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 생각보다 멀쩡 by eggry


 전 '스타워즈 스토리' 시리즈는 클래식 트릴로지와 다른 노선을 가기로 마음을 굳힌 시퀄을 대신해 올드 팬들을 달래기 위한 고아원 가기 전 짜장면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딱히 그런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안 들고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쪽입니다. "로그원"의 경우 약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씬이 있긴 했지만 영화 자체로 보면 지리멸렬하고 산만했습니다. 전적으로 에피소드4와 다스베이더의 후광에 기댄 영화였죠. 개인적으로 다른 장르영화를 흉내낸다는 거 자체가 스타워즈 스토리의 별로 맘에 안 드는 점입니다. 시리어스하고 사실적인 척 해도 별로 안 어울린다고요.

 "한 솔로"는 좀 더 오리지널리티가 많은 영화입니다. 본편과 직접적으로 사건이 연결되지 않으니까요. 대신 이런저런 트리비아적 설정들은 생각보다 꼼꼼히 챙기고 들어가더군요. 특히 기존 설정이 레전드로 넌캐논화 되면서 잊혀진 것 같던 솔로 스톰트루퍼 출신이라든가, 포로 츄바카를 구해냈다든가 하는 것들을 조금 바꾸긴 했지만 버리지 않고 살려냈습니다. 케셀 런이나 밀레니엄 팔콘의 다른 생김새 같은 떡밥들도 충실히 잘 소화. 그 외에 최근 "레벨즈" 같은 데서 나오는 떡밥들도 어느 정도 연계하고 있고요. 다만 떡밥놀이는 했는데 이건 원오프인 걸로 아는데... 마치 속편이 나올 듯한 냄새를 풍기지만 실상은 그냥 다른 미디어 믹스나 즐기라는 얘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애송이 한 솔로가 한가닥 하는 무법자 파일럿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스타워즈 세계관 설명하기와 녹아들기도 그럭저럭 무난히 버무려냈습니다. 애송이 솔로는 우리가 알던 노련한 사기꾼 솔로보다 조금 더 순진하지만, 새파란 외모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행동이나 말에서 그가 결국 우리가 아는 솔로가 될 사람이라는 걸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저는 의외의 수확이라고 생각되네요. 캐릭터의 깊이와 연속성이란 점에서 말이죠.

 시퀄은 물론 "로그원"에서도 부족했던 스타워즈적 면모는 별천지 세계와 각종 외계인, 조직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도 "한 솔로"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긴 합니다. 뭐 그렇게 큰 이야기가 아닌지라 액션의 시원함이나 스케일 같은 부분에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적당히 스릴도 버무려 넣고 있습니다. 그런 테마파크 적인 요기거리는 요즘처럼 신기한 거 넘쳐나는 세상에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도 "스타워즈 다움"이기는 해서 반갑긴 합니다.

 한 솔로의 얘기 따위 망하기 딱 좋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는 괜찮았습니다. 그래봐야 평작 정도의 팬서비스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로그원"에 비하면 훨씬 잘 마감된 물건이긴 합니다. 다만 상영관이 이상한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비주얼은 좀 많이 칙칙하고 인상이 약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진하지 않고 허옇게 뜬 모습이었는데 상영관 오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쨌든 시각적으론 좀 기대 이하였습니다. 사운드트랙도 클래식 트릴로지의 리믹스 트랙 몇개 빼고는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네요.

 올든 에런라이크의 한 솔로는 첫인상에 비해선 볼 수록 익숙해지긴 하던데, 각 잡고 대화하는 씬에선 표정이 거의 한개 뿐인 게 좀 웃기긴 했습니다.



덧글

  • 나이브스 2018/05/25 09:29 # 답글

    2D쪽 영상이 진짜 흐릿해서 오히려 예고편이 보기 편할 정도 였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아이맥스를 보고 나서 비교해 봐야할 지도...
  • 알트아이젠 2018/05/27 09:31 # 답글

    진짜 포스트 제목이 본편이라는 생각이 딱 들 정도.
  • 잠본이 2018/06/06 23:49 # 답글

    낮장면 몇군데 빼고 전체적으로 화면이 어두침침해서 디테일은 물론이고 사람얼굴도 잘 못알아보겠더군요. 단순히 상영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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