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9 ~ 4. 8. 간사이 여행기 2부 - 프렌치 레스토랑 루세트 by eggry


2017. 3. 29 ~ 4. 8. 간사이 여행기 0부 - 여행 개요
2017. 3. 29 ~ 4. 8. 간사이 여행기 1부 - 산노미야와 고베 항

 고베항 야경을 구경한 뒤 롯데리아가 아닌 본편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산노미야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위치한 루세트(위치). 프랑스 발음대로라면 흐쎄트에 가까울 거 같지만 가타카나로 루세트라고 적어놨으니 그냥 루세트인 걸로. 까날 님에게 추천받은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고베인지라 고베규 외에는 프렌치가 먹을만 하다고 해서 왔습니다.



 가격은 이정도로, 사실 프렌치 먹어본 적도 없고 해서 런치로 무난하게 가보려 했지만 고베에서 일정이 그리 넉넉치 않아서 저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왕 하는 거 통크게 가자고 1만 3천엔 코스로. 거기에 서비스료가 추가되고 샴페인이나 와인을 마시면 당연히 이것저것 더 들어가게 됩니다. 고베에선 1만엔이 넘는 식사를 두번이나 하게 되는데, 교토권으로 넘어간 뒤에는 2000엔 넘긴 적이 거의 없다는 헝그리한 여행; 숙박도 그렇고 고베가 제일 호화스럽게 보냈네요. 비싼 거 먹긴 했지만 저렴한 것도 많아서 놀고 먹기에는 고베가 가성비 좋은 듯 싶습니다. 오사카는 아마 왠만큼들 맛보셨을 듯도 싶고.




 계단을 내려가면 매장이 있는데, 옆에 다른 식당도 있어서 햇갈리지 않고 잘 들어가셔야...



 매장은 이런 분위기. 저보다 왼쪽으로도 자리가 조금 더 있습니다. 오늘 예약하고 왔는데 시간대에 정말 저 혼자 뿐이어서... 민망한 한편으로 사진 찍으면서 먹기는 좋더군요. 물론 프렌치라고 해도 상류층 대상인 지점은 아니고 일본 음식점들은 사진 찍는데 약간씩 더 관대한 분위기익도 한지라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저만 민망할 뿐일 거 같지만 말이죠. 그렇긴 해도 폰카도 아니고 큼지막한 카메라로 메뉴 나올 때마다 찍는 건 사실 분위기 있는 곳에서 할 만한 짓은 아니죠. 하지만 혼자니까 부끄럽지 않은 걸!



 테이블이 세팅되고 요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유럽에서도 코스를 안 먹어본 건 아니지만 그건 소위 프랑스에서 코스로 쳐주지도 않는, 기본적인 전채/메인/후식 포르뮬(Formule. Menu라고도 부릅니다.)일 뿐이었습니다. 그냥 비스트로나 카페테리아에서 먹어도 그정도는 나오는데 그런데선 도구도 그냥 포크 나이프 1개씩이 떨렁이었죠. 하지만 여긴 본격적인 코스이기 때문에 용도별로 포크와 나이프가 나옵니다. 벌써부터 마구 햇갈리기 시작합니다만, 까날님이 매니저와 아는 분이시고 손님이 한명 뿐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십니다. 번역기용 아이패드도 있는 걸 보면 기본적인 식사나 메뉴, 재료 소개는 가게가 붐비지 않는 한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서비스료 10%를 받으니 사실 거저는 아닙니다마는...



 제일 처음 나온 건 엄청나게 작은 오징어? 꼴뚜기? 요리. 밑에는 야채 외에 조개도 조금 있었던 듯. 프랑스에서의 없는 돈 털어서 저렴하게 먹은 포르뮬에선 전채는 기본적으로 빵이나 샐러드, 소시지였는데 여기서는 해산물부터 만나게 됐습니다. 루세트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육류보다는 해산물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정말 포크로 찍어서 한입에 먹을 정도인데 손가락만한 걸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곰곰히 느껴보니 졸부가 된 듯한 의기양양한 느낌도 들고...



 그 다음으로 나온 건 약간 분식류에 가까운 메뉴들. 왼쪽부터 초콜릿, 미니피자,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새우튀김입니다. 데코레이션이 꽤 장난끼스럽게 되어있네요. 첫 음료는 일단 샴페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화이트 와인 추가했던가... 3달이나 되니 기억이 가물가물;



 새우튀김은 보통 에비카츠 같은 커다란 새우는 아닌데 튀김옷이 뭘로 만든 건지 희안합니다. 가느다란 면 같은 걸로 꽁꽁 싸여있는데... 뭔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이는 그대로 아주 바삭바삭.



 미니피자. 아주 작은 빵에 노마토와 치즈 정도 올려서 만든 건데, 사실 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긴 했습니다. 그냥 치즈 얹어진 빵 정도 느낌? 아마 먹은 것 중에서 제일 인상이 약한 놈인 듯.



 마지막으로 화분 스타일로 데코레이션한 게 재미있는 녀석. 리예트라고 하는 염장고기라는데 흙처럼 검은 알갱이는 올리브. 화분 데코레이션은 귀여운 아이디어긴 한데 모양 상으론 '엄마 저 아저씨 흙 먹어' 가 되어버리는군요 ㅎㅎ



 다음 메뉴는 푸아그라. 오 뭔가 좀 고급스럽게 되어갑니다. 사실 전 지금까지 푸아그라 먹은 적 한번도 없습니다. 3가지 형태로 조리된 푸아그라를 주는데, 맨 왼쪽은 푸아그라를 야키푸딩처럼 만든 것, 가운데는 얼은 푸아그라를 곱게 갈은 것, 마지막은 푸아그라 그대로 빵과 과자에 얹은 것입니다. 푸딩 쪽은 사실 조리가 워낙 많이 됐으니 푸아그라 맛이 어떻다고 얘기할 건 아닌 거 같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기본적인 맛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루와 덩어리의 식감 차이는 있었지만.

 사실 푸아그라는 처음 먹는데다 원래 어떤 맛인지 사전지식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무슨 3대 진미니 동물학대니 하는 얘긴 많이 들었지만) 백지상태로 즐긴 맛이었습니다만... 맛있긴 맛있더군요. 일단 거위간이라는 특성 상 근본적으론 지방덩어리인데, 육류의 지방과 달리 덩어리짐 없이 버터처럼 사르르르 녹는 느낌. 보통 고소하거나 느끼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짠맛 쪽을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고급진 버터를 퍼묵퍼묵 하는 느낌이랄까. 좋은 버터야 빵이나 고기 없이 그냥 먹어도 좋듯 이것도 좋긴 했습니다. 하지만 분량 대비 가격이 비싼 편인데다 요리왕비룡 같은 체험을 한 것은 아니라서 딱히 찾아먹을 식재료는 아닌 듯 하네요. 다른 진미라는 캐비어는 어떤 맛일지 궁금.



 프랑스 본고장 포르뮬에서는 빵이 보통 제일 먼저 나왔는데 여기선 빵이 중간에 나왔습니다. 간츠...아니 검은 덩어리가 바로 빵. 그리고 길쭉한 바 형태가 버터. 버터긴 한데, 벚꽃철이라 그런지 사쿠라 버터라고 합니다. 프렌치 코스가 보통 그렇지만 계절별로 메뉴와 재료가 바뀌는데 지금은 봄이 다가온다고 이렇게 했나보군요.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벚꽃에는 원래 맛이라는 게 없고 향도 일반적인 꽃향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벛꽃맛'이라는 건 보통 딸기맛에 향만 꽃 쪽으로 한 경우입니다. 이쪽은 분홍색 알갱이들이 들어있긴 한데 그게 정말 벚꽃인 거 같진 않고... 일단은 꽃 향은 나는데 버터 자체는 그냥 버터 맛이었습니다. 빵은 색도 검지만 맛은 그냥 평범한 빵. 막 구워 따끈따끈한데 좋은 버터 발라서 먹으니 좋습니다. 역시 전 서민 입맛이라 빵이 제일 편하네요.



 다음으로 나온 건 생선요리. 어느 생선인진 까먹었습니다. 일단 불그스름하긴 한데... 크림소스에 알갱이를 눈처럼 해놨네요. 손가락 만한 크기의 요리에 접시 크기는 피자만한데, 거기에 가끔은 데코레이션이 거의 접시 만하기도 한 프렌츠 코스를 보면 언제나 여백의 미를 느낍니다. 물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적은 양이지만 웨이브로 거의 10회 정도 달려드니 배는 당연히 부르게 되어있습니다.



 갑자기 또 빵이 나왔네요. 이건 우유빵이라고 합니다. 제일 베이직하지만 그만큼 제일 만만하고 입에 맞는...서민입맛이란.



 다음도 해산물입니다. 해산물이긴 한데... 뭐였더라; 하여튼 노란 놈이 조개인가 뭔지 그런 계열이었고 거무스름한 건 버섯입니다. 주변은 당연히 치즈.



 술은 원래 별로 안 먹지만 하나 먹을 때마다 입가심으로 샴페인 마시다보니 어느덧 한잔을 다 비웠습니다. 다음은 화이트 와인으로...비싸니까 아껴서 홀짝홀짝 먹습니다.



 그 다음도 해산물. 이번엔 생선구이입니다. 생선 종류는 아마 농어였던 듯 한데... 솔직히 그냥 생선 자체가 잘 구워져있고 간이 되어있어서 주변의 소스들은 오히려 방해였습니다. 그렇다, 소금맛이 최고인 것이다.



 중간에 갑자기 나이프와 포크를 한가득 들고 나오면서 고르라고 합니다. 아니 이게 뭐시여? 근데 잘 보면 포크랑 나이프의 모양은 같습니다. 그저 손잡이 재질과 색만 다를 뿐. 육류를 먹기 위해서 나오는 포크와 나이프인데 왜 굳이 골라요골라~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재미있긴 했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를 고른 뒤 나온 육류는 미트파이. 고기가 햄버그처럼 잘게 갈려져있는 것일까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덩어리이고 살짝 쫄깃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해산류에 비해 특별히 인상이 남지는 않는군요.



 메인이 끝나고 후식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맛차 무스였던가. 그냥 예상할 수 있듯 맛챠맛에 달달.



 이 분홍색 데스스타 같은 것은? 바로 초콜릿 안에 들어있는 딸기 아이스! 물론 주변 크림 위에 뿌려져 있는 돌같은 알갱이들도 초콜릿입니다.



 딸기 아이스로 디저트는 끝난 걸로 알았는데 왠걸 뭔가 한가지 더 나옵니다. 제대로 들었는지 몰라도 서비스라고 하네요. 손님도 저 한명 뿐이고 소개받고서 왔다고 하니깐 내준 느낌입니다. 빨간 플레이트에 미니 초콜릿, 젤리, 마카롱 같은 스위트들이 얹혀있습니다. 크기는 정말 작아서 다들 성인남성 손가락 한마디 정도입니다. 물론 뿌려놓은 하얀 가루들도 다 달달한... 그나저나 빨간 바탕에 초승달 해놓으니 터키가 생각나는군요.

 이렇게 약 1시간 반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게 됐습니다. 기본 코스료 1만 3천엔에 삼페인 1잔, 와인 1잔, 그리고 서비스료 10%에 세금 10% 해서 총 19,364엔이 나왔는데, 서비스료가 기본 코스료에만 적용되는지 음료 등에도 적용되는지 모르겠어서 음료 가격은 잘 모르겠습니다. 뭐 2잔 해서 2000~3000엔 정도겠죠. 터질 것 같은 포만감과 평소식사 20끼 분량의 돈을 한끼에 썼다난 배덕감을 갖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뭔가 차가 많이 있는 창고같은 게 보이길래 봤더니 택시회사. 밤엔 저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쉬고 있군요.



 나무 썰어다 만든 간판이 재밌어서 봤는데 나고야 코친(닭요리)를 파는 가게인 듯. 나고야는 별로 관광지로 인기있지도 않지만 저는 어째선지 연이 자꾸 닿아서 총 3번이나 감으로써 교토와 타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교토 3번, 나고야 3번, 오사카 2번, 후쿠오카 1번, 그리고 도쿄 0번... 나고야보다 동쪽으로 가본 적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에 일단은 가게 되긴 하지만;



 루세트도 주택가에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가게였는데, 이 구역은 주택 사이사이에 음식점이나 (떠들썩하지 않은) 술집들이 있는 기묘한 동네였습니다.



 훨씬 북적거리는 산노미야 역 인근으로 다가가는 중. 제법 큰 니시무라 커피 가게를 봤습니다. 고베는 커피가 들어온 곳이기도 하지만 니시무라 커피는 사실 1948년에나 생긴 꽤 늦게 생긴 곳. 일본에서 로스팅 커피를 처음으로 판 곳이라나. 물론 지금은 거대한 체인이 되었기 때문에 여기는 그냥 지점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고베 답게 서양풍 창문과 문으로 장식되어 있군요.



 숙소 방향인 이쿠타 로드에선 한블럭 옆인 히가시몬 상점가 쪽으로 내려와서 이쿠타 신사 앞을 지나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상점가는 대체로 문을 닫았지만 아직 (당연히) 영업 중인 주류점. 사케엔 흥미가 없는지라 딱히 살 건 없습니다.



 일본에 왔으니 당연히 편의점에서 푸딩과 아이스, 맥주를 사서 돌아가는데, 꼬치판매를 열심히 영업 중인 채식주의자(?) 베지터 씨.



 여기도 고베규 영업하는 스파이더맨이... 대체 스파이더맨과 고베규의 관계는 뭐란 말인가.



 길 가다 뜬금없이 만난 한글에 당황. 해운대라는 이름의 스낵바인 듯. 왜 해운대인진 음...



 숙소 인근의 닭요리집. 한잔 하면서 먹고 싶었지만 이미 배터지고 피곤해서 패스. 이렇게 바쁜 듯 느긋한 듯 첫날 일정은 끝나고, 둘째날은 북쪽 이인관과 아리마 온천, 롯코산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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