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17 아제르바이잔 GP 결승 by eggry


 올해 르망의 미친 경기에 자극받은 건지 F1도 미쳐버리기로 했나봅니다. 중반까지만 해도 무난한 메르세데스의 우위에 해밀턴의 우승이 확정적이었는데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이상한 일은 다 일어난 경기였습니다. 첫 랩에서 사고로 피트인 하느라 뒤로 밀려난 리카도와 보타스가 최종순위는 제일 높다는 점이 이 경기가 얼마나 미쳤는지 증명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3위의 랜스 스트롤은 어떻고요.

 세이프티카와 리타이어가 많이 발생하면서 중위권 순위가 흔들렸던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경기를 가장 크게 흔든 건 트랙에 대량의 데브리가 나오는 바람에 레드플래그가 나온 후였습니다. 그전 SC에서 베텔이 성급하게 굴다 해밀턴과 접촉을 했고, 사고 조사를 들어갔죠.

 하지만 베텔의 패널티보다 먼저 나온 건 해밀턴의 헤드레스트가 고정되지 않고 들썩거리는 문제. 해밀턴은 직선에서 손으로 누르면서 버텼지만,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지라 강제로 피트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덕트테이프로 억지로 고치고 나오면서 순위가 쳐진 해밀턴. 우승은 물건너갔고 베텔이 우승하는가 생각했더니 바로 전 SC에서 접촉으로 베텔이 10초 스톱고 패널티를 받으면서 상황이 뒤바뀝니다. 해밀턴이 더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상황이었지만, 트래픽 때문에 베텔이 앞으로 나왔고 끝까지 순위는 엎지 못 했습니다.

 보타스-베텔-해밀턴의 기차가 이어지는 와중에 선두는 리카도가 차지했고, SC 및 레드플래그 덕분에 피트스탑을 한번 덜 가져간 랜스 스트롤이 2위로 달리는 미친 상황이 되었습니다. 보타스가 전력으로 쫒아갔지만 추월까지 하긴 쉽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메르세데스의 우월한 직선속도(상대도 메르세데스 파워인 윌리엄스지만!)를 이용해 마지막 랩 스트레이트에서 피니시라인을 넘기 전 추월하면서 2위를 해냈습니다. 보타스와 스트롤의 격차는 겨우 0.105초.

 보타스와 스트롤 중 누가 2위가 되든 베텔, 해밀턴이 포디엄 올라갈 가능성은 없었고 결국 4,5위로 마치게 됩니다. 베텔로써는 해밀턴의 우승이 확실시되던 경기에 포인트 손실은 커녕 2포인트나마 벌렸다는 점이 위안이긴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다시 큰 격차로 벌려낼 기회를 날려버린 건 참담한 일입니다. 해밀턴의 불운, 베텔의 실수 덕분에 결국 챔피언십 경쟁에는 큰 변화는 없게 됐습니다.

 오늘의 가장 큰 이변은 역시 랜스 스트롤일 겁니다. 프리시즌 테스트부터 포함해 참가하는 세션 중 절반은 사고를 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사고뭉치에 제2의 이데 유지인가 싶을 정도였던 스트롤이 지난번 그랑프리이자 홈인 캐나다에서 사고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첫 포인트를 획득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건지 바쿠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예선에서 처음으로 마사에 이기는 등, 결승 전부터 나아진 모습이었는데 이변이 겹치는 가운데 마지막에 순위를 잃긴 했지만 3위로 생애 두번째 포인트를 첫 포디엄으로 장식했습니다. 뭐 그렇긴 해도 여전히 스트롤이 미들급 드라이버 이상의 재능이 있다곤 생각 안 합니다마는...

 그 외에 눈에 띄는 순위로는 Q2도 진출 못 해서 19위로 출발한 알론소가 무수한 리타이어와 사고 속에 9위까지 오르며 맥라렌-혼다의 올시즌 첫 포인트를 획득한 것. 작년엔 이미 이 시점에서 포인트는 높은 확률로 얻는 수준이었음을 생각하면 암담한 퇴보입니다. 포스인디아는 전반에 선두권 드라이버들을 위협하는 수준이었지만 오콘과 페레즈가 접촉사고를 내면서 큰 포인트를 날려먹었습니다. 페레즈는 리타이어, 오콘은 6위로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 됐습니다. 그 와중에 이정도 포인트를 얻을 리 없는 케빈이 7위 한 것이나 사인츠가 무난하게 9위를 한 정도가 눈에 띄는군요. 사실상 꼴지팀인 자우버의 베를라인도 마지막 포인트를 가져갔습니다.

 어쨌든 베텔이 한순위 앞선 건 사실이라 WDC 격차는 14포인트로 약간 더 벌어진 상황. 해밀턴 강세였던 아제르바이잔인지라 일단 베텔에겐 나쁘지 않은 결과이지만 메르세데스가 슬슬 문제점을 해결하는 기미가 보이는 건 안 좋은 소식입니다. 타이어 웜업과 셋업이 제대로 된다는 전제 하에 토토 볼프 말대로 메르세데스가 페라리보다 더 빠르다고 봐야할 듯 합니다. 물론 페라리는 아직까지 슬럼프에 빠지는 트랙이 없었고, 메르세데스도 완전히 해결됐다곤 할 수 없고(FP까지만 해도 해밀턴이 헤매는 느낌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페라리와 달리 보타스와 성적을 갈라먹는 상황이라 WDC는 성능우열이 확실히 자리잡지 않는 한은 정말 가볼데까지 가볼 분위기입니다.

 컨스트럭터에서는 키미가 리타이어 하고 메르세데스가 더블피니시 하면서 격차를 더 벌렸습니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의 격차는 24포인트로, 팽팽판 챔피언십 경쟁에선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역시 키미가 베텔 만큼 기록이 안 나오는 점, 거기다 운이나 전략조차도 밀린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 싶습니다. 덕분에 WDC에서는 베텔이 확실한 넘버원으로 푸시받을 듯 하므로 베텔에겐 좋은 소식이지만 일단 10년 만의 WDC라도 해내면 페라리의 관심은 WCC로 넘어갈텐데, 과연 누구를 짝을 맞춰야 메르세데스 듀오에 대항할 수 있을지 고민이 심할 듯 합니다.

 키미의 은퇴는 절반 정도 기정사실이라고 봐도 되는데, 리카도, 맥스는 2018년까지 락다운 되어있고 검증된 드라이버 중에는 알론소 정도 뿐인 상황이군요. 하지만 페라리와 알론소의 개운찮은 결별을 생각하면 키미의 복귀가 있었다곤 해도 가능성 낮아 보입니다. 아직 우승해보지 못한 유망주 중에는 니코 휠켄버그나 로망 그로장 정도가 생각나지만 헐크는 르노와 장기계약, 그로장은 2013년 검토대상이 된 뒤로 페라리가 흥미를 잃었다는 소문.(특히 최근 하스에서의 모습은 썩 만족스럽진 않고) 그 외엔 사인츠 정도인데 WCC를 노린다면 사인츠도 논외겠죠. 정말 알론소가 페라리 복귀한다면 재밌긴 할테지만...

ps.연이은 사고로 리타이어 할 것 같던 키미가 레드플래그 후 깜짝복귀한 건 재미있었지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진 모르겠네요; 어차피 2랩 이상 뒤쳐진 상태이고 결국 머신 트러블로 리타이어 했습니다만.



덧글

  • ㅁㄴㅇㄹ 2017/06/26 02:08 # 삭제 답글

    베텔은 충돌까지는 쌍방과실? 이라고 쳐도 그 뒤에 보복운전은 고의로 저지른 일이니... (페널티가 그 보복운전에 부여된 거 맞죠?) 누구 말따나 이 포인트는 시즌 막판에 생각날 수도 있죠. 거의 10포인트 이상을 손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WCC는 박빙이었는데 키미고 베텔이고 운(...)이 증발하면서 그냥 갑자기 쭉쭉 밀리네요.
  • eggry 2017/06/26 14:51 #

    이것이 페라리의 팔자...
  • IOTA옹 2017/06/26 10:51 # 답글

    페라리를 응원하는 입장으로선 환장할 경기였습니다.

    베텔은 그 욱하는 성질좀 죽였으면 싶고.. 해밀턴이 브레이크를 밟았든 안 밟았든 일부러든 아니든 굳이 그시점에서 항의를 그런식으로 하는건 옳지못하다고 보여집니다.

    드라이버 챔피언쉽이야 방어한셈이지만 컨스트럭터는 망 수준에다가 키미 연장계약에 암운이 드리우는거 같군요. 최근 키미 폼이 좀 올라오는거 같은데 꼭 뭔가 찬물 들이부으는 느낌으로 망을 타니 답답합니다.
    키미팬으로서 키미가 위험한 주행을 하는것도 아닌데 왜 불운은 언제나 키미를 찾아오는가 싶기도 하고
    키미가 올시즌 스타트 사고 몇개만 없었어도 지금보다 성적이 좋았을거 같은데...
  • eggry 2017/06/26 14:53 #

    텔레메트리로 브레이크 테스트 했다는 증거가 없다 하니... 그리고 왠만한 경우엔 후방과실이니 말이죠. 페라리도 올해 컨스트럭터엔 큰 희망은 안 걸 듯 합니다. 듀오가 꾸준히 해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성능이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일단은 WDC 만들기에 집중할 듯 하네요. 하지만 올해 WDC 따면 초점이 바뀔텐데...

    키미는 로터스 시절엔 요상할 정도로 운수가 좋더니 페라리 온 뒤로는 영... 작년 후반엔 괜찮았는데 베텔이 다시 기가 살아나니 또 이러는군요. 압박같은 건 전혀 아닐텐데 페라리 운수 총량 보존의 법칙인지.
  • IOTA옹 2017/06/26 17:12 #

    그냥 과거 맥라렌시절 생각해보면 그냥 키미가 원래 불운한거 같기도 해요 ㅜㅠ
  • 루키스트롤 2017/06/26 19:10 # 삭제 답글

    토토 말은 신뢰할수 없는게 퀄리에서 가장 빠른건 인정하지만

    실제 레이스에 들어가서는 초반에는 막스가 패랩찍고
    후반에는 베텔이 패랩찍고

    해밀턴이 예선에서 그렇게 빨랐으면 베텔은 무난히 추월했어야 되는데
    오히려 구형엔진으로 바꾼 페라리 레이스가 더 빠르더라구요.
  • eggry 2017/06/26 19:29 #

    예선에 비해 레이스에서 페라리가 나아지고 메르세데스가 떨어지는 건 맞습니다. 근데 절대 레이스 페이스가 페라리가 더 낫다고 단정짓엔 헤드레스트 문제 전에는 베텔이 해밀턴에 제대로 도전 못 한 것도 맞죠. 후반부엔 트래픽과 DRS를 서로 쓰는 등 변수가 많았고...트랙 특성도 있는데 일단 바쿠에선 메르세데스가 페라리를 쉽게 추월 못 할 정도만 빠르다고 봅니다.
  • 루키스트롤 2017/06/26 19:23 # 삭제

    일단 전 다음 그랑프리에서 페라리 신형엔진을 보고싶네요.

    테스트에서 관계자 모두 놀랄 정도였다는데
    정작 바쿠에선 구경도 못했으니 키미는 초반에 망해버렸고요. 레드불링에서 확인이 가능할듯요
  • eggry 2017/06/26 19:31 #

    올해 혼다 외의 엔진 업그레이드가 눈에 띄는 변화를 낼거란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르노도 이미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올해엔 별 기대하지 말라고 할 정도이니... 이젠 신뢰성을 높여서 고성능 모드로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초점이라는데, 메르세데스가 아직 페라리에 갖고 있는 우위인 예선 부스트를 좀 가져온다면 나아질 수도 있겠죠. 결승에선 큰 변화는 없으리라 보입니다.
  • 루키스트롤 2017/06/26 19:34 # 삭제 답글

    페라리 팬포럼과 가제타 같은 이태리 지역신문사는 0.5초까지 보고있으니 일단 레드불링 가봐야겠지요.
    정확한 정보는 누구도 모르니 2주후가 기다려 집니다.
  • 전성득 2017/06/27 03:49 # 삭제 답글

    이글루님 안녕하세요ㅎㅎ
    저 다름이 아니라 구글링중 예전에 건담가조립제품 판매하시다가 종료하신거보고연락드립니다 당시에 hg블레이즈자쿠팬텀은 판매가 안된걸로확인했는데 저한테 파실수없을까요?? 답변 댓글남겨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 eggry 2017/06/27 06:52 #

    죄송합니다 거주지 상 현재는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