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 - 엉망이지만 볼만해 by eggry


 '아쿠아맨'을 보면서 아마 가장 많이 생각난 건 '블랙팬서'일 겁니다. 숨겨진, 무서운 기술력과 군사력을 가진 집단, 왕권을 둘러싼 싸움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블랙팬서'가 미국 흑인 문제를 은유한 반면, 아쿠아맨은 전적으로 판타지입니다. 그리고 그런 주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사실 더 생각이 없습니다. 역시나 왕위 싸움이 벌어지는데, 사실 정의의 문제라기 보단 그냥 힘과 혈통, 정통성 문제로 간단하게 몰아 붙입니다. 아서가 왕인 이유? 첫번째 아들이라서. 아서가 왕인 이유? 전설의 창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물론 옴이 기질이 나쁘다든가 뭐 여러가지 갖다 대긴 합니다만 그건 그냥 갖다 붙이는 거일 뿐이고...

 뭐 그래서 '아쿠아맨'이 상당수 DCEU 영화처럼 그냥 죽도 밥도 못 되고 끝나냐면 그런 건 아닙니다. DCEU의 패착들 중에서는 DC 답게 장엄하고 심각하려 하지만 그걸 잘 못 해서 놀림거리가 되는 건데, '아쿠아맨'은 아서가 애초에 별로 심각한 인물이 아니란 걸 이용해서 얼렁뚱땅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액션이나 스케일 면에서 희생된 건 아니고, 무게 잡는데 사실 공허한 그런 상황을 피했다는 것 뿐이긴 합니다. 그래도 잘 못 하는 걸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잘 한 건지도 모르죠. 분명히 '저스티스 리그' 이후로 잡혀 있지만 유니버스 얘기나 인과관계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내용은 솔직히 '블랙팬서' 열화판이기 때문에 별로 기대할 구석이 없지만 '블랙팬서'가 못 했던 액션은 그래도 열심히 챙겼습니다. 사실 약간 액션 과잉이다 싶을 정도긴 한데, 창술과 맨몸 무술 중심의 액션은 꽤 쏠쏠했습니다. 중국에서 인기라던데 스토리 구조라든가 액션이라든가 납득이 되긴 합니다. 근본적으로 판타지화된 무협물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같기도 하고요. 당장 아서의 조력자인 벌코만 해도 흔한 후견인 무림고수 냄새를 풀풀 풍기고 말이죠. 슈트들이 싸구려 SF 영화 우주복 같이 생긴 게 좀 흠이긴 한데, 뭐 보다보면 그렇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베놈'에서 받은 것과 비슷한 인상입니다. 장중하길 기대했지만 사실 생각보다 긴장감 없고, 내러티브나 인물은 너무 편하게 넘어가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도 않고 액션 쏟아 부을 때는 시원시원하게 볼 만한. 제가 DCEU에 기대하는 구원투수 같은 모습은 아니긴 한데, 연이은 삽질로 기반이 휘청거리는 상황엔 그냥 골 빈 액션영화로 본전이나 챙기는 게 현명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쿠아맨이란 캐릭터 자체에 그렇게 지식이나 애정도 없기 때문에 뭐 이정도로 그냥저냥입니다.



덧글

  • 스마우그 2018/12/23 16:53 # 삭제 답글

    예전부터 생각한건데 계란소년님 너무 DC에 호의적이신 것 아닌가요? 마블에 비해 너무 긍정적으로 보시고 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 dfgdfgsd 2019/01/17 20:13 # 삭제

    이정도면 무난한 것 같은데. 오히려 이걸 DC에 호의적이라느니 하는 건 과민반응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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