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유저 포럼에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HDR 출력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이어진 뒤, 밝기 분석 툴을 이용한 분석과 디지털 파운드리의 견해가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론 '레데리 2'의 HDR 출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
일단 '레데리 2'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레데리 2'는 풀스펙 HDR로 출력되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HDR 신호란 무엇인가. 그것은 최소한 1000니트의 최대 밝기와 10비트의 비트수를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레데리 2'는 SDR의 100니트 8비트 신호를 추가정보 없이 늘려 놓았을 뿐이며, 그 최대치도 500니트로 억지로 되었을 뿐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TV들이 HDR 신호를 다루는 방식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돌비비전, 혹은 HDR10+ 같은 비표준 기술이면 몰라도 현재 콘솔과 모든 4K TV가 지원하는 HDR10에는 다이나믹 메타데이터가 없습니다. 메타데이터라 함은 영상 신호와 TV의 스펙의 불일치에 맞춰 조절하기 위한 기준 자료이며, 이것이 없으면 결국 TV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아니면 그냥 보정 없이 표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좋은 건 다이나믹 메타데이터를 갖춘 HDR 신호가 나와주는 것이지만 그건 HDMI 2.1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비표준 규격으로만 존재하며 콘솔들은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HDR10의 신호는 현재 일반적으로 최대 1000니트에서 최대 4000~5000니트 정도까지의 컨텐츠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밝은 OLED가 1000니트, LED(LCD)가 1500~2000니트 정도임을 생각할 때 이 최대스펙의 HDR 컨텐츠들은 원본 그대로는 컨텐츠를 제대로 표시할 수 없습니다. 스펙치를 넘어가는 영역은 '클리핑(Clipping)'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통해 그냥 통째로 백색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카메라를 많이 쓰시는 분이라면 다이나믹레인지와 하이라이트 손실에 대해서 들어 보셨을텐데, 그것과 정확히 같은 현상입니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TV들은 대체로 자체적으로 톤매핑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돌비비전이나 HDR10+ 같이 제대로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하이라이트 날아감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4000니트의 신호라고 하면 1000니트로 강제로 낮추면서 톤커브를 조절하는 알고리듬을 갖춤으로써 하이라이트가 날아가는 걸 방지합니다. 문제는 이게 표준화된 메타데이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제조사별로 전부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레데리 2'의 문제는 이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보통 HDR 메타데이터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밝기가 너무 강한 신호인 반면, '레데리 2'는 너무 어두운 게 문제입니다. '레데리 2'의 HDR 세팅은 80에서 500까지의 설정치를 갖는데 이는 정확히 백색의 최대 밝기 설정과 일치합니다. 즉 500으로 설정하면 최대치가 500니트입니다. 눈이나 태양 같은 거 말이죠. '어두운 HDR 신호'는 매우 드물며 그에 대한 대책 역시 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HDR은 적어도 1000니트라는 것이 암묵적인 합의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데이터가 없는 상황에 TV의 보정 부작용을 겪지 않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1000니트로 컨텐츠를 전송하는 것입니다. 그 경우에 더 밝은 TV가 성능을 다 발휘하지 못 할진 몰라도 적어도 문제는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높은 수치가 가능한 경우, TV의 자체 보정을 믿거나 아니면 플레이어나 게임콘솔에서 자체적으로, 혹은 게임의 경우 타이틀 단위로 캘리브레이션을 제공해서 TV 스펙에 맞는 적정 신호를 보내줘야 합니다.

이런 캘리브레이션이 잘 갖춰진 게임으로는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나 '오디세이', 그리고 '그란투리스모 스포트'가 있으며 최대밝기 설정과 더불어 톤커브 보정을 통해 적절한(혹은 입맛에 맞는) 암부와 명부, 콘트라스트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들이 이렇게 효율적인 세팅을 갖춘 이유는 이 게임들이 그냥 1000니트로 고정출력하는 대신 최대 4000니트까지도 출력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그런 TV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사실 차세대 콘솔이 나올 때까지도 안 나올 겁니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적으로 현행 TV와의 호환성 고려는 물론 퓨처프루프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레데리 2'의 경우엔 마치 비슷한 캘리브레이션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황당하게도 보통 최저치가 500이어야 할 것을 최대치가 500이며, 톤커브 설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최대로 할 경우 신호는 500니트의 HDR로 나가게 됩니다. 문제는 TV가 '어두운 HDR 신호'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건 대부분의 TV 제조사에 상정외 시나리오이며, 그 결과는 최선의 경우 최대 500니트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레데리 2' HDR 캘리브레이션의 또다른 문제는 밝기를 올릴 경우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전체 밝기가 올라가는 식으로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디스플레이에서 밝기와 감마를 동시에 올리는 것처럼 말입니다.(엄밀히는 감마는 SDR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지만, 일단 그런 식의 효과가 납니다.) 그러므로 밝기는 높아지지만, 블랙을 희생하면서 올라가게 됩니다.
초기값인 100 세팅일 때는 다이나믹 레인지가 0~100니트이던 것이 500니트로 올리만 블랙이 0이 아니라 올라가게 되면서 블랙이 뜨게 됩니다. 니트는 로그 값이기 때문에 400~500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암부영역이 허옇게 뜨면서 밝아지는 대신 전체적으로 물 빠진 영상이 됩니다. 그래서 최대밝기가 500이라도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500으로 세팅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더 황당한 것은 세팅 화면이 LCD는 100, OLED는 300으로 권장하고 있는데, OLED가 보통 최대밝기가 부족해서 낮춰서 세팅해야 한다는 직관에 반대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유일한 말이 되는 설명은 LCD에서 밝기를 올림에 따라 블랙이 뜨는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함...이 되겠지만, 요즘의 중상급 LCD TV라고 하면 OLED 수준의 픽셀단위 디밍은 안 되더라도 이정도 밝기로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이미 그런 문제를 감안하고도 1500니트까지 끌어올려놓은 게 지금의 LCD TV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100니트는 암실환경을 고려한 SDR 표준이니, 이 세팅에선 HDR 신호로 들어오지만 실상은 불 끄고 보는 SDR 표준으로 보게 되는 꼴이 되는 겁니다. 마치 MP3를 FLAC으로 재인코딩 한 것처럼 말이죠.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1000니트급 HDR 게임들에 비해 현저히 어두워지며, 심지어 TV에서 보정된 SDR 모드보다도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더 나쁜 것은 일부 TV는 이렇게 어두운 HDR은 SDR 레인지로 강제조정 되어서 SDR보다 더 어두워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HDR 소스'는 일반적으로 고려된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TV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미지수입니다.
'레데리 2'의 HDR이 SDR 신호를 억지로 늘려 놓은 것이기 때문에, 추가 정보의 이득은 없으면서도 출력신호의 불완전함으로 오히려 TV에 따라 다른 반응과 결과물을 내며 대개는 오히려 더 열등한 결과물을 보게 됩니다. SDR의 경우엔 재미있는 것은 SDR은 HDR과 달리 최대밝기 쪽이 확 트여있는 규격이 아닙니다. SDR의 규격의 정확한 정의는, "암실에서 훌륭한 명부와 암부 표현을 보기 위한 최대 100니트의 8비트" 입니다.
100니트는 실생활에선 터무니없이 어두운 밝기입니다. 어둑한 PC방의 그렇게 좋지 못한 모니터도 이보다는 밝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은 못해도 700니트급이며 밝은 건 1000니트에 달하기도 합니다. 저런 기준이 된 이유는 SDR 규격이 영화 상영을 모사하기 위한 홈비디오 규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불 끄고 커튼 치고 보는 걸 전제로 한 거죠. 그리고 규정을 만들 당시엔 100니트도 하드웨어적으론 상당히 밝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디스플레이 밝기가 현저히 밝아졌음에도 SDR의 100니트 기준이 문제가 되지 않는 건, 규격이 명확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걸 후보정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1000니트 디스플레이라면, 비록 10비트의 섬세함은 가지지 못 하더라도 그냥 100니트를 1000니트로 끌어올려서 늘여버리면 됩니다. 이미 영상처리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가장 싸구려 모니터를 제외한다면 모든 디스플레이는 SDR 컨텐츠를 밝기 설정에 맞게 적절히 늘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레데리 2'가 한 것은 이것과 비슷한 것이지만 500니트 까지만 했다는 것, 블랙을 보존하지 못 한다는 것, 그리고 HDR 신호를 다루는 방식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TV 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가 가진 LG OLED TV는 이론 상 1000니트까지 HDR이 됩니다. 이건 세부 세팅에 따라(특히 색온도)에 따라 약간 차이가 생기는데 실질적으로는 800~900니트 정도가 한계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경우엔 이런 TV의 사양에 맞게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레데리 2'의 경우엔? 제가 보게 된 것은 500니트의 어둑어둑한 화면이었습니다. 반면 HDR을 끄고 SDR로 게임을 돌리기 시작하자, 최대 밝기는 TV의 자체 조정에 의해 1000니트를 찍게 되었으며 중간톤들은 훨씬 더 컨트라스타가 강하고 색이 풍성하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레데리 2'의 흥미로운 점은 대단한 오픈월드 시스템과 사람을 갈아넣은 게 분명한 애셋, 그리고 그걸 안정적인 퍼포먼스로 구현하는 프로그래밍의 개가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퀄리티 측면에선 황당한 실수들이 둘이나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여기서 다룬 HDR 출력으로, 게임 내부가 HDR 구현을 위한 준비가 안 되어있을 리는 없습니다. 게임 내에는 실내 실외 이동 시 톤매핑이 가동되고 있고, 이는 구세대 게임에서 HDR이라고 부르던 것과 같은 것이지만 이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게임 내부에 수학적으론 SDR보다 훨씬 넓은 다이나믹레인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SDR의 영역 내에서 표현범위를 옮겨가며 쓰는 것 뿐이죠. 그 범위를 더 넓게 써서 보여주는 것이 HDR일 뿐입니다.
게임은 이미 구세대부터 톤매핑 구현 등을 위해 내부적으로 이미 아주 넓은 다이나믹레인지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구세대 기종에서조차 HDR 출력을 실현하는 게 가능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헤일로 3' 하위호환에서 4K와 HDR을 동시에 구현해냈습니다. 엑스박스원용으로 만들어진 '마스터치프 콜렉션'이 아니라 '헤일로 3'의 출력단을 조금 손봐주는 것 만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레데리 2'에 쓰인 RAGE 엔진에도 역시 톤매핑이 있으며 내부적으로 제대로된 HDR 구현을 위한 데이터는 역시 충분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레데리 2'에서 HDR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 개발단계에서 전적으로 SDR 출력 만을 고려해 만들어 졌다가, 그냥 맨 마지막에 '대충' 추가했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레데리 2'는 HDR 지원 콘솔이 보급된지 2, 3년이 지나서 나온 게임이고 AAA 게임, 아니 AAA+ 게임으로써 최고의 기술과 인력, 자본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이런 어설픈 대응은 황당한 일입니다.
또다른 '레데리 2'의 영상출력 문제는 PS4 프로에서 활용된 체커보드 4K 렌더링입니다.(위 동영상 앞부분이 대부분 그 내용입니다.) 1920*2160 해상도를 좌우 2배로 늘려주는 체커보드 4K는 PS4 프로에서 흔한 편이며, 그보다 낮은 해상도에서 구현하는 것보다 가장 효과적인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락스타가 채택한 알고리듬이 얼마나 열등한지 고스팅과 아티펙트, 소프트함이 1920*2160으로 그대로 출력하는 것보다 손해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며, 심지어 1080p 디스플레이에선 그냥 네이티브 1080p로 플레이하는 게 더 선명할 정도입니다. 훌륭한 체커보딩 게임들과 비교하면 황당한 결과물이며, 소니는 추가 컨텐츠 선행독점 계악은 했지만 개발단계에서 PS4 프로의 비밀무기인 ID 버퍼의 사용법은 알려주지 않은 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PS4 프로에선 시스템적으로 강제로 고해상도 구동 후 슈퍼샘플링을 지원하는데(엑스박스원X는 게임 내 옵션이 없다면 강제 고해상도 구동 후 슈퍼샘플링이지만, 네이티브 4K 구동이므로 이 같은 문제는 없습니다.), 이 경우 계단현상은 줄어들지만 선명도는 1080p로 할 때보다 떨어지며, 아티펙트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1080p 디스플레이 유저라면 1080p 구동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프레임 면에서는 큰 이득이 없는데 이는 '레데리 2'의 PS4 프로의 프레임 저하는 대부분 대역폭에서 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본형 엑박원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부분도 대역폭 문제로 보입니다. 반대로 엑박원X가 좋은 이유도 대역폭이고요.
'레데리 2'는 만점행진에 비해선 게임으로썬 분명히 많은 문제점과 찬반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완벽을 기대할 만한 타이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지 퀄리티 부분에서 이렇게 2개나 큰 실수를 저지른 건 그냥 락스타가 게으르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행인 점은 HDR과 체커보드 문제 모두 쉽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실제로 고쳐질지는 모두 락스타가 얼마나 고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물론 애초에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연 고쳐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죠.
덧글
근데 개짜증 나는건 프레임 드랍이 너무 심해요. FPS 게임이라곤 할 수 없어도, 최소 FPS 형태의 전투모드를 만들어놨으면 드랍에는 좀 신경 썼어야 하는게 아닌지...
생드니나 발렌타인에서 우두두두두ㅜㄷ 끊길때부터 짜증났는데, 다수랑 말타고 전투할때 데드아이 안쓰고 막전투 하다보면 드랍이 나는데, 이 때 너무 짜증나요. 플4슬림에서는 돌릴 게임이 아닌듯요.
왜 레데리가 갓옵워한테 고티를 뺏겼는지, 디테일하게 파보면 그 이유는 무수히도 많은것 같음.
https://m.ruliweb.com/family/4948/board/184900/read/31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