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 레트로: 헤일로 - 모든 걸 바꾼 콘솔 슈터 by eggry


DF Retro: Halo - the console shooter that changed everything

번지의 눈부신 슈터 게임의 역사, 재출시, 그리고 오늘날 즐기는 최상의 방법

 때때로 모든 걸 바꾸는 게임이 나타나곤 한다. 둠,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하프라이프는 그저 그 자체로 엄청난 게임이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를 바꾸어 놓았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도 그런 타이틀이다. 게임으로써 '헤일로'는 FPS를 진화시키고 다듬었으며, 전례없이 콘솔에서 잘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상품으로써, '헤일로'는 초대 엑스박스를 도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오늘날의 게임계의 거물로 만들었다. 프로젝트로써, '헤일로'는 제작사 번지를 역사책에 가장 경외받아 마땅한 개발자 중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출시 시점에서 '헤일로'는 게임디자인 뿐만 아니라 기술, 스토리텔링, 각종 요소들에서도 최첨단이었다. 하지만 '헤일로'의 출시는 많은 질곡과 변경이 있었으며, 결국 처음 발표되었을 때와 전혀 다른 물건으로 나오게 되었다. '헤일로'의 시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8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쓰: 폴른 로드'의 출시 후, 스튜디오 나머지가 '미쓰2: 소울블라이터'를 만드는 동안 비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는 "몽키 너츠"라고 당초 알려졌었지만, 번지의 공동창립자 중 하나인 제이슨 존스는 어머니에게 성적인 농담으로 오해받을까봐 감탄사인 Blam! 으로 바꾸었다.

 'Blam!'은 원래는 슈터가 아니라 미쓰의 계승작 같은 것으로 출발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실시간 전략게임으로, 액션이 아니라 전술에 초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미쓰와 달리 엔진이 발전하면서 풀폴리곤 3D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역자 주: 미쓰는 배경은 3D지만 캐릭터는 2D였다.) 디테일이추가되면서 엔진이 단순히 상방 시점 이상의 것이 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졌고, 개발팀은 3인칭 슈팅을 실험해보기 시작했다.

 'Blam!'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맥월드 99에서 스티브 잡스가 제이슨 존스를 무대로불러서 '헤일로'를 세상에 소개했을 때였다. 번지는 맥의 유명 게임제작사였고, 공개된 비주얼은 당시의 게임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 '헤일로'의 첫 공개는 매우 다른 게임이었지만, 공통점도 많이 갖고 있었다.

 훗날 마스터 치프가 될 메인 캐릭터 뿐만 아니라 언덕이나 타워 건축물들도 최종판과 닮아 있었다. 워트호그는 외형 뿐만 아니라 물리효과 면에서도 당시에는 대단했다. 해병들은 현실적으로 차량에 올라탔으며, 안테나는 휘청거리고 흙과 자갈이 타이어에서 튕겼으며, 지형과의 충돌은 사실적이었다. 물도 태양 빛을 훌륭히 반사했고, 파도가 표면에 넘실거렸다. 데뷔 영상은 놀라웠으며, 영상은 결국 미국 전역의 잡지에 CD롬으로 수록되게 되었다. 어쨌든 1999년에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기는 힘들었다.



번지의 역사


 게임업계 많은 것들처럼, 번지의 역사는 오리지널 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렉산더 세로피안이라는 시카고 대학생이 매킨토시로 'Gnop!'라는 무료게임을 내놓았다. 물론 퐁을 거꾸로 쓴 것이었다. 작은 게임이었지만 창대한 무언가의 시작이었다. 두번째 게임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막의 폭풍 작전' 이라는 오버헤드 워게임으로, 역시 맥으로 나왔다. 알렉스는 게임을 직접 패키징하고 우편판매했고, 결국 2500장 정도를 팔았다.

 이때 즈음이 알렉스가 인공지능 전공이던 동창생 제이슨 존스와 팀을 짠 때였다. 제이슨 스스로도 거의 완성된 게임을 갖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 크레타의 미궁(Minotaur - The Labyrinths of Crete) 이라는 이름의 게임은 알렉스와 함께 완성되었으며, 처음으로 번지 이름 하에 출시되었다. 둘은 세번째 멤버를 받아들였고, 미노타우로스를 3D화 하였으며, 그 결과가 '패스웨이 인투 다크니스(Pathway into Darkness)'였다.



 '패스웨이'는 1인칭 던전 크롤러 게임으로, 당시 하이엔드 매킨토시의 성능을 발휘해 만들어졌다. '패스웨이'는 고해상도 3D 그래픽과 부드러운 스크롤을 갖고 있었다. 많은 점에서 '패스웨이'는 울펜슈타인 3D같은 게임보다 나아는데, 영리한 코딩과 강력한 하드웨어 덕분이었다. 당시 맥은 게임 하드웨어로는 별로 알려져있지 않았고, 매우 소수만이 애플 플랫폼으로 게임을 만들었기에 번지는 두드러졌고 맥 게이머들에게 구세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들의 다음 게임은 번지를 월드클래스 개발자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1994년 매킨토시 독점으로 나온 '마라톤(Marathon)'은 맥 게이머들에게 둠과 같은 존재였다. '마라톤'은 번지의 첫 SF 작품이었고, FPS에 음침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가져왔다. 로그나 터미널 같은 내러티브 요소를 집어넣었는데, 당시에는 대단히 신선했다. 엔진은 16비트와 24비트 컬러를 지원했고, 해상도는 640*480으로 PC의 둠의 2배였으며, 심지어 복층구조도 구현되었다. 마라톤은 또한 16비트 22kHz 오디오에 액티브 스테레오 패닝도 되었다. 다른 말로, 당시에는 대단한 기술적 수준이었다. 비록 제대로 돌리려면 매우 고성능 매킨토시가 필요했지만 말이다.



 이후 2년 간, 번지는 2개의 속편을 만들었다. '마라톤 2 듀랜달'과 '마라톤 인피니티'였다. 이 게임들은 맥 뿐만 아니라 PC로도 이식되었다. 90년대 나온 반다이와 애플의 사생아였던 합작콘솔 피핀으로 나온 '슈퍼 마라톤'은 마라톤 1,2의 합본이었다.

 '마라톤'을 개발하는 와중에도 갤팀은 새로운 프로젝트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장래 프로젝트의 기반을 쌓게 된다. 그 게임은 '미쓰: 폴른 로드'였다. 미쓰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었지만, 다른 RTS와는 달랐다.

 '미쓰'는 소거법 디자인에 집착한 듯한 게임이었다. 많은 기능들이 제거되었으며, 오직 고도로 다듬어진 핵심요소만 남았다. 건설, 자원관리와 같은 RTS의 상징적인 요소들이 순수한 전략 체험을 우선시하기 위해 제거되었다. 플레이어는 전적으로 병력 운용에만 초점을 두었으며, 게임은 긴 스토리 중심의 캠페인으로 진행되었다. 애니메이션 컷씬이 종종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작곡가 마티 오도넬과 마이클 살바토리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미쓰'는 또한 변형 가능한 첨단 3D 지형 엔진을 갖고 있었다. 캐릭터는 여전히 2D 스트라이프였지만, 카메라는 회전과 줌이 자유롭게 가능했다. 게임은 심지어 3DFX 부두 그래픽카드를 지원해서 더 좋은 프레임과 향상된 품질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게임은 하나의 CD롬에 맥 버전과 PC 버전이 동시에 들어가 출시되었다.

 '미쓰'는 1997년 출시되었고, 그 해는 번지가 서부로 확장해 번지 웨스트를 설립한 해였다. 번지 웨스트가 '오니'가 태어난 곳이었다. '오니'는 PC, 맥,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된 3인칭 액션 게임이었다. 1998년이 '헤일로' 이야기가 시작된 때였다.




올해 첫 DF 레트로는 존 린네만이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 중 하나를 돌아보는 역대 최장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헤일로'가 2000년 초 출시될 거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헤일로'는 그 해 적어도 한번의 강렬한 노출을 하였다. E3 2000-'메탈기어솔리드2'가 모든 사람들을 날려버렸던 바로 그 E3-에서 번지는 새 트레일러를 가지고 '헤일로'의 진척상황을 보여주었다. 이 트레일러는 컷씬 같은 앵글이었지만 3인칭 게임플레이가 광대하고 디테일한 세계에서 이뤄지는 걸 보여줬다. 이때 보여진 모습도 최종게임과 익숙한 면모가 있지만 다른 점도 많았다. 워트호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코버넌트와 치프 본인이 등장했지만, 최종판과는 달리 로봇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지금의 '헤일로'가 아직은 아님은 분명했다.

 한 장면에서 세계는 안개로 둘러싸인 제한된 시야 속에서 야생동물과 수풀이 우거진 풍경으로 보여졌다. 무기의 생김새나 소라도 달랐고, 엘리트도 매우 다른 목소리로 말했으며, 게임은 치프보다는 해병들에 더 초점을 둔 것 같았다. 많은 게임 디자인과 전체적인 미션 디자인이 최종판과 달랐다. 이 빌드는 또한 엔비디아의 당시 최신 그래픽카드인 지포스2 GTS를 홍보하는 광고영상도 만들었다. 지포스의 쉐이딩과 레스터링 기능, 높은 프레임을 자랑하면서, 영상은 새 그래픽카드를 이용해 코버넌트 대군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미있는 시기였다.

 이 시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거대한 계획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윈도우와 오피스의 제작사 MS는 엑스박스라고 알려진 새로운 시스템을 출시해 콘솔 게이밍에 진출하려 했다. 당시의 하이엔드 PC 하드웨어에 기반했으며 경쟁자들을 초라하게 만들 새로운 체험을 선사할 것이었다. 하지만 새 콘솔의 성공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달려있엇기에, MS는 새로운 인재와 게임을 인수하러 나섰다.

 번지는 이 시점에서 테이크2 인터랙티브와 퍼블리셔 관계였었고, '오니'와 '헤일로'는 그들을 통해 PC, 맥, PS2로 나올 예정이었다. MS는 다른 계획이 있었고, 번지와 '헤일로'의 권리를 사들였다. 테이크2는 '오니'와 '미쓰'의 권리를 유지했지만, '헤일로'는 MS의 엑스박스 라인업의 핵심기둥이 될 것이었다. 많은 번지 팬들이 이를 배신으로 여겼다. 번지는 맥으로 게임을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번지로써도 MS 인수는 많은 이점이 있었다. 개발팀은 단일 플랫폼에 집중함으로써 체험을 더 쉽게 다듬을 수 있었다. 게이머들에겐 참기 힘든 일이었지만, 스튜디오에겐 좋은 일이었다.



'헤일로'는 당시로썬 놀라운 텍스쳐 디테일을 보여주었으며, 갓레이 효과나 3D 스카이박스도 놀라웠다.

 E3 2001에서 MS는 엑스박스를 선보이면서, '헤일로'를 런칭 라인업에 포함했다. 물론 '헤일로'가 잘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였으며, 데모의 낮은 프레임은 그렇게 대단한 게임이 아닐 거라는 인상을 주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데드 오어 얼라이브 3가 쇼의 주역이었으며, '헤일로'는 낮은 수준으로 여겨졌다.

 엑스박스와 많은 초기 게임들에 대해 기억해야 할 점은 상당수가 제대로 해내지 못 했다는 것이었다. '아주릭', '나이트캐스터', '브루스 리', '블러드웨이크', '오비완' 등은 모두 엑스박스 독점이었지만 혹평을 받았다. 이 게임들 중 누구도 프리뷰 반응이 좋지 않았으며, '헤일로'도 거의 이 수준으로 여겨졌다.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헤일로'는 2001년 11월 엑스박스와 함께 출시되었다. 닌텐도의 새 콘솔 게임큐브가 북미에 출시되기 3일 전이었다. 리뷰와 입소문이 퍼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헤일로'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헤일로'야말로 엑스박스를 출시일날 사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나도 분명 회의적이었지만 처음 동네 EB Games에서 게임패드를 집어들고 캠페인을 해보자, 이 게임이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헤일로'가 어째서 그토록 대단한 게임인지 이해하려면 각 부분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기술, 게임디자인, 오디오, 내러티브, 그리고 훌륭한 멀티플레이가 어우러져 이 스펙타클한 게임을 만들어냈다.

 엑스박스 게임으로써, 번지는 '헤일로'를 이전에 공개되었던 영상을 월등히 초월하는 수준으로 올려붙일 수 있었다. 가령 '헤일로'는 프로그래머블 쉐이더를 대대적으로 사용한 첫 게임 중 하나였다. 디테일, 범프맵 텍스쳐, 픽셀 단위 광원효과, 반사효과, 그 외의 세세한 효과들이 게임에서 사용되었다.



'헤일로'는 30프레임을 목표로 했으며 오리지널 엑스박스에서도 균등한 프레임 페이싱을 일궈냈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 프레임은 떨어졌다.

 코버넌트 전함에 처음 올라타게 되면 게임은 지금까지 보아온 배경과는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표면 텍스쳐와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플래시를 켜놓고 돌아다녀보면, 범프맵 텍스쳐의 깊이가 광원에 따라 표면을 다르게 보여지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헤일로'는 또한 고주파 디테일 텍스쳐맵을 이용하여 근거리에서 더 높은 디테일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이 기술은 1998년 언리얼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오늘날에도 각종 표면의 섬세한 텍스쳐들은 괜찮게 느껴진다.

 그리고 압도적인 스카이박스를 빼놓을 수 없다. 번지는 스카이박스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헤일로'가 그 시작이었다. 디테일하고 움직이는 배경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사용되었다. 게이머는 지평선 너머로 뻗어있는 '헤일로' 전체를 볼 수 있다. 물결은 출렁이며, 별은 반짝인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더 대단한 것은 초기형태의 갓레이가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태양이 나무나 다른 오브젝트 사이를 통과할 때 빛은 틈 사이로 새어나오면서 아름답게 묘사된다.

 거대한 스케일은 스카이박스 같은 플레이 불가능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맵의 크기도 대단하긴 마찬가지였다. 각 미션은 완수하는데 20에서 30분 정도가 걸렸으며, 언덕으로 가득찬 거대한 영역과 복잡한 실내공간, 거대한 틈들이 가득차 있었다. 게임은 에리어 사이에 로딩하는 좁은 통로를 넣음으로써 끊김 없이 진행되도록 만들었지만 각 로딩 터널로 이어진 애리어들은 거대하고 복잡했다.

 다른 엑스박스 게임들처럼 '헤일로'도 돌비디지털 5.1을 지원하면서 출시되었으며, 장비만 있다면 게이머는 완전한 서라운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해병과 코버넌트는 상황에 맞는 대화를 하도록 만들어졌다. 사전 녹음된 것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것이다. 영어를 말하는 그런트는 특히 기억에 남으며, 이건 사실 장난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개발 중 팀이 해병의 대사를 그런트에 넣어보았던 것이다. 그들은 재미있어 했으며, 결국 그런트는 정말 영어를 말하게 되었다.



화면분할과 랜 게이밍 지원이 헤일로를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만들었다.
바로 헤일로가 콘솔 FPS 체험에 멀티플레이를 제대로 가져온 이였다.

 그 외에도 마티 오도넬의 사운드트랙은 게임 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삽입되었다. '헤일로'의 배경음들은 지금도 기억에 서려 있다.

 그리고 물리효과도 있다. 하복이나 다른 미들웨어가 보편화되기 전이었다. 번지는 자신들의 탄탄한 물리엔진을 만들어냈다. 차량은 세계를 질주하면서 현실적으로 반응하고, 자갈과 모래는 타이어가 지형에 닿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운전은 보이는 것에 맞도록 반응하였다. 유명한 워트호그 점프 비디오는 이 게임의 훌륭한 물리엔진이 어디까지 해내 수 있나 보여주는 것이었다. 게이머들이 '헤일로'의 감각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헤일로2'에 하복이 사용됐을 때 많은 이들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로 여겼다.

 인공지능도 훌륭했다. 적들은 플레이어에게 반응하고 도전해오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장려받았다. 지금 기준으로도 '헤일로'의 적들은 좋은 싸움을 제공하며 교전법은 흥미롭다. 엄폐물 뒤에 숨어서 거리를 두고 적을 쓰러트리는 요즘의 많은 캠페인과 달리, 코버넌트는 전장을 늘 돌아다녔다.

 물론 엑스박스 게임으로써 '헤일로'는 표준적으로 480p를 지원했지만, 흠이 없었던 건 아니다. 퍼포먼스가 주된 문제였다. '헤일로'는 30fps를 목표로 했고 수직동기가 걸려있었고 프레임페이싱을 방지하였다. 많은 경우 실제로 그걸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난전 상황에서 프레임은 저하되기 시작해서 20대 초반 심지어는 그 아래까지 떨어졌다. 2001년 기준으로는 이 게임이 대규모 슈터였다는 걸 염두하는 게 좋겠다. 당시 콘솔에서의 FPS 체험들은 훨씬 프레임이 안 좋든지, 아니면 작은 레벨디자인이었다. '헤일로'는 분명 닌텐도64나 플레이스테이션의 FPS들보다는 잘 해냈다. 사실 순수 수치로만 본다면 PS3/Xbox 360 시대 타이틀 중에서도 이런 것이 많다.



익숙해 보이는가? 플레이어는 이런 다리를 헤일로 캠페인 중 몇번이나 건너게 된다.
번지는 배경의 단조로움 대신 적과의 조우를 다양화 함으로써 너무 지루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라이브러리 레벨에서는 이 방법도 바닥이 보였다.

 물론 캠페인은 '헤일로'를 플레이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4명이 화면분할로 싸울 수도 있었다. 인상적이게도 이때 프레임은 제법 괜찮았다. 블러드걸치 같은 덜 복잡한 맵은 매우 안정적인 30프레임에, 반투명효과가 넘쳐날 때만 약간 떨어졌다.

 댐네이션 같은 좀 더 복잡한 맵은 추가적인 쉐이더 효과와 복잡한 지오메트리 때문에 그렇게 잘 해내지 못 했다.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프레임이 떨어졌고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래도 최악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닌텐도64 타이틀보다는 나았으므로 분명 진보였다. 요즘 게음들이 화면분할을 별로 지원하지 않는 게 유감이지만, 현대적 쉐이더 기법이 그걸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2인 코옵모드가 있다. 전체 캠페인을 둘이서 진행하는 건 대단한 기능이었고, 넓은 FoV 덕분에 플레이 감각은 제법 괜찮았지만 이때가 프레임이 가장 심각하게 저하되는 때였다. 필라 오브 어텀의 첫 미션, 게임에서 가장 간단한 맵에서조차 퍼포먼스는 심하게 저하되었고 조작감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2001년 '헤일로'를 성공시킨 건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코어 게임디자인이 이 게임을 빛나게 만들었다. '미쓰'와 마찬가지로 '헤일로'도 소거법에 집착한 듯한 게임이었다. 부수적인 요소들이 잘 다듬어진 체험을 위해 제거되었다. 번지의 제이미 그리스머는 이런 유명한 말을 했다. "'헤일로1'에선 30초 단위의 즐거움이 게속해서 나옵니다. 그러미로 30초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걸 사실상 전체 게임으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헤일로'는 그것 이상이었다. 그 30초의 재미만이 '헤일로'를 정의한 것이 아니었다. 게임플레이 요소가 시나리오, 맵 디자인과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헤일로'는 종종 지루한 레벨디자인으로 비판되곤 하지만, 내 생각엔 사람들이 실제 게임플레이가 단조롭다는 게 아니라 그저 시각적 다양성 부족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헤일로'의 각 환경들은 독특한, 잘 배치된 적과 무기로 가득차 있어서, 설사 똑같이 보여도 지난번 방과 다르게 진행된다. 그저 랜덤하게 배치된 적들이 아니다. 각 방들은 플레이어가 다른 방식으로 도전하도록 요구하며, 그건 효과적이었다. 같은 다리를 몇번이나 건넜을지 모르지만, 모든 다리 전투는 각기 다른 시나리오에서 다르게 진행되었다. 그렇긴 해도 라이브러리는 참기 힘들긴 하다.



무기 밸런스가 핵심이었다. 플라즈마 무기는 상대의 회전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이점이 있다.

 이런 레벨디자인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전통적인 슈터와 다르게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영리한 실드와 체력 시스템과 짝을 이뤘다.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전설에서도 매번 싸울 때마다 체력이 얼마나 깎였나 신경쓰지 않도록 만들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번지는 플레이어가 다음 싸움에 체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가게 되어 막다른 골목에 부딧칠까 두려워하지 않고 매번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 시스템이 '헤일로'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모든 게임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헬스팩 시스템은 지금도 쓸모가 있다.

 '헤일로'는 또한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위치선정 만큼이나 무기 밸런스에도 신경썼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무기는 다른 형태로 데미지를 입히며, 각 무기를 잘 이해하고 파워업을 적절히 쓰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어 플라즈마 무기는 공격당하는 플레이어의 회전속도를 저하시킨다. 상대 플레이어가 일격필살의 샷건이나 로켓런쳐를 들고 있더라도, 플라즈마 피스톨로 뒤에서 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반격하는 걸 불가능하게 하여 승리할 수 있었다. 플라즈마는 차량에도 영항을 주는데, 탱크의 터렛 회전속도를 늦추었다.

 또다른 예는 오버실드이다. 실드를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파워업이지만, 이걸 처음 집으면 일시적으로 무적상태가 된다. 이를 이용해 평소라면 추락사 할 높이를 점프한다든가, 근거리에서 수류탄을 던지는 등이 가능해진다. 이런 류의 발상들이 위치선정과 무기를 게임의 핵심으로 만들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얻는 게 전부가 아니라, 모든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다.

 '헤일로'는 또한 게임패드로 슈터를 훌륭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날로그 스틱은 완벽히 튜닝되었으며, 미세한 오토에임이 체험을 향상시켰다. 당시에는 어떤 콘솔 슈터도 '헤일로' 만큼 좋은 느낌을 주지 못 했다. 덕분에 거기다 근접공격과 같은 부가공격이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수류탄에 전용버튼이 주어진 것도 중요했다. 거기에 한번에 2개의 무기만 소지하게 함으로써 플레이어는 무기를 돌려가며 찾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모든 조작이 한번의 버튼 조작으로 이뤄지도록 만들어졌다.



PC판 헤일로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여기는 안개 효과가 빠져있다.

 엑스박스는 출시 당시 엑스박스 라이브를 지원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화면분할로 '헤일로' 대전을 했다. 하지만 여러 본체를 연결해 랜파티를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오늘날에도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그보다 더 나가서, 2002년에는 컴퓨터와 XBConnect라는 유틸리티를 이용해 랜파티 기능을 인터넷을 통해 진정한 온라인으로 즐길 수도 있었다. 막나가던 시대였다.

 물론 내러티브를 빼놓을 수 없다. 오리지널 '헤일로'는 단순하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를 게임 내에서 잘 구현하였다. 핵심은 변주였다. 플러드의 등장은 최고의 게임 반전으로 기억되고 있다. '헤일로'를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플레이한다면, 플러드는 진정 깜짝쇼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플러드와 싸우는 걸 짜증냈지만, 플러드가 등장하는 방식은 매우 특별했다.

 '헤일로'는 그 자체로 뛰어난 게임이었지만, 이 모든 걸 런칭 타이틀로 해냈다는 게 진짜 대단한 점이었다. '헤일로'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엑스박스를 플랫폼으로 확립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니 '헤일로'가 다른 기종으로 이식된 건 신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첫번째 이식은 PC판 '헤일로'였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이식한 이 버전은 엑스박스로 출시된지 거의 2년이 지난 뒤 나왔으며 PC 플레이어들은 '헤일로'를 처음 해보게 되었다. 이때까지 기어박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사 게임보다는 이식에 들이고 있었다. 하프라이프의 PS2 버전이라든가, 토니호크 스케이트의 PC판 같은 것 말이다.

 PC 이식은 환영받았고, 활동적인 커뮤니티가 다수 생겨났지만 동시에 여러 시각효과가 빠지기도 했다. 2003년, 픽술쉐이딩이 PC에 도입되었으며 이것이 '헤일로' 이식의 핵심이었다. '헤일로'는 픽셀쉐이더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에서 최상으로 구동될 수 있었다.



엑스박스 버전의 사랑스러운 물 쉐이더가 기어박스의 PC 이식에선 완전히 실종된 걸 볼 수 있다.

 PC판에는 사실 픽셀쉐이더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옵션도 제공되었지만, 물론 이 기능을 켜면 게임 그래픽은 마치 미완성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긴 해도 지포스4MX 같은 픽셀쉐이더 기능이 없는 그래픽카드나 떨어지는 사양에서 돌리는덴 필수적인 기능이었다.

 하지만 최고 옵션으로 돌릴 때도 PC판은 몇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게임의 모든 애니메이션과 물리효과는 30프레임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프레임으로 구동될 때 애니메이션이 부드럽지 못 하게 보였다. 카메라 전환 자체는 부드럽지만 애니메이션은 30프레임으로 제한되었다. 30프레임으로 락을 걸면 물론 일관성은 지켜지지만, 마우스에서 30프레임은 상당히 조잡하게 느껴진다.

 빠진 효과들도 많았다. 관제실 챕터에서의 뿌연 안개가 사라지면서 추한 검은 경계가 노출되었으며, 스카이박스 쉐이딩도 군데군데 빠져있다. 어썰트라이플은 반사레이어가 빠져있고, 물은 쉐이더 효과가, 군데군데 텍스쳐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덜 마무리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PC판이 진정 생명력을 얻은 것은 멀티플레이와 모드였다. 2004년, 기어박스는 '헤일로' 커스텀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커스텀 컨텐츠 툴을 내놓았다. 나는 커스텀 에디션을 그렇게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왔다. 플레이어들이 여러 에셋을 로드하거나 직접 만들어 새로운 맵과 모드를 만들었으며, '헤일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강력한 툴이었고, 꽤나 창의적인 결과물들도 나왔다. 모드는 분명 시도해볼 만 하다. 궁극적으로, PC판 '헤일로'는 '헤일로'를 즐기기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불행히도그 단점들이 PC판을 높은 순위로 올릴 수 없게 만들었다.



엑스박스360에서 오리지널 헤일로를 하위호환으로 돌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해상도가 향상되지만 프레임 저하는 더 심하게 발생한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헤일로' 플레이 방법은 엑스박스360에서 하위호환을 쓰는 것이었다. 오리지널 '헤일로' 디스크를 360에 넣어서 향상된 이미지 품질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퍼포먼스에는 타격을 받아서 오리지널보다 더 나쁘게 만들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오리지널 엑박에서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번지는 초대 '헤일로'가 나온 뒤 몇년 동안 '헤일로'를 만들었지만 결국 MS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한다. 그들의 마지막 작품은 '헤일로 리치'였지만, MS가 '헤일로' 시리즈에 대한 권리를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새로운 스튜디오 343 인더스트리가 '헤일로'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와중에 MS는 오리지널 '헤일로'의 10주년을 기념해 완전한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 애니버서리'는 343과 세이버 인터랙티브의 합작이었다. 세이버는 자사의 그래픽 엔진 기술과 번지의 코드를 독특하게 조합하였다. '헤일로 애니버서리'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그래픽과 향상된 오디오와 더불어 오리지널 '헤일로'의 에셋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기능도 갖고 있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두 모드를 오갈 수 있었다. 세련되게도 말이다.

 하지만 즐길만 함과 동시에 그다지 '헤일로' 같아 보이지 않기도 했다. 번지의 오리지널 디자인과 새로운 그래픽은 잘 조화되지 않았으며 다른 게임같이 느껴졌다. 비주얼은 분명 현대적인 렌더링이 가미되면서 기술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사실 제대로된 엑박360용 게임 같아 보였다. 또다른 좋은 기능은 3D 지원이었다. 3D TV가 주목받던 시대에 출시되었으며, '헤일로 애니버서리'는 이를 지원했다.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다른 게임들보다 '헤일로'는 3D가 훨씬 잘 되었다.



엑스박스360판 헤일로 애니버서리는 권하기 힘들다. 퍼포먼스는 리마스터 모드에서 나쁘며, 프레임 페이싱 문제까지 있다. 심지어 클래식 모드에서도 말이다. 엑스박스원의 마스터치프 콜렉션이 현대 하드웨어에서 최고의 헤일로 경험을 하는 방법이다.

 물론 애니버서리 릴리즈의 가장 큰 문제는 퍼포먼스였다. 리마스터 모드에서 게임은 주기적으로 30프레임 밑으로 떨어졌으며, 오리지널 버전보다도 더 출렁였다. 거기다가 프레임페이싱이 더 부드럽지 못 하도록 느끼게 만들었다. 클래식 모드에서는 프레임은 향상되지만, 프레임페이싱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오리지널 버전보다 나쁘게 느껴진다. 화면분할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서, 프레임은 더욱 낮아지면서도 FoV는 오리지널보다도 좁다. 코옵 모드로 플레이하기 좋은 방법은 아니다.

 '헤일로 애니버서리'의 가장 실망스런 점은 제대로된 오리지널 멀티플레이의 부재이다. 오리지널 맵 상당수가 다시 만들어져 들어갔지만, 게임 자체는 '헤일로 리치; 엔진이었다. 원래 '헤일로' 같은 플레이가 아니었으며, 리치는 그 자체로 괜찮기는 했지만 오리지널 팬들이 원하는 건 아니었다. 다행히도 이 문제는 몇년 뒤 MS가 엑스박스원 버전을 만들면서 해소한다.

 2014년, MS와 343 인더스트리는 '헤일로: 마스터치프 콜렉션'을 내놓았다. 출시 초기에는 여러 문제로 악명이 높았지만, 그래도 '헤일로: 전쟁의 서막'은 매우 훌륭했다. 애니메이션이 60프레임으로 다시 만들어졌고, 여러 빠졌던 비주얼효과가 복원되었으며, 게임 전체가 부드러운 60프레임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클래식 모드에선 말이다. 오늘날 '헤일로'를 즐기긴 아주 좋은 방법이다. 더 좋은 점은 오리지널 멀티플레이 맵과 기능이 완전히 돌아왔으며, 화면분할도 된다는 것이다. 멀티플레이도 안정적인 60프레임으로 돌아가서 오늘날 오리지널 '헤일로'를 즐기기기 가장 좋은 방법이 분명하다. 한가지 단점은 리마스터 그래픽은 엑스박스원 버전에서도 프레임이 떨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비록 마스터치프 콜렉션이 출시 당시 문제가 있긴 했지만, '헤일로1' 자체는 훌륭하다. 물론 더 나을 수 있었던 부분들도 있지만, 오리지널 번지 체험을 현대 하드웨어에서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엑스박스원 버전이 답이다. 더 좋은 소식은? 마스터치프 콜렉션의 디지털 코드가 현재 온라인에서 6.99 파운드란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덧글

  • ㅈㅈㅈㅈㅈ 2017/01/24 19:59 # 삭제 답글

    과연 6편이 잘 나올 수 있을런지... 멀티플레이는 정말 잘 다듬었지만 내러티브가 ㅠ 마케팅의 역효과일지도 모르겠지만요.

    5편에서 치프 파티는 능동성이 너무 떨어지고(호구 느낌까지...) 새로운 파티는 충분히 보여준 게 없는데, 6편에서 어떻게 보충할런지 모르겠네요.
  • eggry 2017/01/24 21:11 #

    6 캠페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합니다. 신나게 때려부수는 내용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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