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카메라의 소형화 정책과 그 한계 by eggry

 얼마 전 아마추어 포토그래퍼와 소니 디지털 이미징의 시니어 제너럴 매니저의 인터뷰의 한 문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전체적인 논조와 달리 마지막 질문과 답변이 고집불통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고집불통인 거야 소니 답긴 한데 그 내용과 상품에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어 써봅니다. 해당 인터뷰(링크)의 문제의 질문과 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AP: 소니는 매우 작은 카메라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쟁자들은 더 크며, 나는 이것이 소니가 너무 작다는 비판을 의식한 게 아닌가 궁금하곤 하다. 특히 큰 렌즈를 사용할 때 말이다. 특히 지적받는 부분은 그립과 렌즈의 간격이 너무 작아서 큰 렌즈를 사용할 때 손가락이 들어갈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고려하는 점은 없는가?

다나카: 두 부류의 소비자가 있습니다. 한 쪽은 이동성 매우 중점을 두고 있죠. 그들은 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원하며, 그게 우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인체공학과 컴팩트함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며, 적절하지 않다면 우리는 조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카메라를 원하는 고객에겐, 그건 소니의 철학이 아니며 타른 것을 찾아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집불통이다, 지금처럼 작은 게 좋다 등 의견을 봤습니다. 전 그런 찬반 문제가 아니라 소니가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제품과 시장의 관점에서 크기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일단 소니가 소형화를 추구하는 건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닙니다. E 마운트 첫 카메라인 NEX 시리즈는 마운트 직경이 바디 높이보다 커서 마운트가 살 밖으로 튀어나온 독특한 형태로 나왔습니다. 오늘날 더이상 마운트 사이즈가 바디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E 마운트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중 가장 작습니다.) 바디 사이즈 소형화는 여전히 소니의 중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메이커들은 꾸준히 소니보다 큰 카메라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사실 같은 풀프레임 판형이 아니더라도 후지의 APS-C 카메라나 파나소닉,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 최상위 제품들은 소니 a7, a9보다 확연히 큽니다. 그들이 단순히 소형화 할 기술력이 부족해서 크기가 큰 건 아닙니다. 분명히 더 큰 크기 덕분에 더 나은 그립과 인체공학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렌즈가 풀프레임보다 작다는 점까지 더해서 후지나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들은 소니보다 훨씬 좋은 밸런스를 제공합니다.

 물론 f1.8급 단렌즈나 f4 줌렌즈를 쓸 때 소니 카메라들은 그렇게 문제가 되는 크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렌즈가 크더라도 바디가 최대한 작고 가벼워서 전체 패키지가 줄기를 원하는 수요도 분명히 있습니다. 소니 24-70/2.8 렌즈가 DSLR보다 별로 작고 가볍지 않다고 해도, 바디가 더 작고 가벼운 것만으로 휴대성에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고 그런 소비자들도 존재합니다.



 제가 가지는 의문은, 과연 소니 스스로 크기와 형태, 인체공학의 균형에 있어서 어떤 우선순위를 갖고 있으며 일관성을 지키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의문은 a7 시리즈가 매 세대마다 점점 커지고 무거워져 왔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첫 a7은 인체공학적으로 아주 안 좋은 카메라였으나, 매우 작고 가벼웠습니다. 2세대에선 바디 사이즈가 커지고 더 무거워졌는데, 손떨림 보정이 들어갔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습니다. 그리고 3세대에 다시 한번 두꺼워지고 무거워졌는데, 배터리 변화가 영향이 있겠죠.

 이런 흐름에서 본다면 소니는 크기와 인체공학 자체는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즉, 크기란 넣고자 하는 기능이 결정되었을 때, 그 기능을 넣을 수 있는 최소사이즈로 결정된다는 것이죠. 만약 소니 a7이 처음 나올 때 GH5 정도 크기였다면, 3세대에 걸쳐 기능 진화가 이뤄지는 동안 크기 변화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섀시에 넣기엔 기능과 부품이 많아졌기 때문에 카메라가 커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타사가 제품의 가격대와 주 수요층, 그리고 그 수요층이 이용할 렌즈 사이즈와 무게, 손의 크기 등을 고려해 껍데기를 먼저 정하고 알맹이를 그에 맞게 만든다면, 소니는 알맹이(기능과 부품)을 먼저 정한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물론 소니의 정확한 의사결정 방법은 알 수 없지만 말이죠.

 또다른 문제는 큰 사이즈에 대한 명백한 요구입니다. f1.8 단렌즈와 f4 줌렌즈가 있는 한편, 소니에는 타사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는 더 무거운 경우도 있는 f1.4 단렌즈와 f2.8 줌렌즈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니의 마케팅 포인트가 G 마스터와 자이스인 이상, 소형경량의 렌즈보다 이쪽이 더 초점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고급, 대구경 렌즈를 쓰기에 지금의 소니 카메라 사이즈가 적절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니 카메라에는 작은 크기로 인한 몇가지 핸들링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아시아인 여성 손 크기보다 더 큰 손을 가진 사람은 높은 확률로 새끼손가락이 그립을 벗어나게 됩니다. 또한 그립이 불충분하게 쥐어져서 피로해지기 쉽습니다. 거기에 대한 소니의 답은 확장그립을 쓰라는 것이지만, 확장그립이 과반수의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원래부터 그립이 큰 게 옳은 선택이 아닐까요? 질문에서도 언급한 그립과 렌즈 사이의 간격에 대한 답은 단순 크기 선호 문제를 넘어 명백한 이슈임에도 아예 하지 않았다는 것도 답변이 불손하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야외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할 때 장갑 끼고 촬영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수요층의 측면에서도 소니가 유리하긴 쉽지 않습니다. 서양인들이 아직 미러리스보다 DSLR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더 프로같고, 크고, 손에 맞는다는 것입니다. 프로 다운 크기와 외관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그들의 손에는 월등한 화질의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보다는, 캐논, 니콘의 저렴한 DSLR이 더 맞습니다. 게다가 이 경우 렌즈는 소니가 더 크고 무겁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이 아시아보다 미러리스 보급률이 낮다는데는 너무 작다는 이유가 존재하며, 미국이 유럽보다 더 떨어지는 것도 너무 작아서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최대의 시장이고, 여기서는 소니가 노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큰 캐논과 니콘 미러리스가 그들의 DSLR을 고스란히 대신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후지나 마이크로포서드가 판형이 작은데도 소니보다 큰 카메라를 만든 게 그냥 멍청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큰 그립의 필요성과 요구가 있기 때문이며, 특히 상급기종일 수록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니는 모든 라인업에 동일 사이즈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a7 시리즈야 같은 시리즈니 그렇다 치더라도, a9은 저는 분명히 더 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아예 세로그립 일체형이든지 말이죠. a9은 단순 퍼포먼스 문제가 아니라 이 측면에서도 캐논, 니콘의 대체품이 되기엔 부족합니다. 캐논, 니콘은 필요 이상으로 클지도 모르지만, 소니는 필요 이상으로 작습니다.

 더 궁금한 점은 그렇게 소형을 내세웠지만, 결국 계속 커져왔다는 점입니다. a9 II가 더 커질 건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a9이야 시험작에 가까웠지만 a9 II는 도쿄 올림픽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더 큰 그립과 세로그립 일체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으며, 거기에 응하리라 생각합니다. a7 4세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a9 II가 두드러지게 커진다면 이번 세대와 달리 섀시를 다르게 가져가서 3세대와 최대한 비슷한 크기를 유지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8K 동영상의 발열 때문에 a7 시리즈도 어쩔 수 없이 또 커질 수도 있죠.

 이런 일관성 없는 모습은 소비자들에게도 독이 됩니다. 만약 다음 세대 카메라가 니콘 정도로 커져서 나온다면, 니콘보다 소니가 조금이나마 작다는 이유로 소니를 택했던 사람들은 곤경에 처할 겁니다. 소니가 이전 세대 사이즈로 새로운 성능을 내놓아 줄 리는 없으니 바뀐 크기를 받아 들이든지 신제품의 성능을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혹은 더이상 크기가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면 다른 메이커로 넘어갈 수도 있겠죠.

 제품 컨셉의 변화로 기존 소비자의 선택이 곤란해진 예는 이미 다른 라인업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RX100 시리즈는 오랫동안 밝은 24-70 렌즈를 내세웠지만, 6세대에선 어두운 슈퍼줌으로 바뀌었습니다. 6세대의 소프트웨어를(하지만 터치스크린 등 하드웨어는 아닌) 탑재한 5A가 툴시되긴 했지만, 결국 5세대 유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6세대 카메라를 얻지 못 할 것입니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다른 회사 제품'을 찾아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죠.

 같은 일이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계속 소니가 큰 렌즈를 내놓음에도 인체공학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크고 인체공학이 좋은 경쟁사들이 렌즈를 갖추게 되면 사람들은 그쪽에 끌리게 될 겁니다. 그건 소니가 외골수로 나온 결과이고 스스로도 상관없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복잡한 경우는 RX100처럼 컨셉이 바뀌어 결국 소니 카메라도 커졌을 때일 겁니다. 그리고 계속 큰 렌즈가 나오고 요구가 이어지는 이상 저는 소니가 최소한 상급 기종에선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상급 기종으로 갈 수록 크고 무거운 형태를 취하는 건 단순히 고성능을 넣기 위해서 더 커져야만 해서는 아닙니다. 상급 기종의 사용자일 수록 더 크고 무거운 렌즈를 쓰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기 위한 것도 있죠. 이상적인 경우라면 각 성능 별로 크기도 두가지 정도 제공하는 게 좋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 결과 크고 무거운 렌즈를 쓰지 않으면서 작은 고성능만 바라는 사람들은 소외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소니 카메라는 그 점에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도 사실입니다. a9에 작고 가벼운 f1.8이나 f4 렌즈를 달면 프레스 급 퍼포먼스와 휴대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비자들은 a9 II가 더 커짐으로써 다음 제품에선 같은 것을 얻지 못 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회사들이 쌀 수록 작고 가볍고, 비쌀 수록 크고 무겁게 만든 게 작은 고성능을 원하는 이들을 소외시킨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소니의 무조건 작게 전략이 주류 고급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DSLR에서 앞서서 그런 위계서열이 정립된 것 자체가 '작은 고성능' 쪽보다 '크고 무거운 밸런스' 쪽이 더 이득이라 생각해 도달한 결론이며, 미러리스가 메인스트림이 되는 과정에서도 이미 그런 움직임은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더 큰 타 메이커를 굳이 꼽지 않더라도, 소니 스스로도 결국 커지고 있으며, 그게 인체공학이 아니라 기능을 넣기 위해서 였을지 몰라도 더 커져서 들기 편해졌다는 반응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a9 II가 주로 쓰일 프레스 업계에서 더 큰 바디를 원하는 건 그것대로 압박이지만, a7 시리즈도 지금 사이즈로 남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 시장이 더 크고 무거운 렌즈, 그리고 고급 유저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수요층을 차지하는 사람은 인종 불문하고 손이 큰 사람 비중이 더 큰 것입니다. 지금 캐논, 니콘의 성능은 소니에 못 미치지만, 2,3년에 걸쳐 렌즈가 늘어나고 성능 차이도 줄어들게 된다면 그때는 소니의 작은 크기가 더이상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와닿알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누가 타사는 더 작은 기종을 만들지 못 할 거라고 못박겠습니까. 당장 니콘 카메라의 이름은 Z6와 Z7으로, 위 뿐만 아니라 아래로도 넉넉한 숫자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형경량이란 측면에서 소니는 사실 소형 부분만 확실하게 잡고 있습니다. 크기에 비해서는 소니는 오히려 무거운 편에 속합니다. 캐논, 니콘은 거의 같은 무게에 더 큰 그립을 단 카메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캐논, 니콘이라고 대형화가 곧바로 엄청나게 무거운 D5 같은 카메라로 귀결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니콘은 그정도 무게와 크기에서도 미러리스에서 본 것 중 최고수준의 방진방적 대응이라는 평가를 얻어냈습니다. 소니가 방진방적, 내구성을 상대적으로 등한시 한 결과가 약간 더 작은 크기와 고만고만한 무게라고 하면 사실 소니의 소형화 기술의 우위라는 것도 그렇게까지 우월해 보이진 않습니다.

 소니는 지금은 자신들이 소형경량 중심이라고 광고하고, 남들보다 작은 게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시장 상황은 소니 편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낮습니다. 물론 소니도 그제서 뒤늦게 키울 수도 있습니다. 작은 바디의 내용물을 큰 껍질에 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대신 그럼 일관성 없었던 댓가로 작은 고성능을 원하던 사람들은 막다른 골목에 처하겠죠. 저는 소니 카메라가 커지면 환영입니다만, 진작에 그랬더라면 적어도 무고한 희생자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마치 신형 아반떼가 옛날 쏘나타처럼 커졌지만 그 포지션을 대신할 액센트가 없는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소니에 가장 불만인 것은 크기, 인체공학에 대한 명확한 철학 없이 다른 요인들로 결정되는 요소로 치부한 탓에 일관성 없이 계속 커지고 모양이 바뀌고 있는 현실과, 상황이 바뀌어서 변할 수 밖에 없게 됐을 때 일부 소비자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릴 거란 점입니다. 소니의 철학이란 궁극적 유저 체험을 고려했다기 보단, 자기들 스스로 추구하는 몇가지 좁은 영역에 국한된, 철학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반쪽짜리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캐논, 니콘, 파나소닉이 큰 일격을 날리거나 적어도 소니를 변화시키길 기대하는 것이죠.



덧글

  • 휴메 2018/11/29 22:18 # 답글

    a7 처음 나왔을때 첫 인상이 작은데 무겁고 그립감이 후진데 조작도불편하다(...)였네요
    플리커 해외유저들 중엔 미러리스 유저가 정말 아주 드물더군요
  • eggry 2018/11/29 22:34 #

    초대 a7은 정말 작다는 거 말고는 다 난감했던... 플리커는 서양 유저가 많아서 미러리스 지분이 좀 떨어지죠. 물론 제일 깡패는 아이폰이지만요.
  • 휴메 2018/11/30 12:38 # 답글

    그러고보니 서브바디로 a7 쓰다가 로케 촬영 나가서 작업중에 비를 좀 맞거나하다가 작동이 안되어서 소니 처분하신분들도 꽤 되더군요..
  • 뇌빠는사람 2018/11/30 13:03 # 답글

    미놀타 흔적이 남았을 때는 그리 큰 느낌이 없으면서도 꽤 다루기 편했는데 미러리스는 아예 미놀타 흔적을 지워버리려나봅니다
  • 다물 2018/12/03 00:33 # 답글

    스마트폰도 그렇고 카메라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작고 성능좋은 것을 찾는 사람은 소수인가 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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