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 MCU이되 MCU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by eggry


(영통 메가박스 MX관 3D ATMOS 시청)

 스파이더맨의 MCU 편입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엑스맨과 마찬가지로 스파이더맨 영화의 권리는 지금에 와서는 터무니 없을 만큼 소니에 유리하게 되어있었고, 마블이 판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보였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이어가지 못 하고 스파이더맨이 애물단지가 된 상황에서도 권리문제는 여전히 소니에게 더 유리했습니다. 다행히도 소니는 스파이더맨으로 뭘 해야할지 돌파구를 찾지 못 하고 있었고, 마블과 극적인 타협이 이뤄집니다. 시간은 마블의 편이었지만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최대한 빨리 활용하고 싶었기에 궁지에 몰린 소니와 적절한 윈윈 협상이 이뤄집니다. MCU 스파이더맨이 만들어지되, 권리 그 자체는 소니가 가지며 스핀오프 등의 권리도 여전히 가지도록 말이죠. 원주인에 대한 임대라고나 할까요.

 비록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각각 3편과 2편에서 더 이어가지 못 하고 맥이 끊어져야 했지만,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를 그려내는데 있어서 만큼은 둘 다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했습니다. 특히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배트맨과 로빈'[...]에 의해 초토화 되어 몇년간 씨가 말랐던 슈퍼히어로무비 재기의 선봉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푼돈 등쳐먹는('배트맨과 로빈!') 싸구려 영화가 아니라 버젓한 블록버스터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증거물이 되었습니다.

 다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출발해 성공을 거둔 후, 더 강화된 '스파이더맨2'는 지금도 히어로무비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영화가 넘어야 할 영원한 산이기도 하죠. 불행히도 이후 3작품은 스파이디라는 캐릭터 묘사 자체와는 별개로 작품의 수준과 흥행은 썩 시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침내 "'스파이더맨2'에 버금가는" 이라고 칭할 만한 수준을 보여준 듯 합니다. 그래도 '스파이더맨2'를 넘을 순 없습니다. 그건 저에게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것이니까요. 상대적으로 빈손으로 출발한 고전에 대한 존중도 있고요. 가령 '앤트맨'은 종합적으로 '아이언맨'보다 나은 영화이지만, '아이언맨'은 그 시기에 그렇게 나왔으며 MCU 프랜차이즈의 주춧돌이란 점에서 결국 더 위에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될 때는 토니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 자주 내비쳐서 단독영화를 망치지 않을까가 걱정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CU의 간섭은 딱 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이미 두명의 제법 다른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을 접한 시점에서, 또다른 피터와 스파이디에 적응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촐싹이에 결국 정을 못 붙이는 사람들도 있겠고, '시빌워' 때부터 별로 개의치 않던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아지는 쪽이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 적응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제로 성장해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MCU로 새로이 돌아온 스파이더맨은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에 이어 세번째 피터 파커, 톰 홀랜드를 맞이하게 됩니다. 스파이더맨을 조금이라도 빨리 MCU에 편입시키고 싶다는 욕심 덕분에 이미 '캡팀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데뷔를 치룬 3대 스파이디의 첫인상은 저로써는 좋다고는 하기 힘들었습니다. 슈트 디자인이나 액션은 좋았지만 너무 촐싹대고 말 많은 애인데다, 그 애를 무기로 써먹는 토니 스타크 덕분에 더 정나미가 떨어졌죠. 저는 여전히 피터 파커는 진지해서 고생하는 캐릭터가 더 맞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토비 맥과이어가 아직은 최고의 피터 파커입니다. 앤드류 가필드의 청춘스타 같은 모습도 나쁘지야 않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촐싹대는 히든카드가 아니라 버젓히 자신의 영화를 갖게된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는 '시빌워'에서 보여줬던 것보다는 확실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빌워'와 연관되는 인트로 파트의 촐싹댐은 '시빌워'에서 촐싹거림에 질린 이들에게 다시금 진저리치게 만들테지만, 다행히도 영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촐싹거림과 오바는 줄어들며 점점 무게와 깊이를 가지게 됩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진지한 면모와 앤드류 가필드의 요즘 젊은이 같은 느낌이 뒤죽박죽된 듯도 하지만, 그게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전 두 시리즈에서 '당연하게도' 비중있게 다뤄진 벤 숙부의 죽음은 '홈커밍'에서는 비중있게 그려지지 않고, 그에 따라 피터도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없었던 일인양 지워버리는 건 아닙니다. 벤의 그림자는 피터와 메이 숙모의 관계, 그리고 삶에 분명히 흔적을 남기고 있으며 그게 이 피터 파커가 그저 날라리 10대 만은 아니라는 깊이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수다쟁이나 촐싹거림은 이전 실사화보다 어린 연령대로 설정되었음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건 아닙니다. 작중에서도 조금씩 진정된 것처럼, 나이가 먹으면서 바뀌는 모습이 그려질지 궁금하군요. 배우의 나이로 볼 때 해리포터처럼 배우와 배역이 같이 나이먹어 가는 스타일이 될텐데,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홈커밍'의 스파이더맨과 벌쳐의 대결구도 자체는 고전적인 히어로와 악당의 레퍼토리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벌쳐는 히어로물 첫 작품의 악당 답게, 그렇게 크게 대의적이거나 스케일이 크지 않은 소박한 악당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에게는 이정도가 딱 적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린 고블린보다는 적절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파이더맨과 벌쳐의 액션도 블록버스터 영화로써 모자람 없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

 '홈커밍'에서 실제로 중요하며 높게 평가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인간적인 부분입니다. 학교 친구들, 토니 스타크, 그리고 심지어 벌쳐에 이르기까지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 활동과 학교생활에 있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도전받습니다. '홈커밍'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영화와 달리 거미에 물려 능력을 갖게 되는 과정은 그리지 않지만, 그리고 벤 파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유치한 영웅놀이에 심취한 아이가 제법 의젓한(어엿한이라고까진 아직ㅋㅋ) 영웅으로 내적 성장을 해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는 상처와 아픔이 없을 수 없으며, 성장통은 '홈커밍'이 다른 MCU 영화들에 비해 단연 두드러지는 부분입니다. 꽤 빈번하게 등장하는 아이언맨과 어벤저스와 관련된 조직이나 떡밥들, 스파이더맨 슈트 자체가 토니가 제공한 파워풀한 고급 슈트라는 점 등, '홈커밍'은 MCU 세계관과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우러지고 있음에도 MCU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에서도 그다지 마블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홈커밍'의 대단한 미덕이라고 생각하는데, MCU 영화들이 세계관 연관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폴리싱에 집중하면서 날선 모습들이 사라지고 너무 매끈하고 데면데면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히어로와 사람들의 고난과 고통은 별로 아프게 느껴지지 않게 됐습니다. 그에 반해 '홈커밍'은 좀 더 날것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이전 스파이더맨 두 시리즈와 크게 달라보이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디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일맥상통하는 코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블 제작이건만 오히려 소니 스파이더맨과 더 공유되는 면이 많게 느껴집니다.

 '홈커밍'의 에필로그는 그런 MCU이되 MCU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미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벤저스에 공식적으로 소속되길 거부하고, 좀 더 '친절한 이웃' 역할에 힘쓰겠다는 피터의 선택은 이번 스파이더맨이 '홈커밍'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어벤저스 영화의 부품으로 전락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줍니다. MCU 스파이더맨의 출발이 토니 스타크의 꼬붕이었음을 생각하면 참 잘된 일입니다.

ps.'퍼스트 어벤저'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프로파간다 스타로써의 면모도 즐겼던 이라면, 캡틴의 카메오 씬에 아주 즐거울 겁니다.

ps2.3D 효과는 괜찮은 편이지만 선명도 등의 문제로 2D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덧글

  • 나이브스 2017/07/05 23:08 # 답글

    DC의 선배가 마블 애송이를 상대하는 이야기...
  • dddd 2017/07/05 23:26 # 삭제 답글

    오랜만에 괜찮게 나온 것 같고 피터 파커 묘사는 가장 원작스럽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이야기의 질적 측면이나 대본, 액션의 근사함(다들 스파이더맨 영화가 와이드스크린에서 그렇게 근사하게 뽑힌 걸 신기해했었죠), 빌런 측면에서 모두 다 샘 레이미의 2편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너무 귀여웠어요. 젊은 사람들 취향에 딱일듯. 아이언맨하고 이어지는 슈트빨도 신박했다는...(이제 더 이상 가난에 찌든 스파이디가 아니다 으으)
  • dddd 2017/07/05 23:33 # 삭제 답글

    그리고 좀 정치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MJ도 그렇고 여러 곳에 반영된 인종다양성은 괜찮았어요. 커스틴 던스트는 전반적으로 좋았는데 잡혀가는 여주인공 역할이 반복되는 게 좀... 그랬고 엠마 스톤은 너무 화려해서 약간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번 MJ는 좀 특이해 보이는 게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
  • eggry 2017/07/05 23:40 #

    인종다양성적 부분도 다른 MCU보다는 샘 레이미 스파이디에 가까운 느낌이었죠. 뉴 MJ는 엣지한게 게 완전 취향입니다.
  • 나그네 2017/07/08 20:26 # 삭제 답글

    재밌게 봤습니다. 설정과 캐릭터 극흐름 모두 맞춤정장처럼 딱 맞춘 느낌이더군요
  • alainprost 2017/07/09 12:18 # 삭제 답글

    앞으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소니 스파이더맨처럼 mcu스파이더맨도 무게감 있는 모습을 담아내길 기대해 봅니다. 인피티니티 워에서 왠지 토니가 스파이더맨 구하고 죽을거 같은 느낌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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