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라! 유포니엄 소설판 1~3권 - 애니메이션 보고 보려는 분을 위한 감상 by eggry


※ 스포일러 경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1,2기 보고 성지순례도 두번(처음엔 너무 대충 가서;) 다녀온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여유가 생겼을 때 원작 소설도 읽어보게 됐습니다. 일본엔 번외편 개념의 4권까지 본 시리즈가 나와있고 2권 분량의 릿카고교 외전, 그리고 팬북이 원작소설의 범주 내에서 나와있습니다. 정식발매된 건 본가 3권까지인데, 4권까진 어떻게 나올 듯 싶지만 나머지는 정발 가능성이 낮아보이긴 하네요. 3권이 올해 초에나 나왔기에 4권이 나온다고 해도 올 하반기 쯤은 될 듯 싶습니다.

 어쨌든 원서까지 사볼 정도로 급하진 않은지라 일단 1~3권만 보았습니다. 의외로 플롯 자체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데, 묘사방식이나 중점을 둔 부분에선 꽤 차이가 납니다. 일단 애니메이션은 원래 1기로만 끝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에 1기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려 한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도 1권은 그 자체로써 어느정도 완결성을 가지지만, 최소 3권까지 갈 이야기이기 때문에(상업적 성공 덕분에 이젠 졸업까진 갈 거 같지만) 기승전결을 너무 똑부러지게 맺으려고 하진 않았고 그건 3권까지 가서도 어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애니메이션 1기는 스포츠물의 정공법적 면모를 따르는데, 소설 1권도 기본적인 사건이나 이야기는 대동소이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극적으로 다루진 않습니다. 당장 애니는 속편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면 그만큼 교토부 대회가 중요도를 가지게 되지만, 소설은 전국대회까지 간다고 이미 잡아놓은 상태이기에 교토대회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거죠. 어쨌든 그런 점에서 애니메이션이 더 드라마틱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고 소설은 좀 더 기복이 적은 담담한 스타일입니다.

 그런 기승전결적 부분 외에 또다른 큰 차이는 소설판은 말을 상당히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애니는 영상물이기 때문에 말 없이 암시로 보여주기 원만한 면이 있지만 소설이란 포맷의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사실 좀 직설적이고 등장인물의 입을 빌은 설명이 많은 편입니다. 이 부분은 원작자 타케다 아야노의 필력의 한계가 아닌가 싶은데, 1권은 무난하지만 문제가 극대화되는 때는 애니 2기에서도 좀 삼키기 버거웠던 노조미-미조레 편에 해당하는 2권입니다. 그나마 애니 쪽에서는 말을 줄임으로써 가능한 매끈하게 넘어가보려고 하는데 소설 쪽은 이 미묘한 부분을 말로 너무 많이 해서 꽤나 부담스러웠습니다.

 3권의 경우 아스카의 서클활동이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단순히 좀 더 직설적이고 말이 많은 점 외에 테마적으로도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애니 2기는 쿠미코 입장에서 보면 입학부터 졸업까지 아스카, 언니와의 관계가 주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3권으로 끝날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정도로 큰 무게를 부여하진 않습니다. 실제 씬이나 대사 자체는 거의 같지만 애니의 '또 보자'와 소설의 '또 보자'는 엄연히 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야 소설은 후속권이 나오면서 실제로 또 만날테니깐 말이죠. 아무래도 소설은 테마를 부활동과 진학의 갈등 쪽으로 하려는 듯 한데, 아직 1학년이라서 깊게 안 들어가고 길게 보는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보게 된다면 아마 가장 눈에 띄는 건 완급의 약함, 그리고 너무 말이 많음- 일 듯 합니다. 사실 애니와 비교만이 아니라 그냥 소설로써 보더라도 말이 많은 부분은 과유불급이라고 할 만 합니다. 애니 제작진이 원작을 바탕으로 다듬는다는, 오리지널 창작보다는 약간 쉬운 과제를 맡았다곤 하더라도 사실 소설가로써 타케다 아야노의 필력은 평균적인 라노벨 수준으로 라노벨 티가 덜 나는 작품을 쓴 수준 이상으로 보긴 힘듭니다. 단순히 깔끔한 이야기로써는 사실 애니메이션 쪽이 훨씬 낫습니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이 망작 건져서 수작으로 다듬은 것 뿐이라고 말하기에는 소설만의 매력도 있습니다. 일단 인물이나 성격 묘사가 좀 더 복잡합니다. 애니가 단순히 내러티브적으로만 손본 게 아니라 이 부분에서도 제법 손을 봤는데, 소설의 '말이 많은' 부분이 인물의 복잡성에 제법 기여하고 있습니다. 소설 보고나니 애니에선 문제가 될 만한 대사라거나 복잡한 면모들이 대부분 데면데면하게 손봤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애니 쪽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올라운드하게 귀염성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애니 소비층의 수용성이나 매체 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복잡성의 제약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애니 먼저 보고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가시돋힌 말을 제법 쉽게 한다거나, 쿠미코가 문제발언이 될 만한 걸 입 밖으로 내진 못 하고 삼키는 경우가 제법 많이 나옵니다. 또 다소 이기적일 수도 있거나 오해를 살 만한 충동적 발언들을 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습니다. 거기다 전적으로 쿠미코의 시점으로만 묘사되기 때문에 쿠미코의 경험 밖에 있는 것들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습니다. 가령 하루카 부장과 3학년들이 고민하고 서로 챙겨주는 것 같은 부분은 소설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덕분에 하루카가 좀 더 심한 멘붕캐러로 보여집니다; 불쌍...) 나츠키도 애니에서는 쿠미코가 성큼 접촉을 시도해보지만 소설에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관찰하며 조금씩 가까워져 갑니다.

 대사 하나, 장면 하나만 따서 인간쓰레기 만들기 쉬운 인터넷 오타쿠 문화의 속성을 생각할 때 사실 이런 부분이 애니에 그대로 옮겨졌다면 아마 등장인물 반정도는 소위 혐성캐러 취급 받았을 듯해서 애니 쪽의 변경은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소설 쪽은 지면적으로나 작품 내적으로나 시간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런 솔직복잡한 면모들에서 오해를 풀거나 인간적 면모로 바꿔나갈 수 있는 거죠. 처음엔 애니에 비해 캐릭터들이 좀 엣지있어서[...] 당황했는데 그래도 3권 정도에 걸쳐서 쌓아가다 보니 애니보다 복잡하고 더 인간적인 면모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장점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물의 복잡성과 더불어 내러티브 자체도 집중하지 못 하고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경향이 있고, 교통정리도 말끔하지 못 한 편이라서 객관적으로 소설 그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평가를 주긴 힘듭니다. 그래도 정이 가는 것은 청춘물로써 너무 달달한 면만 부각고 씁쓸한 면을 못본 채 하지 않는다는(물론 전반적으론 등장인물들의 선의로 좋은 방향으로 갑니다만) 것이지만, 꼭 원작까지 봐서 이런저런 차이까지 알고싶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애니 만으로 끝내도 충분하다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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