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0부 - 여행 개요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1부 - 카이유칸(1)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2부 - 카이유칸(2), 츠텐카쿠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3부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1)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4부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2)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5부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3)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6부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4)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7부 - 호류지
2018. 7. 13.~18. 일본 간사이 여행기 8부 - 고후쿠지, 나라 사슴, 도다이지
나라에서 더위 먹은 몸을 끌고 간신히 교토까지 왔습니다. 일단 숙소 체크인부터... 숙소는 교토역에서 잘 보이는, 아마 지나가다 본 사람도 많을 마츠모토 료칸입니다. 료칸이라고 하지만 전통료칸은 아니고 그냥 빌딩에 다다미식 방으로 되어있는 곳이지만. 역에서 가까우면서 호스텔이나 캡슐이 아닌 급 중에서 제일 쌌기 때문에 골랐습니다. 맨날 보던 데라 궁금하기도 하고. 뭐 이런 숙소의 수준이나 스타일은 예전에 오사카에서도 겪어본 적 있어서 대충 짐작은 갑니다.
공간은 비즈니스 호텔보다 넓고, 편의성은 약간 번거로운 그런 종류죠. 전 침대랑 다다미 안 가리기 때문에 잠자리는 별 상관 없고 짐 풀거나 노닥거릴 공간이 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지하 욕실은 대욕탕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고 3,4명 정도 쓸 욕탕이 성별 별로 2개 있는 정도. 그래도 이름이 료칸이랍시고 아침 식사는 나름 꾸린 와쇼쿠로 나왔습니다. 기온 마츠리 낀 극성수기임을 생각하면 1박 1만엔 정도로 적당했다 싶네요. 비수기엔 어느정돈진 모르겠습니다. 8천엔 정도 되지 않을지?

나라에서 지쳤지만 기온이 내려가니 좀 살만한 듯도 싶고, 요기거리도 해야겠기에 기온 마츠리 요이야마(宵山)를 찾아 갔습니다. 요이야마는 별 거 아니고 그냥 일본 축제 하면 볼 수 있는 밤에 길거리 노점 있고 그런 거. 물론 그냥 노점만 여는 건 아니고 축제의 상징인 야마보코라는 수레들에서 풍악도 연주하고 각 구미의 기념품도 팔고 그럽니다. 교토의 중심 격인 카라스마 역으로 갔는데... 역부터 사람이 미쳤습니다.

출구도 장난 아니고...

출구 나와서 시조 카라스마의 대로에서. 그 넓은 대로가 인파로 미어 터집니다.

야마보코와의 첫 만남. 야마보코는 각 수레들의 이름이 XX야마(山), XX호코(鉾, 미늘창)인데서 나옵니다. 이름대로 꼭대기에 칼날이 달려 있으면 호코가 되고, 나뭇가지 같은 걸로 되어 있으면 야마가 됩니다. 이 규칙에서 벗어난 것도 있는데 가장자리에 천이 드리워져서 원통에 원뿔을 붙여놓은 듯한 모양으로 된 우산이 씌워진 것은 호코로 분류됩니다. 호코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하는군요.
외형적으로는 지붕이 있고 고깔과 장대가 뻗어 있는 호코/히키야마(鉾・曳山) 계열과 카사야마(舁山) 계열이 있습니다. 크기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둘은 비교적 구분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호코/히키야마의 경우엔 앞서 말한대로 장대가 칼날로 장식되나 수풀로 장식되나로 갈립니다. 카사야마 계열은 비슷한 크기에 사실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름만 보면 우산과 관련있어 보이고, 실제로 우산(앞서 말한 원통+원뿔 우산과는 다른 그냥 우산)이 있긴 합니다만 우산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 읭? 여튼 이 타입의 수레는 대부분 XX야마 식의 이름이고 앞서 말한 소수는 XX호코로 되어 있습니다.
야마보코의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내용에서 하겠습니다.

각 야마보코의 상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저 삼각형으로 생긴 짚단 같이 생긴 건 '치마키'라는 것으로, 원래 치마키란 단어 자체는 잎으로 싸서 만드는 삼각형 형태의 떡 종류를 가리킵니다. 근데 기온 마츠리에서 파는 치마키는 먹는 게 아니고 문에 걸어놓는 게 액막이 풍습이라고 합니다. 재료나 생김새 면에서는 복조리랑 비슷한 느낌인데 먹을 걸 걸어 놓는다는 게 웃깁니다. 뭐 며칠 안 가서 다 말라 비틀어져서 썩지도 않을 거 같기는 하지만요. 야마보코 별로 팔고 있는데 기본적으론 액막이라고 하지만 각 야마보코가 상징하는 것이나 효험도 있습니다. 야마보코는 일종의 이동형 신사이기 때문에 소원도 비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산 치마키의 야마보코의 효험은 나중에 찾아보니 순산[...]이더군요😂😂😂


축제니 만큼 유카타 입은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밤이 되었지만 폭염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계속 음료를 사다 마셔야 했습니다. 생수 140엔...이면 사실 축제인 거 치곤 비교적 양심 있지 않나 싶네요. 심지어 이동의 제약까지 있어서 싼데 찾아서 다닐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편의점 정가는 110엔 정도니까요.


등에다 잔뜩 월월월 이라고 적어놓은 야마보코. 그래선지 이름도 츠키호코입니다. 위쪽엔 나뭇가지를 한다발 묶어 놨는데 여기에 츠키요미노미코토(月読命)의 상이 있다고 합니다만... 음 잘 모르겠네요. 여튼 장대 끝에 초승달 모양 칼날이 달려 있습니다.




야마보코 위에서 연주하는 아이들.

축제 하면 길거리 음식이라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듭니다 ㅠ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아예 방향통제까지 하고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갑니다. 일방통행으로 각 거리를 빙빙 돌다가 운 좋게 대로로 나오게 되면 그때 역주행이든 반대방향이든 올라타서 역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이런데서 음식도 사고 먹어야 하니 꼴이 말이 아닙니다. 날도 덥고.


타코야키, 야키소바, 오코노미야키 등 축제 음식으로 예상할 만한 건 다 있습니다.

일단 야키소바 먹고, 목 말라서 라무네도 사고...

그리고 일본식 빙수, 카키고오리(かき氷)도 있습니다. 아니메에서 드럽게 많이 봤지만 그냥 얼음 갈아서 시럽이나 뿌린다니, 솔직히 팥빙수가 메인인 나라에서 온 입장에선 그냥 얼음 먹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어서 허접해 보였는데...

하도 더우니 어쩔 수 없이 사긴 했습니다. 얼음을 공모양으로 뭉쳐서 주네요. 얼음이 그 뭐랄까, 제과회사에서 마트에 납품하는 기성 팥빙수 컵이랑 비슷한 정도 굵기라서 좀 으드득 으드득 거리긴 했습니다. 다만 이게 일반적인 건 아닌 거 같고 보통 제대로된 가게에서 파는 건 이것보단 가늘게 가는 거 같더군요. 얼음의 굵기도 굵기지만 역시나 시럽만 대충 뿌린 거라서 그냥 색소, 설탕맛 얼음 아니냐는 생각이; 물론 나중에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 빙수도 먹긴 했습니다만, 그건 시럽 빙수는 아니었고 역시 시럽 빙수는 추천은 못 하겠네요.
그래도 얼음 퍼먹으니 더위 해소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옛날엔 그냥 더우니까 시원한 거 먹는 김에 아이스나 빙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건강을 위협할 듯한 폭염에 노출되니까 이건 그냥 기분 좋으려고 먹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먹는 겁니다. 아무리 더워도 빙수 퍼먹고 있으면 체온이 잘 떨어져서 땀도 안 나고 그렇더라고요.

카라아게도 사먹고... 축제 음식이 그렇지만 가성비가 별로 좋진 않습니다. 인산인해에 치이고 이럴거면 그냥 돈까스 가게나 갈 걸 하는 후회도.

축제 하면 또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용 가면 가게. 고전 캐릭터부터 근래의 것까지 제법 이것저것 있군요.

정말 옛날식 과자로 보이는 가게. 나오신 분도 진짜 할머니였습니다. 족자를 다른 모양으로 뽑은 거 같은 과자에 엿가락에...

교토 축제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는 공포의 축제음식, 오이꼬치. 문자 그대로 오이를 피클...수준은 아니고요, 좀 아삭하고 시원한 양념에 절인 물건입니다. 작년에 니시키 시장에서 한개 통째로는 부담스럽고 반조각 파는 거 먹어 봤는데 비주얼 만큼 무서운 물건은 아닙니다. 그냥 아삭하고 새콤한 간식 느낌? 그래도 한개 통째로는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오늘은 그냥 오이꼬치 뿐만 아니라 더 무시무시한, 김치양념 버전을 보았습니다. 와풍 김치라니 기무치를 말하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뭐 뻘겋고 하니까 좀 맵상하고 그렇겠죠.



야키도리. 연기가 아주 심하게 날립니다.

상당히 무난한 음식이기도 하고, 카키고오리를 먹고 있는 입장에서 그나마 손 쓰기 편한 놈이다보니 하나 사다 먹었습니다.

야채를 고기로 둘러서 콘도그 같은 모양으로 만든 니쿠마키(보통 꼬챙이식은 아니고 그냥 바 형태로 만듭니다만 길거리에서 목기 쉬우라고 꼬챙이 끼운 듯). 거기에다 이것저것 많이 올려놨는데, 김 올린 것도 있고 마요네즈랑 파 올린 것도 있고 치즈 올린 것도 있고...김치 올린 것도 있습니다. 김치...오히려 한국인들은 안 사먹을 거 같고 일본 사람들은 잘 먹을 거 같습니다.

축제로 인한 통제 때문에 가게는 대부분 문 닫고 펜스로 막아놓은 상태지만 이렇게 개방해놓은 곳도 있습니다. 목공예품 같은 걸 만들어주는 곳인 모양입니다.

역시나 일본 축제의 단골인 금붕어 뜨기. 해본 적 없음에도 이런 건 나름 자신이 있지만 금붕어 잡아봐야 가져갈 곳도 없는 관광객이니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그 외에 물풍선 건지기라든가 사격이라든가 미디어에서 보던 건 다 봤습니다. 사실 여기 말고 타카야마에서도 다 본 거지만.

아마가사호코의 등이 걸려있는 곳. 골목 신사가 아니라 원래 상점인 모양인데 아까 봤던 것처럼 치쿠미 같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야마보코는 기온 마츠리의 주최인 야사카 신사에서 주도하는 게 아니라 축제에 맞춰서 각 거리의 상점가들이 조를 만들어서 후원하고 패를 꾸리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대부분 기온-시조 카라스마 구역에 위치해 있는데 이것도 지리적인 소속 이유가 있습니다. 이 영역이 야사카 신사의 나와바리(정식 명은 氏子 우지코)거든요. 신사도 다 영역이 있고 거기에 속한 주민, 상인들이 신사의 축제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어둠 속의 야마보코. 등 켜놓고 하니 예쁘장하긴 합니다. 근데 얼핏 보면 다 비슷비슷한...



좀 더 가까이 가봤습니다. 아까 가게도 지나온 아마가사호코인데, 이 타입이 바로 우산에 차양을 드리운 타입입니다. 야마보코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고 하는군요.

길거리 상점들은 이때다 하고 반 노점 형태로 음료수나 먹거리를 팔고 있습니다.

이미 지친 상태였는데 좀 치이다보니 그저... 날 여기서 꺼내줘!! 라는 소리만. 물론 외칠 힘도 없습니다.

진짜 이 일방통행 인산인해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교통통제 아저씨에게 물어볼 수 밖에... 물어물어서 대로 쪽으로 나와서 역방향 흐름을 타고 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안그래도 낮에 지쳤는데 배 좀 채우자고 나왔다가 사람들에 치여서 반죽음, 지갑은 거널 날 지경이다 보니 정말 얼른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ㅠ



대로의 다른 야마보코들. 오늘 너무 악몽 같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내일도 요이야마긴 하지만 차마 또 올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축제 밤거리를 본 건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평소 같으면 욕심 좀 부리고 사진도 찍었겠지만 날이 더워도 너무 덥고 체력이 딸려서 저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사람 많다, 힘들다, 덥다 같은 얘기만 했는데, 기온 마츠리 요이야마가 평소 이런 수준인진 모르겠습니다. 더운 거야 뭐 계절이 계절이니까 어쩔 수 없긴 한데, 기온 마츠리의 날짜는 매년 고정인데 올해는 요이야마 때 토일 주말이었고, 월요일마저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연휴였거든요. 아마도 상상 가능한 가장 심한 조건이 제가 경험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워낙 유명한 축제다보니 평일이라고 얼마나 나을지는 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제가 간 거보다 나을 거라곤 생각은 해도 날씨+경험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재도전할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다만 드릴 말씀은 "평일에 가라!" 라는 것 뿐이군요.

인파가 하도 미어 터지다보니 매표기론 감당이 안 되서 각 출구마다 역무원들이 나와서 즉석 매표소를 만들어 팔고 있는 모습. 전 그냥 스이카 찍고 훌쩍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지하철로 교토역 나와서 교토타워가 보여서 한장. 건물 유리창에 비치게 해서 거울상으로 했는데 그냥 싸구려 합성 같이 보이는군요.


지친 몸을 끌고 야키도리에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지하 욕탕에서 몸도 좀 풀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되서 탈출버튼을 누른 관계로 이번 글은 내용이 좀 짧습니다. 오늘은 일찍 눕고, 내일은 오전에 야마보코들을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보고 오후에는 신사나 절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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