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 된 비트코인 vs 비트코인 캐시 전쟁 by eggry


※ 이 글은 전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동향에 대한 흥미본위의 분석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투자에 대한 참고로서 활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세그윗2X 철회, 그리고 BCH의 헤게모니 도전

POW와 해시파워, 그리고 채산성

 온갖 사건을 일으키며 주말을 떠들썩하게 한 비트코인 vs 비트코인 캐시 전쟁이 일단락 된 느낌입니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 일이 지나간 뒤에야 더 많은 퍼즐조각이 나오고 진상을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세그윗2X 하드포크가 비트코인 캐시(BCH)를 위한 카게무샤이자, BCH가 채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코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부분은 BCH의 중장기적 마스터플랜이라고 해야겠네요. 당초 전 BCH가 전면으로 비트코인에 도전하는 것인가 의심했으나, 지금은 애초에 그런 목표가 아니었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본편에 앞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채굴방식인 POW(Proof-of-Work, 작업증명)의 특징과 채산성에 대해 먼저 짚고 들어가겠습니다. POW는 비유하자면 문제풀이라고 할 수 있고, 이 문제를 품으로써 보상으로 코인을 받게 됩니다. POW가 처리하는 연산의 내용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내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블럭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연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증명함으로써 자격을 얻는 것이죠. 어쨌든 POW 연산을 통해서 채굴자는 자격을 얻고 해시파워에 해당하는 코인을 받을 권리를 얻게 됩니다.

 다만 POW는 채굴이 되는 동안 무한정 계속되며, 또한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양의 코인이 생산되는데, 해시파워에 따라 확률적으로 부여받게 됩니다. 확률적이라곤 하나 시간을 길게 잡으면 결국 비율적으로 지급받게 됩니다만, 중요한 건 성능이 강력하다고 해서 초단시간에 코인을 받아낸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코인으로의 채굴 전환은 POW 누계가 초기화 된다는 기회비용 손실을 야기하므로 너무 빈번한 전환은 오히려 손해가 됩니다. 이 시간이란 부분도 이후 논할 내용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또한 채굴자가 늘어나고 컴퓨터가 강력해지면서 유한한 코인이 조기에 다 채굴되어 버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난이도 조정이 있습니다. 이 난이도 조정은 일정 기간 투입되는 해시파워를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게 되며, 단기간 조정과 '반감기'라고 불리는 좀 더 과격하고 중장기적인 조정으로 나뉘며 코인마다 난이도 시스템은 다릅니다.

 코인의 채산성이라 함은, 결국 채굴기의 단가와 유지보수(전기세, 관리 인력 등)과 같은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수익은 코인을 시장에 파는 것으로 충당되나, 수수료와 같은 부분도 수익의 일부를 차지합니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같은 시간에 적은 돈으로 최대한 많은 코인을 채굴한다는 것입니다. 채산성을 개선시키는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 가격이 높아지거나, 난이도가 낮아지면 채산성이 올라갑니다. 물론 나아진 채산성은 더 많은 채굴자를 불러들이므로 POW 시스템과 난이도 조정 시스템에 따라 급격한 변동은 금방 다시 밸런스가 맞춰지게 되어있습니다.

 채산성은 단지 투자 대비 매출이 수익권이란 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즉 어떤 식으로든 수익이 난다고 해도, 기회비용이란 것이 있으며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쪽으로 기우는 것입니다. 비트코인과 BCH가 모두 수익구간이라고 해도, 비트코인이 같은 시간/비용으로 더 벌 수 있다면 비트코인으로 기울 것입니다. 타 코인과의 비교는 보통 채굴장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논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타 코인 채굴자는 그 코인의 시세상승을 믿고서 투자한 것으로, 다른 코인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과 BCH는 같은 기계를 쓰며 스위칭 가능하므로 경우가 다릅니다. 비슷한 경우는 GPU 채굴 가능한 코인들 사이에 채산성 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채굴자들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채산성이라고 하면 전적으로 비트코인과 BCH의 '상대적 채산성'을 의미합니다.

 자, 그럼 채굴자의 숫자는 모르더라도, 적어도 기술혁신에 따라 해시파워는 영원히 증가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말은 영원한 난이도 증가를 의미하고, 영원한 채산성 악화를 의미합니다. 가격이 그대로라면 말이죠. 그러므로 코인 가격은 올라가야 합니다. 투자가 많이 되므로 매출도 늘어나야 한다는 건 경제논리로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보이지만, 코인 시장은 현재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채굴자들이 채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가를 의도적으로 펌핑하는 것이든, 아니면 무조건 채산성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시장이 받아들여서 투자자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든 말입니다.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영원히 난이도가 올라가는 코인이라면 영원히 가격이 상승해야 존립할 수 있습니다.


BCH 하드포크와 파워 밸런스

 본론으로 들어가서, 비트코인과 BCH 전쟁의 핵심은 해시파워 확보입니다. 채굴자와 POW란 과정이 존재하는 것은 블럭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존재와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이들이 하는 일은 블럭, 송금의 검증 등입니다. 이번 건을 조금 눈여겨 보셨다면 BCH의 채굴난이도 스윙에 따라 해시파워가 들쭉날쭉 하는 바람에 비트코인, 혹은 BCH의 송금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길 들어보셨을 겁니다.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에서 BCH로 가면 BCH는 송금이 원활해지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과 BCH는 채굴이론이 매우 유사하며, 동일장비와 동일 소유자들이 채굴을 하기 때문에 둘의 해시파워는 제로섬 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가상화폐의 실용성에 대해 많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존재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가상화폐가 실용성을 가지려면 최소 전제조건은 바로 송금이 원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격이나 다른 부분들은 그에 비하면 부차적이죠. 아무리 가치가 높아도 송금이 안 되면 쓸 수가 없습니다. 송금이 안 되는데 가치가 높을 수도 없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안정적인 송금성능이란 건 실용화를 노리는 코인이라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그래서 비트코인과 BCH의 해시파워 확보는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BCH는 지금까지 EDA(Emergency Difficulty Adjustment)라고 불리는 상당히 과격한 난이도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EDA의 난이도 조정 폭과 기간은 너무 과격해서 며칠 너무 쉬워서 채굴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 역효과로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서 채굴자가 전무해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그에 따라 BCH 송금은 거의 불가 수준이 되었다가, 순간적으로 원활해졌다는 반복했죠. 이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반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송금 상태가 오락가락 하는 이상 BCH는 상용 가능한 코인으로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송금을 신뢰할 수 없기에 거래소 간의 재정거래는 제한되고 그에 따라 펌핑과 덤핑도 쉬웠죠. 사실 거의 토큰 상태라고 봐도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타격을 받았지만 최소한 BCH처럼 완전히 빠져나가는 일은 없어서 송금시간이 상당히 지연되었다가 개선되는 정도였습니다. 월요일 하드포크 전까지 BCH는 이런 상태였고, 여기서 주된 의의는 비트코인에서 해시파워의 중대성과 그걸 흔들 힘을 보여줬다-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10월 말부터 시작되어 지난 주말 극한에 다다라 순간적인 폭락과 빗썸 마비 등의 사태를 부른 BCH 펌핑은 이제서 되돌아보면 모두 하드포크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하드포크 과정에서 반대세력이 해시파워를 확보해 구 체인을 살려 BCH '클래식'을 탄생시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난이도를 급격히 올리기 위해 시세를 올리고 채굴자들을 모아들인 것입니다. 그에 따라 하드포크 전의 난이도는 BCH의 열렬한 지지자(비트메인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외에는 채굴할 사람이 없어졌고 하드포크의 체인분리 리스크는 방어되었습니다. 이 전쟁에서 중요한 건 비트메인 외에 소위 비트코인 '코어' 진영에도 세력이란 것이 있으나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는 건 두 세력의 힘만이 아니라 채산성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불특정 다수의 채굴자들이란 것입니다. 이들은 채산성 만을 목표로 하니까요.

 어쨌든 14일 새벽에 BCH는 하드포크를 하게 되었고, 기존 EDA보다 훨씬 덜 과격한, 하지만 비트코인보다는 유효기간이 짧고 대응성 있는 새로운 난이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13일 저녁부터 14일 새벽까지, 주말 만큼은 아니라도 적지 않은 펌핑이 들어왔는데 이는 두가지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드포크 전 짧은 순간 존재하는 난이도 하락으로 인한 체인분리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난이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다른 하나는 하드포크로 인해 난이도가 안정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그 시점에서 채산성이 비트코인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드포크 이후에는 급격한 난이도 조정이 없으므로 이전과 같은 과격한 해시파워 쓰나미와 썰물은 없지만 대신 안정적으로 해시파워를 확보해야 하며 그럼 채산성이 비슷해야 합니다.

 결과론적으로 BCH의 채산성 타겟은 대략 1:0.2BTC 정도의 시세였습니다. 이 비율이 유지되는 한 BCH의 채산성은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지탱됩니다. 비트코인이 6000달러이면 1200달러, 5000달러이면 1000달러 같은 식으로 말이죠. 물론 단기적으로는 0.22이 되기도 하고 0.18가 되기도 합니다만 현재는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채산성 비교에서도 둘은 난이도 조정 기간에 따라 그리 크지 않은 폭으로 엎치락 뒤치락 합니다.

 언제나 채산성이 더 좋은 게 아닌데도 이걸로 충분한 것은 채굴은 확률론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확률이 비율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즉 당장 채산성이 안 좋더라도 금방 균형의 법칙에 따라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남아있는 것입니다. BCH의 새 난이도 시스템은 1일 간격으로 조정된다고 하므로, 채굴자들은 매번 스위칭 하는 것은 기회비용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채굴자들은 BCH에 더 오래, 지속적으로 남아있게 되고 네트워크는 더 안정됩니다.

 그럼 채산성의 양대 축인 난이도와 시세 중 난이도는 이렇게 되었다고 칩시다. 그럼 시세는 어떻게 0.2BTC로 계속 유지할 것인가? 펌핑을 할 수도 있겠고, 혹은 시장이 'BCH는 0.2여야 채산성이 나온다' 라는 컨센서스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연스럽게 0.2로 시세가 고정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비트코인이 '영원히 난이도가 오르니 가격은 계속 올라야 한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10년 동안 증명해온 것처럼요. 그게 법칙의 범주는 아닐지라도 지금까지로 볼 때 가설을 넘어서 이론 정도는 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BCH도 이 이론에 의존해 가격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BCH도 오르고, 비트코인이 내리면 BCH도 내리는 식으로요.

 이런 상황에서 BCH가 비트코인의 왕좌를 노린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0.2BTC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두 코인의 난이도 시스템(반응속도 때문에 BCH 쪽의 영향이 훨씬 크지만)이 자동적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시킬 것입니다. 그럼 남은 건 같이 오르거나 같이 내리는 것 뿐이죠. 이는 전체 시총의 성장, 그리고 비트코인의 성장을 따를 것입니다. BCH는 비트코인의 사생아로써 훌륭히 기생해내는데 성공한 것이죠. 재미있게도 비트파이넥스에서 BT1과 BT2의 선물거래가 비율이 현재의 BTC:BCH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채산성은 크지 않은 범위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으며 새로운 난이도 조정은 한 코인에 더 오래 붙어있게 만듭니다. 이건 BCH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 비트코인 쪽도 이전처럼 급격히 BCH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세와 마찬가지로 해시파워 역시 5:1 정도의 비율로 밸런스가 지켜지리라 보입니다. 해시파워가 곧 가격이라는 것은 채굴자들의 힘을 대변하는 논리이며, 이걸 사람들이 받아 들이면 받아들일 수록 1BCH=0.2BTC라는 가격은 더 강하게 지켜질 것입니다.


앞으로의 가능성

 이 다음은 무엇일까요? 당분간은 BCH가 0.2BTC라는 걸 시장이 완전히 받아 들이도록 하는데 시간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적어도 비트가 기준으로) 지루한 횡보라고 하겠습니다. BCH의 8월 펌핑을 포함해, 폭발적인 급등은 곧 폭락을 불러 왔습니다. 대부분은 폭등 전 원래 자리로 돌아가거나 심하면 더 떨어지곤 했죠. 하지만 10~11월 BCH 펌핑은 현재로썬 최고점의 1/2 정도 가격(순간적으로 2800달러도 찍었지만 너무 순간적이라 현실적이지 않으며, 2400달러로 보았습니다.)으로 지탱되고 있고 이것이 0.2BTC 선입니다. 이것이 무너지지 않고 지탱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앞으로 한두달 간 BCH 진영의 목표라고 봅니다.

 만약 자유시장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코어 지지자들의 덤핑에 의한 것이든 하락하게 된다면 BCH 진영은 곧바로 다시 끌어올려 놓을 것입니다. 여기서 다른 것은 이전엔 순전히 BCH 진영의 자금만으로 이뤄졌던 것이지만, 0.2BTC를 믿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개미나 채굴자들도 이 '밸런스 복귀'에 자의적으로 동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코어 세력이 BCH를 덤핑시키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이념 없는 자유 채굴자들과 투자자들이 0.2BTC를 수용하는 한은 말이죠.

 하지만 반대로 0.2BTC 이상으로 올리는데는 단순 해시파워와 자유시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BCH에게 있어 가치를 올릴 무기는 저는 기업협력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적 형태로 작동되고 있으며, 사업을 주도할 존재가 없습니다. 시장의 큰손 정도는 있지만 비트코인의 대표자로써 나설 '협상가'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수용은 전적으로 수용하는 기업이나 서비스의 결정으로 이뤄졌습니다. '비트코인 안 망할 거 같아' '비트코인 가치는 유효하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말이죠.

 반대로 BCH는 우지 한과 로저 비어라는 두 대표인사가 있으며 이들은 가상화폐의 상업적 이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둘의 이해관계는 각각 채굴자와 비트코인의 예언자라는 다른 입장이지만 현재의 비트코인 체제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덴 동의하고 있습니다.

 우지 한은 비트메인의 해시파워 영향력을 앞으로 증가할 경쟁자(일본, 유럽의 대기업들이 채굴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며, 거대자본과 기술의 도입으로 채굴기 성능을 내세웠던 비트메인의 지위는 약화될 것입니다.)와 비트코인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대신, BCH를 창시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방어'하는 것이고 로저 비어는 가상화폐가 나아가는데 코어 체제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여 BCH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전적으로 비영리 개발자 집단을 자처하는 코어와 달리, 두 유명인사는 기업들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비트코인보다 BCH의 상업적 도입은 더 유리해 보입니다. BCH의 지지기반 상 중국 쪽이 스타트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의 거래소 금지와 같은 행위들이 BCH를 푸시하기 위한 의도적 후퇴라는 설은 저는 썩 믿지 않습니다. 가상화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흔한 표현이 쓰이지만 저는 이 경우에는 '황금알을 낳지만 주인을 물 수도 있는 거위'라고 생각하거든요. 탈중앙화라는 개념이 말입니다.

 물론 BCH는 비트코인보다 훨씬 소수의 사람이 컨트롤하고 있으므로, 기업 만이 아니라 정부와의 협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경우 BCH는 별로 탈중앙화도 아니고 탈검열도 아니게 되겠지만, 우지 한과 로저 비어는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을 겁니다. 애초에 로저 비어는 비트코인도 코어의 보수성과 담합 때문에 순수한 탈중앙, 탈검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같고 말이죠.

 과연 그런 상업적 성공을 통해 BCH가 0.2BTC를 넘어서 클래스를 올릴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실 협상력이란 점을 제외하면 BCH의 기술적 약점은 비트코인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블럭 사이즈니 송금 방식이니 얘기하지만 결국 원시적인 비트코인과 그걸 조금 개량한 것일 뿐으로, 소위 2,3세대라고 불리는 코인들에 비하면 기능이나 퍼포먼스에서 부족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우위가 컨센서스와 협상력으로 넘지 못할 것은 아니죠. 결국 화폐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신용이니 말입니다.

 현재로썬 BCH의 그림은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는 듯 합니다. BCH가 정말 비트코인을 넘어서는 기축이 될지, 그건 너무 먼 미래이고 지상과제라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계획대로 되어간다면 그런 상황과 때가 올 수도 있지만, 그게 달성되지 않는다고 BCH가 실패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사실 0.2BTC에 정착시키는 것만도 가상화폐 시장의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대성공이고, 여기서 한단계 더 올릴 수 있다면 모두가 꿈꾸던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XX는 달러'의 지위를 확실히 할테니 말이죠.(그럼 라이트코인과 찰리는 좀 불쌍해지겠군요.) 그렇게 비트코인에 근접해 가다가 비트코인이 내부분열과 기술적 문제를 일으키는 시점이 온다면 BCH가 자연스럽게 승계 받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만 그런 상황이 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BCH에도 분명한 취약점이 있습니다. 펌핑 없이 시세가 유지된다는 걸 증명해야 하며, 그게 앞으로 1,2달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은연 중의 펌핑이 들어갈 건 확실해 보이고, 코어 진영의 덤핑 시도 역시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드포크 후로는 관성이 강해진 난이도/채산성 때문에 펌핑과 덤핑으로 흔드는데는 양자 모두 너무 많은 돈과 수고가 듦으로, 저는 코어와 시장 모두 0.2BTC라는 현실은 잠재적으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BCH의 가장 큰 리스크는 혹여나 BCH가 진정 위험에 빠졌을 때, 우지 한이 받쳐주지 않고 포기해버린다면- 일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 민주체제인 비트코인과 BCH의 다른 점이죠. 비트코인도 타격을 받고 쓰러질 수 있으나, 모두가 포기해버리지 않는다면 다시 지탱되고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게 10년 동안 비트코인이 수많은 난관에도 거의 8000불까지 올라갔던 힘입니다. 반대로 BCH는 우지 한이 이게 더이상 재미 볼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내일이라도 바로 버릴 수 있습니다. BCH가 시장에서 완전히 자립하기 전까지는 이건 어쩔 수 없는 우려이자 리스크입니다.

ps.11월 16일 오전 11시 현재, BCH가 0.16BTC까지 하락했습니다. 비트가 상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두고볼 만 합니다. 달러가 기준으로 마지노선은 1000~1050달러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강하게 무너질 경우 급락이 올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중요한 선이라 여기까지 가면 뭔가 반응이 오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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