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 전쟁, 비디오게임, 그리고 '데스스트랜딩' by eggry


Hideo Kojima on War, Video Games and 'Death Stranding'(Rolling Stone)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게임이 필요하다.

 '덩케르크'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영화를 탄생시켰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길 거부하고, 대신 실물 세트와 대규모 엑스트라를 채용함으로써, 크리스토퍼 놀란은 전쟁영화의 구조를 재정립 하였다. 그리고 '덩케르크'는 그때문에 실적이 아주 좋았다. 미국 박스오피스 첫주 1위를 차지하고 2주 동안 지켜내면서 그 기간 동안에만 1억 2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화제작에 있어 기술에의 접근법과 전쟁을 묘사함에 있어 적을 물리치는 것에 의존하길 거부하는 모습은 많은 면에서 '메탈기어'에 대한 나의 방법론을 연상시켰고, 그리고 내 다음 게임이 가고자 하는 곳을 떠올리게 했다.


덩케르크

 '덩케르크'는 2차세계대전 중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대규모 후퇴였던 덩케르크 전투를 담담히 표현한 영화이다. 소재 면에서도 이미 전쟁영화로써 범상한 게 아니다. 독일군을 물리치는 흥분은 찾을 수 없으며(사실 독일군 병사 얼굴도 볼 일이 없다), 그 대신 적에게서 도망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덩케르크'는 대사가 거의 없다. 많은 병사들이 이름이 없으며, 그들의 과거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탈출의 행동을 통해서 관객을 사로잡으며, 서스펜스는 그 가운데서 살아난다. 키튼이나 채플린 영화와 비슷하게 말이다.

 스토리는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육지, 바다, 그리고 하늘. 육지에서, 병사들은 해변에서 구조를 기다린다(그리고 프랑스 병사들도 영국군에 끼여서 탈출하려고 한다). 바다에서, 한 민간인 보트 선장이 해협을 건너 덩케르크 구출을 도우려 한다. 하늘에서, 공군 파일럿들이 구조를 방해하려는 독일군을 붙잡아 둔다. 이 세 파트의 앙상블이 관객을 전쟁터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그 결과 영화는 전쟁의 다른 면을 성공적으로 그려내었으며, 탈출을 승리와 동일선상으로 올려놓았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40만 명의 병사가 이후의 전투가 그들을 전쟁영웅으로 만들기 전 탈출했다는 걸 알게 된다.

 '덩케르크'의 대단한 성공 이후, 첨단기술과 단순한 전투의 승리에 초점을 둔 보통 전쟁영화들은 한물 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덩케르크'가 전투 없이 탈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첫 전쟁영화는 아니다. 1963년작 '대탈주'는 실화에 기반하고 당대 유명인들을 캐스팅해 2차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의 대규모 탈출사건을 묘사하였다. '대탈주'에서 적을 죽이는 것은 답이 아니다. 탈출은 저항의 한 형태였다. 독일 병사들을 혼란시키고, 결국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전술이었던 것이다. '대탈주'는 반전영화였다. '대탈주'를 영감의 하나로써, 나는 '메탈기어(1987)'을 처음 구상하였다.



메탈기어

 과거 여러번 말한 바 있지만, 회사 고위층의 요구는 전쟁게임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하드웨어는 전선에서의 전투를 묘사할 만한 성능이 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전투를 피하고 적 사이로 숨어드는 첫 스텔스 게임, '메탈기어'를 고안했다.

 당시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같이 단순화된 캐릭터 표현과 점프와 달리기라는 2가지 액션만 있는 게임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던 때였다. 1962년 초기 비디오게임 '스페이스워!'는 인간의 형상을 그려낼 수 없어서 대신 쐐기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텅 빈 우주를 날아다녔다. 1970년에 퐁, 스피드레이스, 스페이스인베이더가 나왔고, 비디오게임을 대중화 시켰다. 하지만 핵심 액션은 여전히 단순했다. 그래서 이 단순한 점을 경쟁과 결부시킴으로써 플레이어가 감정적 소득을 얻도록 하였다. 슈팅이든, 레이싱이든, 테니스든, CPU나 실제 사람을 물리치는 경쟁이 핵심이었다. 싸움은 곧 승리를 의미했다. 상세한 내용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마리오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해야할 일은 적을 물리치는 것이었다.

 제한된 게임 하드웨어로 작업할 때는,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그들이 재미를 얻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컨셉은 초기 3D나 VR 게임에도 적용된다.



'덩케르크'

 '덩케르크'의 성공은 전쟁터에 들어와 있다는 묘사를 설득력 있게 해낸 것에 있으며, "탈출" 혹은 다른 말로 "생존" 하려고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분명 전쟁영화 장르에서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다. 여러 영화에서 감독들은 시청자가 무엇을 볼지에 대해 정교한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이런 통제권이 "전투 없는 전쟁영화" 라는 걸작을 몇 만들어 내었다. 근래 생각나는 예로는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들불' 영화판이나, 네메시 라스롤 감독의 '사울의 아들'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이라는 인터렉티브 매체를 이용해 비슷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도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내 30년의 노력이 '메탈기어'였다.

 "반전"과 "반핵"은 메탈기어 시리즈 전체의 꾸준한 메시지였다. 내 부모님 세대는 2차세계대전 중 태어났다. 우리 세대는 그들의 전쟁 경험을 들으며 자랐고, 또한 우리 주변의 영화와 책을 통해 전쟁과 핵무기의 잔혹함과 부조리함을 배웠다. 비디오게임은 "싸움"이나 "경쟁"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매체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반전, 반핵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더 나아가서 그건 필수적이었다. 나는 또 게임이 오직 싸우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메탈기어'의 커버 아트

 '메탈기어', '메탈기어2', '메탈기어솔리드', 그리고 '메탈기어솔리드2'를 거쳐가면서 유저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는 흥미로운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세상은 왜 이런 식인 걸까? 만약 전쟁과 핵무기가 나쁜 것이라면,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 젊은 세대는 이에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MGS3'(2004)에선 이런 딜레마의 근원이 되는 시대를 그리기로 했다. MGS3는 1964년 미국과 소련의 냉전기를 다루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소련이란 형태의 정치체계가 존재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 나는 내 의무가 그들에게 과거를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이 2차세계대전의 동맹이었던 소련과 미국을 적으로 만들고, 상대를 겨냥한 핵무기고를 만들게 하였을까? 적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에서 탄생하였다. 선과 악. 절대선이나 악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플레이어들에게 선과 악의 기준이 변화하던 상황에 흔들리는 캐릭터들의 운명과 생각을 체험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게 '메탈기어'와 '메탈기어2'에서 "옳고 정의로운" 솔리드 스네이크의 "사악한 적'이었던 빅보스를 이야기의 영웅으로 만든 이유였다.



MGS V: 그라운드 제로스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나이트'(2008)에서 정의의 상징이던 배트맨이 고담 시를 위해 악당의 멍애를 뒤집어 쓰는 것을 그려낸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악으로 불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플레이어에게 체험시키고 싶었다.

 'MGS: 피스워커'(2010)은 1974년 코스타리카를 배경으로 했다. 여기서 나는 플레이어들이 군대가 없는 나라에서의 무장세력들과 핵무기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만약 핵무기가 세계를 파괴할 힘이 있다면, 어째서 그들을 억제하지 않는가? '피스워커'의 끝에 영웅 스네이크는 바로 평화를 위해 마더베이스에 핵무기를 보존하기로 결정한다.

 'MGS V: 그라운드 제로스'(2014)에서, '피스워커'에서 만들어진 마더베이스는 적에 의해 파괴되고, 플레이어를 상실과 복수심으로 몰아넣는다. 가차없는 적이 도망칠 곳을 없게 만들며,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몰아넣는다.

 그 뒷얘기인 'MGS V: 팬텀페인'은 그 복수의 실현이다. 플레이어는 병력과 자원을 모아서 군대를 만들며, 핵무기를 자위라는 명목으로 만들어낸다.



MGS V: 팬텀 페인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스로의 복수심과 시리즈의 꾸준한 소재였던 "정의감"이 흔들리게 된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 모드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핵무장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엿다. 내가 아는 한 그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게임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다함께 만들어 낸다는 비할 데 없는 "체험"의 가능성을 핵무기의 창조주인 인류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전쟁과 핵무기에 대항한다는 것이 진정 어떠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플레이어는 처음엔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후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스스로 핵무장을 포기하였다. 그 경험과 과정이 바로 '메탈기어'의 핵심 목표였다.



포스트 메탈기어 게임

 '덩케르크', '대탈주', 그리고 '메탈기어' 이들은 모두 적을 물리치는 게 승리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포스트 메탈기어 게임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대탈주'의 스티브 맥퀸

 다음은 아베 코보의 단편소설 'The Rope'에서 발췌한 것이다.

 "끈과 막대 인류의 가장 오랜 도구이다. 악을 다가오지 못 하게 하기 위한 막대, 좋은 것을 가까이 두기 위한 끈, 이 둘은 인류의 첫 친구였다. 끈과 막대는 인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볼 수 있다."

 초기 비디오 게임 '스페이스워!'가 나온지 55년이 지났지만, 비디오 게임은 아직도 막대를 갖고 플레이들이 치고 박는 원시적인 수준이다. 아직 게이머들은 악을 떨어트리거나 물리치기 위해 막대를 써야 하는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나는 이걸 바꾸고 싶다.

 이젠 인류가 끈을 손에 넣을 때이다. 우리는 경쟁이 아닌 게임, 끈이 플레이어에게 좋은 걸 가져오게 하고 유대를 만들어주는 게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게임이 필요하다. 나의 지금 프로젝트, '데스스트랜딩'은 이 목표를 노리고 있다.



 영화의 등장으로부터 대략 120년이 지났고, 비디오 게임의 탄생에서 59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적을 물리치는 게 목적인 게임의 홍수의 수면위에 있다. 이제 비디오 게임의 '덩케르크', '대탈주'를 이뤄내야 할 때이다. 게임은 매체로써 유니크한 점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다른 종류의 체험을 선사해야 한다. 비디오 게임의 인터랙티브라는 본질이 이 새로운 체험을 영화나 다른 매체가 추구하는 것보다 더 깊이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으며, 이 도전에선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덧글

  • 봉학생군 2017/08/27 01:58 # 답글

    또또 코지마 입털기 시작한다...
  • 그렇죠 2017/08/27 08:05 # 삭제 답글

    입을 털어도 잘 터니까 또 기대를 하게 만들죠
  • 보리차 2017/08/27 10:06 # 답글

    끈이 플레이어에게 좋은 걸 가져오게 하고...라는 대목을 보니 문득 추억의 로프 액션 게임 '우미하라 카와세'가 생각나네요. ( https://www.youtube.com/watch?v=DPM5y86orpY ) 진짜 끈을 말한 게 아니란 건 알지만 ㅋ
  • 나태 2017/08/27 16:11 # 답글

    큰회사 지원없이 얼마나 만들어낼지..
  • 로리 2017/08/27 18:56 # 답글

    뭘 만들고 싶은건지 궁금한..
  • PFN 2017/08/27 21:20 #

    이제까지는 반핵 훈장질을 해왔으니 이젠 반전 훈장질을 하고 싶다는 거겠죠.
    그것이 거장 Kojima Hideo의 말씀이시니 알아서 받들어 모셔야..
  • ㅇㅇ 2017/08/28 17:15 # 삭제 답글

    전쟁의 일면에 대한 표현이라면 이미 하나 있지 않던가요? 스펙옵스 더 라인이라고...뭐 잘 만들면 좋겠지만 최초부심을 부리는 건 좋지 않아보입니다.
  • 라마흐 2017/08/30 00:03 # 삭제

    그게임은 그러기엔 전개가 그냥 슈팅게임이라 그것도 어중간하개 만든거라 오히려 지옥의 묵시록에 가깝죠
  • ㅋㅋㅋㅋㅋㅋ 2017/09/02 02:11 # 삭제

    걔는 게임플레이를 배신하는 내러티브라서... This War of Mine이 더 괜찮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 늅실러 2017/09/02 00:32 # 답글

    다 좋은데 왜 자꾸 로건이랑 덩케르크에 숟갈을 얹는 것인지 의문입네다...!
  • eggry 2017/09/02 08:22 #

    로건이랑 덩케르크 좋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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