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암호화폐 전망: 비트코인 파생상품 등장, 그리고 도미넌스 하락 by eggry


일단락 된 비트코인 vs 비트코인 캐시 전쟁

※ 이 글은 전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동향에 대한 흥미본위의 분석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투자에 대한 참고로서 활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지난 회에선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이하 BCH)에 초점을 맞췄습니다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거의 3배 가까이 오르는 '흔치 않은' 랠리가 있었으며, 시카고 두 파생상품 거래소에 선물거래가 상장되었습니다. 그리고 BCH가 (지금까지는) 마지막 폭발적 상승을 거쳤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은 12월 초 2만불/2500만 ATH를 찍은 뒤 야금야금 내려와서 거의 1만불이 깨질 뻔 했다가 반등했지만 아직 1만 6천불을 넘지 못 하고 내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1만 3천불 전후로 ±2000불 범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박스권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역대 최하를 기록한 비트코인 도미넌스

https://coinmarketcap.com/charts/

 비트코인 도미넌스(Dominance)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우세권, 지배권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이 말은 시총 점유율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엄밀히는 1위인 비트코인이 얼마나 우세를 점하고 있느냐를 뜻합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현재 역대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금일 기준으로 36.1%, 이전에 가장 낮았던 건 6월 이더리움 대상승기의 37.9%였습니다.

 그때와 다른 점은 당시엔 2위였던 이더리움의 무서운 상승세가 비트코인을 빨아먹었다면, 이번 비트코인 도미넌스 하락은 특정 단일코인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닙니다. 물론 근래 리플의 대상승(10배 이상!)이 비트코인 도미너스를 깎는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 못지 않게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바로 흰색선, 'Others'입니다.

 6월 비트코인 도미넌스 위기 때 이더리움은 급작스런 상승으로 곧 한계를 맞이했고 대폭락을 맞았습니다. 거기다 비트코인 분열을 둘러싼 7월 위기가 오면서 이더리움은 확 밀려났으며, 이후 비트코인이 대상승기를 맞이함에 따라 한때 0.15 BTC에 달했던 가격은 쪼그라들어 12월 100만원을 찍을 때에나 다시 0.05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소위 한 기대주의 급격한 상승은 곧이어 거품 붕괴로 이어지고 비트코인은 더 강해져 왔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여러 '비 비트코인'들이 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12월 동안 비트코인 도미넌스를 깎아먹은 코인들은 리플과 Others였습니다. 리플이 대표격으로 나서긴 했지만 실제로 더 눈부신, 그리고 의미있는 성장을 보여준 건 Others입니다. 단일 코인으로 명시되지도 않는 10위권 밖 시총의 코인 상승은 눈부셨으며, 업비트 덕분에 알트코인 접근성이 나아진 근래 소위 '양계장'이라고 불리는 무작위 균등분배 투자가 큰 성공을 거둔 원인이기도 합니다.

 물론 도미넌스 하락은 처음 있는 게 아닙니다. 8월 1일 세그윗 소프트포크 이후 비트코인의 대상승기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잊기 쉽지만, 실제 비트코인은 6,7월 동안은 200~300만 선의 박스권에서 지루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스트라티스, 디지바이트로 대표되는 알트코인들이 눈부신 상승을 구가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알트코인이 이렇게 대량으로 나타난 것은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에(이더리움만 해도 작년에 만원도 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아직 확고한 트렌드라고 할 만한 현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번째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그때 잘 나가던 알트코인이 지금 비트가로는 처참한 수준이 되었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장투족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비트가 하락보다 비트코인 시세상승이 더 강력했기 때문에 어쨌든 '존버'해서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거겠죠. 그 스트라티스나 디지바이트도 말이죠. 근래 다시 좀 오르고 있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볼 때 최근 10배 이상씩 올랐던 코인들 역시 반년 뒤에는 저런 신세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비트코인이 기지개를 켜면서 피를 빨아들일 때 말이죠.

 비트코인 도미넌스의 하락은 알트코인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앞으로의 시장 질서에 대한 의문도 던집니다.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으로 거래되는 이상, 비트코인이 너무 위태로워져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너무 강해져서 비트 하락과 상승에 알트가 너무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죠.

 개인적으로 이번 도미넌스 하락은 작년 6월처럼 비트코인의 분기탱천 깽판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단일 코인의 갑작스런 상승이 아니라 무수한 코인들의 전체적인 상승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것도 거품일 수 있지만 하나의 거품보다는 더 잘 견뎌낼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비트코인의 기술적 낙후성이나 실용성이 별로 없다는 걸 생각하면 더 발전된 코인이 서서히 대체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알트 거래의 탈 비트화

 저는 올해의 주된 트렌드는 (알트 거래) 기축통화의 탈중앙화, 아니 탈비트화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작년 이더리움의 상승에 따라 이더리움-알트 거래는 어느정도 자리 잡았습니다. 아직 비트보다 거래종목이 적긴 하지만 말이죠. 일부 중국계 거래소들은 BCH나 퀀텀을 기축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기축통화로써 필요한 특징이 몇가지 있고 거기에 부합하는 코인이 몇개 있습니다.

 첫째, 기축통화는 충분히 비싸야 합니다. 적어도 1개의 코인으로 대다수 알트코인 수십, 수백개를 살 정도론 말입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미지'면에서 시세는 중요합니다. 비트코인은 가장 비싼 코인이며, 이더리움, BCH 등이 여기에 그럭저럭 부합합니다. 퀀텀은 기축용으론 조금 싸보입니다. 어디까지나 이미지지만 말이죠.

 둘째, 송금성능이 좋아야 합니다. 거래소 내부에서 이뤄지는 알트 거래와 달리 기축통화는 거래소, 지갑 사이를 빈번하게 오갈 가능성이 많고 신뢰할 수 있는 송금성능이 필요합니다. 송금속도와 수수료 모두 좋아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현재 송금속도와 수수료 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고, 이더리움과 BCH가 이 점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퀀텀의 송금성능은 이더리움이나 BCH보다는 떨어집니다. 이들 코인보다 많은 승인횟수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이더리움과 BCH 거래가 올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봅니다. 비록 여전히 비트코인보다는 적은 종목이겠지만, 주요 종목들은 모두 이 두 코인으로 확장될 것이며 비트코인의 송금 네트워크 부담을 덜어주는데 기여할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비트코인의 기축 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분산화 함으로써 전체 장의 안정성을 높일 거라는 것입니다.

 점점 늘어나는 dApp과 기축통화로써의 수요 때문에 이더리움의 가격은 올해 내내 안정적으로 상승하리라 보입니다. 비록 네오, 퀀텀, EOS 같은 포스트 이더리움 주자들에게 데팍토 플랫폼 코인으로써의 지위가 위협당하긴 하겠지만 말이죠. 이더리움의 앞날이 순탄하기만 한 것만은 아닙니다. POS 전환은 쉽사리 이뤄질 리가 없으며 많은 잡음과 채굴진영의 체인분리 위협에 시달릴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이더리움의 업그레이드는 성공하고 시세는 오르리라 봅니다. 물론 그게 차세대 코인들과 성능을 나란히 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BCH의 경우엔 약간 더 문제가 복잡합니다. 지금까지 BCH는 비트코인의 시세를 일정 비율로 따라가면서 채굴자들을 정착시키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정말 박스권에 갇힌다면, 앞으로 상승세가 이전 같지 않다고 한다면 BCH는 다른 노선을 찾아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이 멈춰있다고 같이 멈춰있다가 추격해오는 이들에게 잡히지 않으려면 말이죠. BCH가 과감한 시세상승과 기축 도전으로 가격비율을 크게 깨트릴진 두고 볼 일입니다. 이는 두 코인의 해시레이트와도 연관된 문제라서 나비효과가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이더리움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이지만 말이죠.



비트코인은 한물 가는가? 아직은 아니다

 낮아지는 도미넌스, 기축의 다각화로 비트코인의 입지는 분명 약해지겠지만 비트코인이 황혼으로 접어들어 순순히 시라져가진 않을 겁니다. 분명 기대수익은 알트보다 낮을 수 밖에 없지만 그만큼 리스크는 더 낮으며 비트코인도 결코 낮은 수익률은 아닙니다. 게다가 올해 비트코인에는 두가지 큰 사건이 남아있습니다. 하나는 송금 성능을 개선시킬 라이트닝 네트워크. 다른 하나는 더 많은 파생상품의 등장입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캐시의 사보타지(?) 등으로 송금장애를 겪어오던 비트코인의 송금성능을 크게 개선시킬 겁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며 적용에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18년 6월 정도에는 본격적으로 도입되리라 전망되고 있습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 캐시가 강조하는 송금 안정성 부분에서 비트코인이 큰 만회(혹은 심지어 우위)를 할 수 있을 것이며 비트코인의 낙후된 기술적 이미지를 벗기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또다른 비밀무기는 파생상품입니다. 이미 선물거래가 두군데 상장되었지만 초기의 상승세 이후 분위기는 박스권에 갇힌 느낌입니다. 다만 이것이 선물거래의 일반적인 영향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모습에 불과할진 알 수 없습니다. 선물상장이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누그러뜨린 거라고 하더라도(선물거래는 헷징 효과로 변동성을 줄입니다.) 비트코인에겐 한번 더 큰 도약의 기회가 있습니다. ETF가 그것으로 선물거래로 인해 안정된 시세 덕분에 ETF 상품의 허가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사실 선물거래가 ETF의 게이트웨이라는 주장도 있죠.

 ETF 상품이 승인될 경우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강력한 휘발성에 어느정도 보호수단을 가지게 되어 투자금이 늘어날 겁니다. 한편으로 늘어난 유입자금으로 비트코인은 다시 한번 큰 상승을 일궈낼 것입니다. 개인적인 추측은 ETF 승인 시 연말에 5만~8만불 정도에 도달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이후의 시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경험으론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ETF 이후에도 점진적인 시장 증가에 따른 상승은 있겠지만, 상승세는 점점 줄어드는 새로운 피와 계속 존재할 선물거래의 헷징 효과로 이전과 같은 휘발성은 볼 수 없을 겁니다.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알트로 갈 것입니다.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 시세와 도미넌스는 다시 한번 대폭발을 맞이하겠지만, 아마도 그게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호재로 크게 성장하긴 하겠지만, 결국 다각화 추세는 막을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 ETF 대상승으로 끌어들여진 돈은 결국 다시 다른 코인들에게 분배될 것입니다. 이후 비트코인 ETF는 시총을 대표하는 역할로 축소되고 현물도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지점이 비트코인이 진짜 '디지털 골드'가 되는 시점이겠죠. 안정적인 저장수단 말입니다.

 아 물론 그렇게 순탄하게 끝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BCH가 알트거래 기축 뿐만 아니라 시세상승에 따라 '디지털 골드'의 위치를 강탈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고, 비트코인이 이를 방어해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BCH 진영의 진정한 목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저는 비트코인이 상승하는 동안엔 일정비율로 따라가기 or 비트코인이 멈춘다면 하극상 시도하기 라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BCH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다음으로 선물거래와 ETF 상장 가능성이 높은 코인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과 동등한 조건이라는 것이고, 발목이 잡힌 비트코인을 시세와 해시레이트 전쟁으로 대체하는 게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물론 "썩시딩 유, 파더!" 하려면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파생상품에 발목이 잡히기 전에 해야하므로 타임 윈도우는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썩시딩 유, 파더!"가 정말 일어난다면 그건 올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2018년 새해 전망입니다. 물론 작년 이 시점에선 비트코인을 이름만 알고 이더리움은 아예 알지 못 했듯, 그리고 그 때의 시장상황이 지금과는 천지차이였듯, 이 또한 틀릴 것입니다. 1년 뒤 얼마나 맞을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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