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월 위기와 11월 위기, 그리고 BCH by eggry

 3달 전부터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갔다 물린 뒤 손실을 야금야금 매꾸는 중인데, 8월 초의 비트코인 대상승을 먹지 못 해서 배가 아픈 eggry입니다. 이제 큰 문제가 해소되고 한동안은 큰 문제 없지 않겠느냐는 낙관론과 제도금융권의 관심(ETF 편입 등), 지정학적 위기 등이 상승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 이 판의 특성상 정답은 알기가 어렵죠. 블로그엔 글로 적은 적은 없지만 요즘 돌아가는 일에 몇가지 든 생각이 있어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글을 적어봅니다.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지 않는 건 투기적인 얘기를 블로그에 하지 않기 위한 저 스스로의 제한입니다. 어디까지나 IT 글의 일부로써 가상화폐계의 토픽 정도만 슬 생각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8월 위기는 비트코인 개발자 진영인 코어와 채굴진영, 마이너의 의견충돌로 일어났습니다. 코어 진영은 세그윗만을 원하고, 마이너들은 세그윗에 블럭사이즈 증가를 원했죠. 세그윗은 빠른 송금과 수수료 인하를 가져오므로 마이너들이 반대했습니다. 반대로 블럭사이즈 증가는 보안성 감소와 비용증가 때문에 코어가 반대했죠. 하지만 소위 '뉴욕 합의'라고 불리는 결정을 통해 마이너 진영은 세그윗과 블럭사이즈 증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세그윗2X를 선보였습니다. 코어 진영은 여전히 블럭사이즈 증가에 반대하기 때문에, 일정 비율의 동의가 이뤄지면 만장일치가 아니라도 강제 발동되는 User Activated Soft Fork로 세그윗을 추진했습니다.

 사실 8월 위기는 UASF와 세그윗2X의 의견충돌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양측의 세그윗 코드가 호환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큰 버그 없이 해결되었고, 세그윗2X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8월 1일의 UASF는 발동되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세그윗 한다는데는 양쪽이 동의한 것이고 호환에도 문제가 없었으니깐요. 8월 위기의 핵심은 세그윗2X와는 다른 블럭사이즈 증가 운동이 있었으며, 그 운동은 비트메인, 그리고 비트메인의 CEO 우지 한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우지 한은 블럭사이즈 증가의 열렬한 옹호자이며, 세그윗2X의 블럭사이즈 2배 증가는 그의 희망에 비하면 너무 소소한 타협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코어 진영의 세그윗 UASF과 비슷하게, 역시나 일정 지지를 얻으면 강제발동되는 User Activated Hard Fork를 통해 블럭사이즈를 대폭 증가시키는 패를 만졌습니다. 8월의 체인분리 리스크는 이것이 핵심이었으나, 막바지에 우지 한이 UAHF를 철회하고 세그윗2X를 지지하면서 진정되었습니다.

 하지만 UAHF는 발동되지 않았지만 UAHF를 위해 준비되던 '비트코인ABC' 라는 코드는 viaBTC라는 마이닝풀 및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캐시, BCH로써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BCH의 런칭은 무수한 논란을 낳았습니다. 하드포크다, 아니다, 알트다, 아니다... 코드적으로는 BCH는 우지한이 UAHF를 위해 준비하던 그 코인이 맞습니다. 그리고 하드포크도 맞습니다. 다만 UAHF라는 공격적인 형태가 아니라 훨씬 로우프로파일로 말이죠.

 어쨌든 하드포크라 공짜로 받게 된다는 약간의 시장의 반응 외에 BCH는 듣보잡 코인인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우지 한 역시 UAHF를 포기한 뒤 비트코인ABC(BCH)와는 연관이 없으며, viaBTC 역시 투자관계일 뿐 BCH의 런칭을 자신이 사주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믿든 말든 말입니다. UASF와 세그윗2X의 8월 세그윗은 공통된 것이었고, UAHF는 (표면적으로) 철회되었기 때문에 8월 위기는 우지 한이 UAHF를 철회한 시점에서 해소되었습니다. 그 후는 만에 하나에 대한 조심성이었을 뿐이죠.

 하지만 8월 위기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충돌을 유보함으로써 판돈이 더 커진 상태로 11월 위기로 찾아올 참입니다. 8월엔 세그윗에는 동의했고, UAHF가 없었으니 끝났습니다. 하지만 세그윗2X는 11월 블럭사이즈를 2배 증가시키는 하드포크를 전제로 한 합의입니다. 문제는 적지 않은 진영이 블럭사이즈 증가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부터 반대해온 코어는 물론, 8월 위기에선 단순히 UASF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세그윗2X를 받아들였던 거래소들도 블럭사이즈 증가 자체는 반대입니다. 거래소의 인프라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죠.

 코어는 금전문제보다는 비트코인의 자율성, 특히 중국 마이너들이 비트코인을 장악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어는 자신들의 결사항전으로 비트코인이 분열되어 혼란을 초래하고, 시세가 급락하게 되더라도 자신들의 이념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그윗2X 진영 역시 세그윗보다 블럭사이즈 증가가 더 우선임에도 세그윗2X라는 절충안을 낸 것은 어디까지나 타협적인 면모를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둘이 지향하는 바는 여전히 물과 기름 같아서, 실제 의견차가 벌어지는 하드포크가 일어날 11월은 8월처럼 알게 모르게 넘어갈 순 없습니다. 직설적인 대타협 아니면 대분열이 있을 따름입니다.

 여기서 제3의 플레이어가 나타납니다. 사실 그 플레이어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바로 하드포크라는 형태로 알트코인인 양 런칭한 BCH입니다. BCH는 초기의 단타 광풍이 지나가고 급락하면서 이더리움 클래식 같은 듣보코인이 될 거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BCH가 정말 뒤에 어떤 거물도 없는 코인이었다면 그게 맞는 말이갰죠. 이더리움 클래식이 이더리움의 비전과 플랫폼이 없는, 그저 투기용 화폐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BCH는 의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정황들이 있으며, 근래의 상황은 더욱 확신범으로 만들어줍니다.

 어제 자정을 전후로 일어난 BCH 폭등은 웨이크업 콜이었습니다. BCH는 폭락한 시세로는 채굴해봐야 적자였습니다. 하지만 시세가 급등하면서 BCH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의도적인 시세 펌핑이 분명하지만, 실제 가치를 평가하는 게 무리인 가상화폐에서는 펌핑이든 뭐든 시장에 관념이 자리 잡아버리면 그게 진짜가 됩니다. 마이너들이 채산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뛰어들고, 트레이더들이 값을 올려서 사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더이상 펌핑이 아니라 지탱되는 가격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저 BCH의 시장점유에 대한 얘기일 뿐입니다. 11월 하드포크가 없었더라면 말이죠. 비트코인 진영의 충돌은 앞서 말한 견해차 때문에 불가피합니다. 사실 BCH가 없었더라면 11월 위기는 문자 그대로 코어와 마이너의 세계대전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BCH가 제2의 이더리움 클래식이 아닌, 시장에 존재감을 가지는 가격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폭등이 보여줬습니다. 그게 작전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시나리오를 상상해봅시다. 11월이 다가오면서 코어와 세그윗2X 진영의 충돌이 점점 가열됩니다. 하드포크가 된 뒤 코어의 격렬한 저항으로 기존 체인도 살아남아 버립니다. 거래소나 지갑들은 결국 두 비트코인, 편의상 비트코인 코어와 비트코인2X를 동시에 지원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정통성과 마이너의 싸움인데, 거래소나 트레이더들은 정통성 쪽을 들어주게 될 겁니다. 단기적 시세가 어떻게 되든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적자로써 우위에 서고 비트코인2X는 알트코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의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다시 돌아보면, 11월이 다가오면서 비트코인 분열이 확실시되고, 시장은 불안해집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에선 결국 정통성에 의해 승자가 정해지고, 왕좌는 지켜질 것입니다. 8월 위기에서 경험했듯 큰 위기의 극복은 큰 시세상승을 부릅니다. 이미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코어와 비트코인2X의 대결은 10월 폭락이나 11월 폭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BCH가 뛰어들기 전에는 말이죠.

 BCH와는 무관하게 9~10월의 설전과 엄포는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8월 위기의 경험으로 분리되어도 결국 1+1>2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그러나 BCH가 이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코어에 패배할 확률이 높아 보이는 비트코인 2X 대신, 채굴자들은 이미 하드포크 되었고, 이미 대부분의 거래소에 상장까지 되어있는 BCH로 눈을 돌리는 겁니다. 시세도 초기의 저점과 달리 올라서 채산성이 쓸만해 보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BCH가 비트코인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기까지 한다면? 마이너들이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빅 블럭사이즈 코인이 왕좌에 오르는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비트코인 2X의 지지층이 무너짐으로서, 하드포크는 실시되지만 지지 면에서 코어의 압승으로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대신 BCH가 마이너들의 지지를 얻고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비트코인 코어 역시 하드포크와 충돌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상처를 입기 마련입니다. 제3의 위협이 없다면 비트코인 코어의 상처는 비트코인 2X와 핵전쟁을 벌이더라도 정통성과 지지 덕분에 결국 회복돨 수 있을 상처입니다.

  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상처라도 순식간에 세를 불린 BCH가 치고 들어온다면? 아마 가상화폐의 라그나로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비트코인 왕당파와 BCH 반란의 전면전이 벌어지면 코인판 전체를 잡아먹을 불길이기에 확고한 승세가 빨리 드러나지 않는다면 돈이 빠져나가 시장은 급냉각 할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끝장나서 왕권이 확립될 때까지 말이죠. 시장이 냉각되어 플레이어가 줄어든다면 주도권은 더욱 지구력 있는 마이너들에게 넘어가고 BCH가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BCH의 위치는 우지 한의 오리지널 UAHF나 세그윗2X 하드포크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가상화폐계가 여태껏 경험한 바에 따르면,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 한 하드포크는 블럭생성 속도의 취약성 때문에 기존 포크와 제대로 경쟁하기 힘듭니다. 비트코인 코어와 비트코인 2X의 대결은 때문에 비트코인 코어가 훨씬 유리한 거죠. 그리고 거래소와 트레이더들도 정통성을 더 선호합니다. 그러므로 우지 한이 만약 8월에 UAHF를 했다면, 정통성 문제로 아직은 하나인 비트코인에 끔살 당하기 십상이었을 겁니다. 물론 실제로 코인이 사라진다는 건 아니지만, 이 판은 인식이 전부이며 패배자로 낙인 찍히면 산송장이 됩니다.

 하지만 11월은 다릅니다. BCH는 하드포크를 통한 알트코인 런칭이라는 묘한 방법을 통해사 자신이 '잡코인'인 것처럼 속였습니다. 아직 규모나 시세 면에서 비트코인에 미치진 못 하지만, 적당히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BCH를 태어나자마자 죽이는데 실패했습니다. 비트코인의 분열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치야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짜점심을 얻는다는 생각이 트레이더들을 지배했고, 거래소도 트레이더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BCH는 상당수 거래소에 무사히 안착했습니다. 이후 폭락했더라도 말이죠.

 거래소는 세그윗2X에 비용문제로 반대할지 모르지만, 이미 상장된 BCH엔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트레이더들도 BCH는 이미 상장해서 자리잡은 코인이므로, 시세와 거래가 성립한다면 꺼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순수주의자들만 BCH의 불온함을 정의감으로 거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코인 트레이더들의 모조는 이익입니다. 코어와 마이너들의 이념, 이익 싸움 같은 건 알 바 아닙니다. 거래소와 트레이더의 정통성 선호라는 건 어디까지나 과격한 체인분리에 한합니다. 하지만 BCH는 이미 한참 전에 분리된, 별개의 코인이며 순전히 정치력과 시장력으로 비트코인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BCH의 위협이 커지면 코어와 마이너의 대통합도 가능해집니다. BCH라는 트로이목마가 시장에 들어온 이상, 이를 막고 비트코인의 지위를 지켜낸다는 대의 하에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BCH가 11월 전에 지나치게 위협적으로 나온다면, 코어는 블럭사이즈 증가를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비록 코어가 진심으로 세그윗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마이너가 블럭사이즈를 증가하는 대신 세그윗으로 양보하는 제스쳐를 취한 것으로 코어는 자존심은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된 비트코인은 BCH를 어렵지 않게 막아낼 것입니다.

 BCH가 비트코인의 자리를 진정으로 노린다면, 아주 절묘한 힘조절이 필요합니다. 너무 약해서 대안으로 여겨지지 않아서도 안 되고, 너무 세서 비트코인 진영을 규합시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우지 한 입장에선 어떤 결과가 나와도 큰 상관 없습니다. 사실 비트메인이 보유한 비트코인 때문에라도 너무 과격한 쿠데타는 큰 단기손실을 낳기에 한번에 해치우려고 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BCH가 성공한다면 우지 한은 가상화폐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자신에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비트코인의 단결로 왕위 찬탈이 실패하더라도, 블럭사이즈가 증가한다면 대형 마이너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지 한에게 이득이 없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세그윗2X도 지지를 얻지 못 하고, BCH도 '이클화'되서 비트코인 코어가 왕권을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우지 한은 비트코인을 계속 채굴하고, 채굴기들을 팔아먹을 것입니다. 근래 라이트코인 채굴기를 내면서 포트폴리오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설사 비트코인 코어가 완전한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먹지 못 한다는 것일 뿐, 패배는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낮은 확률이지만 만약 BCH가 왕좌를 차지한다면, 나카모토 사토시의 탈중앙화 실험은 결국 한 자본가의 손아귀에 떨어짐으로써 실패로 끝난다는 씁쓸한 결말이 되겠죠.



덧글

  • RuBisCO 2017/08/18 21:48 # 답글

    블록체인을 통한 탈중앙화라는 이상이야 괜찮았는지 모르나 그걸 암호화폐란 형태로 구현한건 그야말로 토법고로죠.
  • 까마귀 2017/08/18 22:38 # 답글

    저도 상반기쯤에 투자할려고 알아봤지만 주식보다 더 살벌해서 안했고 이 결정이 나았다고 봅니다
  • eggry 2017/08/18 22:40 #

    현명합니다 ㅎㅎㅎ
  • 뀰햇밤 2017/08/19 05:59 # 삭제 답글

    평소에 똑똑한 척은 다 하고 다니고 남 무시하는 게 일상이던 사람이 가상 화폐에 뛰어들었다가 실시간으로 꼬라박는 모습을 보며 밥맛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 ZHANITEST 2017/08/19 19:15 #

    고것 참 좋은 소식이군요.
  • 2017/10/11 17:2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ggry 2017/10/11 20:14 #

    지금 상태론 힘들어보이죠. 그동안 한 게 없으니; 버리기로 한 건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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