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V 발표, 그리고 노선 변화에 대해 by eggry


 E3까지 기다리지 않고 배틀필드V가 발표됐습니다. 루머에 돌던데로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루머엔 V가 처칠의 V 라는 설도 있었는데 아직은 그렇게 연관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2차세계대전인 거야 루머로 충분히들 예상한 거라서 별 반응은 없는데, 트레일러의 내용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군요. 분명 배틀필드V는 전작, 특히 최근작인 3, 4, 1과는 다른 노선을 표방하는 듯 합니다.

 일단 해당 트레일러는 멀티플레이를 시네마틱과 과장된 플레이를 조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랙옵스4와 달리 캠페인은 있다고 하는데 아직 캠페인 내용은 알 수 없고... 다만 트레일러로 볼 때 블랙옵스3 처럼 캠페인과 멀티가 별개의 게임인 양 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전부 영국군이라는데 군복도 제대로 안 입고 있고, 여자 캐릭터는 의수를 달고 있고, 웃통 깐 하이랜더 같은 놈도 나오고...뭐 그런 거겠죠. 얘들 군인 맞아? 라는 생각 들게 만드는 것 말이죠.

 이걸 가지고서 PC가 또 망쳤다, 고증 내놔라 같은 얘기들로 인터넷은 들끓습니다만 본질과는 별 연관 없는 주변부적 얘기일 뿐이지 싶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PC 하려면 동부전선이니 태평양이니 다 넣지 영국 놈들만- 같은 얘기는 더 사족으로 나간 것이죠. 실제로 중요한 건 스타일을 바꾼 부분인 것이지 나머지는 그에 따라온 것이라고 봅니다.



 배틀필드V에서 약간 벗어나서, 배틀필드 시리즈는 언제나 약간의 정체성 혼란을 갖고 있었습니다. 배틀필드 1942가 처음 나왔을 때, "넓은 맵에 실물 무기가 나오지만 너무 사실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숙달되면 시스템을 파고들어 이상한 짓도 가능한" 게임이었습니다. 사실 이 1942의 사실성과 비사실성의 밸런스는 엄밀하게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엄밀했던 건 넓은 맵과 다양한 장비, 2차대전 배경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구현하는 과정에서 진입장벽도 어느정도 낮아야겠고, 당시 기술적 한계도 있어서 절충된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선택지가 그다지 없었다고 하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죠.

 이후 배틀필드 시리즈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현실에 기반하는 경향이 강하긴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가령 역사와 전혀 무관한 미래 배경의 2142도 있고, 현대 배경이지만 완전 가공의 이야기인 배드 컴퍼니 시리즈도 있었죠. 소위 본가 라인업은 밀리터리 성을 강조한 2가 1942보다 더 마일스톤이라고 할 수 있겠고, 오늘날 배틀필드의 트렌드는 거기서 발전한 3에서 이어지는 3,4,1 계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이제는 그랬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현실 기반이든 아니든 시리즈의 공통점이 있다면 넓은 맵이라고 하지만 실제 투입되는 인원과 장비를 생각하면 넓다고 할 수 없는 사이즈, 플레이어 수, 그리고 탈것을 여럿 등장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배틀필드 시리즈는 언제나 1942 이래로 사실성과 비사실성이 공존해왔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플레이의 본질적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제약을 극복해보려는 시도가 2142와 배드컴퍼니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고, 리얼리스틱한 심미성을 강조해서 내세운 것이 3,4,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틀필드 3, 4, 1의 특징은 "사실적 심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증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배틀필드 3, 4, 1이 딱히 미군, 러시아군, 중국군, 혹은 1차대전 참전국들의 장비나 복장을 '엄밀하게' 그려냈을까요?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멋져 보이게' 만든 것 뿐입니다. 고증에는 많은 관점이 있고 적어도 엄밀함이란 측면에서의 고증은 배틀필드에 적용될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있을 법한", "있어 보이는"이 더 맞는 표현이겠죠.

 고증 얘기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하고자 하는 말은 "진짜같고 진지하고 멋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의미합니다. 그게 정말 진짜거나, 진지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그건 "멋있음"을 뒷받침하기 위한 치장에 불과하죠. 그 부분에서 적어도 실제 그대로 쓰진 않았어도 사실적으로 보이는 심미성이 기여를 하긴 했습니다. 그걸 단순히 고증이라는 한 단어로 말하는 건 너무 넓게 얘기한 거지만요.

 어쨌든 본질이 "약간 비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런 전쟁놀이"인 배틀필드 시리즈에 이런 "사실적 심미성"은 플레이어가 그냥 우스꽝스런 장난이 아니라 심각한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이입과 몰입을 제공해 줍니다. 배틀필드의 사실성이란 게 심미적일 뿐이라고 해서 그게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부분이 3, 4, 1이 히트 한 배경이라고 생각할 정도이고 무시할 수 없는 개성이기도 합니다.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카툰풍 그래픽이길 바라는 건 아니고,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때 게임이 사실성을 추구하는 게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그런 정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시각적 사실성, 물리적 사실성 등 여러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크라이시스, ARMA, 파크라이2 등 그 시기의 정신을 나타내는 게임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심미적 사실성과 게임적 비현실성을 조합해서 히트한 계통도 등장했습니다. 메달 오브 아너,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등이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콜 오브 듀티 역시 "실제 같아 보이는"과 게임적 비현실성을 버무려서 히트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장난처럼 보이고 오류 투성이이지만 멀티플레이에서 총기를 모듈식 조합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포인트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런 콜 오브 듀티가 오늘날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미래전으로 날아가고 장비도 뭣도 다 오리지널이 됐습니다. 물론 우주 M4나 우주 AK가 나오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인기가 식어들지 않고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통계적으론 블랙옵스3가 역대 콜옵 중 최고의 흥행입니다)은 사실적 심미성이 더이상 전처럼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이퍼스페이스로 날아다니는 우주전쟁으로 가도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

 콜 오브 듀티가 사실적 심미성에서 탈피해가는 동안, 배틀필드 시리즈는 역으로 그것을 강조함으로써 차별화 해오긴 했습니다. 배틀필드 팬들은 비주얼과 사운드 퀄리티의 차이를 내세우며 콜 오브 듀티를 디스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배틀필드 V가 아주 손쉽게 2차대전판 배틀필드1, "배틀필드 II"가 될 수도 있었음에도 비사실성을 강조한 노선을 택한 것은 정치적 올바름 같은 게 아니라 오히려 비즈니스적 결정이라고 봅니다. 다른 얘기로는 변하는 게임 산업의 노선에 부합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도 있겠죠.

 사실적 심미성이라는 게 매력적인 상품성으로 작용해서 비즈니스의 핵심이 된 때도 있지만, 지금은 반대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적 심미성이란 건 결국 외양의 다양성을 제한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틀필드 V가 맵팩을 무료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서 볼 때, 그리고 배틀프론트2와 다른 회사들의 게임(특히 콜 오브 듀티!)을 생각해볼 때 배틀필드 V의 주 수입원은 아마도 장비나 복장 스킨이 될 것 같습니다. 맵팩 무료화는 요즘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있죠. 결국 플레이는 계속 할 수 있게 하면서 다른 부수입원을 찾는다는 점에서 부분적인 F2P가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적 심미성에 얽매이는 건 무한히 늘려나갈 수 있을 돈벌이 수단의 발목을 잡는 것이죠. 실제로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게 배틀필드 1이기도 했습니다. 무기 커스텀에도 한계가 있어 스킨만 몇개 있고 끝이고, 분위기 깰까봐 복장도 창의적이기 어려웠죠. EA는 거기서 기존 노선의 한계를 직감했을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엉뚱해 보이는 캐릭터 디자인 같은 것들은 사실 다 결과일 뿐 원인은 아니죠. 여자 캐릭터가 나온 건 PC 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스킨을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한 수단이죠.

 3, 4, 1의 사실적 심미성에 매혹되어 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게 아니었다는 점에서 실망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렇게 된 이유와 비판할 부분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인상은 지우기 어렵습니다. 뭐 저는 사실적 심미성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고 배드컴퍼니 같이 노골적인 쪽이 더 취향이었기 때문에 딱히 실망감은 없습니다. 어쨌든 "인피니티 워페어"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캠페인은 3,4, 1보다 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블랙옵스4가 캠페인 없으니 배필이라도 좀 나아졌으면 하고요.

 배틀필드 V가 이런 반향을 극복하고 흥행할지 아니면 꼬구라질지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일단 멀티플레이 게임이니 상대 진영도 나오겠죠? 그땐 독일빠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트레일러의 첫인상에 비해 실제 게임은 전작들과 막상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하긴 합니다. 가볍다는 배드컴퍼니 조차도 스케일은 조금 더 작아도 본질이 크게 달랐던 건 아니었습니다. 플레이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야 흥행적으로도 결국엔 또이또이겠죠. 물론 현질이 돈을 더 벌어다 줄 수도 있고요. 더 자세한 건 E3에서 알 수 있겠죠.





덧글

  • 로리 2018/05/26 17:11 # 답글

    배틀로열이나 온라인 멀티 트레일러라는 표식이 있었으면 싶긴 하더군요.
  • eggry 2018/05/26 17:19 #

    사살할 때 죽인 태그 나오고 죽었던 캐릭터 계속 돌아오고, 그냥 멀티 트레일러인데요.
  • 유다희쨩 2018/05/26 17:13 # 답글

    고증 같은거 떠나서 너무 난잡한걸 트레일러라고 내놔서 기억이 남는게 의수뿐
  • eggry 2018/05/26 17:19 #

    뭐 그건 다른 문제고요
  • 이굴루운영팀 2018/05/26 17:59 # 답글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가 될지 안될지는 결국 나와 봐야 알겠지요.
  • 이리저리 2018/05/28 19:06 # 삭제 답글

    저도 에르기님이 말하신것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PC가 망쳤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입장이지만..

    근데 유튜버 트레일러의 싫어요가 27만이 넘어가면서 동시에 좋아요를 넘어서는걸 보면 이게 단순히 배필1의 그 무거운 분위기나 심미성이 없다는 것만으론 설명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트레일러가 이게 싱글인지 멀티 인지 처음 보면 헷갈릴 만한 난잡함 이긴 하다만 여러번 보면서 여기저기를 보면 결국 보여주고있는게 멀티플레이 라는게 보이는데

    물론 트레일러가 좀..'싱글처럼 멋진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배틀필드V 멀티플레이'을 이야기 하고 있긴합니다...

    근데 그래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는 트레일러 인데.. 이렇게 까지 싫어 하는 분들이 많을줄 몰랐습니다..

    어... 배필1의 마지막 트레일러가 그 어두운 '아포칼립스' DLC인데 그게 고작 3개월전에 공개된 영상입니다.

    어쩌면 그 짧은 시간만에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의 시리즈 신작이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이 들어 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리저리 2018/05/28 19:21 # 삭제

    아.. 말하다 보니 초반엔 사실적 심미성 또는 무거운 분위기만으로 설명되기엔 부족 하다고 했다가 나중엔 다시 긍정하는 식으로 말을했네요;;;
  • 남자애 2018/05/28 23:23 # 삭제 답글

    PC타령이야 핑계고 여긴 남자애만 노는 곳이라고 영역표시 하는거겟죠
  • ggg 2018/05/31 14:29 # 삭제

    그래서 여자애가 이렇게 망쳤습니다라고 티내고 싶으신가보네요?
  • ggg 2018/05/31 14:31 # 삭제

    사실 저기 제작자중에 여성이 몇 %나 된다고 남자애만 노는곳이니 뭐니 같은 소리가 나와요? 제작에는 제대로 끼지도 못했는데.

    PC파 와 반PC파 남자들끼리의 싸움이지.
  • ggg 2018/05/31 14:32 # 삭제

    스타워즈야 실제 여자가 망쳤으니 그렇게 여자가 부수는 능력을 보였다고 자랑해도 그럴만하지만 이건 그런것도 아닌데 없는 능력을 있는듯 허세부리는것도 추하네요.
  • 라마르 2018/05/31 20:04 # 삭제 답글

    일단은 기대중 나중에 추가 정보랑 실제로 발매후에 까도 늦진 않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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