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 최종 결정: B&O H5 vs Beats X vs Airpods by eggry

 비츠X 개봉기에서 얘기했지만 저는 총 3개(사실 4개지만 방수 스포츠용이라 제외)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갖게 됐습니다. 아이폰7 플러스가 3.5파이가 없는 탓에 블루투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 거지만, 솔직히 블루투스 이어폰은 어떤 식으로든 불만 없기는 아직 힘들다는 결론만 얻었습니다. 세개 다 쓰는 건 낭비이고 어쨌든 줄여야 하는데 결국 뭔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H5는 음질이 가장 좋고, 에어팟은 가장 간편하며, 비츠X는 둘의 적절한 중간지점이었습니다.


H5: 너는 좋은 이어폰이었지만 배터리가 나빴어

 일단 H5가 제일 먼저 퇴출되었습니다. 음질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배터리와 충전방식이 문제였습니다. H5의 배터리는 정말 딱 5시간 갑니다. 외출 중 허덕일 정도의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배터리가 끊어지지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시간이죠. 그리고 전용 충전기 덕분에 충전이 불편했습니다. 만약 마이크로 USB라도 됐다면 밥먹거나 안 쓸 때 충전하는 정도도 생각했을 겁니다. H5 처럼 좌우 연결 케이블만 있는 이 타입을 완전무선을 제외하곤 가장 선호합니다. 에어팟이 확실히 착용은 제일 편하지만, 컨트롤이 사실상 부재한다는 게 문제라서 잃는 것도 어느정도 있으니 말이죠. 넥밴드보단 편하고 에어팟처럼 컨트롤을 잃지도 않고, 음질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배터리가 이래서는...


에어팟: 엄청난 단점과 엄청난 장점

 비츠X와 에어팟의 문제는 훨씬 어려웠습니다. 일단 에어팟이 비츠X보다 단점이 더 많은 이어폰임은 분명합니다. 착용감 면에서 제 귀 모양 때문에 에어팟보다 비츠X가 더 잘 맞는다는 걸 제외하더라도, 에어팟에는 어떤 이어폰과 비교하더라도 확연하게 쳐지는 단점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컨트롤의 부재. 에어팟의 컨트롤은 딱 한가지만 가능합니다. 더블탭(자이로 센서로 작동합니다)을 통한 조작으로, 기본은 시리 부르기지만 아이폰 설정에서 변경 가능합니다. 뭐 기껏해야 재생/일시정지, 그리고 전원끄기 뿐이지만요. 그리고 전원끄기는 귀에서 빼면 슬립에 들어가는 특성상 설정할 필요가 제로인 기능입니다.

 한국어 시리가 멍청하기 때문에 저는 재생/일시정지로 해놓았죠. 볼륨조절도, 곡넘기기도 폰에서 해야합니다. 혹은 애플워치에서 하든지 말이죠. 애플워치도 갖고 있는데, 에어팟 덕분에 빈곤하기 그지없던 쓸모를 하나 찾긴 했습니다.[...] 그래도 자체 리모트 컨트롤보다 낫진 않습니다. 사실 더블탭이 자이로로 작동한다는 걸 고려하면 조작이 추가될 가능성은 좀 있다고 봅니다. 가령 좌우가 따로 있으니 트리플탭으로 곡넘기기라든가 말이죠. 볼륨조절 같은 섬세한 작업은 힘들겠지만 말이죠. 곡넘기기라도 되면 정말 감지덕지일 겁니다.

 두번째 단점은 오픈형이라서 생기는 차음성. 사실 차음성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수준입니다.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곳에선 섬세한 소리를 들을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렇다고 볼륨 키워서 대항하자니 청력에 안 좋을까 걱정되고 말입니다. 나만 바깥소리 들리는 게 아니라 내 소리도 밖으로 나간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 볼륨 올리기 힘듭니다. 사실 이 단점은 꽤 심각한 것이라, 에어팟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상황 자체를 제약해버립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래를 들을 수 없다면 이어폰의 가치 절반 쯤 사라지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혹은 식당 같은 곳도 마찬가지죠. 이어팟의 음질 논란 같은 것과 별개로, 사실 차음이 안 되는 이어폰을 기본으로 제공하기로 한 애플의 생각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나마 인이어라도 따로 팔았지만 인이어는 라이트닝 버전도 안 나왔죠. 인이어 에어팟이 나온다면 에어팟의 문제점 중 하나가 크게 해소될테지만, 번들이 오픈형인 걸 생각하면 그냥 애플은 차음성엔 별 관심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 쿡은 지하철에서 이어팟 써본 적 없나보죠? 하긴 지하철 안 탈테니.

 사실 에어팟의 가격을 생각할 때 사용환경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애플이 아무리 이어팟의 음질을, 오픈형의 매력을, 완전 무선의 강점을 역설하더라도, 이어폰의 중요한 사용환경에서 사용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변명할 순 없습니다. 이 가격에 그렇지는 말았어야 했습니다. 사실 애플이 이어팟을 오픈형으로 만든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기에, 왈가부 해봐야 소용없는 얘기기는 합니다. 이어팟이 저렴하다고 해도, 번들은 많은 여건에서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물건이어야 하고 거기에 있어선 낙제점입니다.

 물론 에어팟엔 어마어마한 강점도 있습니다. 그 강점은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과 우열의 문제 같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에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다들 알겠지만 에어팟은 완전 무선입니다. 그리고 끼우면 자동으로 켜집니다. 빼면 자동으로 꺼집니다. 이게 의미하는 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끼워서 틀고 빼서 끌 수 있다는 겁니다. 출근에 걸어서 10분 남짓 걸리는데, 그동안도 그냥 주머니에서 꺼내서 틀어서 두곡 정도 듣고 회사 들어가면서 뺍니다.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서 계란이랑 베이컨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햇반 돌리는 동안에도 한곡 들을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마스크 끼고 있어도 번잡하게 안 풀고 낄 수 있죠.

 이건 다른 타입의 이어폰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거추장스럽게 목 둘레로 걸쳐야 하는 넥밴드는 물론, 재래식 유선 이어폰도 이렇게는 안 됩니다. 블루투스 이어폰들은 모두 재생기기와의 케이블 연결이란 구속에서 해방시켜주지만, 에어팟의 완전 무선, 그리고 자동 전원과 같은 터치들이 에어팟을 인류 역사상 가장 생각없이 귀에 끼울 수 있는 이어폰으로 만듭니다. 그런 상황들은 '원래 안 듣던' 상황이니, 에어팟의 장점일 순 있어도 다른 이어폰의 단점이라고까진 하기 어렵겠습니다. 어쨌든 이전에는 음악 들을 생각도 안 했던 상황에서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자택전용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면서도 에어팟을 결국 반품하지 않았습니다.

 비츠X와 에어팟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약 3주간 동안, 둘을 엄청나게 번갈아가며 썼습니다. 한순간 에어팟이 정말 몹쓸놈으로 보이다가(버스에서 노래를 들을 수가 없다!), 한순간 비츠X의 넥밴드가 참기 힘들 정도로 거슬리다가(옷을 두껍게 입으면 어디 걸쳐야 할지 더 골치아픔)... 결국 두 제품 모두 두번은 반품 신청과 포장을 했다가, 남은 놈을 써보고 딴 놈이 생각나서 포장을 다시 뜯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에어팟 반품기한은 끝났고 비츠X도 기한이 거의 끝났습니다. 결국은 둘 다 쓰기로 했다는 얘기지요.


비츠X: 무난함, 압도적 무난함

 H5와 에어팟에서 이미 참기 힘든 큰 단점을 겪었기 때문에, 사실 비츠X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고려가 될텐데... 비츠X의 단점은 그다지 없습니다. 정확히는 다른 두 이어폰에 비해서 Deal Breaker라고 하기엔 상대적으로 미미한 단점들입니다.

단점1: 넥밴드 타입. 사실 넥밴드 타입인 이상 이게 단점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저에겐 단점입니다. 초기에 LG 넥밴드 블루투스를 쓰드가 결국 지금은 안 쓰는 이유, 그리고 H5와 에어팟을 사게 된 이유가 넥밴드는 고려대상이 아니어서였으니깐요. 물론 비츠X는 넥밴드 중에선 가장 목걸이가 가늘고 간편한 타입에 속하긴 합니다. 그래도 목에 뭔가 걸쳐야 한다는 건 일단은 거추장스러운 일이죠. 넥밴드에 익숙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면 단점이 아닐 겁니다. 사실 LG 톤 시리즈 같은 제품과 달리 잘 착용하면 거의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정도면 참고 쓸만한 유일한 넥밴드라고 생각합니다.

단점2: 음질. 사실 비츠X의 음질은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H5나 에어팟에 비하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얘기지만 말이죠. 에어팟을 기준으로 볼 때, 비츠X는 저음이 약간 더 강하고 고음이 약간 더 약합니다. 저음이 살짝 강하다고 해도, 비츠의 악명높은 둥둥거림엔 전혀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사람들이 저음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사실 이정도 강조된 이어폰은 더 선호되기도 하고, 전혀 문제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제 기준으로도 저음은 괜찮은데, 고음의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게 더 단점으로 와닿더군요. 여성 보컬송이나 피아노, 클래식 음악이 많은 편이라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비츠X 정도면 충분히 '표준적인 음질'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비슷하거나 싼 가격대에 비츠X보다 음질 좋은 블루투스들이 다수 존재하기에(제이버드라든가), 비츠X의 가성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모든 건 비츠X가 그냥 보통 블루투스 이어폰이라 생기는 비교입니다. 에어팟이야 그 특수함 때문에 가성비를 논할 때 다른 차원으로 얘기해야 하지만 말이죠.

단점3: 가격. 사실 음질과 거의 같은 얘긴데 그저 기준을 다르게 잡을 뿐입니다. 비츠X는 해외가는 에어팟보다 10달러 싸고, 애플 스토어 가격은 21.9만 vs 17.9만으로 상당히 납니다. 스토어 가격으로 정가 자체는 괜찮게 계산됐지만, 차별화가 별로 안 되다보니 사실 그냥 비슷한 가격의 경쟁제품을 사면 더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가격대를 고려할 때 음질은 약간 아쉬움, 편의적인 면에선 넥밴드 치곤 착용감이 편하다는 점 정도를 빼고는 차별화가 별로 안 된다고 봅니다. W1 칩 얘기를 하지만, 페어링 면에서도 에어팟에 비해 특별히 편한 게 없고 사실 에어팟도 페어링만 조금 더 간단하지 그 외에 W1 칩 때문에 득보는 건 없습니다.[...]

 에어팟의 장점이라고 하는 완전무선이나 자동전원, 일시정지 같은 기능들은 W1 칩과 별 상관 없는, 그냥 다른 기술이거나 다른 센서로 작동되는 기능일 뿐입니다. 그러니 W1 칩 쓴다는 비츠X도 그냥 설정 안 들어가고 페어링 한다는 정도 외엔 다른 게 없죠. 전원도 수동이야, 자동으로 켜지지도 않아, 게다가 페어링 어차피 한번만 하니 페어링 조금(아주 조금!) 다르다고 해도 별 의미 없습니다.

 참고로 비츠X에 동봉되는 애플뮤직 3개월 이용권은 대략 30달러에 가까운 가치를 가집니다만, 한국 계정엔 해당되지 않습니다. 비츠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해당 애플 계정으로 코드가 날아오는 식인데, 한국은 행사 대상이 아니랩니다. 애플뮤직은 앱스토어와 로그인을 공유하는데다 재생목록이나 다운로드 등으로 꽤나 복잡하기 때문에, 한국으로 쓰던 사람이 3개월 쿠폰 써보자고 넘어갈 일은 못 됩니다. 결국 쿠폰은 못 쓰고 방치된 상태입니다. 나중에라도 한국도 해주길 바라면서... 그래서 애플뮤직 이용권이 가성비를 개선하진 못 하는 걸로 치겠습니다.

단점4: 방수 아님. 튼실한 착용감과 스포티한 이미지를 생각할 때 물, 땀 저항이 없다는 건 의외긴 합니다. 매끈하고 이음새 없는 디자인을 생각하면 만들기 그리 어렵지도 않았을텐데 말이죠. 만약 땀 저항만 보장됐다면 운동용 소니 이어폰은 퇴역시켰을 겁니다. 그정도로 착용감이 좋으니깐요.

 자 그럼, 비츠X는 그냥 넥밴드 좀 슬림한, 가성비는 좀 애매한, 보통 블루투스입니다. 그런데 다른 이어폰 말고 비츠X를 에어팟의 보충으로 남겨놓은 이유? 딱 하나입니다.

(아마도 유일한) 장점: 라이트닝 포트. 이게 뭐가 장점이냐 할텐데, 아이폰 유저 기준으로는 장점입니다. 아이폰 기준으로 준비되어 있는 충전환경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거요. 물론 집이나 회사엔 아이폰 유저라도 마이크로 USB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보조배터리까지 들어가면 폰 외엔 충전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이어폰 때문에 케이블 하나 더 챙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비츠X는 라이트닝이라 그럴 필요가 없죠. 8시간 배터리도 괜찮지만, 충전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거 뿐이라고 하면 좀 잔인하니 그래도 약간 덧붙이자면, 리모콘 조작감 괜찮고(하지만 전원버튼은 구림), 배터리 8시간 칼같이 지켜주고, 팁 사이즈별로 잘 갖춰져있고, Secure Fit 쓰면 왠만해선 절대 안 떨어질 거 같고, 그리고 차음성은 커널형 중에서도 탑클래스 수준으로 좋긴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다 사소한 점이죠. 장점, 단점이라고 대놓고 말한 것도 사소한 편이지만 그것보다 더 사소한 것들 말입니다.

 결론을 내봅시다. 결국 비츠X는 그냥 넥밴드 좀 슬림한, 가성비는 좀 애매한, 라이트닝 달린 보통 블루투스란 얘기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단점이나 장점이나 딜메이커도 딜브레이커도 아닙니다. 그런데 가성비를 생각하면 사실 추천하기는 애매하죠. 넥밴드 싫어하는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말해 에어팟의 보충으로 비츠X가 남은 이유는 그냥 '당장 다른 블투이어폰도 없고 사기도 귀찮아서' 입니다. 가성비는 좋진 않은데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 말이죠. 충전환경 부분은 메리트긴 한데, 그냥 겸사겸사라는 정도일 뿐입니다.

 저라면 비츠X를 추천하진 않을 겁니다. 근데 사도 특별히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10만원짜리 유선 이어폰에 비하면 궁색맞지만 블루투스라고 생각하면 음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넥밴드 치곤 착용감도 편하고, 배터리도 8시간 확실히 보장해줍니다. 라이트닝으로 충전할 수 있으니 밖에서 충전하기 좋고, 밥 한끼 먹을 시간이면 완충 수준입니다. 시세도 에어팟에 비해 잘 떨어질 걸로 보입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여러 유통경로로 15만 밑으로 살 수도 있겠죠. 그럼 가성비는 약간 나아질 겁니다. 그냥 그렇다에서 보통 정도로 말이죠.

 그렇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평범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며, 가성비도 애매하고 에어팟처럼 특출난 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비 아이폰 유저라면 사실상 장점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고요. 그래도 지금으로썬 인이어 에어팟이든, 아니면 그 비슷한 게 다른데서 나오기 전까지는 에어팟과 비츠X를 같이 써야할 듯 합니다. 대단한 돈낭비지요. 이게 다 팀 쿡 때문입니다.



덧글

  • teese 2017/03/18 14:02 # 답글

    무선이어폰의 한계 때문에 전 7이 나온후에 6s를 사게됬죠.
    1-2년뒤에 아이폰업글을 한다면 여전히 이어폰단자는 없겠지만, 젠더를 쓰는일이 있더라도 유선이어폰을 포기하진 않을거 같습니다
  • eggry 2017/03/18 15:51 #

    저도 블투로 넘어온다고 이래저래 쇼를 했지만 오랜만에 쳐박아둔 유선 이어폰 다시 들어보니... 버리진 못할 거 같습니다. 편의성 차이 만큼 음질 차이도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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