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혼다/토로로소/르노 슈퍼딜 공식 발표, 그리고 새로운 도미노 효과 by eggry


 이미 이번주 초 거의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드디어 공식 발표입니다.

- 맥라렌은 2018년부터 혼다 파워유닛 대신 르노 파워유닛을 3년 간 사용합니다.
- 토로로소는 2018년부터 르노 파워유닛 대신 혼다 파워유닛을 다년 간 사용합니다.(3년 추정)
-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는 2018년부터 르노에서 활동합니다.(기간, 세부 계약 불명)

 이 모든 딜은 맥라렌이 혼다와 결별하고 싶지만, 맥라렌이 원하는 메르세데스나 페라리 엔진 모두 확보할 가능성이 없다는데서 시작됐습니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 모두 공급대상을 늘리고 싶어하지 않았고, 결국 남는 건 르노였죠. 르노는 현재 3번째 엔진이지만, 일부 트랙에서 레드불이 포디엄권에 충분히 들어가는 걸 생각할 때 맥라렌으로썬 자기들 섀시에 그정도라도 되면 포디엄이라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문제는 르노 역시 엔진 공급량을 늘리기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르노 커스터머 중 하나가 포기해야 했죠. 그리고 그 포기하는 커스터머는 메르세데스/페라리를 얻을 수 없으니 혼다를 써야 했습니다. 사실상 맥라렌과 스왑하게 되는 셈인데, 상위권 팀에선 가망 없지만 토로로소가 그 미끼를 물었습니다. 토로로소 입장에선 사실 그렇게 나쁜 딜도 아닙니다. 일단 혼다의 막강한 자금력에다 공짜 엔진을 얻게 되어 재정적으로 매우 풍성해질테고, 또 모팀인 레드불 입장에선 토로로소에서 테스트 하다가 경쟁력이 좋아지면 인수해서 이름도 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골이 깊어진 르노 대신 워크스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여기까지 오더라도 어디까지나 맥라렌과 토로로소 각자의 결정일 뿐, 혼다/르노와의 계약 중도해지 문제는 남아있었습니다. 맥라렌의 경우 혼다가 철수하기로 했다면 위약금이 없지만, 남기로 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커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세부사항은 아직 불명입니다.) 토로로소 역시 혼다가 그룹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도전이라 생각한다 해도 르노와의 중도해지 문제가 있는데, 르노에선 이를 돈 대신 카를로스 사인츠를 풀어주는 것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니코 휠켄버그는 잘 해주고 있지만 졸리언 팔머는 페이스가 많이 쳐지고, 그나마 괜찮을 땐 이상하게 운이 안 좋아서 르노로써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중하위권 팀에 있는 블루칩이라고 하면 카를로스 사인츠, 에스테반 오콘, 파스칼 베어라인 정도인데, 이 중에서 르노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건 사인츠 정도였죠. 오콘은 포스인디아, 메르세데스에 묶여있고, 파스칼 역시 메르세데스 보이인데 요 근래 모습으로 파스칼의 평가는 데뷔 초기에 비해 좀 떨어진 느낌이긴 합니다. 애초에 엔진공급자라서 엔진 계약으로 딜을 할 수 있고, 경험도 가장 많은 카를로스 사인츠가 르노로써도 최우선이긴 했을 겁니다. 뭐니뭐니해도 그 맥스와 막상막하로 싸웠던 젊은이니 말입니다. 헬무트 마르코의 공식적인 표현은 "빌려주다(Loan)"이긴 한데, 다시 되찾아올 가능성은 계약을 봐야겠죠. 내년이야 상관 없지만 2019년 레드불 엑소더스(이하 참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인츠 옵션을 킵해두고 싶을 겁니다.



 이로써 복잡하기 그지 없는 스왑, 밀어내기 딜은 공식적으로 종료가 됐습니다. 아니, 적어도 지금 단계에선 말이죠. 이 계약이 공식 발표되기 전 나온 소식은 르노가 레드불 엔진공급을 2018년에 조기종료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가서 혼다나 먹어" 라는 거죠. 르노로썬 워크스팀도 운영하는데 레드불, 맥라렌 둘이나 감당하는 건 부담스럽기도 하고(엔진 챔피언십이 있다면 거긴 도움이 되겠지만), 또 레드불과 관계는 르노 뱃지를 달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데다 토로로소-혼다 딜을 한 이유 자체가 결국 레드불-혼다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니 속셈을 다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본래 레드불의 계획은 토로로소에서 혼다를 개발하고 경쟁력이 갖춰지면 레드불로 끌어올리고 르노는 토로로소로 보내버린다는(계약주체 자체는 각 팀이 아니라 '레드불 테크놀러지'이기 때문에 자사 두 팀간의 스왑은 자유도가 있습니다.) 생각이었을테지만, 르노의 요구대로라면 2019년부턴 혼다 파워유닛의 수준과 상관없이 레드불, 토로로소가 모두 혼다를 써야하게 됐습니다. 뭐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든 레드불로썬 내년 동안 혼다가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네요.

 단순히 2019년에 혼다를 써야해서 성적이 걱정인 게 아니라, 2018년으로 다니엘 리카도의 계약이 끝나는데 이미 챔피언십 도전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년엔 챔피언십 경쟁을 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떠날 거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인데 그 상황에 2018년 혼다 상태까지 별로라면 리카도의 선택을 더욱 부추기겠죠. 맥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맥스는 2019년까진 계약이 있지만 올해의 끔찍한 신뢰성 문제 때문에 아버지 요 베르스타펜이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떠들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우엔 2019년에 리카도와 맥스 모두 잃은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게 레드불이죠. 혼다의 성능까지 안 따라주면 정말 중위권 팀으로 추락할 위기입니다.

 더 멀리 나가서, 맥라렌은 일단 르노와 3년 계약을 했지만 르노와 영원히 함께할 것 같진 않습니다. 어차피 르노 워크스가 있는 한 워크스가 지금처럼 성능이 딸려서 레드불 정도 대접을 받을 수는 있어도 결국 워크스가 경쟁력을 갖추면 불리한 입장이 될테니까요. 맥라렌의 노림수는 1) 일단 최소한 엔진에 발목은 안 잡혀서 챔피언십 상금과 스폰서 놓치지 않기 2) 알론소를 (조금이나마) 붙잡아두기일 겁니다.

 이 두가지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데, 알론소가 있어도 머신이 구리면 성능이 안 나오고, 엔진이 괜찮아져도 메르세데스급 깡패 섀시+엔진 콤보가 아닌 이상 어설픈 드라이버론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맥라렌은 혼다와 함께 워크스로 챔피언이 될 꿈은 잠시 버리고, 중상위권에서 기반을 다진 뒤 2021년 새 규정에 새로운 엔진공급자 혹은 자체 엔진으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일 겁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알론소가 2019년에도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사라지는 셈이지만, 알론소 역시 톱팀 시트를 노린다면 2018년은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고, 거기에 맥라렌-르노라면 자기 실력이 건재함을 보여주기엔 그렇게 나쁜 조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는 새로운 엔진 공급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결국 자체 엔진으로 가는 게 장기적으로 나은 길이라고 봅니다. 맥라렌은 더이상 레이싱 팀이 아니라, 페라리와 같이 슈퍼카를 만드는 메뉴펙처러인데 자사 로드카와 연관도 없는 혼다와 파트너십을 한 건 어디까지나 자기들이 F1 엔진을 만들 여력이 없어서 한 선택이라고 봐야겠죠. 혼다와는 이혼으로 끝났고, 르노도 챔피언십을 보장하지 못 하는 상황에 불확실한 새 공급자를 기대하기 보다는 이 참에 정말 제대로 엔진기술을 습득해서 진정한 영국의 페라리가 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물론 직접 엔진을 백지부터 만들어본 적이 없는 맥라렌으로썬 첫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최소한 니 탓이네 네 탓이네 하지 않고 열심히 개선할테니 말입니다.

 한편 레드불은 르노가 계약을 파기한다면 혼다에 물리게 생겼는데[...] 그럼 2020년까지 혼다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줘서 혼다 워크스로써 다시 상위권 재기를 노리든지, 아니면 역시 2021년에 올 수도 있는 새로운 엔진 공급자와 파트너십을 노릴 듯 합니다. 현재로써 가장 운을 띄우고 있는 건 포르쉐이긴 합니다만, 내구레이스에선 깡패였지만 F1에서의 전적은 TAG 브랜드를 썼던(아이러니하게도 레드불도 지금 TAG 브랜딩이지만) 맥라렌 시절 외에는 시원찮은 수준이라 과연 혼다가 고생하는 걸 보고도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레드불이 맥라렌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군요. 혼다 억지로 쓰고 죽쑤면 이번에야말로 혼다 레드불 둘 다 진짜 철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덧글

  • IOTA옹 2017/09/15 22:56 # 답글

    혼다엔진에는 미래가 없어보이는데 레드불이 먹고 체하다가 급사하지나 말았으면 합니다.
    21년에 포르쉐가 진짜 들어와주면 정말 좋을것 같은데....
  • eggry 2017/09/16 16:14 #

    갑자기 애스턴마틴 루머도 도는데 애스턴마틴이 F1 엔진 만들 능력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과거 돌던 애스턴마틴 건은 메르세데스 엔진 받고 리브랜딩 한다는 거 였는데 메르세데스가 엔진 줄 이유가 없으니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 런리쓰일산 2017/09/16 12:07 # 삭제 답글

    이제 마지막 키는 알론소에 달려있네요
    사실 지금 와서 윌리엄스의 오퍼를 받아들인다면 4개팀을 단체로 물먹이는거라 맥라렌에 남아있을거 같습니다
    윌리엄스도 베어라인의 돈줄과 패디로우 영입, 거기다 메르세데스 엔진이라서 패디가 에어로와 패키지세팅 잘해주고 드라이버만 받쳐준다면 재작년처럼 재기할수 있을것 같긴하지만...맥라렌도 섀시에서 떨어지는 팀도 아니고 르노가 5월달부터 내년 pt성능 향상을 위해 이번 시즌 메이저 업데이트가 없을거란 얘길 한걸보면 잔류할거같네요
    관건은 르노가 작년 혼다처럼 엔진출력혁신 설레발이 아니길 빌뿐...
  • eggry 2017/09/16 16:13 #

    알론소로썬 맥라렌이든 윌리엄스든 징검다리일 뿐인데 일부러 이적해서 복잡하게 만들 필요 없겠죠. 윌리엄스가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해도 챔피언십 경쟁자가 되려면 몇년은 걸릴 거 같고 알론소는 그정도 기다릴 여유는 없으니 윌리엄스에 베팅할 만한 가치도 없고...
  • alainprost 2017/09/16 15:56 # 삭제 답글

    이러다 다 떠나고 결국은 포뮬러e가 뜨려나요...
    이제 슬슬 내연기관 최고봉도 lmp1처럼 서서히 사라질 일만 남았으니요.
  • eggry 2017/09/16 16:12 #

    정작 포르쉐는 LMP1 철수하고 갑자기 F1에 관심을 보이니... 속을 모르겠습니다.
  • 알론소 2017/09/18 11:49 # 삭제 답글

    결국 언젠가 멕라렌이 르노엔진 부분 인수 하고 레드불은 토로로소를 혼다에 팔거나 아님 혼다엔진부분을 인수 하지 않을까 생각되요. 이제 자동차 메이커의 관심이 대거 전기차로 넘어가서 최소 멕라렌급의 슈퍼카 메이커가 아니면 F1에 흥미 느끼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구요.
  • eggry 2017/09/18 12:10 #

    르노 F1 엔진부서는 인수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혼다는 일본부서의 비중 때문에 영국 기반 팀에 인수되기는 힘들 듯 합니다. 어쨌든 레드불은 당분간 혼다를 쓰면서 2021년을 기약해야 할 분위기군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9 대표이글루_IT

2017 대표이글루_it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