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리뷰 1 - 혼돈에 카오스 by eggry


 '깨어난 포스'로부터 2년, '로그원'으로 공백을 채운 뒤 에피소드8, '라스트 제다이'가 왔습니다. 왜 7까지도 이어오던 부제를 한국어로 하는 전통을 깨고 그냥 '라스트 제다이'로 해버렸는지 도저히 모를 일이지만 그건 영화 자체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입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반전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기 힘듭니다. 확실히 플롯 자체만 볼 때는 스타워즈의 클리셰를 깨트리는 충격적인 면모가 많긴 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그저 혼란스럽기 때문에 9이 나오기 전까진 뭐라고 평할 순 없겠고, 다만 긴 러닝타임 중 절반 정도는 시간낭비였다는 생각부터 드는군요. 결국 '라스트 제다이'의 진가 대부분은 거의 최후반부에 몰려 있고 나머지는 정말 주의 산만하고 맥만 빠지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로그원도 그렇고 어째서 스타워즈의 편집과 템포가 점점 악화되어 가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그 공장질 잘 하는 디즈니는 어디로 가고 워너 같은 닦이급 편집을 하고 있는 건지? 2시간 반짜리 영화지만 2시간이라도 충분하고 넘칠 정도의 내용이었고 관점 전환도 루카스가 더 잘 했다 싶을 정도이니 말 다했습니다. 이러고 보니 J.J.가 9 감독으로 불려온 건 구원투수로써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스타워즈 영화 프로젝트에서 그 욕 먹던 루카스 정도라도 한 게 J.J. 뿐이었다 이거지요. 진짜 스타워즈가 감독복 탄 거는 '제국의 역습' 뿐인 거 같습니다.

 일단 세 제다이(+위대한 령도자)의 이야기는 9으로 가봐야 제대로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다만, 그 외의 부분들은 대체로 실망스럽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허접한 액션과 스케일이 되겠네요. 디즈니 인수 이후 영화 6편 빼고는 모두 넌캐논이 되면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에피소드6 이후의 신공화국과 제국잔당은 다소 두리뭉실한 공화국과 저항군, 그리고 퍼스트오더로 대체되었습니다. 세 집단의 상관관계도 미디어믹스가 어느 정도 해설해주기 전까지는 상당히 오리무중이었는데 '라스트 제다이' 덕분에 은하계 상황은 더욱 음...허접해졌습니다.

 일단은 7에서 공화국이 스타킬러 베이스로 작살나면서 강경파인 저항군만 남은 상태인데, 그게 에피소드5 정도로 퍼스트오더에 밀리고 압박 당하는 상황이라고 치더라도 제국을 대신하는 퍼스트오더 조차도 여전히 안습한 스케일과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따름입니다. 본 작에선 거의 에피소드6의 최종결전 분위기까지 풍겨내는데 그 양상이란 게 겨우 스타디스트로이어 몇 척에 슈퍼전함 2척이 전부이고 저항군은 크루저 1대로 도망치는데 시간을 다 보냅니다. 크루저 빨라서 못 잡는다는 이유로 연료 다 떨어질 때까지 따라가기나 하는 모습은 무엇이며, 갑자기 다른 영화로 넘어간 건가 싶은 마지막 클라이막스 역시 은하계의 운명이 걸렸다기엔 너무나 초라한 것입니다.

 카일로와 레이의 이야기는 에피소드 9에서 어떻게 끌어갈 여지가 보이지만 스타워즈 영화의 다른 한 축인 전쟁 부분은 7이야 서막이니 조촐하게 했다고 치더라도 8은 완전 노답 수준이고, 과연 9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 더욱 막막합니다. 게다가 스노크의 정체 같은 떡밥들은 과연 풀리기나 할지 모를 일입니다. 7의 떡밥 상당수는 J.J.가 '그냥' 넣었다고 합니다만, 그걸 그렇게 놔둔 디즈니도 디즈니인데 디즈니의 결론은 그냥 '무시하기'인가 싶은 생각입니다. 덕분에 신 트릴로지의 떡밥은 현재로썬 그냥 다 맥거핀이라고 봐야지 않나 싶습니다. 9에서 회수하거나 정리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그 마무리를 지을 놈이 떡밥 회수에 관심 없는 J.J.이니 뭐...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인수한 게 향후 50년 먹거리로 키워보겠단 생각이었겠지만, 지금까지 흘러가는 걸로는 그냥 당시를 대표할 센세이션 정도로 남기도 힘들 듯한 느낌입니다. 거기다 이런 식으로 굴려서 대체 세계관이나 미디어믹스 장사는 어떻게 할 건지 도저히 감도 안 잡히고. 트릴로지로써의 최종 평가는 역시나 9으로 유보하지만, 로튼토마토가 정말로 썩었다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영화 전체에 대한 평은 이정도로 하고, 좀 더 지엽적인 이야기에 대해선 스포일러가 넘쳐나는 별도의 글을 올렸습니다.(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리뷰 2 -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과 갈림길)

ps.인물소개 자막은...하 농담이죠 진짜?



덧글

  • 질풍의랩소디 2017/12/14 23:57 # 답글

    인물소개 자막에 이르러선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습니다...후
  • 2017/12/15 00:49 # 삭제 답글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에 가면 좀 불만인 부분이 있어도 뭐 여긴 그럴만한 곳이니까 하고 넘기는데
    스타워즈 시리즈는 정말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도 모르면 감수를 하고 봐야지 싶은데
    자막 소개는 정말 쓸데없이 친절하다 싶더군요. 무슨 신장개업한 식당도 아니고...
  • le 2017/12/15 22:57 # 삭제 답글

    로튼이 썩었다기보단 거긴 원래 그랬었는데요, 그보단 관객들 눈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되네요. 평론가 수치야 몰라도 지금 팝콘지수는 60에 가까워져 있으니까요. 아예 평가 더 쌓여서 팝콘통 엎어졌으면 더 좋을거같지만요.
  • ㅇㄹㅇㄹㄴㅇ 2017/12/18 00:01 # 삭제

    관객들 눈의 정확성을 논하기엔, 저스티스 리그의 팝콘지수를 보면....................
  • ㅇㄹㅇㄹㄴㅇ 2017/12/17 21:59 # 삭제 답글

    로튼 탓 할게 아니라, 메타크리틱만 봐도 86입니다. 로튼 평점보다 높은데... 그냥 평단과 미디어의 반응이라고 봐야겠죠. 팬들이 보는 관점과 평단이 보는 관점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평단과 관객 중 누가 보는 관점이 더 정확하다 이런 얘기를 하려면 장광설을 풀어야 할 테고.

    인물 소개 자막은 다들 코웃음치긴 했습니다. 수퍼플렉스에서 봐서 처음엔 옆에 나오는 걸 못보고 지나쳤지만...

    액션이 허접했다는 얘기는 동의하기 어렵고 다만 스타일 차이 같습니다. 물론 코드브레이커 에피소드는 너무 대충 만든 것 같긴 하지만요. 스케일의 초라함 같은 것 역시 호불호의 영역이지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엔 다소 유동적인 것 같기도 하구요. 다만 이 스케일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이미 공화국이 파괴된 상황에서 그나마 몰리던 저항군의 세라는 것이 7편 마지막에서 싹 쓸어먹고 8편 초반에서 한번 더 싹 쓸어먹었으니 남은 게 없고, 퍼스트 오더는 상황이 좀 웃긴게 대빵이라는 아재는 허구헌날 스카이워커 잡아와라를 외치고 있고 사령관에는 자기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애를 데리고 벤 키워먹는 데 써먹고 있습니다. 보통 스타워즈에서 제다이의 결투라는 것이 전세에는 전혀 상관없는 외전이고 진짜는 공중전이었던 반면 이 구도가 뒤틀어진거죠. 게다가 대빵 죽은 다음에야 그 지리멸렬함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사실 저항군의 세라는 게 적으니까 특별히 동원할 필요도 없고, 팬들에게 스펙터클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 이외에는 대병력의 묘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거죠.
  • eggry 2017/12/17 22:13 #

    스케일이란 게 꼭 전투가 커야한다는 걸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과연 이 우주에 라스트 제다이에 등장한 것 이상의 퍼스트오더의 힘이 존재하는가? 지금까지 인상으로는 그냥 이게 다라는 생각입니다.

    에피소드4가 데스스타랑 스타디스트로이어 2척 말곤 보여준 것도 없는데 우주는 넓고 제국의 권능은 무궁무진할 거라는 상상의 여지를 준다거나, 제국의 역습에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 거랑은 전혀 다르죠. 퍼스트오더 수뇌부의 수준도 퍼스트오더가 걍 그런 수준이구나- 라는 인상만 심어주고요.

    저항군 상황이 아무리 지리멸렬 하든 간에 그것과 별개로 퍼스트오더는 강하고 위험해 보여야 했고 그 부분에선 할 말이 없는데다 황당한 추격전이야 말할 것도 없죠. 전쟁보다 제다이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스타워즈의 절반을 물리고 들어가는 부분인지라 당연히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 ㅇㄹㅇㄹㄴㅇ 2017/12/17 22:20 # 삭제

    그것도 영화가 부수고 싶어하던 관점이 아닌가 싶은데, 기존 팬들은 7편에서나 8편에서나 강렬하고 압도적인 악의 세력을 원하는데 영화는 별로 그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애초에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면서 달라지기를 원했는데 악역의 방향성만 그대로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좀 취향의 문제 같기도 하거든요. 시퀄의 방향성이 그러할진대, 이런 방향성이 호불호가 갈리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이게 기획의 실패라거나 하고 이야기하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어요.
    또한 이 우주의 축소는 계속해서 이 영화의 세계를 쳐내고 축소시키다가 마지막에 팡 터져나갈 것을 암시하고 끝내기 위한 방향성의 설계에도 부합하는지라 그렇게 어색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스타워즈 팬이긴 한데 오로지 영화만 보던 사람이라 뒷설정까지 캐던 팬덤의 입장을 이해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다만 많이들 지적하는 것이기도 한데 오히려 기존의 영화는 집안 싸움에나 집착하는 얘기였는데 스케일이 크다고 할 수 없었고, 그런 것들을 깨부시는 점에 있어서는 스케일이 오히려 넓어진 것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9편에서는 진짜로 스타 워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쌍제이한테 기대가 안 되는게 쌍제이는... 음 모르겠네요.
  • eggry 2017/12/17 22:28 #

    9편은 어찌됐든 마지막이니까 트릴로지 최고의 스케일을 보여주긴 하겠죠. 풍지박산 난 스케일을 어떻게 쌓아 올릴지야 감이 안 오지만...쌍제이는 쌍제이니까 '적당히'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차피 디즈니의 수족이라는 제 관점에서는 폴리싱에 더 능통한 쌍제이가 라이언보다는 환영이긴 합니다. 그 이후는 다 라이언이 한다니까 어찌될지 도저히 모르겠지만요 ㅎㅎ
  • ㅇㄹㅇㄹㄴㅇ 2017/12/17 22:39 # 삭제

    쌍제이 같은 경우엔 레이의 모래썰매 씬과 술집 위에서의 엑스윙 활강 격추 퍼레이드, 마지막 라이트세이버 결투 장면 모두 미적으로 엄청 좋았지만... 오히려 스타킬러 베이스 씬에서는 리듬 없이 무기력했던 게 생각나서요. 8편은 한두번 더 봐야 개별 장면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하긴 초반 포의 엑스윙이 강렬했지만 그 이외엔 비교할 장면이 딱히 없네요 ㅎㅎ 워낙 분위기가 다르니...
  • ㅇㄹㅇㄹㄴㅇ 2017/12/17 22:05 # 삭제 답글

    그리고 주제와 플롯상 이런 스케일의 저하와 공중전 비중의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하죠.

    전 오히려 라이언 존슨이 체면 안 차리고 이렇게 거대 시리즈를 요리할 수 있도록 디즈니가 내버려둔 게 더 용합니다. 디즈니가 진짜 돈벌이 생각이 있었다면 유니버스를 다시 새롭게 늘릴 수 있는 가지를 치도록 열심히 독려했었겠죠.
  • eggry 2017/12/17 22:09 #

    전 감독이 편집이나 연출은 몰라도 전체 기조에 기여할 수 있는 면이 별로 없다고 봐서 그냥 디즈니 스스로가 그냥 제대로 할 생각이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도 디즈니가 정하고 그걸 어떻게 그리느냐만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래서 전 시퀄에선 감독 얘기는 편집, 연출 외엔 별로 안 합니다.
  • ㅇㄹㅇㄹㄴㅇ 2017/12/17 22:22 # 삭제

    음... 전 이번 영화의 구도 자체가 라이언 존슨의 향기가 상당히 많이 풍긴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이거야 속사정을 알 수 없으니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각본에도 참여한 것 같고 말입니다.
  • eggry 2017/12/17 22:25 #

    각본은 연출, 편집과 묶어서 감독의 영향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라이언이 이런 스토리와 테마를 만들었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조지 루카스의 사유물에서 벗어나 디즈니의 재산이 된 이상은 말이죠.
  • ㅇㄹㅇㄹㄴㅇ 2017/12/17 22:32 # 삭제

    물론 큰 틀은 디즈니가 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독 단독으로 각본을 줬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흔하지 않은 케이스니까요. 디즈니는 테마 정도까지만 던져줬을 거라고 생각하는게, 장사를 생각한다면 과거와 이렇게 과격하게 단절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새 캐릭터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라고 했더라도 이렇게 분자 단위로 까부수면서까지는 안 했을 거라는 거죠.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면 적어도 좀 더 온건한 스토리를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ㅇㄹㅇㄹㄴㅇ 2017/12/18 10:32 # 삭제 답글

    루카스는 8편의 경우 아름답게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는 듯 한데... 7편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뭐라뭐라 했던 양반이니 논리적인 귀결 같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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