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혼다 위기: 쉬운 답은 없다 by eggry


 맥라렌-혼다의 재앙적인 겨울 테스트 후, 2017년 시즌은 암담해 보이기만 하다. 패독의 소문에 따르면 주된 원인은 혼다 파워유닛의 과도한 진동을 케이블 연결이나 전자기기가 버텨내지 못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밸브(흡기인지 배기인진 불명이다)의 과열이 문제라고도 한다. 신뢰성 문제로 현재 혼다 파워유닛은 풀파워를 낼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셋업 테스트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 했다. 두번째 테스트에서 등장한 페이즈2 엔진이 랩타임 차이를 조금 줄여주긴 했지만, 경쟁팀보다 직선에서 20Km/h나 뒤쳐지며, 랩타임은 3초 가량 쳐졌다. 랩타임보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으로, MCL32가 가장 오래 달린 것은 겨우 11랩이었다.

 혼다의 대표인 하세가와 유스케는 MCL32의 런칭에서 혼다 파워유닛이 2016년 메르세데스와 동급이라고 말하였다. 유감스럽게도 신뢰성 문제 때문에 파워유닛은 풀파워를 내고 있지 않으며, 실제 퍼포먼스와 신뢰성은 작년 혼다 파워유닛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다. 또한 진동 문제가 사실이라면 부품 한두가지로 고쳐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파워유닛의 전면개선이 필요한데, 그나마 좋은 소식은 토큰제가 폐지되어 무제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정도이다. 하지만 개선에 성공하더라도 엔진교체로 인한 패널티는 여전히 감수해야 한다.

 지난 2년을 감내한 맥라렌이지만, 올해의 상황은 더이상 참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이정도로 심각한 신뢰성 문제가 다이노 테스트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상상 밖의 일이다. 출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넘어서, 과연 혼다의 R&D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단순히 파워유닛 레이아웃을 통째로 갈아치웠다는 것만으로는 변명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사실 2015년의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2014년 아부다비에 나온 뮬카(Mule Car)는 시동도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맥라렌과 혼다는 그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맥라렌이 대안을 찾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돌고 있다. 맥라렌에게 최소한의 좋은 소식은, 2015년 레드불-르노 소동 덕분에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맥라렌이 엔진을 못 찾아서 전전긍긍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다음 시즌이 다가올 때까지 새로운 파워유닛을 계약하지 못 한다면 FIA가 개입하여 기존 엔진 중 하나를 강제로 지정할 것이다. 그 절차는 불투명하나, 각 메뉴펙처러의 여건도 고려되지만 제비뽑기에 가깝다는 내부 증언도 있다.

 하지만 내년 엔진을 어떻게든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갈아탈 수 있는 건 아니다. 맥라렌은 혼다로부터 사실상 공짜 엔진과 더불어 추가적인 현금으로 R&D 비용과 드라이버 연봉을 충당하고 있다. 몇년에 걸쳐 스폰서십이 축소되고 있는 맥라렌에겐 대단히 귀한 자원이다. 맥라렌은 2018년 타이틀 스폰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선 거의 확실히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파워유닛으로의 이동은 워크스팀 지위를 잃는다는 것으로, 론 데니스가 메르세데스와 결별하고 혼다와 재결합 한 것은 워크스팀 지위 때문이었다. 1996년 이래 2009년 한번을 제외하곤 모두 워크스팀 혹은 그에 준하는 팀이 승리하였다. 맥라렌이 어느 파워유닛으로 가더라도 그런 지위를 가질 가능성은 없다.

 알론소 또한 변수이다. 알론소는 이미 실망스런 프리시즌 후 2017년 이후에도 F1에 남을 것이며 이런 상태로 커리어를 마치진 않겠다고 천명했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그가 사실상 다른 팀들에게 공개광고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알론소가 떠날 경우 맥라렌은 버튼을 복귀시킨다는 계약이 있지만, 이미 작년에 하락세가 두드러진 버튼이 2018년에 정상급 실력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2017년의 저조한 성적은 다른 톱 드라이버의 가능성과 스폰서십 양쪽에 치명적이다.

 맥라렌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세가지이다.

1. 혼다 엔진을 고수하면서, 외부 지원을 받든 어쩌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한다.
장점: 혼다의 재정지원을 지켜낼 수 있다.
단점: 2017년은 사실상 끝이다. 알론소는 떠날 것이다. 부진한 성적 때문에 2018년 스폰서를 얻지 못할 것이다.

2. 2017년 말 계약 파기조항을 발동시키거나 혼다가 철수하고, 2018년부터 다른 파워유닛을 공급받는다.
장점: 혼다의 자금지원은 남을 것이며, 특히 혼다가 먼저 철수하기로 하면(다른 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므로 가능성 있다) 위약금을 받을 것이며,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단점: 역시 2017년은 포기하는 것이며, 일찍 새 파워유닛을 확보하지 못 하면 알론소와 스폰서 역시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3. 혼다와 계약을 시즌 중 파기하고, 새로운 파워유닛을 도입한다.
장점: 스페인 즈음에는 적어도 중위권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100포인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론소와 스폰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점: 2달여 안에 파워유닛을 갈아치워야 한다. 혼다의 재정지원을 잃는다.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1번과 2번은 어쨌든 올 시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다 파워유닛 때문에 느리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또한 적어도 여름까지는 1,2번은 공통의 길을 걷게 된다. 시즌 중반까지 혼다의 개선상황을 본 뒤 연말에 계약을 깨도 늦지 않는다.

 실제로 까다로운 건 3번이다. 올 시즌을 구하기 위해 다른 파워유닛을 찾는다면, 그건 시즌 중간이나 끝날 쯤이 아니라 최대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2008/9년의 브런이나, 2016/17의 토로로소가 보여주었듯 짧은 기간에 다른 파워유닛에 맞추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하더라도 내부 레이아웃, 냉각 시스템, 전자계 등을 준비하는데는 최소한 한달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기어박스와 같이 파워유닛에 맞춰 바뀌어야 하는 물건들도 있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적화가 덜 될 것이며, 무겁고 덩치가 커져서 에어로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연료와 윤활유도 최선의 성능을 내지 못 할 것이다.

 어떻게든 한달 안에 키메라를 만들어냈다고 치자. 그럼 적어도 한달 가량 다이노 테스트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신뢰성과 작동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트랙에 투입되는데 두달이 소모되며, 그때는 시즌의 본격적 시작인 스페인 내지는 바쿠 즈음이 되어있을 것이다. 팀들은 프리시즌 테스트에서 대략 4000Km를 달렸다. 일단 맥라렌-메르세데스/페라리/르노가 트랙에 투입되면 첫 네경기는 사실상 테스트가 될 것이며 역시나 신뢰성, 성능 문제와 씨름해야 할 것이다. 대략 시즌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야 맥라렌은 제대로된 성능을 내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시즌 후반에 100포인트 가량은 기대해볼 수 있다.

 에릭 불리에는 맥라렌이 메르세데스 파워유닛이었다면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파워유닛에 맞춰 섀시가 최적화되어야 하는 부분은 한두달 안에 해결할 수 없으며, 일부 근본적인 부분은 내년 전에는 해결할 수 없다. 치열한 F1의 세계에서 그런 1%의 최적화 차이는 우승과 포디엄 밖을 가르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시즌 중 파워유닛 변경의 유일한 희망은 세가지 옵션 중 올해 가장 나은 성적을 낼 것 같다는 점, 그리고 혼다 대신 믿을 만한 파워유닛을 확보함으로써 알론소와 스폰서를 지켜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올해의 처참한 후퇴 덕분에 혼다가 시간이 있다고 나아질 거라고 무작정 믿기 어려워졌다는 게 문제다. 설사 시즌 말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그정도로는 내년에 또 망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알론소와 스폰서를 달아나게 만들 것이다. 혼다가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은 첫 8경기 내에 기적적인 개선을 보여서 적어도 4,5위권에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내고, 시즌 후반에 간헐적인 포디엄을 얻어내는 것이다. 알론소는 여름부터는 확실히 시트 협상에 나설 것이므로 그를 지켜내려면 그 전에 설득해내야 한다.

 하지만 패닉에 빠져 다른 파워유닛으로 갈아타는 것만이 능사일까? 맥라렌은 더이상 워크스팀이 아니게 될 것이며, 윌리엄스/포스인디아와 씨름해야 하는 처지에 수년 동안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론 데니스가 메르세데스를 포기하고 혼다로 간 것은 그저 중견 팀으로 남지 않을 것이며 우승하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지금의 혼다가 챔피언급 엔진을 만들어낼 거라는 믿음을 가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다른 파워유닛이라고 챔피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3번 옵션도 결국 알론소는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스폰서는 어느정도 건지겠지만.

 계약을 따든, 규정에 따라 강제로 할당받든, 르노가 제일 가능성이 낮다. 르노는 올해 공급팀이 하나 늘었으며 추가적인 팀을 감당할 만한 여력도 부족하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는 각자 올해 한 팀을 잃었기에 생산능력에서 여유가 있다. 맥라렌의 희망은 메르세데스겠지만, 메르세데스가 응해준다는 보장이 없으며 그상태로 혼다가 철수한다면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의 동전던지기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맥라렌이 워크스팀을 따라오지 못 하도록 만들 것이며, 특히 페라리가 오랜 숙적에게 제대로된 파워유닛을 제공할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물론 메르세데스 파워유닛이라도 불리에 말대로 우승할 가능성은 없지만 말이다.

 현실적으로 시즌 중 교체는 다음주 개막전 전후로는 결정되어야 올 시즌 절반이라도 구할 수 있다. 그보다 늦어진다면 그냥 내년으로 넘기는 것이 계약적으로, 금전적으로 유리하다. 정말 시즌 중 교체한다고 하면 곧 숨길 수 없는 큰 작업이 시작되어야 하므로 며칠 안에 뚜렷한 징후를 포착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결정은 여름까지 유보된다고 봐야한다. 물론 사쿠라의 R&D 센터에선 개막전까지 혼다의 자존심을 구하기 위해 불철주야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덧글

  • IOTA옹 2017/03/17 09:43 # 답글

    혼다엔진이 이렇게 까지 바닥을 칠줄이야 누가 알았을까요?
    여러모로 맥라렌에게는 또 힘든 한해가 되겠군요.
  • 함부르거 2017/03/17 10:41 # 답글

    혼다 엔진이 F1을 씹어 먹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선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 하하 2017/03/17 16:29 # 삭제 답글

    솔직한 말로 기술의 혼다는 옛말이고...설령 올해 제대로 만들었어도 인터뷰 내용처럼 2016메르세데스 수준이라면 아무리 잘해봐야 포디움 한두번 수준일텐데 멕라렌이 그 정도로 만족할 팀도 아니고, 2016은커녕 언제나 그랬듯 출력도 부족하고 부족한 출력만큼 내구성이 보장되긴 개뿔이 완주도 못하는 수준이라 답이 없습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혼다는 F1에 뛸 기술수준이 모자라단 겁니다.
  • dhunter 2017/03/17 21:04 # 삭제 답글

    http://car.watch.impress.co.jp/docs/news/493460.html

    F1 엔진팀을 경차나 만들게 하더니 결국...
  • ㅁㅁㅁ 2017/03/17 23:06 # 삭제 답글

    애초에 정말 의욕이 있긴 한거냐는 소리가 내부에서부터 새 나왔었다... 라는 루머가 처음부터 있었다. 라는 소리까지 있던데 혼다 정신 나간거 아닌지. 기술의 혼다라는 말은 이제 필요 없는건가? 한편으론 '일본의 것' 답다는 생각도 들고. 그야 일본 국내에 경차만 만들어 팔아도 뭐 먹고 살 수는 있을테니까
  • dhunter 2017/03/18 07:05 # 삭제 답글

    NHK 의 혼다 F1 재참전 다큐멘터리도 안티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어있군요 ㄳ....;

    https://www.youtube.com/watch?v=PulEc8BajMc&list=PLEGKZD-2L53yzCI6LHkUJxene4GxQTy8r
  • eggry 2017/03/18 13:59 #

    이거 보면서 꿈을 무럭무럭 키우던 때가 있었는데
  • 리뉴얼 중입니다 2017/03/18 20:00 # 답글

    요즈음의 혼다 엔진은 스냅 810을 연상시키는군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