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 2020/21 시즌부터 하이퍼카 스타일 LMP1 후속 규정 도입 by eggry


 한때 하이브리드 매뉴팩처러 3개가 참가했던 LMP1-H 규정은 현재 포르쉐와 아우디의 철수로 토요타 혼자 남아서 쓸쓸히(?) 올해 르망 원투를 해야 했습니다. 이번 르망이 열리기 직전 6월 초, FIA는 WEC의 LMP1 규정을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매뉴팩처러의 참가 증대와 비용 감소가 핵심이며 그 일환으로 "하이퍼카 컨셉에 기반한 디자인의 자유도"를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규정은 GTP라는 가칭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이는 GT Prototype의 줄임말입니다. 이 이름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면, 90년대에 존재하던 GT1 규정이 훗날 오늘날의 LMP1 규정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었던 이름이 LMGTP(Le Mans GT Prototype)이었습니다.

 FIA는 하이퍼카 스타일을 이용해 도로합법 스포츠카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하겠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게 될 차량이 라페라리나 P1일 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새 룰은 어디까지나 스포츠카의 '룩'을 가진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런 정의는 90년대의 LMP1라고(혹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WSC 클래스와 경쟁했던 GT1 클래스를 연상케 합니다.



 GT1 클래스는 기묘한 클래스였습니다. GT라는 이름 그대로 로드카 생산이 필요했지만 실제로는 로드카와는 거의 연관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로드카의 이름만 빌린 프로토타입 차량이었고, 규정 면에서도 WSC보다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론 더 상위 클래스여야 할 GT1보다 더 유리했습니다. 물론 그건 이론일 뿐이었고 복잡한 우여곡절 때문에 실제론 팩토리 911 GT1 대신 파트너십 형태로 참가한 WSC-95가 2번 이기기도 했습니다.(그리고 그 우승자 중 하나가 역대 르망 최연소 우승자인 알렉스 부르츠입니다.) 어쨌든 GT1은 실질적으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였고, 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량한정 로드카 버전이 양산되었을 뿐입니다.



 당시 유명한 GT1 클래스 차량으로는 맥라렌 F1 GTR과 포르쉐 911 GT1이 있으며, 이름 면에서는 토요타 GT-One(TS020)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중 맥라렌 F1은 원래 로드카가 먼저 나오고 레이스 버전이 나온 거지만 포르쉐 911 GT1은 911 로드카와는 전혀 상관 없었고 규정을 만족시킨다는 이유로 25대의 로드카 버전 911 GT1 스트라벵베르전이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GT-One은 이름이 가리키듯 GT1 클래스로 개발되었으나, 실전 투입될 즈음엔 GT1 클래스가 폐지되고 WSC 클래스와 통합되어 LMGTP 클래스가 되었습니다. 클래스의 정신이 바뀌었음에도 그대로 이어진 점에서 GT1이 사실상 프로토타입이란 걸 증명하는 예이기도 합니다.

 새 규정은 LMP1의 이름을 가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코드명인 GTP가 이용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극한의 GT라기 보다는 GT1 처럼 실질적으로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며, 이번에는 GT1과 달리 로드카 양산수량 규정도 없을 것이므로 생색내기 수준도 없을 듯 합니다. 단지 현재의 LMP1처럼 로드카와 전혀 연관 없는 실루엣 대신 로드카에 좀 더 가까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는 외형을 가질 듯 합니다. 사실 포르쉐, 토요타, 아우디의 LMP1-H 차량은 메이커 양산차의 디자인의 흔적도 없어서 브랜드 마크가 없으면 어느 메이컨지 알 수 없었죠.

 이런 규정이기 때문에 새 규정에서 등장할 차량은 맥라렌 F1 처럼 하이퍼카의 레이스 버전보다는 911 GT1 같은 전혀 별천지의 차량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규정 논의에 참가한 메이커에는 토요타, 맥라렌, 애스턴마틴, 페라리, 포드가 있는데, 사실 이들 중 맥라렌, 애스턴마틴, 페라리를 제외하고는 하이퍼카 라인업 자체가 없기도 합니다. 페라리와 맥라렌은 라페라리와 P1의 후속차량과 비슷한 외형 혹은 구조를 가지게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애스턴마틴의 발키리의 독특한 레이아웃(구슬형 콕핏)은 규정 적으로 WEC에 살아남기 힘들 듯 합니다.

 새 규정의 기술규정은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저차원 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며, 에너지 회수 시스템은 자체개발이 아니라 몇가지 표준사양 중 선택하는 형태가 될 듯 합니다. 아무래도 LMP1 뿐만 아니라 F1도 그렇고 MGU-H는 너무 복잡하고 비싸다는 분위기라 MGU-K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어쨌든 새로운 규정은 현재 죽음을 향해가고 있는 LMP1 규정보단 더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어 보입니다. 직접 참가하는 매뉴팩처러 외에도 프라이비티어에게 차량을 판매하거나 파트너십 관계로 참가할 가능성도 있어서 올해처럼 토요타가 프라이비티어를 완전히 따돌리고 가버리는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남은 기간으로 볼 때 새 규정에 맞는 차량을 준비하는 건 상당히 허겁지겁 이뤄질 듯 한데, 누가 제일 잘 준비해서 첫 과실을 거저 따먹을지 궁금합니다.



덧글

  • 로리 2018/06/19 15:30 # 답글

    현 하이퍼카 컨셉을 잘 버무려서 그래서 LMP1 같은 것이 만들어졌으면 싶긴 합니다. 그래도 뭐 일반 자동차에 떨어지는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 ddddddd 2018/06/21 00:20 # 삭제 답글

    라페라리 FXX-K같은 걸 레이스에서 보고 싶긴 하네요 ㅎㅎ 왠지 라페라리 명성 깎일까봐 안 내놓을 것 같기도 하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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