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습의 샤아와 공각기동대 UHD 블루레이 감상 - 고전 극장판의 UHD화의 여러 경우 by eggry


 요즘 일본 고전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의 UHD 블루레이 화가 진행 중입니다. 뭐 전부 반다이 쪽에서 추진하는 분위기이고 아직 전체적으로 퍼진 건 아닌데, 사실 이들 작품은 블루레이 시절에 불만족스러운 마스터링으로 평판이 그냥 그랬던 게 많았어서 UHD화 보다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발전된 기술로 새로 마스터를 뽑아 낸다는데 더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역습의 샤아'의 경우 전통적인 셀화 기법으로 만들어 졌는데, 사실 원본부터 작화의 퀄리티가 심하게 오락가락 합니다. 처음 재생 시작할 때는 아 구리다- 라는 느낌부터 받을텐데 보다보면 정말 좋은 부분과 정말 구린 부분이 뒤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작화 하청 과정이 지리멸렬했기도 하고 스케쥴 맞춘다고 억지로 푸시해서 망가진 부분도 있고 해서요. 단순 작붕 문제가 아니라 셀화의 판형과 디테일 문제도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720p도 아깝다 싶을 수준에서 해상력에서 진짜 4K 급의 세밀한 선화를 보여주는 부분까지 천차만별입니다. 4K 급은 사실 꽤 적어서 몇몇 인물 대화씬 정도이고, 액션씬은 대체로 1080p 수준에 턱걸이 하는 정도입니다. HDR 효과는 거의 느낄 수 없었고...

 한편 원본의 제작상황에 따라 화질이 갈라지는 부분에서 역시 두드러지는 건, 3D를 쓴 부분입니다. '역습의 샤아'가 만들어 졌을 때 3D는 아직까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사실 꽤 실험적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주로 콜로니의 회전 모습 같은데서 나오는데, 당시 기술로 단순히 에셋만 딸리는 게 아니라 당연히 렌더링 해상도도 크게 떨어집니다. 게다가 이 3D 데이터가 보존된 것도 아니라 고해상도로 재렌더링 없이 그냥 필름 마스터에서 업스케일만 했는데 업스케일 해봤자 3D 해상도가 DVD 급이라서 실제로 제일 바닥을 깔아주는 건 작붕 작화가 아니라 3D가 나오는 장면들입니다.

 뭐 원작의 들쭉날쭉한 화질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런 점을 감안해서 화질이 괜찮게 나왔냐고 하면, 한계 안에서는 괜찮게 나온 거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원래 HD 블루레이에서 충분히 구현됐어야 할 해상력과 색상이지만, 기존 판본이 그것도 제대로 못 했었기 때문에 확실히 발전된 건 맞습니다. 다만 마케팅과 수요층 문제로 BD/UHD BD가 같이 들어간 패키지로 나오게 됐는데, 같은 신 마스터로 제작된 BD인 덕분에 UHD BD에 거의 꿀릴 게 없는 화질을 바로 옆에서 보여주는 꼴이 되긴 했습니다. 묶어서 비싸게 팔지 말고 그냥 BD 단독판만 나왔다면 그쪽이 훨씬 잘 팔렸겠죠. 재생기기 보급도 훨씬 딸리니까요.

 '공각기동대'의 경우엔 '역습의 샤아'보다는 프로덕션 상의 문제가 훨씬 적었습니다. 다만 '공각기동대'는 그렇게 작화나 예산이 호화스러운 작품은 아니었고, 그런데 비해선 안정적으로 잘 나온 정도입니다. 가장 해상력이 좋은 부분으로 치자면 '공각기동대'는 오히려 연식이 더 오래된 '역습의 샤아'보다도 떨어집니다. 대신 3D 파트를 제외하고는 '역습의 샤아'처럼 준 DVD 수준까지 떨어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소프트하다는 느낌? 720p 이상 1080p 미만 정도로 보입니다. HDR 효과는 역시 거의 체감할 수 없습니다.

 '역습의 샤아'와 마찬가지로 3D 부분이 해상력에서 가장 타격 받는 지점인데, 그나마 그냥 구릴 뿐인 '역습의 샤아'와 달리 의도적으로 디지털적인 느낌을 낸 게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보이진 않게 만들어줍니다. 웃긴 점은 당시엔 미래적으로 보인다고 한 톤과 효과겠지만, 지금 와서는 빈티지한 느낌의 그래픽으로써 그럴싸해 보인다는 점일까요? 받아 들이는 관점은 바뀌었지만 단순히 아 옛날 3D 진짜 구려- 와는 조금 달라서 그렇게까지 이질적이진 않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3D 접목과 같은 실험성을 도입했던 '역습의 샤아'나 '공각기동대'와 달리 '이노센스'는 완전히 디지털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3D도 대거 이용했기 때문에 앞 두 작품 때문에 사실 화질에서 조금 걱정은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평균 해상력은 셋 중에서 제일 높습니다. 제일 나중 작품이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3D가 많다는 점이 과연 2004년의 CG가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가 될까 라는 우려를 낳았지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2D 작화와 3D 작화의 해상력은 비등하고, 역시나 4K에 어울릴 해상력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1080p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공각기동대'가 전적으로 작화 품질의 한계로 전체적인 흐릿함을 가지게 된 반면, '이노센스'는 어느정도 선명하면서도 깔끔하지는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디지털 합성이나 인위적으로 추가한 그레인 등의 부작용으로 생각됩니다. '이노센스'에선 손그림 후 채색, 3D 합성, 최종 편집까지 완전히 디지털로 전환된 단계이기 때문에 이 그레인은 필름 소스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합성의 이질감을 줄이고 디지털의 차가움을 커버하겠다는 기믹으로써 이용된 거죠. 이런 시도는 오늘날에도 아직 있으며, 실사영화나 비디오게임 등 다른 분야에서도 보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노센스'의 마스터 해상도가 2K 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본 애니가 그렇듯 진짜 원본 소스는 이미 없고 최종 마스터만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당시에 2K 해상도에 맞춰서 그레인을 넣은 소스를 업스케일링해서 만든 게 UHD 블루레이의 영상인데, 그레인류는 업스케일링과 사이가 아주 안 좋습니다. 업스케일에 중요한 경계면 구분을 어렵게 만들 뿐더러 그레인 그 자체도 업스케일로 확대되어 버리는 경향도 있으니까요.

 만약 디지털 마스터가 원래 SNR이 매우 높은 디지털 스러운 클린한 것이었고, 상영용 필름으로 현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레인이 생성되었고, 그 필름을 새로 스캔했다면 이런 식으로 되진 않았겠지만요. 혹은 다른 식으로 UHD 화를 예상했더라면 그레인이 안 들어간 최종본 바로 직전의 클린한 마스터가 있어서, 그걸 업스케일하고 새로이 4K 그레인을 넣는 식으로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뭐 일본 애니의 소스 보존에선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궁극적으로 보면 전체 화질은 '이노센스'가 제일 높았던 건 맞습니다. 의도적으로 대량의 디테일을 쑤셔넣어 만든 애니이기도 하고, 2K 소스라고 하더라도 작붕 셀화보다는 결과적으로 더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준 거죠. 하지만 원본을 기준으로 가장 UHD화가 잘 된 건 '역습의 샤아'라고 해야할 거 같습니다. 물론 작화의 기복이 심하긴 하지만 떨어지는 작화 조차도 셀화의 물감 질감이나 선의 엇나감 같은 것들까지 잘 살리고 있고 극히 적지만 좋은 부분은 정말 좋거든요. 반면 '공각기동대'는 전체적으로 흐릿한 느낌이고, '이노센스'는 낡은 디지털 소스의 복원에서의 숙제를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들의 사례로 볼 때 역시 UHD 화에서 가장 문제를 덜 일으키고 득을 볼 건 순수 셀화로 만들어진 대작일 거 같습니다. '역습의 샤아'는 그 부분에선 작화 품질관리가 좀 발목을 잡았지만 더 나은 작품이라면 좀 기대해볼 만 한 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건 '왕립우주군'이나 '아키라'인데, 둘 다 내용은 그냥 그렇지만 작화 만큼은 대단했던 물건이고 버블경제+아날로그 셀화의 정점에 있었던 작품들인지라 화질 만큼은 기대해볼 만 하지 싶습니다.

ps.작품 감상 쓰는 글은 아니지만 '이노센스'는 2004년에 처음 볼 때와는 조금 다른 심정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엔 '공각기동대' 원작 만화도 보지 않았고 오시이의 극장판 본 게 전부였죠. 그 관점에서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이게 2라고?"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1편 뿐만 아니라 2편, 1.5편까지 보고 난 시점에서 '공각기동대 2'가 아니라 그냥 '이노센스'이고, 원작에도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건져다가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고전인용을 너무 뻔질나게 한 거 빼면 처음 볼 때 만큼 거부감이 있진 않았습니다. 만화를 더 보면서 인형사와 융합된 차세대(?) 소좌가 활동하는 좀 이질적인 이야기들에 더 익숙해진 것도 있겠죠. 그 전까진 그냥 융합으로 끝나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뒷 이야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덧글

  • ddddddd 2018/08/06 22:08 # 삭제 답글

    말씀하신대로 이노센스는 원작 에피 하나를 따온... 일종의 소품이긴 한데 TV판을 안좋아해서 그런지(원작에서 싫어하는 부분 - 힙스터스러운? - 들만 따온 것 같은) 이노센스도 여전히 오글오글해요.

    근데 왕립우주군은 이야기 꽤 괜찮지 않았던가요? 나만 그런가... -_-;
  • ddddddd 2018/08/06 22:11 # 삭제 답글

    본문과 관련된 경험 사례가 청의6호 CD, DVD, 블루레이의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로 작업한 2D도 2D지만(그래도 얘는 CD - DVD에서 화질 개선이 있었는데) 3D가 너무 블러가 심해서 그냥 맨 처음의 조악한 화질로 봤던 게 제일 그럴싸하지 않았나 뭐 그런 생각을 했던... 생각해보면 라스트 엑자일도 그렇고 곤조의 작품 대부분이 그런 늑김이네요. 저화질로 봤을 때가 제일 좋았던 -_-
  • ddddddd 2018/08/15 17:27 # 삭제 답글

    글고보니 여쭤본다는 걸 깜박했는데, 공각기동대 1995 UHD는 혹시 노이즈 레이어 같은 게 덧씌워져 있나요? 유튜브에서 UHD 샘플을 봤는데 그 전에는 없던 필름 그레인 같은 게 눈에 띄게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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