 하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하긴 합니다. 하지만 가성비에서 두드러지지 않으면 그냥 지포스 사는 게 낫겠죠. 전력소모랑 발열은 여전히 쳐질 거 같고요. 메모리가 더 큰 건 강점이기는 합니다만 8GB 이상이 당장 필요해 보이진 않습니다. 뭐 그래도 모든 면에서 대책없던 베가 64 때보다는 적어도 구색은 갖춘 느낌이네요. 그래도 라데온 하이엔드는 2020년 쯤에나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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