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커버넌트 - 리들리 스콧의 언약궤 by eggry


 '프로메테우스'는 저주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에이리언1'의 스페이스 저키의 시체에서 출발한 발상은, 결국 그 시체와 함께한 제노모프와 연관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목이 의미하는대로의 인간과 인간의 창조자에 대한 이야기여야 했지만, 제모노프에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프로메테우스'에서 제노모프 자체는 카메오 이상으로 깊게 다뤄지진 않은 것이 유일한 구원이었습니다.

 본래 프로메테우스2였어야 할 프로젝트는 '프로메테우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상업적인 이유로 프로메테우스 삼부작의 두번째 작품이 아니라, '프로메테우스'를 전작으로 하는 새로운 에이리언 삼부작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첫 작품이 '에이리언: 커버넌트'(이하 커버넌트)로, 이민선인 커버넌트 호의 승무원들이 겪는 모험을 다룹니다. 공개적으로 에이리언 타이틀을 걸고 나온 만큼 제노모프의 존재는 그렇게 숨겨지지도 않으며, 사실 그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노골적으로 등장합니다.

 '프로메테우스'와 마찬가지로 '커버넌트'는 리들리 스콧과 그 제작진의 물오른 제작능력을 한껏 발휘합니다. 촬영, 미술, 연출 적으로는 과연 이보다 세련되고 고품질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러티브적으로는 꽤나 뻔한 스페이스호러 클리셰를 따르는데, '프로메테우스'에서 짜증났던 모르는 동네에서 아무거나 만지는 짓거리가 더 심한 경지에 도달한 초반이 좀 짜증나긴 합니다만, 중후반부는 나름 긴장감과 스릴을 잘 끌어갑니다. 어쨌든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처럼 놀라운 경지의 프로덕션 스킬을 갖고 있으며, 거기에 좀 더 상투적인 만큼 더 오락적으로는 훌륭합니다.

 '커버넌트'는 '에이리언1'의 파격성이나, '프로메테우스'에서 시도했던(성공했다고는 말하지 못 하겠으나) 주제의식 같은 것은 없는 평범한 스페이스호러 액션물이 되었습니다. 에이리언 시리즈로써는 그건 1편이나 3편을 빼면 특별한 경우도 아니고, 또 그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이미 말했듯 '커버넌트'는 기교적인 면에서는 탑클래스이며, 이정도만으로도 이 시즌의 볼만한 영화로 권해지기에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사실 개별작품으로만 본다면 본가 시리즈 기준으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3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겪었던 정체성의 문제는 '커버넌트'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어느 장단에 놀아야 하는지 햇갈릴 수도 있을 겁니다. '커버넌트'가 타임라인 상으론 에이리언1의 프리퀄이지만, 그 자체로써 새로운 삼부작임을 생각하면 프로메테우스 사이드는 이 삼부작의 이야기의 일부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며, 별 문제도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커버넌트'의 문제는 에이리언이냐 프로메테우스냐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커버넌트'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걸 설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의문이었던 '프로메테우스'의 생물무기와 에이리언 시리즈의 인간형 제노모프의 미싱링크를 밝혀주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말해 그게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제노모프의 신비로움과 그로 인해 증폭되는 공포감은 사라지고, 그저 흔한 우주괴물A에 불과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가미된 프로메테우스 사이드 역시 고루하기 그지없는 클리셰일 따름입니다. 물론 커버넌트 삼부작은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1'을 이어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애초에 제노모프의 기원을 다루기로 했다는 게 잘못된 결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노모프의 기원을 그린다는 발상은 신비감과 거기서 기인하는 미지의 공포감을 한꺼풀 더 벗겨버렸으며, 프로메테우스와 연관된 부분들은 전작에 대한 부친살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존중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커버넌트'의 프로메테우스 사이드에 더 이입하는 분이라면 '프로메테우스'의 마지막에 보여준 위태로운 희망이 아주 허무하게, 가차없이 짓밟혔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시리즈물에서 전작이 신성불가침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커버넌트'는 너무 나갔다고 느낍니다.

 '커버넌트'의 제노모프와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는 한편으로 영화를 관통하는 안드로이드 데이빗의 태도와 겹치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경우 데이빗은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겠죠. '커버넌트'의 태도에 어떤 의도가 있다면, 그건 리들리 스콧이 관객의 견해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일 겁니다. 누군가는 엔지니어, 인간, 안드로이드의 관계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편하게 받아들일 순 없었으며, 시리즈물이니 아직은 두고봐야겠지만 리들리 스콧이 갓 컴플렉스에 빠진 사디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커버넌트란 부제는 어쩌면 감독 스스로 내가 에이리언의 창조주라고 온 세상에 외치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나이브스 2017/05/09 23:37 # 답글

    대체 이 말도 안되는 과거사를 어떻게 지금까지 봐 온 에일리언 시리즈와 연결 시킬지 참...
  • 33 2017/05/09 23:58 # 삭제

    커버넌트에서 떡하니 알이 나온 시점에서 이미 2편 이후의 에일리언과 작별을 고한 게 아닐까요? 스콧옹이 2편 이후 에일리언 시리즈가 완전히 우주 호러물의 클리셰가 되어 버린거에 대해 엄청나게 거부반응 보인 것도 있구요
  • 나이브스 2017/05/10 12:30 #

    따른 편들은 몰라도 딱 그 2편에서 그 알에 대한 고증이 나온 상황인데...

    만일 지금 커버넌트의 알 설정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하면

    이건 또 엄청난 설정 오류...
  • eggry 2017/05/10 12:49 #

    알에 대해서는 어차피 에일리언... 정확히는 엔지니어의 생물병기가 환경과 생물에 맞춰 갖가지 이상한 일을 벌인다는 점에서 굳이 설정오류라고까지 할 건 없어 보입니다. 물론 두가지 알이 왜그리 비슷하냐고 불평할 순 있겠지만.
  • 나이브스 2017/05/10 18:17 #

    그 정도 된다면 이젠 저그 급이군요.
  • 지나가는 2017/05/10 00:07 # 삭제 답글

    제가 느낀 점과 비슷하군요. 에일리언이 그냥 평범한 괴물이 되버렸어요.
    다만 저는 좀 더 영화에 부정적인데, 솔직히 말해서 리들리 스콧은 이제 한 물 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감독님 작품은 거를 것 같군요.
  • 참나. 2017/05/13 19:46 # 삭제 답글

    웃기네.
    영화 한편의 영감이 자신에게 별로라고 하여 수없는 명작들을 만들어온 감독의 작품을 거른다느니뭐니.
    니들 인생을 돌아봐라 지금도 늘 드라마같은지. 저그A보다 못한인간.
  • 영원제타 2017/05/31 23:13 # 답글

    http://zetaever.egloos.com/4135526
    솔직히 프로메테우스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에일리언에게 필요한 것은 프리퀼이 아니라 속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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