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길,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by eggry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등 둘러 보았지만 동기는 '고종의 길'이었습니다. 10월부터 정식 개장이고 지금은 미대사관에 반환 받은 땅을 임시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만, 이젠 사라질 복원 전의 모습이란 부분에 관심이 가서 더운 날에도 들렀습니다. 8월까지 임시개장이고 9월에 복원공사 후 10월에 정식 개장할 예정입니다.

 덕수궁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으므로 혹여 입장권 끊고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전 매표소에서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라 그래서 표 끊고 들어갔다가 사정해서 다시 나왔습니다. 후문으로 나가면 재입장이 안 됩니다. 시간이 충분해서 덕수궁 다 보고 나가서 보는 코스가 동선 상으론 제일 좋습니다. 아니면 그냥 덕수궁 돌담길 쭉 돌아서 경찰 검문 지나서 올라가시면 나옵니다.

 현재는 무료인데 이후 입장료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뭐 대단한 궁궐이나 유적이 있는 건 아니라서 당분간은 무료일 듯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종의 길'만이 아니라 여기보다 더 안쪽의 과거 미대사관 부지였던 곳까지 전부 반환 받은 것입니다. 장기 목표는 원래 이 지역에 있었던 덕수궁을 다 복원하는 것인 듯 하고, 그럼 지금의 덕수궁과 같은 표로 둘러보게 될 거 같습니다. 덕수궁은 현재의 시청광장 방면으로도 나와 있었지만 그쪽은 지금은 복원하진 못 하겠죠.




 미대사관 관저인 하비브 하우스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옵니다. 지금은 미대사관 시절 그대로일 벽에 현관문에 단촐하게 배너만 걸려있을 분입니다. 사실 이 영역은 이전에도 하비브 하우스에 속해있다가 11년에 반환되면서 덕수궁 복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공사 중인 곳, 대사 관저와 맞닿아 있는 부분 등의 이유로 칸막이가 많이 쳐져있습니다. 저기 펜스 쳐져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고종의 길.



 칸막이 너머는 8월 후 철거공사 예정이라 벽이 쳐져 있습니다. 벽에는 이 지역의 과거 사진들이 걸려있습니다.



 재밌게도 '고종의 길'이나 과거 대사 관저의 사진은 없고, 곧 철거될 건물인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의 사진 위주로 되어있습니다. 사실 보고 오신 분들도 '고종의 길'보다는 이 건물에 더 많은 흥미를 보였고 저도 그랬습니다. '고종의 길'은 10월 이후 재정비되서 더 나은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이 건물은 철거될 예정이므로 8월 이후엔 볼 수 없습니다.



 '고종의 길'도 미대사 관저 부지였지만 아시다시피 덕수궁 일대는 조선 말기부터 외국 공사관들이 대거 들어섰습니다. 유명한 아관파천의 러시아 공사관도 이쪽이고요. 덕수궁에서 아관파천 한 길이 고종의 길입니다. 외국 공사관 직원들이 찍었을 듯한 20세기 초의 덕수궁 사진들이 있습니다. 아래의 선원전 영역 도면은 향후 이 지역의 덕수궁 복원에 참고가 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2039년까지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갈지자 형태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길이 약간 희안하게 되어있는데, 실제로 한쪽 끝이 막혀있는 직선 통로 두개가 벽으로 나뉜 상태로 되어있습니다. 이쪽 끝은 돌담길 방면인데 원래는 도로가 나있지 않고 지금의 덕수궁과 연결되어 있었을 거 같군요. 최종복원 시 덕수궁 본원과 어떻게 연결될지 흥미롭습니다. 지금의 자동차도로를 밀어버릴 순 없을테고, 그냥 길 건너서 재검표 하는 식이 될지 아니면 구름다리 같은 걸로 갈 수도 있겠죠.



 '고종의 길' 정방향. 고종은 저 문으로 나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빠지는 길목에 이런 간판이 있습니다. 반환되긴 했는데 정작 이 간판 너머로는 아직 미대사관 소유인 모양입니다.



 안쪽으로 빼꼼 보니 뭐 문같은 게 있진 않습니다. 아마 있었어도 공개 전에 철거해서 막아버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최종적으론 저 간판 대신 새로 벽을 세워서 막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벽으로 둘러싸인 짧은 띠 공간이 생기는데 이건 어떻게 할진 모르겠네요. 대사관 영역이니까 벽을 허물지 어떨지. 이중벽으로 해두는 게 보안 상으로 나쁠 건 없겠죠.



 '고종의 길' 끝. 문은 닫혀있습니다만, 이쪽에도 배너가 걸려 있습니다. 저 문을 열어 놓는 시간대도 있는 걸까요? 문 닫을 시간 얼마 안 되서 왔기 때문에 닫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원된 벽으로 둘러싸인 짧은 길일 뿐, 볼거리 같은 건 없습니다. 지금은 통로만 덩그러니 있는데 최종적으로 이 일대가 복원되고 나면 궁궐의 통로 중 하나가 되겠죠.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의 얘기입니다. 10월 공개 때는 '고종의 길'만 좀 더 보수된 상태로 나올 거 같은데, 뻘쭘하게 길만 내놓지 말고 구한말 관련 사진이나 설명판이라도 있어야 할 거 같네요. 그정도는 해주겠죠.



 그냥 텅 빈 통로일 뿐인 '고종의 길'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철거공사 예정이라 벌써 벽을 쳐놨지만 문은 열여놔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공사예정으로 펜스가 쳐져있어서 내부를 볼 순 없습니다. 사실 이 건물의 정체는 약간 불명확한데, 안내판을 보면 안쪽에 있는 건물이 사택으로 설명되어 있고 실제로 이 건물에 대한 사진이나 설명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양식적으로 볼 때 건축시기는 거의 동일해 보이고, 사택의 별원 같은 거였을 수도 있는데 설명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은 사택이라고 보기로 하겠습니다.

 건물은 한옥식과 일본식, 그리고 현대식이 뒤섞인 양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건 일제시대의 '콜로니얼 양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식으로 그런 게 있는진 모르겠습니다. 30년대에 건설되었을텐데 오래된 도시 주택에선 부분적으로 비슷한 스타일링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보통 민가는 2층 구조는 아니고, 또 다다미도 아니겠죠. 기록사진에 따르면 위쪽 건물은 1층은 다다미, 2층은 양식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위쪽 건물보다는 건물도 좀 더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급은 더 낮은 거 같습니다. 다만 지도로 보면 전체 면적 자체는 더 큽니다. 위쪽은 약간 접대용이라면 이쪽은 좀 더 편안한 실생활 중심 건물로 보이네요.



 폐가처럼 쓰러져 가고 있는... 건물에서 바로 밖으로 이어지지 않고 차양과 나무 섀시로 한번 둘러져 있는데 추위를 막기 위한 이중구조인 듯 싶습니다. 이쪽 방향에서만 보기로는 여기가 제일 현관문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주변 구조로 볼 때 실제 정문은 아마 반대편에 있을 거 같습니다. 위쪽 사택으로도 이어지는 진입차로에서 갈라져 나와서 들어오고 이쪽은 뒷마당 방향일 거 같은데 위성지도 상으로는 나무에 가려서 길이 안 보여서 알 수가 없네요. 현관문이 따로 있다면 여기는 그냥 화분 놔두는 반실내 정원 같은 거였을 겁니다.



 일본 전통주택에서는 이런 출입구는 안뜰로 나는 곳이고 휴식을 하는 마룻바닥이기도 합니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지붕 배수로.



 굴뚝이 있습니다. 부엌 쪽?



 건물은 보기보다 꽤 깊습니다. 안쪽에 굴뚝이 하나 더 있고... 가운데 굴뚝은 난방용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뒷간이 따로 있습니다.



 굴뚝이 상당히 많습니다. 4개 정도.



 조금 더 올라가면 안내판이 있습니다. 건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이 조선저축은행의 중역사택이라고 합니다. 건물 사진이나 도면이나 아래쪽 건물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어서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콕 짚어서 사택이라고 해놓은 건 지금부터 보는 건물입니다. 본래 미대사 관저의 부지에 속해있고 이 건물을 접대용으로 이용한 대사도 있는 모양입니다.

 조선저축은행은 훗날 한국저축은행, 제일은행, 그리고 지금은 SC 제일은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저축은행 본점은 현재 옛 제일은행 본점으로 불리고 있고, 서울중앙우체국,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등이 있는 한국은행 앞 교차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20세기 초의 한국 주택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콘크리트 벽돌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 건물은 아까 건물처럼 이중창 형태가 아니라 차양만 드리워져 있습니다. 등나무나 뭐 그런 것들이 엉켜서 그림자를 만들어줬을 것 같고요, 정문은 아닙니다. 이 건물은 아예 대놓고 진입로와 정문이 있습니다. 안뜰 쪽 출입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관상수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안뜰 방향의 섀시. 돌담이 만들어져 있는데 정원은 꽤 그럴싸하게 꾸몄던 듯 합니다. 흑백사진을 보시면...



 2층은 중앙부만 있습니다.



 튀어나온 부분. 여기도 돌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쪽이 정문 방향. 제대로 지붕도 드리워져 있고 차량 진입로도 있습니다.



 이쪽 방향에서 전체적인 조감. 2층에는 나무로 된 베란다 팬스가 있습니다. 저건 서양 근대건축에서 나온 걸텐데 일본이나 한국에서 받아 들여졌을 겁니다. 고베 같은데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건물 반대쪽 벽에는 창고 같은 게 보입니다. 특히 위쪽은 방공호 형태와 비슷합니다.



 이 건물들은 8월 후 철거 될 예정입니다. 그야 덕수궁과 일제시대의 주택 중에서라고 하면야 덕수궁으로 당연히 기울긴 하겠지만, 복원을 위한 또다른 역사의 해체는 아무래도 개운치 않기는 합니다. 혹시 훗날 건축물에 관심 있을 분을 위해 사진은 나름 구석구석 찍어놨습니다. 플리커에다 공유해놓습니다.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flickr)



덧글

  • 다루루 2018/08/09 15:07 # 답글

    건축 양식의 퇴적지 같은 건물이네요. 이런 퇴적되어 뒤섞인 양식을 후대에 재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가능은 할까, 양식의 찰나성이라고 봐야 하는걸까, 그런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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