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w gamers with disabilities shaped the Microsoft Adaptive Controller(Eurogamer)
"이건 저에게 러브레터와 같습니다."
솔로몬 롬니는 15살에 비디오 게임이 마침내 자신을 물리쳤다는 걸 깨달았다. 왼손에 손가락 없이 태어난 롬니는 80년대까지는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었다. 아케이드를 들락거리면서, 고전적인 스틱 1개와 버튼 2개의 제한적인 입력 덕분에 말이다. "제 아버지는 나이트 토크쇼 호스트였기 때문에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 했습니다." 롬니가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은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었죠. 우린 영화관에 간 뒤 아케이드로 가곤 했습니다. 아케이드가 제가 가장 행복하던 곳이었습니다. 게이밍이 저에게 힘을 주는 활동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언제나 개인적 애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게임은 더 복잡해졌고 조작계는 난해해져 갔다. 특히 콘솔 타이틀들이 그랬다. 롬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샀으며 대부분의 타이틀을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었다. 스퀘어소프트의 명작 "베이그란트 스토리"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체인 콤보를 쓰는 초기의 RPG 작품이었죠.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버튼 조합을 써야 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악전고투 하고, 적응 해나가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저만의 방법을 찾아내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스에 도달했을 때, 죽었죠. 당연히 재시작 했지만, 죽고, 재시작, 죽고... 몇시간 동안 제자리였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닫게 되었죠. 저에겐 이길 도리가 없다는 걸요. 컨트롤러의 모양과 제 손은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체적으로 그 게임을 깰 수 없었던 겁니다. 깨달음의 순간이었죠."
롬니는 MS의 교육분야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데, 1년 전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의 초기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게 되었다. 장애인 중심의 조이패드를 갖춘 이 컨트롤러는 지난 주 발표되었다. 컨트롤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MS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개발과정에 AbleGamers나 SpecialEffect 같은 전업 치료가나 자선단체의 조언을 구할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게이머를 외부에서 끌어들인 것이다. MS에게 이것은 과감한 행동이었다. 그 전까지 MS는 하드웨어 디자인에 게이밍 커뮤니티를 초대한 적이 없었다. MS는 "포용적인 기술 연구실(Inclusive Tech Lab)"을 레드몬드 본사에 만들었다. 테니스 코트 크기의 방은 데모 스테이션, 70인치 TV가 있는 라운지, 회의실 등으로 구성되어 게이머와 전문가들이 "포용적인 디자인 경쟁"에 참가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책상은 휠체어에 맞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고, 조명의 밝기와 색도 시력에 따라 조절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커피머신에도 점자가 있었다. "게임의 대사관 같은 곳이었죠." MS의 엑스박스 접근성 프로그램 매니저인 이블린 토마스가 자랑스래 말했다. "우리는 우리 제품에 자발적으로 장애인 게이머들을 참가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애인 게이머들과 직접 일함으로써 어댑티브 컨트롤러가 얻게 된 핵심기능은 유저 유연성이다. 커스텀 앱을 통해 컨트롤러를 설정할 수 있고, 하드웨어도 열려있어서 유저들이 자신만의 셋업을 실험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에게 권한이 있고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게 되었다. 마이크 루켓은 2011년 오토바이 사고로 심각한 척추 부상을 입기 전까지는 열렬한 게이머였다. 팔은 움직일 수 있지만 손가락은 기민함을 잃었다. 부상 참전용사 자선사업의 봉사자이기도 한 마이크는 부상병들이 게임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왔으며, 어댑티브 컨트롤러도 1년 넘게 테스트 하였다.
"처음엔 조정 기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마이크가 말했다. "자신만의 설정을 파악해야 합니다. 모두가 신체능력이 다르고, 게임도 다르니까요." 그는 자신의 오버워치 셋업을 보여주었다. 그는 "코 파일럿" 기능을 이용해 일반 컨트롤러를 이용했지만, 왼쪽 트리거를 손목 바로 밑에 놔둔 거대한 빨간 버튼으로 대신했으며, 그보다 위에 부착한 소형 울트라 스위치는 X 버튼을 대신했다.
"오버워치 캐릭터들은 다양한 이동을 하고, 원래 컨트롤러 만으로는 저는 제대로 해낼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 정크랫으로 일련의 점프 액션을 보여주었다. "버튼을 배정할 수 있다는 게 수많은 선택지를 열어주었죠. 특히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을 오가는데도 말입니다. 그 전엔 저는 표준 컨트롤러 밖에 쓸 수가 없었어요. 대안 컨트롤러들이 너무 비쌌거든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보통 사람들과 같은 걸 하기 위해 추가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세요. 공평하지 않게 느껴지죠." 루켓은 현재 자신만의 PUBG 셋업을 연구하고 있다. 조준과 점프를 제대로 해내는 것이 목표이다. "어댑티브 컨트롤러의 좋은 점은 어떤 게임을 하든 간에 커스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제가 장애인이고 손을 제대로 못 쓴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반응은 정말 재밌습니다. 이 컨트롤러는 누구든지 경쟁력 있고 상대를 물리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비벡 고힐은 어릴 적부터 비디오 게임을 해왔지만 20대에 접어들 즈음엔 게임과 멀어지고 있었다. 듀시엔 근위축증을 갖고 태어난 그는 유전적으로 근육을 퇴화시키는 장애를 타고 났다. 심장, 폐, 소화기관을 포함한 모든 근육에 영향을 주는 이 질환은 수명까지 시한부로 만든다. 수년 동안 그는 게임을 하기 위해 임기응변을 해왔다. 손목을 스펀지로 받쳐서 컨트롤러를 든다든가, 혹은 일부 게임 기능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가령 "레드데드리뎀션"의 슬로우모션 능력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증세는 점점 나빠졌고, 임시방편만으론 답이 없는 때가 왔다. "제 생애 최악의 순간은 PS4를 샀을 때였습니다. 제 손가락은 이미 PS3와 Xbox 360 컨트롤러에 굳어버렸기 때문이었죠." 고힐이 말했다. "이 사건이 저로 하여금 "엑스컴 2" 같은 느린 전략 게임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고, 결국엔 제가 하고 싶은 게임의 유투브 공략이나 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게이밍이란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던 저에게 제 장애를 깨닫게 하는 가슴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커스텀 컨트롤러를 만들고 배포하는 영국의 자선단체 SepcialEffect는 MS의 어댑티브 컨트롤러 개발에도 조언을 했으며, 그들을 통해 비벡은 초기 테스터가 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도 디자인의 유연성이 그에게 막대한 셋업의 여지를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포르자를 할 때 저는 "코 파일럿" 모드로 일반 컨트롤러의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스티어링을 합니다. 그리고 어댑티브 컨트롤러에서 턱을 이용해 가속을 하고, 휠체어에 달아놓은 스위치를 머리로 눌러서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테이블 밑에 붙여놓은 2개의 무릎 스위치는 되감기와 챌린지 버튼으로 작동합니다. 이 컨트롤러를 테스트하기 전에 일반 컨트롤러로는 전혀 플레이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완벽한 스위치 구성을 갖춘 뒤 여러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결코 다시는 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컨트롤을 되찾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장애인 게이머들과 직접 일하면서 MS가 배운 것이 또 하나 있다. 미관의 중요성이다. 주변기기는 기능성만으로 충분하다고 간과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엑스박스 컨트롤러처럼 생기고 작동한다는 부분은 저희 환자들에게 대단히 큰 부분입니다. 그들이 다치기 전에 썼던 것과 같은 감각이기 때문이죠." 덴버의 크레이그 병원의 척추와 뇌 부상 전문 치료사인 에린 머스턴-퍼쉬가 말했다. "제 환자들이 장애인용 기기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장애인 용품처럼 크고, 꼴사납고, 볼품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주자, 그들은 '컨트롤러 처럼 생겼네' 라고 말하더군요. 그건 좋은 감각이죠."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디오 게임 산업은 일반인의 기준을 당연시하였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게이머들에 대한 책임감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참이다. 게임산업은 어쨌든 상업적인 것이고, 대중에게 공급한다는데 초점을 두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20억 명의 게이머가 있는 오늘날, 그 중 10억 명은 어떤 형태로든 장애를 갖고 있다. 포용적이지 못 한 게임의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MS가 보여준 것은 포용적인 디자인이 삶을 바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 실제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 제대로된 조언을 받는다면 더욱 그렇다고 말이다. "장애인 커뮤니티는 줄곧 말해왔습니다." 이블린 토마스가 지적했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를 위한 건 없다고요."
게임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던 80년대 아케이드 보이 솔로몬 롬니는 좀 더 간결하게 표현했다. 어댑티브 컨트롤러의 시연 중 그는 마지막 20분을 자신의 이야기를 했지만, 정리해야 할 순간이 오자 잠시 침묵한 뒤 으쓱이며 말했다. "장애를 가진 게이머로써, 이 물건은 저에게 러브레터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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