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17 오스트리아 GP 결승 by eggry


 예선에서부터 결말은 거의 예정된 경기이긴 했습니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의 페이스 차이는 매우 근소했고, 결국 예선/스타트/피트전략/사고에 따른 트랙 포지션으로 결정된다는 올해의 패턴이 이번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룰이 아직도 유지된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 최근 몇 경기 동안이 일반적인 트랙이 아니었던 반면 레드불링은 카탈루냐 이후 오랜만에 '전통적인' 레이스 트랙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레드불링은 카탈루냐 같은 올라운드 트랙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직선성능과 고속코너 성능이 강조되는 트랙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도 때문에 엔진에 의한 직선성능 영향이 크게 나타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좋은 소식은 올해는 레드불링에서 처참하게 떨어지는 성능을 보여주는 파워유닛은 없었단 점입니다. 이게 가장 심했던 건 현행규정 첫해인 2014년이었는데, 본래 과급엔진은 고도에 의한 공기밀도 저하를 잘 극복할 수 있지만 페라리와 르노는 터보 용량이 부족해서 다른 트랙에 비해 유달리 처참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는 혼다조차도 그냥 평소 느린 정도 만큼의 격차 밖에 보여주지 않아서 고도 문제는 모두들 잘 대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쁜 소식은 트랙이 타이어 마모가 적은 편이라 울트라/슈퍼소프트를 쓰고서도 1스탑 레이스라는 건데, 그나마 퍼포먼스 격차도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울트라가 조금이나마 더 나을거라는 기대가 없진 않아서, 기어박스 패널티가 확정적인 해밀턴은 슈퍼소프트로 출발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승에서 울트라소프트가 그렇게 큰 이득을 보여주진 못 했습니다. 물론 해밀턴은 무난하게 잡아내었지만, 키미와 선두 드라이버의 페이스 차이를 생각하면 해밀턴이 타이어 덕을 봤다고 보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1스탑 레이스에 타이어 퍼포먼스 차에 의한 불확실성도 기대할 수 없어서 거의 예상대로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어쨌든 보타스는 환상적인 스타트로 선두를 고수했고, 거의 마지막 두어랩까지 베텔의 도전을 받지 않았습니다. 보타스의 스타트는 너무 대단해서 베텔이 점프스타트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지만,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라이트가 꺼지고 0.201초 뒤 출발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두어랩 동안 베텔이 빠르게 쫒아오기 시작했고, 이는 메르세데스의 타이어 관리 능력이 조금이나마 페라리보다 떨어지는 탓으로 보입니다만... 어쨌든 트랙 포지션에서 앞인 이상 추월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베텔이 보타스를 꾸준히 푸시해서 타이어를 빨아먹지 못 하고 후반부에야 따라갈 수 있었다는 건 페라리의 레이스 페이스가 히든카드가 될 정도는 안 된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보타스와 베텔은 거의 둘만의 리그였고, 해밀턴은 3위였던 예선순위에서 기어박스 패널티로 8위로 출발했는데 사실 4위면 선전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위가 리카도였다는 걸 생각하면 극후반에 이르기 전까지 제대로 리카도를 따라잡지 못 했던 건 우려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마치 러시아, 모나코에서 있었던 듯한 슬럼프가 다시 나타난 느낌인데, 이런 문제가 있을 땐 언제나 해밀턴이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오스트리아에서 보타스가 우승할 동안 해밀턴은 썩 개운찮은 모습을 보였고 모나코에선 둘 다 나빴지만 해밀턴이 더 안 좋았죠.

 이런 해밀턴의 기복은 챔피언십 경쟁 면에서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페라리 전체가 밀리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베텔 그 자신은 확고하게 키미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고, 사고가 나거나 한 게 아니면 포디엄엔 거의 반드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반면 해밀턴은 그보다 낮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고, 그게 WDC 경쟁에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타스가 두번째 우승을 올리면서 베텔과 해밀턴의 격차보다 해밀턴과 보타스의 격차가 더 좁아졌습니다. 만약 보타스가 한두번 정도 더 우승한다면 확실한 쓰리호스 레이스로 확대될 우려도 있습니다. 퍼포먼스 격차가 지금처럼 적은 상태에서 안그래도 절박한 해밀턴의 포인트를 보타스가 깎아먹기까지 한다면...

 WDC는 아직 한치 앞을 알 수가 없군요. WCC에서는 키미가 계속 메르세데스보다 높은 포인트를 못 내면서 메르세데스가 앞서가고는 있습니다만.



덧글

  • IOTA옹 2017/07/09 23:35 # 답글

    베텔의 꾸준함이 참 놀랍습니다.
    라이코넨도 꾸준히 3-4등정도만이라도 해줘야 할텐데...
  • ㅇㅇㅇㅇ 2017/07/09 23:39 # 삭제 답글

    페라리는 아직 폭탄처럼 쌓이고 있는 페널티를 생각하면 오늘 키미가 제 역할을 해 줬어야 했는데... 레이스만 되면 키미의 불만 라디오를 꼭 들을 수 있을 정도인데 차가 안 맞는건지 뭐가 문제인지. 모나코 보고 부활인 줄 알았는데 영 안 좋네요. 덕분에 페라리는 오늘 키미 페이스 안 좋으니까 대놓고 보타스 디펜스로 썼는데 거의 막지도 못하고.

    페라리는 오일 누유인지 뭔가로 보류했던 새 엔진 문제없이 쓴 건 다행이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키미가 베텔보다 뒤질 수는 있어도 바로 뒤에는 붙어있을 정도의 페이스가 필요할 것 같아요.
  • ㅇㅇㅇㅇ 2017/07/09 23:40 # 삭제 답글

    그건 그렇고, 정말 이러다가 보타스가 WDC 먹으면 ㅋㅋㅋ
  • 34 2017/07/10 10:10 # 삭제 답글

    팀에이트 둘이 비슷한 상황이면 항상 상대 드라이버가 우승했던 진리가 있어서리...
    챔프는 베텔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보타스 해밀턴은 트랙별로 약점이 두드러지는것 또한 문제가 크구요.
  • ㄹㅇㄹㅇ 2017/07/11 12:40 # 삭제 답글

    키미는 레이스 스타트 하면서 보타스 한테 먹히는 바람에 레이스 포기한 게 벌써 두 번이나 있었죠.
    카탈루냐와 바쿠에서.... 그게 아니었으면 4위 정도일텐데...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