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18 바레인 GP 결승 by eggry


 앨버트파크에 비하면 제대로된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바레인에서는 연습부터 페라리가 분전하더니 결국 베텔이 우승했습니다. 키미의 경쟁력도 나쁘지 않은데서 보듯이 페라리는 주말 내내 괜찮았습니다. 다만 연습이나 예선에서 메르세데스가 기대보다 쳐지는 모습이긴 했지만 결승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베텔의 우승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잘 컨트롤 됐습니다. 진정으로 위협받은 적은 마지막 랩으로 바뀌는 메인스트레이트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예선에선 실망스러웠던 메르세데스가 다른 타이어 전략을 가져감으로써 보타스가 베텔에게 거의 막바지에 도전할 만 했다는 건 많은 걸 시사합니다. "해밀턴이 3위로 출발했더라면..." 이라는 생각 말이죠. 실제로 해밀턴은 출발순위는 물론 스타팅에서 밀려나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꽤나 따라왔습니다. 보타스에게 쫒기는 베텔이었던지라 페이스 조절된 격차도 아닙니다. 뭐 해밀턴의 우승 가능성은 없었지만 말이죠. 과거에는 이정도 순위에서도 쉽사리 2,3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적어도 키미가 빠지고서야 3위가 가능했던 건 그만큼 격차가 적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페라리와 메르세데스의 성능차를 얘기하기엔 좀 일러보입니다. 앨버트 파크에서는 세이프티카 상황의 운이 좋았고, 이번에는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게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근접한 조건에서, 혹은 메르세데스가 더 앞선 조건에서 페라리가 오늘 메르세데스가 한 정도의 추격전이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두 경기에서 확실했던 건 메르세데스가 설사 조금 더 빠르다 하더라도 앞에 있는 페라리를 쉽게 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페라리로썬 예선 성적이나 상황에 따라 충분히 올해 기대를 가져볼 만 합니다.

 아직 남아있는 미지수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두 팀의 퍼포먼스가 작년처럼 트랙에 따라 크게 벌어지는가? 일단 현재까지의 인상은 작년 만큼 편차는 없다는 것이지만 작년 시작할 때도 그런 느낌이었으니 아직은 두고볼 일입니다. 특히 작년 메르세데스가 강세를 보인 고속트랙에서 여전히 우위를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겁니다. 일단 작년 페라리가 강하던 시즌초 트랙에서는 적어도 페라리가 엣지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메르세데스보다 더 빠른지는 확답하지 못 하겠지만요.

 다른 하나는 개발속도입니다. 작년 두 팀의 트랙 궁합 차이가 분명히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중반 이후 개발속도에서 앞서간 건 메르세데스였습니다. 때마침 시즌 초 보타스에 가끔 밀리기도 하던 해밀턴도 완전히 적응해서 시너지를 엄청나게 냈죠. 시즌 초에 만든 베텔과 페라리의 우위는 빠르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트랙 궁합과 개발속도 문제가 여전하다면 올해에도 작년과 같이 역전당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두가지 답을 얻으려면 최소한 유럽까지는 가봐야겠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베텔은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지만 키미는 처참했습니다. 호주에서도 피트스탑 에러로 지연하더니 이번엔 아예 리어레프트가 빠지질 않아서 교체 못 한 상태로 출발하는 바람에 리타이어 했습니다. 뭐 보타스나 해밀턴을 막아낼 퍼포먼스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최소 4위가 가능했던 상황에 포인트 면에선 큰 타격입니다. 덕분에 WDC는 베텔이 크게 앞서가는데 WCC는 메르세데스가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톱 2팀의 우위는 확실하고, 레드불은 더블리타이어로 본실력을 못 보이긴 했지만 예선과 연습으로 보건데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롱런 페이스가 원랩보다는 확실히 좋아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페라리나 메르세데스와 싸울 수 있을 거 같진 않았습니다. 어쨌든 빠르게 삼파전으로 전환하지 못 한다면 레드불은 올해도 해볼만 해질 즈음엔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이 되어버릴 거 같습니다.

 레드불 A팀이 대재앙을 겪는 동안 토로로소-혼다는 피에르 가슬리가 4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물론 가슬리의 4위는 레드불 A팀이 더블리타이어 하면서 덕본 게 크죠.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6위가 최선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상적인 건 레드불이야 그렇다 쳐도 하스, 르노, 맥라렌에게 가슬리가 별로 위협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토로로소 섀시는 테스팅에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기에 섀시빨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이정도면 혼다 파워유닛이 사실 르노 파워유닛보다 더 강력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길 정도입니다. 적어도 오늘 결과만 보면 맥라렌이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를 거 같군요.

 이게 토로로소-혼다의 본실력인지 아니면 어쩌다 엄청 운 좋게 성능이 잘 나온 건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그 밑으로 르노와 맥라렌의 성능 서열은 어느정도 일관성 있습니다. 르노가 아직은 맥라렌보다 조금 더 낫다고 해야겠죠. 같은 파워유닛임을 생각하면, 그리고 레드불급 섀시라고 혼다 기간 3년 동안 떠벌려 왔던 걸 생각하면 실망스런 모습입니다. 게다가 르노는 아직 풀워크스팀의 규모와 준비를 갖추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맥라렌은 얼른 좋은 성적을 내지 않으면 곧 풀포스로 밀고 오는 르노와 레드불에게 밀려 르노 진영 3위가 될지도 모릅니다.

 뭐 알론소가 헐크를 잡을 순 없었지만 예선의 참담한 퍼포먼스에 비해 더블 포인트를 한 것은 좋은 모습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레드불이 건재했다면 포인트 턱걸이나 하는 수준임은 변함없습니다. 알론소는 2개월 안에 포디엄을 노릴 성능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솔직히 힘들어 보입니다. 알론소와 맥라렌의 계약이 조기종결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포스인디아도 하스, 르노, 맥라렌과 가끔 엉키기는 하는데 성능 자체는 4순위로 보입니다. 그냥 드라이버의 기량과 상황에 따라서 가끔 순위가 엉키는 정도. 하스의 경우엔 지금은 중위권에서 가장 퍼포먼스가 좋아 보이지만 일관되게 포인트를 얻지 못 하고 있고 개발속도에서 빅팀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겁니다. 여름이 지나면 점차 밀려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하위권에선 윌리엄스가 명백한 꼴지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스는 하위권을 탈출했고, 자우버는 개막전에서 처참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은 마르쿠스 에릭슨이 특히 잘 해냈습니다. 에릭슨이 페이드라이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사실 성적을 보면 좋은 평판을 가진 그의 팀메이트보다 좋은 성적이나 팀의 시즌 최고성적(때때로 시즌 유일한 포인트피니시일 때도 있습니다)을 해낸 건 에릭슨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정도면 에릭슨을 페이드라이버라고 비난하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돈도 내고 벌어다 오기까지 하는 페이드라이버라면 중하위팀에겐 꿈같은 드라이버죠.

 어쨌든 베텔의 타이틀 캠페인은 올해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페라리는 여전히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은 키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ㅠㅠ) 피트스탑 문제를 얼른 가다듬고 신뢰성 문제도 없다고 한다면 올해가 작년보다 더 격차가 적은 느낌인지라 넘버원을 제대로 푸시해준다면 WCC는 몰라도 WDC는 가망 있어 보입니다.



덧글

  • IOTA옹 2018/04/09 02:24 # 답글

    페라리 WDC으로서는 순조로운 출발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통이 찾아올테고
    올해에는 부디 그 시련을 잘 넘어가주길 기대합니다.
    키미가 액땜해주는거 같기도 하네요. 쩝,,,,
  • 히루 2018/04/09 09:48 # 삭제 답글

    토로로쏘 하스 르노를 볼때
    그리고 포스인디아 윌리엄스를 볼때
    이제 메르데세스 엔진시대는 저문것 같더라구요. 잇점이 안보임

    오히려 커스터머팀들 역전도 얼마 안남은것 같아서
    참 F1에서 영원한건 없다는 소리가 괜한말은 아니구라는 생각이
  • erererer 2018/04/10 09:05 # 삭제

    근데 올해는 전례없는 1시즌 3엔진의 내구레이스 시즌이라... 퍼포먼스는 비등해 보여도 내구성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도 한번 봐야겠죠 ㅎㅎ
  • 잡가스 2018/04/10 09:19 # 답글

    운빨이라지만 4위라.. 토로로쏘가 돌풍을 일으켜서 모든걸 엎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PS: 맥라렌의 혼다탓하기도 안먹히고.. 이제 뭘 핑계대려나 모르겠네요
  • erererer 2018/04/10 09:32 # 삭제

    GP2 엔진이 이렇게 빠를 리가 없어... ㅠㅠ
  • Arcturus 2018/04/10 18:35 # 답글

    라이코넨 리타이어 할 때부터 보는 둥 마는 둥 했네요...ㅠㅠ
  • 2018/04/10 23:22 # 삭제 답글

    트랙 온도 탓인지 메르세데스 미디엄이 페라리 소프트보다 더 빠르더군요. 그래도 슈퍼소프트는 셉이 빨랐지만 소프트는 키미가 빨랐으니 쭉 갔어도 최소 포디엄은 올랐을 겁니다. 해밀턴과 키미 간격이 보타스와 셉의 간격보다 더 멀기도 했고요. 아마 2위까지 노려볼 생각으로 교환한게 아닌가 싶은데... 커리어 내내 따라다닌 불운이니 그러려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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