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을 가다 by eggry


 비번인 날에 고궁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됐지만... 사실 이 날은 렌즈 수리 때문에 나간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번 여행 다녀오고 100-400GM을 서비스 맡긴지가 엊그제 같은데 24-105G 사서 테스트 하다가 24-70GM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서 맡기러 갔습니다. 처음엔 센터 기사가 간이 테스트 해보고선 그다지 납득하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비교사진으로 압박(?)했기 때문에 일단은 입고. 그리고 얼마 전 연락이 왔는데 해상력에 문제가 생긴 게 맞다고 합니다. 수리비는 꽤나 나올 거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 관계로 여기서 찍은 사진은 표준줌 영역은 전부 24-105G입니다. 조리개값 빼면 사실 입수 후 테스트 해보면서 상당히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굳이 24-70GM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애초에 해상력 저하 때문에 제대로된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절대적으로 제가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24~70mm 영역은 개방부터 만족스럽고 1스탑 정도 조이면 해상력엔 별 불만이 없습니다. 70~105mm 영역은 그 앞보다는 조금 떨어지는데 1스탑 정도 밀립니다. 회절은 비교적 이른 f11 정도부터 오지만 f16까진 쓸만합니다. f22는 비추고요.

 날이 아주 좋았던지라 구름 사진이 조금 많습니다. 물론 밖에 있을 땐 지쳐 쓰러질 뻔 했지만... 별도 설명 없이 고화질 앨범은 플리커에 올렸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소니 압구정 스토어 앞에 있는 킹콩 빌딩. 갈 때마다 인사합니다.



 워프해서 경복궁으로. 렌즈 입고하려고 차를 끌고 왔는데 어딜 갈까 하다가 고궁 쪽으로 왔습니다. 요 근래 박물관이나 전시를 줄줄이 돌아보고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 전당에 갈 일이 있고 고궁 쪽에도 경복궁은 이제 볼 만큼 봤지만 고궁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엔 관심이 있습니다. 오늘은 고궁박물관 보러. 이렇게 서울 깊숙히는 왠만하면 차 안 갖고 오는 게 좋지만 기왕 갖고온 거 그냥 왔습니다. 보통은 광역버스로.



 흥례문과 구름. 아주 몽글몽글합니다.



 경복궁 서측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동측엔 약간 북쪽으로 민속박물관이 있습니다.



 진입로에 희안한 게 설치되어 있는데 살짝 눌리는 금속볼에 발을 슥슥 문지르면 먼지가 떨어지고 그게 흡입되는 청소기라고 합니다.



 조선 왕의 옥좌. 조선 왕의 그림자와도 같은 일월오봉도-이름 그대로 해와 달, 그리고 다섯 봉우리 병풍이 있습니다. 옥좌는 단촐한 편.



 제왕학(?) 교육 코너의 유교 서적. 어릴 때 배우는 소학힙니다.



 즉위식 정도에만 쓰이는 모자. 눈을 가리는 옥은 가려서 보라는 뜻이라고. 귓가의 옥도 가려 들으라는 뜻입니다. 그럼 뒤통수는...? 뒤에도 눈이 달렸나?



 평상시엔 입지 않는 즉위식용 복장.



 조선왕조에서 왕과 동등한 취급을 받았던 어진. 태조 이성계입니다.



 대한제국 2대 황제이자 조선왕가의 마지막 군주인 순종의 어진. 실제 이런 복장을 한 적은 없고 유명한 서양식 군복 입은 사진을 바탕으로 새로 그려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문화재청이나 고궁 쪽 큐레이션을 보면 조선 말기나 대한제국에 대한 취급이 너무 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궁박물관에도 아예 한 파트를 별도로 할애할 정도이니...



 왕족 족보.



 왕궁에서 벌어지는 의식을 그린 병풍화. 상당히 고퀄입니다.



 현대식으로 치면 프로젝트 총서 쯤 될 기록물을 열심히 남겼는데 이건 수원화성 축조와 관련된 기록입니다.



 국가적인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한 책. 조선 화풍에서 평면적인 거야 옛날엔 다 그렇다 쳐도 저 말 탄 사람들이 엉덩이 쪽으로 틀어져 그리는 건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됩니다;



 어떤 책들은 분류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일본어로 된 것도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분류하려고 붙였던 것일텐데 훼손 우려로 때지 못 하는 거든가 그런 거겠죠.



 규장각 서고의 재현. 저 책들은 다 진품일까요? 보통은 모조품이라고 생각할테지만 앞서 봤던 일제시대의 분류스티커가 붙어있는 책들도 있는 걸 보면 진짜 같기도 합니다.



 경복궁의 도면(?). 건물의 설계도는 아니고 배치도 정도려나요. 격자식으로 건물의 크기와 배치를 그려놨습니다.



 임진왜란에서 경복궁이 소실된 후 고종 대에 재건될 때까지 조선시대 절반 가량 경복궁의 역할을 대신한 창덕궁의 모습. 일반 관람구역으로 익숙힌 인정전이나 후원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 외에 자잘한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 평소에 들어갈 수 없거나 지금은 없는 곳들.



 푸른 색으로 칠해진 지붕 장식



 옥새...정말 옥으로 되어 있음.



 대나무에 금박으로 적어놓은 글. 뭐였더라; 벌써 까먹었습니다.



 왕궁의 수납함들. 옷칠만 한 것도 있고 복잡한 그림이 그려진 것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비단으로 덧댄 것.



 조선 왕의 곤용포.



 마마의 옷.



 일종의 허리띠인 옥대에 다는 장식. 해태나 기린 같은 상서로운 동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금실로 된 것도...



 옥대 문양을 만들기 전 목각판으로 판화를 만들고 그걸 따라서 박음질 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의 여성 혼례복인 심청적의. 물론 왕족용이겠죠.



 옥새는 아니지만 왕실 여인들의 인장. 공주나 대비들이 썼습니다.



 소박하지만 멋진 무늬들이 들어간 가구들.



 왕실의 벼루들. 무거워 보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 코너에서는 아기씨의 탄생과 관련된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용 복장. 왕자와 공주인지라 애들 용이라도 장난 아닙니다.



 조선 왕실의 관습이었던 태실에 대한 전시가 메인입니다. 태실은 탯줄을 보관하는 곳으로, 항아리에 넣고 묻은 뒤 양식에 맞는 꾸밈을 해놨습니다. 보통은 풍수에 맞춰 좋은 장소에 봉분 형태로 만드는 정도이지만 왕으로 즉위하면 위에 석조 구조물을 쌓게 됩니다.



 태실의 지리를 묘사한 그림. 여러 태실의 위치에 대한 영상도 있는데 정말 전국 방방곡곡에 있었습니다.



 한층 아래에서 이어지는 전시실에는 온갖 태실 항아리들이 다 모여있습니다.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있는데, 원래라면 봉분 밑에 묻혀 있어야 했지만 일제시대 때 도굴을 막는다는 이유로 꺼내져서 보관시설에 놓여 졌습니다. 풍수적인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항아리가 훼손되지 않았다고 보존된다고는 할 수 없는 태실이지만... 어쨌든 그 후로 돌아가지 않고 학술적으로 연구되어 오고 있는 상태라고. 마구 모아 놓은 덕분에 어느 게 누구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초기에 모일 당시 유리명패와 함께 찍힌 사진을 통해 역추적해서 그나마 알아냈다고 합니다.



 한 층은 거의 대한제국 중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천장이 뚫려있는 로비에는 왕실의 차량이었던 캐딜락과 다임러가 있습니다. 캐딜락은 고종의 어차였고, 다임러는 본래 순종의 어차로 들여왔지만 고종이 별로 타지 않아서 물려받아서 실제로 순종은 캐딜락을 주로 탔고 다임러는 황후가 썼다고. 둘 다 실물인지 아니면 동일 차나 복원차인진 모르겠습니다. 상태는 아주 좋아 보이네요.



 자주독립국임을 강조하기 위해 대한제국을 선포한 것과 연관된 유물들. 금으로 된 문장이 적힌 패나, 금으로 된 옥새도 있습니다.



 대한제국 시대의 궁궐 사진들. 오른쪽 위는 덕수궁 중화전이고 왼쪽 아래는 창덕궁 인정전... 나머지 서양식 인테리어들은 주로 덕수궁의 석조전 등 서양식 건물의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등의 커버. 국장인 오얏꽃이 그려져 있습니다.



 대한제국 시절의 인테리어. 서양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황실의 제복. 서양식 군복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군복 디자인으로 만드는 건 당시 서양 군주에서도 흔한 양식이긴 합니다.



 한일합병으로 대한제국이 사라진 뒤 일본제국의 보호를 받는 신분으로써 모인 왕족들. 근대식 복장이 아닌 조선식 복장을 한 게 눈에 띕니다.



 고종과 순종의 가장 유명할 사진. 대한제국 선포 후 광무제가 된 고종과 당시 황태자인 이척의 모습. 독일식 투구로 유명한 피켈하우베를 쓰고 있습니다.



 왕실 예술 코너. 왕족들이 그린 그림이나 서예가 모여져 있는 곳입니다. 꽃 병풍이 특히 맘에 들어서 한장.



 산이 아주 높다는 뜻인 듯 쭉 뻣어있는 산 글자. 선조의 글씨라고 합니다.



 의식용 도구들. 깃발이나 부채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건 제사복. 제사 하면 삼배복이 유명하지만 정식 장례식에선 이런 옷을 씁니다.



 왕의 제사상. 진수성찬인 건 그렇다 쳐도 어째서 생고기가 올라가 있는 걸까요.



 왕실의 가마.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종묘의 제사용 음악인 제례악의 악기들.



 과학기술 코너. 온몸의 혈의 위치를 그려놓은 인형.



 온몸의 혈의 위치를 그려놓은 인형.



 도검. 상어 가죽을 입혀놨습니다. 의장용인 듯?



 약간 투박하고 서양 칼과 비슷한 느낌도 드는 칼.



 약실 분리식 총통.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도 서양을 통해 전래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당시 조선에선 이미 더 많이 쓰이고 있어서 별개로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조선 기술력의 자존심(?) 자격루. 시간에 맞춰 인형이 종과 북을 치는데 시간이 되서 구경했지만 물탱크에 물이 제대로 안 차서 한번 땡 치고 더 안 되었습니다 orz

 관람은 여기까지. 무료입장인데 관람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 3시간 가량이 소요됐습니다. 무료입장인 거 생각하면 이정도면 아주 쏠쏠. 유료인 곳도 이것보다 훨씬 짧고 썰렁한 곳도 허다하니까요. 조선시대, 고궁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고궁박물관이니 그건 당연하겠고... 단지 조선 말기나 대한제국에 대한 동정심이랄까 자존심 같은 건 조금 힘을 빼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구름이 더 멋있어졌습니다.



 광화문의 모습.



 광화문 대로의 세종대왕 상. 그러고보니 이 밑에도 전시가 있는데 맨날 지나만 가고 한번도 안 들어가 봤네요. 평소엔 날씨가 구리거나 태양 각도가 별로거나 했는데 오늘은 적당한 빛과 그림자였습니다.



 광화문 고층빌딩과 뭉개뭉개구름.



 원래 광화문 국밥 가려다가 중간에 삼계탕이 있길리 더운데 몸보신이나 하자고 들어갔습니다. 문에 미술랭 2017, 2018 마크도 있던데 딱히 더 말은 없는 거 보면 별은 없는 거 같습니다.



 기본메뉴인 삼계탕. 그냥 정갈한 삼계탕 그대로로 특별히 별미라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미슐랭의 이름값이 이정도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사실 그냥 별 탈 없고 적당히 맛있으면 된다 싶기도 하고. 별로 미식가는 아니라서 미슐랭 가게들 여기저기 다녀본 건 아니지만요. 삼성역 근처의 간장게장 집은 확실히 맛있긴 했는데 그건 사실 간장게장이라서인 거 같기도 하고. 뭐 특별히 비싸지도 않았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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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ggry.lab :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 세조, 국립고궁박물관 2019-01-05 19:15:48 #

    ... 박물관은 상설전은 물론 특별전도 입장료 무료이기 때문에 가성비는 실질적으로 무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설전은 이전에 방문한 것이 있기에 그 글을 봐주시기 바랍니다.(국립고궁박물관을 가다) 평소처럼 고화질 전체 앨범은 플리커에 올렸습니다.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국립고궁박물관 Royal Tresures of Liechtenstein Exhib ... more

덧글

  • 함부르거 2018/08/04 16:17 # 답글

    제사상에 익히지 않은 음식을 올리는 건 불천위라서 그렇습니다. 보통 4대가 지나면 사당에서 신위를 내리고(천위) 제사를 폐하게 되는데, 왕은 그러지 않고 종묘에서 계속 모시게 되죠. 그렇게 4대가 지났지만 사당(왕실은 종묘)에서 옮기지 않는 신위를 불천위라고 합니다. 불천위의 제사는 익히지 않은 생식으로 올립니다. 왕실 말고도 국가에 공이 큰 사람도 불천위가 됩니다. 류성룡이나 이순신 장군이 버티고 대표적이죠.
  • 잡가스 2018/08/06 12:09 # 답글

    특이한 청소발판은 박물관 바로 앞 까지 흙을 다져둔 바닥이라서 먼지가 내부에 유입이 많이 되는 곳이라 설치해뒀다 하더군요. 조선왕조의 궁 한켠에 만든 박물관이다 보니 전시 내용에 구한말엽 뽕(?)이 좀 많이 차는건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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