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 너무나 무난한 by eggry


 넷플릭스 영화로써 멀티플렉스 보이콧 등 화재를 불러일으켰던 '옥자'. 현재 극장가를 장악 중인 영화들이 워낙 문제작인지라 더욱 극장들의 보이콧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영화들이 영 시원찮아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긴 하지만, '옥자' 자체도 거의 모든 면에서 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전자조작 돼지로 공장제 도축을 하는 다국적 기업, 동물해방전선, 그리고 옥자의 친구인 미자까지. 등장인물상만 파악하면 모든 내용이 다 예측 가능합니다. 그나마 조금 벗어나는 거라곤 주제의식을 강조하려는 듯한 후반부 도축공장과 마지막 '딜'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얘기하는 것 치고는, 그리고 도축공장을 보여준 것 치고는 눈을 돌리는 것이 결론이라는 점은 메타적으로는 의미있습니다만(도축공장에 충격적인 인상을 받더라도, 관객 대부분은 곧 잊고 고기를 잘 먹을 것입니다), 작품 그 자체로써는 너무 미온적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동물해방전선도, 미자도, 다국적 기업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고 칠 수 있는 몸부림의 한계도 명확하긴 하지만... 현실타협적인 결론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영화 내용 면에서는 별로 특출난 인상을 받지 못 했고,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나 업계 이슈 면에서 더 흥미가 갔던 영화이긴 합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 상영 문제는 딱히 얘기할 거린 없고, 기술적인 쪽으로 옥자는 꽤나 신경을 쓴 물건입니다. 레버넌트에도 쓰였던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그 결과는 많은 장면에서 깔끔하고 훌륭한 비주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필름은 못 썼지만 필름만큼 좋은 디지털카메라' 라는 얘기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옥자'는 정말 모범적으로 훌륭한 디지털카메라의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옥자'는 아주 디지털의 모범인 영화이니, 이제 필름성애질 좀 이제 그만했음 싶네요. 그런데 저기 바다 건너의 또다른 필름성애자께서 자기 소유의 영화관에서 옥자를 35mm 필름으로 상영하겠다네요? 최고의 디지털캠으로 찍은 디지털편집된 영화를 굳이 필름으로 뽑아서 상영하는 게 대체 뭐하자는 짓인진 모를 일입니다. 필름애호가 짓도 정도가 있지요 허허.

 촬영장비 외에도 배급기술 면에서도 흥미로운 점들이 있습니다. 돌비비전과 돌비애트모스에 모두 대응하며, 특히 스트리밍으로 돌비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첫 영화라고 합니다. 적어도 넷플릭스에서는 처음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지원하고 배급한 만큼, 넷플릭스와 관계가 돈독한 편인 돌비와도 기술을 보조 맞추려고 신경쓴 티가 납니다. 물론 전 돌비비전 디스플레이도, 애트모스 오디오도 없기 때문에 그 수준을 체험할 순 없었지만 말이죠. 근데 사용된 포맷은 둘째치고 대사 크기가 좀 들쭉날쭉해서 신경쓰이더군요.

 기술적 훌륭함과 업계 이슈에 비해서 영화 자체는 그냥 그랬던 '옥자'였습니다.



덧글

  • 엔델트 2017/07/01 18:51 # 삭제 답글

    필름은 사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특유의 질감 때문에 고집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조명을 받는 스타일도 차이가 나고...
  • ㅠㅠㅠㅠ 2017/07/02 10:55 # 삭제

    근데 요즘 디지털은 필름룩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는 게 가능해서... 알렉사 같은 경우는 노출 쪽에서도 필름 다루는 거랑 별 차이가 없기도 하구요.
  • 엔델트 2017/07/08 02:38 # 삭제

    뭐 그렇긴 해요. 얼마 전에 영화 얼라이드를 봤는데, 레드웨폰 디지털 캬메라로 찍었지만 화면의 때깔은 필름영화의 그 느낌 그대로더라구요. 이젠 정말 필름이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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