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X 개봉기 by eggry


 지난주 에어팟이 도착했습니다만, 도착한 직후 그토록 발매연기되던 비츠X가 출시되서 이 녀석도 역시 주문하게 됐습니다. 비츠X는 해외에서 에어팟보다 10달러 싼데, 국내가는 환율이 더 착하게 책정되서 가격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5만원이나 싸니깐 말이죠. 사실 비츠X가 계속 연기된 이유가 에어팟 팔아먹으려고 그런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뭐 애플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에어팟 만드느라 W1 칩 주기 싫어서- 정도겠죠.

 에어팟이 풀 와이어리스라서 생기는 편의성도 있긴 한데, 한편으로 뒤쳐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일단 그냥 끼워서 쓰기만 하면 된다는 간편함 면에서야 경쟁상대가 없는 수준이지만, 그때문에 리모콘이 아예 희생된 점이 크죠. 더블탭이 기본은 시리인데, 그걸 재생/일시정지로 바꾸는 정도가 한계입니다. 곡넘기기? 폰으로 하시든지 애플워치로 하시든지. 애플워치 팔려고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죠. 볼륨조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기존에 블루투스를 써오던 사람들은 한가지 편함을 얻는 대신, 컨트롤 면에서는 극도로 불편해지게 됩니다. 비츠X는 그 부분을 긁어줄 좀 더 전통적인 형태의 블루투스라서 기대를 받았습니다. 물론 넥밴드 스타일이라서 에어팟에 비해 다른 블루투스랑 차별화가 덜 되기는 하죠. 제가 보기에 비츠X가 다른 블루투스에 대해 가지는 메리트는 이정도입니다.

1) 애플 공식제품: 비츠를 인수해서 이젠 애플의 하위브랜드입니다. W1 칩이 실제로 뭔가 대단한 성능을 발휘한다곤 생각 안 하지만, 적어도 페어링 면에서 조금 더 간단한 건 사실입니다.
2) 라이트닝 포트: 충전이 라이트닝 포트로 이뤄집니다. 애플 유저에게는 케이블을 하나 추가로 들고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

 ...뭐 대충 이정도입니다. 근본적으로 에어팟은 확실히 폼팩터가 다르지만, 이쪽은 넥밴드이기 때문에 핵심기능 면에서는 별로 다른 게 없습니다. 스펙이나 마감같은 걸 고려하더라도 동급제품과 비교하면 약간 비싼 쪽인데, 그건 이런 자잘한 편의성의 댓가라고 봐야합니다. 한가지 좋은 소식은 비츠의 악명이 애플 인수 후 많이 벗겨졌다는 것? 워낙 싸꾸려 음질에 둥둥거리기만 한다고 유명한 브랜드라 저도 걱정했는데, 비츠X는 상당히 표준적인 느낌입니다.



 박스 뒷면엔 간단한 기능과 외형 그림이 있습니다.



 외형이야 박스가 클리어라서 다 보였으니 별 건 없습니다.



 본체 밑에는 메뉴얼, 보증서 등이 있는 박스가 하나 더 있고, 여러 사이즈의 팁과 시큐어핏이라는 고정 강화 악세사리가 있습니다.



 비츠X 본체를 꺼냈습니다. 근본적으로 구조는 LG 톤 시리즈와 같습니다. 넥밴드이기 때문에 레이아웃 자체는 같은데, 재질이라든가 세부적인 면에서 좀 차등을 뒀습니다. 일단 넥밴드 쪽을 LG와 달리 가능한한 슬림하게 만들었습니다. 좌우 덩어리 부분은 한쪽은 배터리, 한쪽은 보드가 들어가는 구조이고, 무게배분은 좌우로 적당히 잘 되어있습니다. 거기에 이어버드와 선이 나와있고 왼쪽에 리모콘이 있는 구조입니다. 이어버드는 자석이 있어서 좌우 부착이 됩니다. 그런데 중국산 QY 시리즈에도 있는 자석부착으로 일시정지나 종료기능 같은 건 없습니다.[...]



 좌우 돌출부의 모습. 오른쪽에는 전원버튼, 왼쪽에는 라이트닝 충전포트가 있습니다. 에어팟과 비교해 불편해진 점이라면 사용하려면 전원버튼을 눌러서 켜야된다는 정도군요. 개인적으로 전원버튼을 따로 둔 건 약간 의아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재생/일시정지 버튼을 오래 누르는 방식으로 전원버튼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죠. 위치적으로도 리모콘에 포함시키는 게 나았다고 생각됩니다.



 리모콘. 재생/일시정지와 볼륨 상하가 있는 평범한 타입입니다. 클릭감 같은 건 무난합니다.



 이어버드.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왠만한 사람 귀에도 잘 맞을 듯 합니다. 대신 음질은 특별히 좋진 않을 듯 하군요. 자석부착이 되는 바깥쪽은 매트 재질이고 안쪽은 유광입니다.



 메뉴얼, 보증서, 애플뮤직 3개월 무료 쿠폰, 그리고 비츠 로고 스티커[...] 에어팟엔 애플 스티커 없던데 비츠는 있네요. 이런 걸 어디다 붙이란 말이냐.



 문서류와 팁이 있는 종이상자 뒤쪽에는 휴대용 케이스와 라이트닝 케이블이 있습니다. 에어팟은 전체길이의 애플 정품 라이트닝 케이블이 있었는데, 비츠X는 훨씬 짧은 자체적인 라이트닝 케이블을 줍니다. 생김새는 애플거랑 비슷하지만 재질이 좀 더 튼튼해보이고, 길이도 짧은 편이라서 보조배터리에 달고 쓰기 좋아보입니다.



 케이스와 라이트닝 케이블. 케이스는 연질 실리콘 같은 느낌인데, 표면재질은 또 러버코팅 비슷한 무광질감입니다. 먼지가 드럽게 잘 꼬입니다. 근데 그건 사소한 문제...



 더 큰 문제는 수납입니다. 케이스는 한쪽이 그냥 뚫려있고 케이스 자체의 탄성으로만 버티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좀 뻣뻣한 물건이면 그냥 구멍으로 삐져나옵니다. 라이트닝 케이블도 어느정도 써서 길들이지 않았다면 이렇게 삐져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비츠X 본체입니다. 보시다시피 케이스가 훠어얼씬 작습니다. 물론 비츠X는 넥밴드 부분도 유연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둘둘 말아서 넣으면 못 넣을 건 없습니다. 두번 말아야해서 문제지. 너무 감고 꾸겨넣다가 단선될까 걱정도 되고, 케이스 쓰기 꺼려집니다. 하물며 지퍼라든가 끈으로 조이는 거라도 됐다면 이정도 크기라도 쓸만한데, 입구가 열려서 삐져나오는 게 문젭니다. 주변에는 케이스는 그냥 사용불가능이라고 판정내린 분들도 있더군요.



 팁은 기본장착된 것 포함 총 4종류가 제공됩니다. 기본장착은 중간크기로, 왼쪽에서 두번째입니다. 세번째는 크기는 중간과 같은데, 2중차음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또 이 녀석은 귀에 조금 더 깊이 넣어야 되더군요. 그리고 아래는 시큐어핏이라고 하는 귓바퀴에 더 잘 고정시켜주는 어댑터입니다. 비츠X는 공식적으로 운동용은 아닙니다만, 이걸 사용하면 원래도 어느정도 고정이 되는 커널구조에 훨씬 안 떨어지게 됩니다. 에어팟의 문제점 중 하나가 귀 모양에 따라 도저히 고정이 안 되는 점인데 비츠X는 그 부분에선 강점이죠. 사실 저도 그것때문에 비츠X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가 선택한 세팅은 큰 팁에 큰 시큐어핏입니다. 착용감과 차음감은 상당히 좋네요. 뭐 비교대상인 에어팟이 오픈형이니 당연한 얘기긴 합니다.


 초반 간단한 사용감을 말하자면, 일단 저는 처음에는 비츠X가 넥밴드인줄 잘 몰랐습니다. 넥밴드 쪽이 가느다랗다보니 저는 그냥 이어버드 이어주는 케이블만 있는 줄 알았죠. 하지만 가늘긴 해도 엄연히 넥밴드 타입으로, 목 뒤쪽으로 둘러서 걸리는 부분과 거기서 나온 케이블과 이어버드로 구성됩니다. 넥밴드가 안정감 있고 배터리 면에서도 유리하긴 한데 사실 목에 건다는 거 자체가 걸리적거리다보니(상시 걸고있는 게 아니라면) 저는 썩 반기는 타입은 아닙니다. 거기다 에어팟이 정말 주머니에서 꺼내서 쏙 끼우기만 하면 되다보니 더 비교됐죠.

 넥밴드이긴 한데, 넥밴드 자체가 내부에 연질금속을 넣은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렇다고 각이 잡히도록 굽어지냐 하면 그건 아니고, 약간 오묘한 탄성을 갖고 있습니다. 목에 걸치거나 할 때는 어느정도 모양이 잡히지만 또 너무 접히지는 않으려는 저항감도 있습니다. 어쨌든 LG 넥밴드 등에 비해서는 확실히 가볍고 부담이 적긴 합니다. 그래도 넥밴드라는 건 변함없어서, 목을 두른 뒤 바로 귀로 올라오는 게 아니라 목 앞쪽에 걸쳐진 뒤 거기서 케이블이 올라오는 건 취향이 갈릴 듯 합니다. 또 이 케이블 길이가 살짝 길다는 느낌인데, 뺨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힙합 헤드뱅 같은 어느정도의 머리 움직임을 고려해 여유를 둔 듯한 길이입니다.

 강점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일단 배터리 8시간은 거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이론 스펙보다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뭐 이정도면 스펙을 90% 충족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칭 Fast Fuel이라고 하는 고속충전도 상당합니다. 에어팟과 마찬가지로 매우 짧은 시간에 쓸만한 수준으로 충전되고, 완충시간도 짧습니다. 사실 8시간만 해도 일반적인 하루 외출에는 다 떨어질 일이 없는데, 설사 떨어진다고 해도 보조배터리에 잠깐(밥 먹는 정도)만 끼워놔도 완충될 정도입니다. 배터리는 이정도면 별 불만은 없을 듯 합니다.

 에어팟에 비해 가장 편한 건 역시 컨트롤입니다. 볼륨조절, 곡넘기기는데 폰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이게 지구상 99%의 블루투스에선 당연한건데 에어팟은 아니니 말이죠. 또 착용감과 차음성 면에서도 비교를 불허합니다. 이어팟과 달리 케이블이 없어서 훨씬 덜하긴 한데, 에어팟도 제 귀에는 만족스런 착용감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보통 비 커널 이어폰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수준은 아닌데, 몇분 있으면 좀 느슨해지고 귓구멍에서 멀어져서 소리도 조금 나빠진 걸 느낍니다. 그래서 꾸준히 밀어넣어주죠. 비츠X는 그런 걱정 없습니다. 커널 자체도 정착이 잘 되는데 시큐어핏까지 있으니 뛰어도 걱정 없을 정도니까요. 다만 비츠X는 공식적으로 Water proof도 Water Resistant도 아닙니다. 그러니 운동 시 땀이나 물에 너무 닿지 않도록 조심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음질은 좀 염려했던 부분인데, 생각보단 좋습니다. 에어팟이 조금 더 플랫해서 제 취향이기는 하지만, 비츠X의 약간 더 강한 저음은 저음둥둥 음질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정도면 일반적인 성향에 저음 강조 넣은 적당히 개성있는 정도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고음 해상력이 약간 아쉽긴 한데, 이건 에어팟도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던지라... 뭐 전반적으로 음질은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해야겠습니다. 에어팟이나 비츠X나 음질보다는 편의성적인 이유로 쓰는 물건이라 특출난 점은 없습니다.

 현재 블루투스가 총 4개나 있는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애플 에어팟, 비츠X, B&O H5, 소니 AS-600BT까지. 소니는 순전히 운동용으로 방수성능을 보고 산건데, 프랑켄슈타인 디자인이라 헬스장 외에는 도저히 못 쓸 물건이긴 합니다. 음질도 좀 떨어지고요. B&O H5는 음질은 가장 제 취향이라 느꼈고, 또 넥밴드가 아니라 케이블이 목 뒤만 살짝 두르는 타입이면서 리모콘도 있어서 조작성도 괜찮습니다. H5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터리와 충전입니다. 스펙 5시간인데 정말 딱 5시간이고, 충전기도 전용을 써야합니다. 에어팟은 휴대나 사용 편의성은 아주 좋고, 오픈형이라 약간 다른 음성향이 매력입니다. 배터리는 5시간이지만 케이스가 충전해줘서 배터리는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조작성이 떨어집니다. 비츠X는 배터리도 괜찮고 조작성도 괜찮지만, 넥밴드 타입이라 착용이 번거롭고 휴대가 불편합니다.

 이렇듯 워낙 특출나게 잘난 놈이 없어서 뭔가는 희생해야 할 듯 합니다. 소니의 경우엔 가격도 별로 안 비싼 편이고 운동용으로 신뢰성이 있는지라 놔둘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에어팟, 비츠X, H5는 경쟁을 해야합니다. 음질적으로는 H5, 간편함에서는 에어팟, 중용의 비츠X라는 느낌인데, 사실 H5 배터리가 6시간만 버텨줬으면 충전의 불편함도 별로 고민 안 했을 듯 합니다. 비츠X나 에어팟은 3월 중순까지 반품 가능하기 때문에 필드 테스트를 좀 더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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